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거울 뒤 여자

권정선재 2012. 5. 14. 07:00

[신나는 공연] 거울 뒤 여자

 

섬칫하고 거기다가 섬세한 연극을 보았습니다. ‘홍창수교수님께서 꼭 보러 오라고 해서 갔던 공연 [거울 뒤 여자] 일단 딱 한 마디를 하자면 신기한 연극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극 자체의 분위기 보다는 무대 장치에 더욱 호감이 가더라고요. 아니 도대체 어떻게 저러한 것이 가능한 거지? 아무튼 [거울 뒤 여자]는 마냥 편하게 볼 수 있는 연극은 절대로 아닙니다. 일단 원작 자체가 올해 이상 문학상을 수상한 김영하의 작품인 [거울에 대한 명상]이라는 점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나요? ‘김영하작가의 작품들은 원래 심오한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기에 좋은 작품들이니까요. 특히나 트렁크에 갇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매력적이지 않나요? 게다가 이 두 사람이 아내 몰래 오랜 기간 서로를 탐닉해오던 사람들이라면? 이보다 더 자극적일 수는 없을 겁니다. 일단 영화 [주홍글씨]와 같은 원작을 두고 있고, 영화에서 한석규엄지원그리고 이은주세 사람의 이야기가 바로 이 연극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영화 자체도 굉장히 무겁게 그렸는데 연극 [거울 뒤 여자]는 그것보다 조금 더 무겁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사실 마냥 가볍게 이야기를 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도 아니지만 말이죠. 역겨운 두 인간이 치밀하게 자신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에 대해서 욕망을 그리는 그런 무겁고, 또 무서운. 그리고 그렇게 그려야 알맞은 작품입니다..

 

 

 

    


거울 뒤 여자

장소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출연
한은비, 김강수
기간
2012.05.12(토) ~ 2012.05.28(월)
가격
자유석 30,000원
가격비교예매 글쓴이 평점  

다른 무엇보다도 [거울 뒤 여자]가 매력적인 이유는 연극이 상영되는 설치극장 정미소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살렸다는 점입니다. 사실 트렁크에 갇힌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만 보았을 때는 그다지 매력적인 연극이 아닐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표현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요?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상한 연출을 하실 분도 아니고 말이죠. 게다가 피칠갑이 되어 있던 한석규이은주처럼 충격적인 장면을 넣는 것도 불가능한 일일 거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극은 이것을 아주 영리하게 풀어놓습니다. 공연을 보러 가시면 알겠지만 트렁크로 묘사가 되는 공간이 세 군데가 되었습니다. 그런 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공연을 보여줄 수도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무한정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에 틈을 만들어낼 수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개인의 감정이 가장 많이 들어가야 하는 작품일 수밖에 없는데, 정작 트렁크라는 공간 안에서는 개인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그려진 세트에서는 그게 가능합니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연기는 각자의 고뇌를 충실하게 묘사를 하면서도 갇혀 있는 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묘사하기도 충분한 곳입니다. 참 무서우면서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죠.

 

일단 [거울 뒤 여자]가 좋은 이유는 요즘 대학로에 불고 있는 연극의 트렌드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대학로의 연극들을 보면 일단 요즘처럼 어려운 시대를 가볍게 잊고 볼 수 있는 가볍고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주요한 소재로 삼아져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저만 해도 마냥 편하게 볼 수 있는 연극을 더 선호할 테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런 연극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죠.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이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연극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오픈런으로 즐거운 공연들만 걸리고 있습니다. 물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나쁜 건 아닙니다. 연극은 그냥 어렵고 비싸고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편견을 없앴으니까요. 아무튼 [거울 뒤 여자]는 한없이 진지합니다. 그리고 여러 배우가 나오는 다른 연극드로가 다르게 딱 두 사람이 나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남자와 여자. 이 두 사람이 모든 극을 이끌어내는 무거운 모든 것을 다 맡았죠.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더 깊고 배역을 이해를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결국 [거울 뒤 여자]의 매력은 이 두 사람의 캐릭터가 얼마나 더 매력적이고 잘 묘사가 되어있느냐인데 그 부분이 잘 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트렌드와 다르게 가면서 적은 수의 인물을 등장시킨 것 덕분일 겁니다.

 

물론 연인과 편하게 연극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그다지 추천해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게다가 의자는 또 왜 이렇게 불편한 건가요? 저처럼 미국인 체형에 가까우신 분들은 불편할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맨 앞줄이 좋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연극도 참 신기하네요. 오히려 무대의 모든 것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좋습니다. 물론 앞에 앉으면 배우들의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는 매력이 있지만 말이죠. 그리고 트렁크 쪽 보다는 우리가 보기에 무대를 보고 왼쪽이 낫습니다. 더 큰 무대를 제대로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생각을 많이 하시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결말이 충격적인 데다가 내용 자체도 그렇게 친절하지도 않습니다. 특히나 여러 장치들은 이런 것이 연극에서도 가능한 것일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아주 어려운 연극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영화도 어려운 영화를 많이들 보시곤 하잖아요. 조금 더 심오하고 조금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인간 내면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바로 옆에 나꼼수에서 만든 카페 벙커 1이 있으니 여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보는 내내 어둡고 힘든 80분이었지만 보고 나면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거울 뒤 여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200820092010년 상/하반기 2011년 상/하반기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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