★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토끼

권정선재 2010. 6. 1. 07:30

토끼

 

권순재

 

 

 

토끼가 바삐 뛰어갑니다.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 뛰어갑니다.

붉은 여왕이

화를 낼 것을 알기에 뛰어갑니다.

 

그러다가 그루터기에 넘어집니다.

걸려서 넘어집니다.

시간도 없는데, 시간이 없는데

넘어지고 늦어 버립니다.

 

그가 생각한 시간에 늦고

그는 점점 초조해집니다.

점점 두려워집니다.

자꾸만 아파옵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럴 수 없는 건데,

자꾸만 두렵도 움직일 수 없습니다.

자신이 죽을 것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여왕이 자신을 기다립니다.

자신을 죽이려고 기다립니다.

가면 안 되는데,

그런 것을 아는데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두렵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그래서 눈이 붉어집니다.

 

토끼의 눈은

이상한 나라에 가기 전에

너무나도 두려워서

빨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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