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의 현장

[스토커] G.V에 다녀왔습니다.

권정선재 2013. 2. 23. 07:00

[스토커] G.V에 다녀왔습니다.

 

겨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22

왕십리 CGV에서 [스토커] GV가 열렸습니다.

정식 개봉 전에 GV를 접할 수 있다니!

게다가 너무나도 궁금할 영화에 대해서 말이죠.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너무 아쉽겠죠.

 

일단 [스토커]는 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복수 3부작에 이어서 또 다른 시리즈라고 할까요?

꽤나 잔혹한 그래서 아름다운 동화인데요.

너무나도 잔인한 이 이야기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한 소녀가 어른이 되는 이야기 [스토커] GV입니다

 

[스토커] GV에는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님과 박찬욱감독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스토커]에 대한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원하지 않으시는 분은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김혜리 기자 : 저는 이 영화를 보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할 시간을 오늘 이전에 가진 적이 있는데 감독님 영화중에서 이번 영화 [스토커]와 가장 가까운 영화로 뭘 꼽으실 것인지 여쭸더니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라고 답을 해주셨어요.

거기에는 정신병원의 다른 환자들이 많았잖아요. 그리고 주인공 소녀 임수정을 집중해서 진행이 되지 않았지만, 두 영화 모두 평범하지 않은 소녀를 주인공을 한 영화였고, [싸이보그] 같은 경우는 동화책을 넘기는 것 같은 스토리였는데. [스토커]는 그런 형식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이라 연결되지 않나 싶었어요.

소녀가 중심이 된 두 번째 영화인데 지금까지 감독님의 인터뷰나 여러 가지를 접하면서 장르에 대한 여러 생각을 접할 기회는 많았던 것 같아요. 보통 호러나 범죄, 웨스턴 같은 것은 많이 들었지만 서브 장르 정도인 성장 영화라는 종류의 영화에 대해서 감독님이 [스토커]를 만들기 전에 매력이나 기억 취향 같은 것이 있으면 듣고 싶어요.

박찬욱 : 문학에서나 영화에서나 어린 아이가 여러 가지 아픔을 겪고 나서 어른이 된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많고. 그러한 것은 우리가 다 겪은 일들이기 때문에 흥미를 주죠. 누구나 다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니까. 어떤 범죄극이나 서부극처럼 거리가 먼 이야기보다 관심이 가고, 그런 이야기야 말로 인종과 언어를 초월한 보편성을 가지는 것 같아요.

김혜리 기자 : 보편적으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성장 영화에 있다고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박찬욱 : 제가 또 딸아이를 키우고 있으니까 흥미롭고요. 이 영화에 묘사가 된 소녀가 제 딸하고 닮은 구석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관심이 있는 이야깃거리죠. 이 각본을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우선 그 점이 우선 작용을 했어요. 그래서 각본을 더 읽어보아야겠다. 이러한 생각도 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영화는 좀 그런 성장담 중에서도 특이한 이야기죠. 대개의 성장담은 혼란을 극복하고 성숙하고 안정을 찾잖아요. 그러면서 선한 어른이 되어서 시민 사회에 잘 편입하고 그러면서 끝을 맺는데, 이 이야기는 완전히 반대되는 결말이고. 사진의 필름처럼 네거티브. 그런 점이 새롭다고 봤고 이 각본을 맡아서 영화를 만든다면 바로 그 점에 제일 초점을 둬서 그쪽으로 각색을 해야겠구나. 결심을 했어요.

김혜리 : 한때 이랬었지. 그리고 지금은 잘 커서 시민이 되어야 하는데 인디아는 시민 사회에 위협이 되어가지고. (웃음) 결말을 말씀을 하셔서 여쭤보자면 저는 [싸이보그][박쥐]는 산화하는 이미지로 끝이 나는데, [싸이보그]도 해피엔딩이지만 파국 같은 이상한 해피엔딩이었는데 이 영화도 걱정이 되더라고요. 보통 성장담과 달라서 유년과의 결별이 이렇게 참혹해야만 할까 그러한 생각도 했고. 감독님이 말씀을 하신 것처럼 영화계 대표 딸 바보이신데 인디아를 바라볼 때 아버지의 입장을 깨끗이 지우지 못한 상태에서 무책임하다거나 뭐 어떠한 염려의 마음은 없었을까요?

박찬욱 : 처음에 저에게 온 각본은 지금보다 더 했어요. 학교에서 연필로 찍히는 녀석을 찾아가서 야구방망이를 치켜들면서 끝이 나요. 이건 좀 너무 공포장르. 상투적인 결말 같기도 하고. 그래서 저는 각색을 하면서 연필로 그 자리에서 응징을 하는 것으로 끝내고. 그냥 소소한 성의 표시만 현장에서 해주고 뒤에는 다시 안 찾아가고요. 보안관은 염려가 되는 문제잖아요. 사실적인 위협이 되는 존재라서.

제가 첫 각색했던 영화는 뉴욕에서 끝이 나요. 아버지가 동생을 위해서 장만한 아파트를 인디아가 차지해서 거기에서 살고 있어요. 그리고 고층 아파트 창에 망원경을 설치하고 그것을 들여 보고 있어요. 그래서 맨하튼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것을 확대해서 한 사람 한 사람 쫓아가면서 지켜보는 거예요. 뭔가 무차별 저격하는 살인마 같을 수도 있고. 그런 고립된 시골마을에 살던 애가 도시에 가서 신기하니까. 이 사람 저 사람 구경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호기심에 찬 눈으로 관찰한다. 이런 결말을 상당히 오래 가지고 있다가 여러 가지로 바꾸어봤어요. 관찰 이미지는 영화 속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독수리가 먹이를 내려다보는 그 장면에서 시작을 한 거예요. 또 다른 결말은 사람들 틈에서 뉴욕에서 그냥 생활을 하는 거예요. 친구를 사귀여서 즐기고 있는 그런 인디아인데. 카메라가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때 인디아가 보이는 모습 그대로일까? 뭔가 감추어진. 이것이 다 연기고. 밤에는 다른 짓을 한다거나. 여러 가지 가능한 해석이 있겠죠.

관객이 이 영화를 보면서 인디아라는 사람이 어떻게 파악이 되기를 원하는가. 저 같은 사람이라면 인디아가 참하게 잘 살기를 원하기도 했죠. 그러던 중에 지금이 좋았어요. 뉴욕으로 가는 엔딩이 장점이 바로 단점인데, 장점은 아까 말씀을 드린 것처럼 고립된 시골에서 시끄러운 대도시로 옮겨갔을 때 좀 신선하고 충격적인 그런 기분 전환이 되고 그런 효과가 있는데. 갑자기 그런 대도시로 영화가 가면 딴 영화가 된 것처럼 너무 단절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참 조용하고 작은데 집중을 하는 것이 매력인데 그것을 마지막에 괜히 깰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었어요. 대신 좀 개방된 공간에서 바람이 느껴지고, 선선한 기분이 드는, 시적인 정적 속에서 긴장을 유지하면서 끝을 맺으려고 했죠.

 

 

 

 

김혜리 : 말씀을 들으니 두 가지가 생각이 나는데, 엔딩이 그랬으면 이 영화는 불가피하게 시작도 달라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결국 선택하지 않은 두 가지 엔딩이 인디아가 맨하튼에서 사람을 보는 것과 우리가 사람이 되어 인디아를 보는 두 가지 결말을 생각했었죠.

박찬욱 : 관객의 시선이 다양해질 수 있는데, 라이플이 아직 안 쏘는 것인지. 아니면 망원경이 그것뿐일 수도 있고. 아니면 관심이 없어질 수도 있죠. 인디아가 마지막으로 보는 것은 꽃이기에 안중에 없을 수도 있는 거죠. 누군가 폭력의 충동보다는 이런 아름다움에 도취된. 그것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끝이 나는 거죠. 더 이상의 폭력은 없을 수도 있어요. 뭔가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김혜리 : 꽃이 사소한 의미가 아니네요?

박찬욱 : 제일 중요한 이미지죠. 영화의 시작에도 그것을 넣은 것이고, 그것이 편집 중에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지금의 오프닝은 원래 계획에 없었어요. 편집을 하다가 이 오프닝을 만들고 뒤에만 쓰려고 했던 화면들을 앞에 나눠쓰고, 그것이 뒤에 다시 나오게 하고. 마음속의 목소리도 새로 써서 녹음했죠.

김혜리 : 우리는 감독의 편집권이 할리우드서 많이 침해를 된다고 하는데 오프닝을 바꾸고 대사를 새로 추가를 하는 것은 작은 것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새삼 놀랍네요.

박찬욱 : 제 마음대로 하는 것은 아니고. 동의가 있어야 하고. 참 좋아들 했어요. 제가 쓴 대사들. 아주 좋아하고, 미국식 표현으로 북엔드라고, 양쪽에 책꽂이를 하듯이 그런 구조라고.

 

 

 

 

김혜리 : 이 영화를 보면서 제가 처음 느꼈던 놀라움은 어디까지가 작가의 것이고 어디까지가 감독의 것인지. 경계선을 나누기 어려운. 크래딧에는 이름이 각본으로 올리지 않았는데. 잘 통합이 되어서 역으로 감독님이 원래 받아들인 시나리오보다 작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추가하시거나 변화를 주신 것 중 큰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요? 미술이나 의상?

박찬욱 : 정말 많은데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손을 봤으니까. 어떤 건 많이 바뀌고, 어떤 건 조금 바뀌고. 어쨌든 다 바뀌었죠. 그런데 그것을 구별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생각도 들어요. 각본에서 많은 수정이 있었지만 제 머리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에요. 대사에서는 배우들도 돕기도 하고, 다른 영어 작가의 도움도 있었고. 또 엄마의 폭언이 끝인데 그리고 나서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해서 스스로 놀라서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거지? 하는 기분으로 인디아 도대체 너 누구니? 너는 나를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 두 대사는 니콜 키드먼이 만든 대사였어요. 토론을 하면서 막 저주에서 끝이 나면 재미가 없고, 그 후에 자기 스스로 어떠한 말을 할 수 있을까? 엄마라면 무슨 말을 할까? 그래서 막 주거니 받거니 해보라고 해서 그 두 가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그것을 골라서 있죠.

현장서 추가가 된 것도 있는데 첫 저녁 식사에서 이 요리를 어디서 배웠는지 묻는데 그 식당 이름을 이야기를 하죠? 그게 정신병원인데. 요리사 이름은 정신과 의사의 이름이고. 그것을 마치 프랑스의 어떤 식당인 것처럼 스스로 비틀어서 농담을 하죠. 이건 매튜가 직접 넣은 거예요. 본인의 말버릇인 제 한심하고 쓰레기 같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요. 아니면 혼내주세요. 이렇게 슬쩍 던진. 아마 자기는 몇 달 생각을 했겠지만. 적어도 관객이 그 당시에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니까 두 번을 보거나 DVD를 보면 웃을 수 있는. 그런 식으로 스태프들의 기여가 곳곳에 있고.

큰 것만 말씀을 드리면 시작과 끝. 그리고 그 특이한 샌들 슈즈가 원래는 인디아의 취향인데, 그것을 제가 확장을 해서 매년 정체불명의 어떤 이로부터 배달이 되어오는 어떤 상징. 그런 것도 생겼고. 그리고 흉기도 새로 생겼고. 너무 많아서 다 이야기를 하기는 힘드네요.

김혜리 : 프랑스어 생각을 들으니 이번 영화에는 적지만 이상한 농담이 있잖아요. 웃어야 하는 것이 맞을까? 이런 것들이 좀 적은 편 같았는데. 지금 말씀을 하는 것을 들으니. 정신병원 마지막이 새롭게 다가오네요. 그리고 보통 영화에서는 외국어로 영어가 들어가는데,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불어가 그 이질감을 주기도 하고.

제가 한 가지 더 궁금한 것을 여쭐게요. ‘박찬욱감독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가 극약을 아무렇지도 않게 쓴다. 우리가 잘못하면 영화가 너무 얄팍해서 안 쓰는 것들. 일인칭, 플래시백, 플래시 포워드 등을 함부로 쓰면 영화가 가벼워보여서 잘 안 쓰는 것들인데 감독님은 과거 영화에서도 컷을 붙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팍팍 쓰시고. [스토커]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교차 편집이었다고 생각이 되는데. 영화에서 크고 작은 단위로 반복이 되는데. 고모할머니가 죽게 되는 시퀀스 생각이 나시죠? 그렇게 화려하게 나왔고. 또 대과거의 살인과 과거의 살인과 알아차리는 인디아와 찰리가 마주하는 장면이 바느질 된 부분도 있었고요. 보통 교차 편집이라는 것이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의 일이라거나, 반대의 경우라거나. 인과 관계로 연결이 되는 것이 붙잖아요. 그런 모든 것을 포함해서 이번 영화에서 교차 편집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박찬욱 : 오남용하면 영화는 싸지죠. 제 영화를 놓고. 옛날 미국의 B여화를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바로 그 기법을 많이 쓰기에 그럴 수도 있죠. 저는 어떠한 기법이든 그것에는 죄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플래시백이 무슨 죄가 있겠어요? 잘못 쓰는 감독이 죄인이죠. 그것이 오남용 되는 이유는 그만큼 효과적이고 영화만이 가진 재미를 한껏 주기 때문이죠. 그 기법 중에 한 가지가 클로즈업인데. 클로즈업이 많이 쓰인 영화만큼 불편한 것은 없죠.

물론 영화에서 잘 쓰였을 때 얼마나 좋을까를 보았을 때. 영화에서 일부러 쓰지 않는 것이 얼마나 바보인가? 그러한 생각을 해요. 오직 영화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구를 왜 쓰지 않는가? 그것이 아름답게만 쓰인다면 좋은 거죠. 쓰되 한 번 쓰려면 과감하고 거리낌 없이 써야지 쭈뼛 거리면 스스로 자신이 없는 것이 드러나는 거죠.

김혜리; 옷과 비슷한 것 같은데. 쭈뼛거리면 옷이 안 어울리고 당당하면 어울리는 것처럼 말이에요.

박찬욱 : 샤워장면서 교차 편집이 이미 각본에서 있었어요. 그래서 이것이 참 매력적이라서 영화 전체로 확장을 해야겠다. 그러한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잘게 쪼개서 섞어서 커다란 덩어리로 만드는. 그렇게 한 이유는 첫째로는 융합적인 것에서. 리듬의 문제라는 거죠. 영화에 그런 리듬을 부여하는 거죠. 그냥 연대기. 시간 순서대로 1.2.3 가는 것보다 훨씬 흥미로운 리듬을 만들죠. 그리고 별개라고 생각을 했던 요소들을 마치 시를 꼬듯이 꼬아서 하나로 엮는 거죠. 이러한 것은 결국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결론을 만들어내는 거죠.

세 인물이 각기 자기 볼일을 보는데 결국 하나로 맺어지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더 과거와 꼬여서 현실로 이어지는. 찰리의 동생에 대한 살인이 형에게로 가고. 그리고 인디아와의 조우로 귀결되는. 운명의 느낌을 만드는?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각기 다른 인생이 이런 식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이 영화에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된 것 같죠.

김혜리 : 보통 교차 편집을 클라이맥스로 가는 계단으로 쓰잖아요? 꼭 그것 때문은 아니지만 영화 전체에 교차가 많다 보니 나중에 다 돌이켜 보니 인디아의 각성과 가출이라는 하나의 점을 향해 달려가는 착시 효과가 인상에 남지 않았나 싶어요.

박찬욱 : 많은 영화에서 교차 편집이 막 찍어놓고 어떻게 되겠지 편집실로 가져갈 때가 많죠. 그러면 망한 거예요. 이걸 다 계획을 세워서, 이 샷과 저 샷이 어떻게 붙는지를 다 계획을 해서. 그래야 거기에 진정한 리듬이 생기죠.

 

 

 

Q. 영화에서 인디아에게서 배두나가 많이 보이는데 일부러 의도한 것이 있었는지 그 점이 궁금합니다. 또 여주인공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랑 느낌이 다른 것 같은데요?

A. 오늘 또 장화홍련임수정 이야기한 사람이 많았고. 저도, 미아의 성격 탓인 것도 있는데. ‘임수정양이 자꾸 생각이 났어요. 그런데 배두나양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일단은 가발을 썼죠. 이 영화에서는 엉클 찰리와 인디아가 같은 핏줄. 그래서 엄마와는 완전히 구별이 되는. 그래서 엄마가 볼 때 굉장히 소외감을 느끼는. 그러한 외모상의 연결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둘의 외모 색과 눈동자 색을 맞추는 것도 그래서였죠. 그런데 매튜가 금발이 안 어울려서 미아를 거기에 맞췄죠. 몇 장면에서 일부러 클로즈업을 비교되게 사용을 했어요. 특히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이비가 두 사람의 밀회를 엿볼 때 둘의 클로즈업을 한 화면으로 보여주죠. 그 상황에서 둘의 유사성을 느끼게 되죠. 그래서 하여간 엘리스 때와는 나이도 들었지만 머리와 눈동자 색. 그리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지을 때가 있죠? 셔터 내린 것처럼 감정을 알 수 없는. 그러한 모습. 약간 보통의 사춘기 소녀처럼. 그래서 달라보였을 겁니다.

 

Q. 할리우드 영화라서 더 신경을 쓰신 부분이나, 거미에 관한 것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요?

A. 각본의 시작이 거미부터 였어요. 거미가 피아노 현에서 시작을 해서 피아노 다리를 타고 내려와서 인디아 쪽으로 접근하면 인디아가 밟아서 죽여요. 그렇게 시작을 했는데. 사람들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해서 그렇게 만들려고 했는데 그런 행동은 인디아를 너무 예측하게 만드는 거예요. 굉장히 특이하고 무서운 애라는 것을 처음부터. 이렇게 센 영화다. 시작을 하는 것은 좋지만 재미는 없다. 그 상황에서만 재미지만 전체에서 안 어울린다고 봤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생각이 발전을 한 건데. 그래서 타고 올라오게 그냥 둔다. 그런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것이 스커트 속에서 들어가는 것까지 그냥 둔다면 어떨까? 그것은 오싹한 이미지가 되지 않을까? 그래서 영화의 시작에 나올 수가 없어서 나중으로 미룬 거죠. 처음 시작에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그 거미는 여러 해석이 가능하겠죠? 엉클 찰리의 죽음에서 그의 몸에서 떠나가죠? 영혼이 떠나는 것처럼. 삼촌을 대신하는 에로틱한 이미지일 수도 있죠? 그리고 제목이 드라큘라 작가 이름에서 온 것처럼. 삼촌과 인디아는 보통 인류와는 구별이 되는 이상한 종족이다. 그러한 생각도 들고. 박쥐를 몰고 다니듯 거미를 몰고 다닌다.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그리고 이러한 종류에서 거미는 털이 숭숭 나고 크고 그런 것들이 많고. 미국에서 제공해주는 스태프도 그런 거미를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냥 몸통이 작고 길고 가느다란 다리가 쭉 펼쳐지는. 매튜를 생각하게 하죠.

빨리 찍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고. 그게 가장 어려웠어요. 현장 편집 같은 개념이 미국 사람들이 없어서. 설명하는데 한참 걸렸어요.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미국에서 다 그런다더라. 기술인데. 그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있어요. 얘기를 해주면 그거 괜찮겠는데요? 그러더라고요. ‘김지운감독이 실제로 썼는데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Q. 마지막에 재미의 구성 요소가 부족하지 않나? 정당성이 떨어지지 않나 싶은 점이 있는데요. 그것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A. 꽤 긴 시간에 걸쳐서 변화 과정을 추적했다고 생각하는데. 삼촌과 엄마의 키스를 흉내 내려고 윕을 유혹하다가 봉변당하는 것을 삼촌이 구해주는데. 거기에서부터 삼촌이 윕을 묶고 넘겨주죠? 그것은 아주 명백한 비유가 있는데. 맹수가 새끼에게 사냥 법을 가르칠 때. 사자가 사슴을 잡아줄 때 움직이지 않을 만큼만 상처를 입혀서 새끼들이 그것의 숨통을 끊고 먹게 하는. 한 번 해보라고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행위죠. 그래서 윕의 엉덩이를 툭툭 치고 인디아에게 주고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죠. 그 순간 인디아가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그렇게 차츰차츰 자신의 성향을 발전시켜 나가는 거예요.

또 냉동고에서 부인의 시체를 보았을 때 놀라지만 다시 또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관찰하죠. 그리고 신고도 하지 않잖아요? 삼촌의 소행인 게 뻔한데 추궁하지도 않고. 점점 그런 일에 맛을 들여가는 거죠. 결국 샤워할 대 보면서 살인이 저질러 질 때 윕의 손을 꼭 붙들어서 자신의 가슴에 얹어서 고정시키면서 살인을 돕죠. 그런 식으로 계속 나아가는 겁니다. 그리고 결국은 성적인 희열로 이어지고, 그리고 저희끼리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은 하이힐을 신겨주는. 무릎을 꿇은 기사가 여왕의 즉위를 돕는. 그런 것 같은. 그래서 저희끼리는 대관식이라고 불렀는데 그 순간에 이르러야 인디아는 자신의 멘토인 삼촌을 내려다보면서 더 큰 존재로 부상하게 되는 거죠.

 

김혜리 ; 삼촌은 그래서 하나가 되거나 같이 떠날 거라고 했는데 그만의 생각이었군요.

 

Q. 왜 엄마는 죽이지 않고 떠났는지?

A. 무서운 분이시네. (웃음) 왜 엄마를 죽여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세요? (웃음) 그런 의견을 낸 사람도 더러 있었는데, 사실 엄마는 그 정도에 이르러서 인디아에게 거의 안중에 없는.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굳이 살려두었다기 보다는 그냥 내버려둔? 그렇게 본 사람도 있고요. 아무리 그래도 엄마에 대한 정이 좀 있기에 엄마를 구하느라고 삼촌을 쏘았다는 견해도 있었고, 그런 것을 최대한 중립적으로 만들려고 굉장히 애썼죠.

촬영도 여러 가지로 했는데. 인디아가 총을 들고 왔을 때 찰리의 표정. 이비의 표정. 번갈아 두 어른을 보는 인디아의 표정. 이것이 여러 번 왔다 갔다 하고. 총을 맞는 순간의 찰 리가 미소 짓는 것도 있었고. 쓰러진 다음에 인디아가 안고 우는 것도 찍었고. 찰 리가 죽어가면서 인디아를 보는 것도 찍었죠. 그런데 이렇게 저렇게 해보아도 지금처럼 중성적으로 두는 것이 제일 깔끔하고 인디아가 가장 무섭게 보이죠. 찰리에게도 큰 관심이 없고. 엄마에게도 관심이 없는.

 

Q. 엄마가 가구를 불태우는 장면의 의미는?

A. 그 전에 빠뜨린 것이 제가 쓴 각본에 삼촌과 인디아가 엄마를 떠나기에 앞서서 엄마를 살해하기로 작당을 해요. 그래서 정원을 함께 산책을 하면서 아름다운 황혼에 독버섯을 따요. 그래서 오믈렛을 요리해서. 야광인 광대버섯의 남은 재료가 어두운 부엌서 반짝이는 것도 써봤어요.

가구를 태우는 것은 남편에 대한 기억. 지긋지긋한 스토커에 대한 어떠한 정리? 모두 다 정리하고 새 인생을 찾아야겠다. 그래서 샤워도 하고 머리도 하고. 가장 섹시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름답게 나타나서. 저주 정도의 응징을 하고. 삼촌에게서 떠나라고 하는 것들까지의 일련의 과정입니다.

 

Q. 사운드적인 부분에서 유난히 더 관심을 가지신 부분이 있다면?

A. 처음부터 이 영화가 조용한 영화가 되리라는 생각이. 제가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였어요. 그게 당연한 거죠. 외딴집에서 대다수의 일들이 이루어지니까. 이 조용한 것에서 신경을 건드리는 관객을 예민하게 만드는. 별다른 사건도 안 벌어지는데 자꾸 긴장하고. 짜증나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가 계속 간다. 아주 조용한 가운데 무섭다. 그러한 것인데. 역시 그런 데서 가장 중용한 것은 소리겠죠? 대사도 아니고. 음악도 아닌. 어떤 다른 소리들. 그것이 효과적으로 사용이 될 때. 관객은 굉장히 긴장을 하고 예민해지죠. 자극하죠. 사람을. 그래서 조금 더 주의 깊게 화면을 보도록 유도합니다. 그래서 어떠한 특정한 소리들을 조금씩 더 잘 들리게 함으로써. 그런 효과를 만드는 거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리는 인디아에게 삼촌이 와인 잔을 줄 때 그것이 쓸리는 소리. 그리고 그것을 들 때 그 안에 소리가 울리는. 안에서 숨결이 소용돌이치는 느낌. 그런 것 참 공들여서 만들었어요. 미아에게 몇 번씩 시켜서 만들어진 거고. 여러 가지 장면의 모든 소리에 대해서 뭉뚱그려서 다 뒤섞이는 소리가 아니라, 특정한 것들. 원하는 어떠한 소리가. 녹음 전면에 나오도록.

 

 

 

김혜리 : 소녀 3부작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다음 영화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혹시 다음 소녀가 어딘가에 있나요?

박찬욱 : 다음 소녀는 코스튬 드라마. 시대극? 그런 것을 하고 싶고. [스토커]가 좁은 공간에 갇힌 영화였고. 여자다운 영화고. 뭔가 우아하고 미묘한 영화여서 만들면서도 마음이 답답했어요. 다음 작품은 벌판에 나가서 남자들만 나오고 완전히 난폭하고 거친 영화를 만들 겁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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