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물도 맞추는 남자, 밥물도 못 맞추는 여자
5
“하. 춥다.”
그네에 앉아서 벌써 얼마나 있었던 것일까? 선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네에 앉아 있었다. 왜 저러는 것일까?
“저기.”
“네?”
“바쁘다고요.”
“아.”
“아니,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사람을 불러놓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건데요?”
“오늘 NG를 50번 넘게 냈어요.”
선재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발끝을 바라봤다. 단 한 번도 그렇게 NG를 낸 적이 없었다. 그가 생각을 하기에 자신은 꽤나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여자를 만나고 나서는 자신이 최고의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여자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 것일까?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그러니까요.”
선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선재를 보면서 은비는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남자는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자신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나 그쪽이 많이 좋아요.”
“이봐요.”
“이봐요가 아니라 권선재.”
“그래요. 권선재 씨.”
은비가 그네에서 일어나 선재의 앞에 섰다.
“도대체 왜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건지 솔직히 나는 모르겠어요. 권선재 씨 주위에 예쁜 여자가 얼마나 많아요? 다들 텔런트 아니에요? 그런데 자꾸 나에게 이러는 이유가 도대체 뭐예요? 내가 만만해서 그러는 거예요? 그냥 가지고 놀다가, 그러다가 나를 버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아니요.”
선재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그런 마음으로 은비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이 여자를 품에 안고 싶다는 생각은, 소중히 생각을 하고 싶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쪽이 좋습니다. 조은비 씨가 좋습니다. 나도 지금 내 기분을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에요. 식상한 대답일 지는 모르겠지만 저 조은비 씨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그런데 여태까지 첫눈에 반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반한 것이 제대로 반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반한 것 같습니다. 그쪽을 생각을 하면 아무 것도 안 되니까요. 일도 안 되고, 아무튼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저는 아니에요.”
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남자와 얽힌다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많은 희생을 요구를 하는 것이었다. 절대로 그 모든 희생을 감내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그 모든 희생을 감내할 만큼 이 남자에게 관심이 가는 것도 아니었다. 이 사람은 그저 닿을 수 없는 사람일 뿐이었다.
“나는 아니니까. 나는 권선재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더 이상 이런 식으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얼마나 당혹스러운지. 권선재 씨는 아나요? 나 권선재 씨 볼 때마다 미칠 것만 같아요. 이 남자가 도대체 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고. 아무튼 나는 싫어요. 아니, 싫다는 것도 말이 안 돼. 아예 생각도 가지 않아. 이 남자가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좋아합니다.”
“아니.”
은비는 다시 한 번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 남자는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그럴 수가 없었다. 이 남자는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
“권선재 씨는 지금 그저 호기심이 생긴 것일 뿐이에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긴 것 뿐이라고요. 권선재 씨는 나 같은 여자 본 적 없죠? 다 가진 사람이니까. 밥 한 끼 제대로 사먹을 수 없는 여자. 우스울 거예요. 자기가 일을 하는 곳에서 밥도 못 먹는 것이 말이나 되는 일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은 나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것 뿐이라고요. 그런데 권선재 씨. 그 호기심이 얼마나 갈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1년? 2년? 아니 심지어 한 달이나 갈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나는 아니라고 봐요. 권선재 씨의 그 호기심 그렇게 오래 가지 않을 거예요.”
“왜 그렇게 확신을 하죠?”
선재가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왜 제가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제가 조금 더 당신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못 믿는 겁니까?”
“네.”
“어째서?”
“아닐 테니까요.”
은비가 쓸쓸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 남자가 아무리 뭐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아닐 거였다. 절대로 진실되게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진실 되게 사랑을 하기에는 이 남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가졌다. 그렇기에 이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면 잃을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권선재 씨 똑바로 생각을 해요. 지금 어리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내가 보기에 권선재 씨가 지금 하는 것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어린 아이가 가지고 싶은 장난감을 가지지 못해서 앙탈을 부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저 가지고 싶은 것이 지금 손에 들어오지 않으니까 짜증을 부리고 있는 것이죠. 권선재 씨가 직접 생각을 해봐요. 내 말이 틀린 것인가. 아닌가. 권선재 씨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죠? 내가 더 좋은 이유는, 아니 내가 좋다고 생각을 하는 이유는 내가 권선재 씨가 생각을 하는 데로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그래서가 아닌가요?”
“모르겠어요.”
선재는 아니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은비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녀의 말이 맞게 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조은비 씨.”
“네.”
“해보지 않아서는 모르는 거잖아요. 이 마음이 오래 갈 수 있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는 거잖아요.”
“나는 알 거 같아요. 권선재 씨의 마음이 얼마나 갈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아서 이러는 거예요.”
은비는 다시 한 번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이 남자가 자신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달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이 남자는 절대로 자신의 곁에 어울릴만한 남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래야만 하는 거였다.
“나 조은비 씨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진 사람입니다. 감히 조은비 씨가 꿈도 꾸지 못할 그런 것들을 가진 사람이라고요. 그런데도 내가 싫어요? 그런데도, 그런데도 나를 거부를 하는 겁니까?”
“그래서 싫어요.”
“네? 그래서 싫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죠?”
“겁이 나요. 내가 감히 가질 수도 없는 것을 가진다는 사실에 말이에요. 그것들이 만일 내가 노력을 해서 나의 손에 들어오는 것들이라면 이렇게 겁이 나지는 않을 거야. 아니, 겁이 나지 않을 것이 분명해요. 하지만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절대로 내가 가질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 모든 것을 가지고 나서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을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나는 아니야. 나는 절대로 거기서 내려올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러지 말아요. 당신에게 마음이 없는 여자를 자꾸만 흔들지 않았으면 해요. 그것은 너무나 나쁜 일이니까.”
“흔들려요?”
“네?”
“지금 흔들린다고 한 거죠?”
갑작스럽게 선재는 마음에 불이 팟 하고 켜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에게 흔들린다는 것은 마음이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아무런 마음도 없는 사람에게 도대체 왜 흔들린다는 것인가? 무엇이라도 있기에 흔들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선재는 은비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봤다. 예쁜 여자가 있었다. 너무나도 예쁜 여자가 지금 그의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은비 씨 안 예뻐요.”
“알아요.”
“그런데 예뻐요.”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무 안 예뻐서 예쁘다고요. 은비 씨가 말을 한 것처럼 내가 일을 하는 곳에는 예쁜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나는 예쁘게 보이지 않아요. 모두들 가짜로 예쁜 척을 하고 있는 거니까. 그 사람들이 진짜로 예쁜 사람이 되려면 마음이 예뻐야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 사람들은 마음이 예쁘지가 않아요. 그저 겉만, 겉모습만 화려할 따름인 것이죠. 그러니까 나는 조은비 씨가 좋아요. 그 사람들이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 정말로 그 일을 사랑을 하고 있어서라고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죠? 그 사람들은 연기를 하는 것을 좋아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 사람들은 그 화려함이 가지고 싶어서 연기를 하고 있는 거라고요. 그래요. 물론 일부 진짜로 연기를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본 사람들은 그래요. 내가 본 사람들 중에서 조은비 씨처럼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어요.”
“나는 싫어요.”
은비는 떨리는 음성으로 답했다.
“나는 내 일이 싫다고요.”
“뭐라고요?”
“구질구질해. 밥 한 끼 사먹을 수 없는 그런 곳에서 일을 하는 거 구질구질하다고요. 그래서 나 당신이 싫어. 얼마나 싫은 줄 알아요? 당신만 보면 자꾸만 자격지심이 느껴져서 더 싫어요. 당신은 모든 것을 다 가졌잖아요. 나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당신은 다 가지고 있잖아요.”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어요.”
선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조심스럽게 은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떨리는 은비를 가만히 품에 담았다.
“나는 아무런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그저 똑같은 사람일 뿐이에요. 그저 하고 있는 일이 다른, 그런 사람들일 뿐이라고요. 그러니까 은비 씨가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하나도 없어요.”
“나는 내 일이 싫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남들이 알아봐주지 않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접시를 닦는 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도 아니야. 나는 더 많은 것을 하고 싶다고요.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써주지를 않는 걸요? 나를 제대로 봐주지도 않는 걸요.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래요?”
“은비 씨.”
“그만해요.”
은비는 가만히 선재를 밀어냈다. 이 남자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자꾸만 그녀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졌다.
“나 바보 같아.”
“안 그래요.”
“권선재 씨 마음은 너무나도 고마워요.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분명히 너무나도 고마운 거예요. 그래서 나는 당신의 마음이 고맙게 느껴져요. 그래서 고맙고, 또 고마워요. 하지만 권선재 씨는 아닌 거예요. 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조금이라도 내가 닿을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인 거잖아요. 하지만 그쪽은 닿을 수가 없는 사람이니까. 나는 싫어요.”
“당신 때문에 일어 안 된다고요.”
선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그는 가만히 은비에게 눈을 맞췄다. 그의 진실된 눈에 은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이 남자는 그저 농담으로 말을 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 꽤나 진실된 눈이었다.
“나 당신에게 그런 차이를 보여주려고 사귀자는 이야기를 한 거 아니에요. 진실된 마음을 가지고 사귀자는 이야기를 한 거라고요.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아무튼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지금도 호기심이에요. 도대체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여자인가 너무나도 궁금해요. 도대체 나라는 남자를 거절을 하는 여자는 어떤 여자인지 너무나도 궁금하다고요. 그러니까 사귀어 봐요. 우리 두 사람. 어쩌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사이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럴 리가 없어요.”
은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런 사람과 자신이 잘 어울리는 사이가 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이 남자와 잘 어울리는 사이가 되기에 자신이라는 여자는 너무나도 초라한 것을 가진 여자였다.
“당신이라는 남자랑 사귀는 것이 어쩌면 나쁜 일이 아닐 지도 몰라. 한 순간 짜릿한 일이겠죠. 하지만 싫어. 당신이라는 남자에게 그런 식으로 휘둘리는 것은 너무나도 싫으니까. 그만 놔줘요.”
“은비 씨.”
“부탁이에요.”
선재는 가만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나서 슬픈 눈으로 은비를 바라봤다. 그런 선재의 눈을 은비는 가만히 피했다.
“내가 무엇을 해도 안 되는 건가요?”
“네.”
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나도 미안하지만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예요. 소중한 사람이니까 안 되는 거라고요. 빛이 나는 사람이잖아요, 나에게만 소중한 사람이면 되는 거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중한 사람이니까 안 되는 거예요.”
“당신에게만 소중하면?”
“네?”
은비는 놀란 눈으로 선재를 바라봤다. 이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자신에게만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 놓을 게요. 당신이 원한다면 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수도 있어요. 만일 내가 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다면, 정말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는다면 나를 사랑을 해줄 건가요?”
“권선재 씨.”
“대답해요.”
선재는 가만히 은비의 눈을 들여다봤다.
“내가 은비 씨의 수준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은비 씨는 나를 다시 바라봐 줄 수 있는 건가요?”
“아니요.”
은비는 고개를 저었다. 이 남자는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녀와 다른 사람일 뿐이었다.
“권선재 씨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평범한 사람으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권선재 씨는 이미 평범한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 모든 것을 내려놓아도 결코 평범한 사람이 될 수 없잖아요.”
“불공평해.”
“뭐라고요?”
“아까 은비 씨가 그랬죠? 나라는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졌다고. 그래서 불공평하다고 그랬죠? 나는 그게 지금 더 불공평하게 느껴져요. 나는 내가 가지고 싶어서 가진 것도 아니고, 내가 그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결국 조은비 씨의 곁에 설 수 있는 남자는 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거 되게 미운 거 알아요? 결국 다 가진 사람의 말도 안 되는 어리광인 것 뿐이잖아. 나 그런 거 싫어.”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선재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너무나도 멋진 남자에요. 나 그냥 당신을 내 스타로 두고 싶어요. 그러니까 돌아가면 안 되는 거예요?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스타로 남아주면 안 되는 거예요?”
“안 된다면요?”
“할 수 없는 거고요.”
“정말 당신이라는 여자는.”
선재는 당혹스러웠다. 이 여자는 도대체 어떻게 비위를 맞춰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가 않았다. 이 여자는 너무나도 다른 여자였다. 여태까지 그가 알고 있던 여자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여자였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누가요? 내가요?”
“네.”
선재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말을 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소중한 사람이라서 미안합니다. 그러니까 내게 기회를 줘요. 데이트. 세 번만 해줘요.”
“권선재 씨.”
“더 이상 안 조를게요.”
선재가 슬픈 미소를 짓자 은비는 살짝 말을 일었다.
“세 번의 데이트요?”
“네.”
“그거면 끝이 나는 거예요?”
“네.”
선재는 빙긋 웃었다. 그런데 그 웃음에는 어딘지 모르게 슬픔이 가만히 묻어나고 있었다. 은비는 가늘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 남자는 분명히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인데 어딘지 모르게 비어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꾸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너무나도 약해 보였다.
“세 번의 데이트. 그거면 되는 거죠?”
“해주는 건가요?”
“좋아요.”
은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 번의 데이트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렇게 바쁜 사람이 제대로 데이트 시간을 낼 수 있을 리도 만무했다. 그렇다면 잊을 수도 있을 거였다.
“3주입니다.”
“네? 3번이라면서요?”
“조은비 씨 일주일에 한 번 쉰다면서요. 그 날 내가 맞춰서 올게요. 그러면 그 날 00시부터 24시까지 오롯이 나에게 주는 겁니다. 그리고 내가 전화를 걸면 다 받는 겁니다. 그렇게 3주간 사귀는 겁니다.”
“그건.”
“부탁입니다.”
선재는 간절하게 말을 이었다. 그런 그의 간절한 태도에 은비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알았어요. 3주. 딱 3주.”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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