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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에세이] 5장. 노랫말을 가만히 되뇌는 ‘이소라’ [바람이 분다]

권정선재 2012. 11. 20. 07:00

[음악 에세이] 5장. 노랫말을 가만히 되뇌는 ‘이소라’ [바람이 분다]

 

‘이소라’를 보면서 참 신기했습니다.

자신의 노래를 오롯이 하는 가수라서요.

그 어떤 가수와는 또 다른 길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이소라’가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사실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고집쟁이 같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럴 필요도 있어 보이죠.

‘이소라’ 같은 노래를 들려주는 사람이라면 말이죠.

특히나 요즘에는 [바람이 분다]를 가만히 읊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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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참 좋은 노래라고만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를 통해서 그녀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듣는 순간 아, 이 노래는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우는 사람을 사실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노래가 뭐라고 우는 걸까?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하더라도 우는 것까지는 오버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애초에 노래라는 것 자체에 그 정도로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하더라도, 결국 가수가 다시 읊조리는 하나의 악기소리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지금은 아닙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이라는 곳에 한 겹 한 겹 옷을 벗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어릴 적에는 하루라도 빠르게 어른이 되기를 원합니다. 다만 그 어른이라는 것의 무게가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모르기에 하루라도 빠르게 어른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겠죠. 어른이 되면 뭐든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습니다만, 대신 자신에게 짊어지워지는 책임의 무게라는 것이 너무나도 큽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들이 나는 그 사람과의 어떠한 동질성을 가진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아닌 경우도 참 많죠.

 

어른이 되고 나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을 그 자체로 보기 어렵게 되니까요. 분명히 눈에 보이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그러한 것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외모. 그 사람이 사는 동네. 그 사람의 부모님 직업. 이런 것들이 우선이 됩니다. 노래랑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하게 됩니다. 노랫말처럼 나에게 소중했던 그 시간이 상대방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모든 것에 연연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에 연연하게 된다면 세상에 나 혼자서 아이가 되니까요.

 

[바람이 분다]는 누군가를 위로를 하는 노래가 아니라, 나도 많이 아프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노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아픔을 그저 바람에 실려 보내게 되는 순간 내 마음의 무거움도 같이 사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주 이야기를 했던 [길]과도 비슷한 이야기인데 마치 동병상련의 느낌이라고 말하면 될까요? 나만 아픈 것이 아니라 누군가도 이렇게 아파하고 있다. 그래서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워하지만 그래도 시간이라는 것은 흐르고 있다. 이렇게 말을 하는 거니까요. 사실 시간만큼 좋은 약도 없습니다. 아무리 아파도 시간은 결국 흐르게 마련이죠.

 

저 역시 아직 많이 어리지만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생각을 합니다. 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주던 이가 떠나게 되는 순간의 허탈함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의 한 장이 되거든요. 개인의 이야기라 좀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저를 좋아해주던 한 사람이 있었고, 제 부탁으로 인해서 당시 사귀던 이와 헤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그 사람을 받아주기가 그렇더라고요. 그 사람이 나를 그리 간절히 생각을 하는지 몰랐고, 나에게 그 사람이 그렇게 큰 흔적이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시간이 지나고 아팠지만 이미 그 사람은 다시 잡을 수가 없게 된 상황이죠.

 

결국 모든 것은 강한 바람이 불어서 다 씻겨줄 겁니다. 아무리 아픈 일들이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고 그대로인 세상에 흔적도 점점 옅어져가겠죠. 물론 [바람이 분다]는 이렇게 심각하게 들을 필요 없이 그저 사랑 노래라고 생각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누군가 사랑했던 이를 마음에서 보내고 결국 혼자서 보내는 시간에 대한 것 말이죠. 그런데 저는 이것을 과거의 나에게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구라고 생각을 하건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짙은 감수성과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정도로 깊은 공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노래라는 것은 분명하죠.

 

지난주 소개를 했던 [길]못지 않게 어릴 적 마냥 좋아하기만 했던 노래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조금 더 깊이 다가오는 중입니다. [바람이 분다]는 그 중 역시나 손꼽히는 곡이고요. 아직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이 추억이 가지고 있는 깊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에는 조금 이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게 되고, 조금 더 어른이 되면 지금 이 감정을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왕자]를 여러 번 읽으면 나이에 따라서 전혀 다른 글이 되는 것처럼, 노래라는 것 역시 어떤 시간에 듣냐에 따라서 의미가 달라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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