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권순재
칼을 손에 쥐었다.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었다.
착한 너를 찌르기 위해서,
너의 목을 자르기 위해서,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었다.
살고 싶어 퍼득이는
너의 목에 칼을 대니,
희번떡 빛이 나는
네 눈이 들어온다.
나는 씩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버둥버둥
피가 솟구치고,
너는 괴로움에 몸부림 친다.
목을 따서
거센 숨이 빠지는
소리만이 난다.
쉑-쉑-
멍청한 짐승처럼
괴로워하는 네가
유쾌하게 보인다.
가녀린 네가 떨고 있다.
그리고 너를 보면 미소가 지어진다.
그 순간 문득 떠오른다.
문득 깨닫는다.
아- 아-
내가 죽은 거구나.
네가 죽은 것이 내가 죽은 것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