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되게 오래 된 식당이에요.”
“안에 횟집도 있고, 오 되게 많이 파나봐요?”
“그래도 여기서 제가 좋아하는 메뉴가 있어요.”
“뭔데요?”
“여기요.”
“여기 육개장 하나랑 청국장 하나요.”
“네.”
“네?”
직원이 가고 은비는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도대체 어떤 남자가 여자랑 데이트를 하면서 청국장을 다 주문을 한단 말인가? 그렇게 냄새 나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지금 청국장 냄새가 날까봐 그러죠?”
“아, 아니요.”
“괜찮아요.”
“네?”
은비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선재를 바라봤다.
“뭐가 괜찮다는 거예요?”
“여기는 살짝 다르거든요. 그냥 청국장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은비 씨도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은비 씨는 육개장을 먹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청국장은 내가 먹을게요.”
“뭐.”
은비는 살짝 말을 얼버무리면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Rrrr Rrrrr'
순간 선재의 전화가 울렸다. 액정을 확인을 한 선재는 살짝 미간을 모았다. 그러나 전화를 받지 않자 은비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봤다.
“받으세요.”
“아닙니다.”
“무슨 중요한 일일 수도 있잖아요. 제가 뭐라고. 그냥 받으세요. 급한 전화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이 전화를 받으면 가야 할 지도 몰라요.”
“네?”
“지금 제 매니져에게서 전화가 온 거니까요. 아마도 지금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를 한 걸 겁니다.”
“아.”
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과 너무나도 평범한 데이트를 하고 있어서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이 남자는 그녀와 너무나도 다른 그리고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받아요.”
“은비 씨?”
“그 만큼 다른 사람들도 선재 씨를 찾고 있는 거잖아요. 선재 씨는 나보다 중요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전화를 받고 아무 일도 아닐 수도 있는 거고 말이에요. 안 그래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야죠.”
“후우. 알겠습니다.”
선재는 낮게 한숨을 내쉬더니 통화 버튼을 눌렀다.
“무슨 일이야?”
‘지금 드라마 국장님 완전 화가 나셨어요. 형 제가 아까 문자 드린 것 못 보셨어요? 방송국 오셔야 한다고.’
“못 봤어.”
‘아무튼, 지금 이대로 가면 그냥 형 배역 죽여 버릴 수도 있다고 난리세요. 설마 죽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드라마 국장님하고 사이가 안 좋아져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잖아요. 안 그래요?’
“지금 가기가 좀 그래.”
‘형 설마.’
매니져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졌다. 그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는 선재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 생각이 맞아.”
‘형 이해가 안 가요. 나는 형이 이러는 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요. 늘 프로페셔널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되게 우유부단하고 말도 안 되게 행동을 한다는 거 알고 있어요? 이런 형은 아니라고요.’
“다시 전화할게.”
‘형!’
선재가 전화기를 내려놓자 은비는 가만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살짝 미간을 모으고 있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무 것도 아니에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을 하고 있었지만 그 미소가 그저 좋은 미소만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지금 가야 하는 거죠?”
“아니요. 안 가도 되는 거예요.”
“저기 선재 씨.”
“네?”
“일단 우리 3주 동안은 사귀는 거니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어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거. 나는 선재 씨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도 말이에요. 나도 선재 씨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테니까. 선재 씨도 그러면 안 되는 걸까요?”
“후우.”
거짓말은 확실히 위험한 일이었다. 사소한 거짓말은 금방 커다란 거짓말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지금 방송국에 가봐야 한다고 하네요.”
“어머, 그럼 가아죠?”
“그런데 가지는 않을 겁니다.”
“왜요?”
“왜라니요? 지금 저는 은비 씨랑 데이트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은비 씨에게 멋진 하루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스케쥴도 다 처리를 했다고요. 오늘은 스케쥴과 상관이 없는 거니까 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권선재 씨.”
선재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두 사람이 시킨 음식이 나왔다. 은비는 가만히 선재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는 선재 씨가 왜 그러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뭐가요?”
“나 미안하게 만드려고 하는 거예요? 내가 너무나도 미안해서, 그래서 선재 씨를 사귀게 만드려는 거예요?”
“아닙니다.”
“그럼요?”
은비는 가만히 선재의 눈을 바라봤다.
“나는요. 선재 씨가 나 때문에 일에 타격이나 아무튼, 어떠한 피해라도 입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뭐라고, 나라는 여자가 뭐라고 선재 씨가 그런 피해를 입어요? 그리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요?”
“은비 씨.”
“밥 먹고 가요.”
은비는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에게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가지 않을 거였다.
“선재 씨가 지금 간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가도 괜찮아요. 나는요. 어떤 사람보다 자기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멋있더라고요. 그러니까 선재 씨도 선재 씨의 일을 하도록 해요. 그게 멋있는 거니까.”
“정말인가요?”
“네.”
은비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은비를 보는 선재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제대로 만나기 전부터 그저 위로만 받고 있었다.
“그럼 일단 밥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먹죠.”
“좋아요.”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조심스럽게 육개장을 한 숟갈 떠 먹었다. 깔끔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이 괜찮았다.
“맛있다.”
“그렇죠?”
자신이 추천을 한 식당의 음식이 맛있다는 것이 저토록 기쁜 일인 것일까? 선재의 얼굴에 금새 미소가 번졌다.
“여기는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선재 씨는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같이 젊은 사람들은 잘 안 오는 곳인 것 같은데.”
“예전에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식당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회사에서 사람을 보내서 포장을 하시고요.”
“오.”
은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식당을 살폈다. 굉장히 오래 된 식당인데다가 지하철 역과 대로에 붙어 있어서 그렇게 조용한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되어서 사람들의 때가 탄 것 같은 식탁이나 분위기. 젊지 않은 직원들까지 모두 좋아 보였다.
“그런데 선재 씨 거 제대로 나온 거 맞아요?”
“왜요?”
“무슨 청국장에 당근이 들어가 있어.”
“여기 것이 그래서 좋아요.”
선재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한 숟갈 떠서 보였다.
“청국장이 맞아요. 먹으면 분명히 청국장이거든요? 그런데 냄새가 그렇게 역하지가 않아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다른 집 청국장과는 다르게, 그래 스튜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참 좋아해요.”
“한 입 먹어봐도 괜찮아요?”
“그럼요.”
선재는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그릇을 은비에게 살짝 밀어 보였다. 은비는 용기를 내서 청국장에 숟가락을 집어 넣었다. 평소에는 냄새가 난다고 하여서 절대로 먹지 않는 음식 중에 하나였다. 선재의 기대가 가득 차 있는 표정을 보면서 한 입 넣었는데, 그녀의 생각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었다.
“어때요?”
“맛있어요.”
은비는 진심으로 말을 했다. 이렇게 맛있는 청국장은 처음이었다.
“사실 먹기 전에는 그래도 청국장이라고 해서 냄새가 되게 많이 날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먹으니까 생각보다 냄새가 안 나요.”
“그래서 좋아한다니까요. 저도 그냥 식당에 가서 청국장은 잘 못 먹어요. 냄새가 살짝 거북스럽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니까요. 오, 선재 씨는 되게 부자라서 이런 곳은 모를 줄 알았는데, 은근히 새로운 모습도 보이네요.”
“나는 부자 아닌데.”
“에?”
은비는 살짝 볼을 부풀렸다.
“선재 씨 같은 사람이 부자가 아니면 나는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하는 건가? 그러면 안 되는 거죠. 부자면 부자답게 인정을 해야. 우리 사회가 더욱 밝아지고, 더욱 좋아지는 거 아니겠어요?”
“에이. 은비 씨도 과장이 조금 심하시네. 그리고 어디 내가 부자인 겁니까? 우리 아버지가 부자인 거지. 우리 아버지가 가지고 계신 재산은 저하고 하나도 상관이 없는 재산들이에요. 우리 아버지 절대로 저에게 안 물려주실 거거든요. 그리고 저도 받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말이에요.”
“그래도요.”
은비는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육개장을 한 입 먹었다.
“지금 선재 씨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내가 평생을 노력을 하더라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거잖아요. 아니 쉽게 가질 수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전혀 가질 수 없는 것일 지도 모르고 말이에요. 일단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선재 씨가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내가 바라는 결과가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튼 지금의 선재 씨는 솔직히 부러운 사람인 것은 사실이에요.”
“나는 가끔 내가 싫어요.”
“왜요?”
선재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나도 그저 평범한 사람이고 싶거든요. 사실 이런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되게 안 좋게 볼 지도 몰라요. 그래요. 나부터도 안 좋게 볼 거예요. 저렇게 많은 것을 가졌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이런 말을 듣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죠. 나도 전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으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 지에 대해서 알 것만 같아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다시 저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 역시도 사실이에요. 길거리에 아무런 분장도 하지 않고, 아무런 가식도 떨지 않고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걸어가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길을 걸어가면 사람들은 모두 저를 바라보고, 무슨 일일까 자신들끼리 떠들기에 바쁘죠. 그리고 제가 조금이라도 무슨 잘못을 한다면, 일반인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들도 너무나도 커다란 죄가 되곤 해요. 제가 가지고 있는 것, 제가 받는 것. 그러한 것들을 생각을 한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감내를 해야 하는 것이겠죠. 그래도 부러운 것은 사실이에요. 내가 만일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더 없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죠.”
“아우 밉다.”
은비가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선재를 바라봤다.
“지금 선재 씨의 이야기. 되게 재수 없어 보이는 거 알아요? 꼭 어느 나라 왕자님이 하는 말 같아. 선재 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완벽하게 이해를 한다고 하면 솔직하게 거짓말일 거예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고민은 그 사람이 아니고서야 다른 크기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거니까 말이에요. 하지만 선재 씨가 가지고 있는 그 고민들을 들어 보면 그렇게 고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선재 씨는 언제든지 할 수 있잖아요. 지금 그것들을 내리면 되잖아요?”
“뭐라고요?”
선재는 살짝 당혹스러운 눈으로 은비를 바라봤다. 평범한 사람들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너무나도 낯설면서도 신선한 그 이야기가, 어딘지 모르게 선재의 마음에 울리고 있었다.
“선재 씨는 지금 그것들을 그냥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건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일 거예요. 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한 순간 모든 것을 버린다는 거니까. 여태까지 선재 씨가 누리던 모든 것을 포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그 많은 것을 포기를 하는 것은 분명히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선재 씨가 생각을 하기에 지금 선재 씨가 가지고 있는 것들과, 선재 씨가 그렇게 일을 함으로 인해서 가질 수 없는 것들 가운데 저울질을 해보면서,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을 했고, 만일 그 일이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을 누리는 거라면 그 일을 포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해요. 그러면 선재 씨도 같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요. 선재 씨가 하고 있는 고민은 솔직히 배가 부른 고민 아니에요?”
“배가 부른 고민이라고요?”
“그럼요. 선재 씨가 저처럼 되는 일은 더 쉬운 일이에요. 그건 그냥 모든 것을 버리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반대로 내가 선재 씨처럼 되는 일은 쉬운 일로 보이나요? 아니에요. 그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죠. 아니, 어려운 일을 넘어서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재 씨는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다면 그러면 되는 거예요.”
“하.”
선재가 낮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을 듣고 보니 자신은 되게 재수가 없었다.
“지금 나 되게 우스웠겠다.”
“아니요.”
은비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의 고민을 하는 것은 선재 씨만이 아니잖아요.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자기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내가 지금 이 삶을 살지 않는다면 나의 삶이 어떻게 변했을까?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나에게 좋은 삶일까? 그러한 것들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선재 씨도 잘못된 고민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비록 다른 사람들이 너무나도 부러워 할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모두 행복이 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선재 씨 나름의 고민도 있고 말이에요.”
“맞아요.”
선재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크기는 모두 다르니까. 고마워요. 마음이 조금은 시원해졌어.”
“뭘.”
은비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왼손 검지로 코 아래를 비볐다. 그런 은비를 보면서 선재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은비 씨 밥 되게 잘 먹는다.”
“내가 원래 되게 잘 먹어요.”
은비가 배를 두드리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원래 남자들은 밥 잘 먹는 여자가 좋다고 하는데, 설마 선재 씨는 밥도 깨작깨작 먹는 여자를 좋아해요?”
“아니에요.”
선재가 재빨리 양손을 흔들었다.
“나는 그렇게 가식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아니 밥을 먹는 것이 무슨 잘못이라고 여자들이 밥을 먹는 것을 뭐라고 그래? 그게 웃긴 거 아니에요?”
“맞죠.”
“맞아요.”
선재와 은비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그 동안 생각을 했던 선재 씨는 이렇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는데. 아무튼 선재 씨를 보면 좋은 사람인 것 같아.”
“정말로요?”
“네.”
은비가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가서 어떻게 해요?”
“아니에요.”
은비가 가방을 고쳐매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데려다 줘야 하는데.”
“여기 동대문 역인데요.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가면 훨씬 더 빨라요. 그리고 선재 씨 어서 가야 하잖아요.”
“미안하니까 그러지.”
“아니라니까요.”
사람들의 시선이 서서히 잡히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들 본다.”
“보라고 하지?”
“아유, 그럼 다음 데이트는 없어요.”
“그럼 안 돼지.”
선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선그라스를 썼다.
“그럼 내가 금방 전화를 할게요.”
“네.”
선재가 차에 타는 것을 보면서 은비는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 첫날의 데이트 확실히 색다른 남자였다.
“괜찮은 사람이기는 하네.”
맨 처음 봤을 때는 그냥 가수라는 사실에, 소설가라는 사실에 자신감이 넘쳐서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프러포즈를 한 것인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보니까 그건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어서 그러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 중에 하나였다. 그 사람의 성격은 그렇게 밝은 편이었다.
“아 기분 좋다.”
배도 부르고, 미소도 지어지고, 날씨는 꽤나 쌀쌀한 편이었지만 은비의 마음은 그리 쌀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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