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살인

권정선재 2010. 6. 22. 07:00

살인

 

권순재

 

 

 

칼을 손에 쥐었다.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었다.

착한 너를 찌르기 위해서,

너의 목을 자르기 위해서,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었다.

 

살고 싶어 퍼득이는

너의 목에 칼을 대니,

희번떡 빛이 나는

네 눈이 들어온다.

 

나는 씩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버둥버둥

피가 솟구치고,

너는 괴로움에 몸부림 친다.

 

목을 따서

거센 숨이 빠지는

소리만이 난다.

 

--

멍청한 짐승처럼

괴로워하는 네가

유쾌하게 보인다.

 

가녀린 네가 떨고 있다.

그리고 너를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다.

문득 깨닫는다.

 

- -

내가 죽은 거구나.

네가 죽은 것이 내가 죽은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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