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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물도 맞추는 남자 밥물도 못 맞추는 여자 [5-2]

권정선재 2011. 1. 5. 07:00

 

어디 다녀와?”

?”

눈을 부비고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채연을 보고 은비는 살짝 당황했다. 지금 일어난 일을 말을 하면 분명히 밤이 길어질 텐데.

, 아무 것도 아니야.”

너 뭐 사온다고 하지 않았어?”

? 다 마셨지. 하하.”

은비는 겉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복잡했다. 그런데 은근히 마음이 편안했다. 잠이 잘 오는 밤이었다.

 

오늘도 NG 많이 내시려나?”

그쪽이 신경을 쓸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어머? 이렇게 예쁜 후배 연기자를 두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 잔인한 일인 것 같은데요?”

예쁜 후배는.”

대본을 넘기면서 선재를 미간을 모았다. 왜 또 이 여자애랑 엮이는 것인지. 선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머나 왜요? 선배님. 저랑 함께 하는 역할이 많으셔서 기분이 좋으신 것인가? 그러신 거예요?”

그럴 리가요.”

선재는 단호히 대답을 하며 자리를 피했다. 주연은 그런 선재를 보면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그저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은근히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드는 사람이었다. 꽤나 잘 나가는 사람이니까.

 

오늘은 좋네. NG도 안 나고. 촬영 접읍시다.”

저기 이제 뭐하세요?”

주연이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 선재에게 딱 달라붙자 선재가 바로 미간을 모으면서 그녀를 바라봤다.

이제 뭐하면 뭐 어쩌려고요? 지난 번 그 말도 안 되는 스캔들로 인해서 받은 스트레스 아직도 장난이 아니니까. 혹여나 다른 사람들이 오해를 할 것 같은 상황은 안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어머 세게 나오시기는.”

주연은 살짝 볼을 부풀리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여전히 선재에게서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같이 밥이나 먹죠.”

됐습니다.”

그러지 말고요. 같이 연기도 하는 사람인데 사이가 안 좋아서 드라마에 득이 될 것이 뭐가 있겠어요?”

종영 얼마 안 남았습니다.”

연장이 될지 어떻게 알아요?”

되도 저는 안 합니다.”

선재는 단호히 말을 하고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멀어지는 선재를 보면서 주연은 팔짱을 꼈다.

 

아 짜증나.”

언니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 권선재 그 인간.”

그 사람이 왜요?”

주연에게 커피를 내밀며 코디네이터가 묻자, 주연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내가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하니까 눈에 쌍심지를 켜면서 절대로 안 먹겠다고 하는 거 있지?”

정말요? ?”

그러니까. 이해가 안 가. 대한민국에서 나처럼 예쁜 사람이 또 어디에 있다고 그렇게 튕기는 거야?”

스캔들 때문 아닐까요?”

스캔들?”

. 지난 번에 언니랑 그 사람 스캔들이 났었잖아요. 그 회사에서 그거 막느라고 꽤나 고생을 했다고 하던데, 다시 또 그런 소문이 나고 싶지 않아서 언니를 거절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가?”

주연은 금새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코디네이터의 말을 듣고보니, 또 그녀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싫은 건 아니다?”

설마요. 대한민국에서 언니 싫다는 사람이 있겠어요?”

그렇지? 오호호.”

주연은 더욱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람이 계속 자신을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는 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아주 출석 도장을 찍는 구나?”

너희 밥이 맛이 있어서 왔다.”

퍽이나.”

서류를 덮으며 희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차피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선재까지 오니 더욱 일이 잡히지 않았다.

밥이나 먹자.”

됐어. 아직 생각 없어.”

너 우리 쉐프 부려 먹는 거 한 번이면 족하다. 그 사람 그렇게 막 부려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니까? 너 그렇게 자꾸 우리 쉐프 부려 먹어서, 나중에 쉐프가 일 더 안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잘 된 일이지.”

선재는 심드렁한 어조로 대꾸했다.

내가 몇 번을 말하냐? 너희 쉐프 네가 생각을 하는 것 만큼 솜씨가 있는 건 아니라니까? 다들 그렇게 생각을 할 걸?”

네 말대로면 그렇게 맛 없는 식당에 손님이 이렇게 많이 오냐? 실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나가. 내가 살게.”

제일 비싼 거 먹는다?”

돈도 잘 버는게.”

희준은 입으로는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눈으로는 웃었다. 아무리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있게 말을 하더라도 선재는 심성은 착한 아이였다.

 

그래서 어제 찾아가서 고백을 했다고?”

,”

미친 놈.”

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친구라고 하지만 연구해 볼 가치가 풍부한 놈이었다. 그 여자에게 빠진 것 까지는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재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 낯선 여자에게서 어떤 재미와도 같은 것을 분명히 느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열중을 하는 모습이라니. 게다가 진실되게 행동을 하는 모습이라니. 분명히 낯설었다.

너 왜 이렇게 너답지 않게 성급하고 굴고 난리냐? 조금 진중하게 다가서면 안 되는 거냐? 너 지금 무지하게 조급해 보여.”

조급해.”

커피를 마시면서 선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생각만 하면 일이 자꾸만 안 되려고 하니 분명히 급한 일이었다.

그 사람만 생각을 하면 일이 안 되더라. 어제도 NG를 얼마나 많이 냈던지. 감독님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니까?”

중증이구먼.”

희준은 딱하다는 눈으로 선재를 바라봤다. 이 녀석 사랑이라는 병에 걸려도 정말 제대로 걸린 모양이었다.

아니, 아무리 봐도 조은비 씨 그렇게 매력이 넘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너는 왜 그러는 거냐?”

넘쳐. 저 사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선재는 그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참 예쁜 사람이었다. 외모도 예쁘고 마음도 참 예쁜 사람이었다.

그래서 3주 안에 저 사람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냐? 한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쉬워 보여?”

어렵지.”

그런데?”

거의 한 달이나 가까운 시간이잖아. 그러니까 천천히 내 진심을 보여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

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 분명히 여자의 아니라는 대답이, 실제로는 아니라는 대답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 듯 했다.

너 사람 마음을 돌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줄 모르냐? 특히나 그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법이야.”

알고 있습니다.”

선재는 당연한 것을 말하냐는 표정을 지으면서 답했다.

그렇지만 좋으니까. 정말로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니까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거야. 너는 이해를 못 하냐?”

. 못 해.”

나쁜 놈.”

내가 나쁜 놈이 아니라. 권선재 네가 평범한 사람처럼 연애도 하고 그런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는 거다.”

이해가 가야지.”

선재는 미소를 지으면서 주방을 바라봤다. 다시 또 사과를 하고 있는 은비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게만 보였다.

저 여자도 내 마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쉽게 알게 될 거야. 그리고 한 번 그거 알게 되면, 그 마음 변하지도 않을 테고 말이야. 그러니까 진심을 보여주려고 노력을 할 거야.”

그래, 그 진심 많이 보여주세요.”

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농담은 아니라고 하는데 왜 이렇게 농담으로 느껴지는 것인지. 미안한 일이기는 했지만. 이 녀석이 사실을 이야기를 하는 지에 대해서 확신은 서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등신 같은 짓을 한다고?”

등신 같은 짓이라고 하지 말고, 진심이 통하기 위한 준비 운동이라고 해두지.”

빙긋 웃는 선재를 보면서 희준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