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영화의 현장

[달팽이의 별] 관객과의 대화에 다녀왔어요.

권정선재 2012. 12. 19. 07:00

[달팽이의 별] 관객과의 대화에 다녀왔어요.

 

날이 많이 추워진 대선 전날

인디스페이스에서 두 번째

굿 다운로더 이벤트가 열렸어요.

첫 날 [파닥파닥]에 이어서,

이번에는 다큐멘터리 [달팽이의 별]입니다.

 

시청각 장애인인 영찬.

그리고 어릴 적 다친 순호.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함께 살아갑니다.

서로 아프기에 더욱 애틋한 두 사람의 이야기.

추운 날 마음은 따뜻해지더라고요.

 

이승준 감독님과 최광희 평론가님이 함께 했어요.

 

 


달팽이의 별 (2012)

Planet of Snail 
9.5
감독
이승준
출연
조영찬, 김순호
정보
로맨스/멜로, 다큐멘터리 | 한국 | 85 분 |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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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 올 한 해 사랑을 많이 받았고, 감사한 마음이 컸고, 극장에서 상영을 할 기회를 얻게 될 줄도 몰라서 기분이 좋아요. 날이 추운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투표 다 하실 거죠? (웃음)

평론가 : [달팽이의 별]은 장애인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기존의 것들과 조금 다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셨을 텐데요. 어떠셨나요?

 

Q. 음향이 조금 특별한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건가요?

감독님 : 사운드 디자인 작업을 핀란드에서 했어요. 거기 영화 위원회에서 지원을 받고 작업을 했는데. 보통 다큐멘터리는 비용 탓에 극 영화처럼 사운드에 공을 들이지 못해요. 하지만 저희는 지원을 받아서 극 영화처럼 크레이티브한 그런 거? 일단 저는 한국에 있기에 그냥 연락을 받아서 했는데. 그래서 저는 주인공의 우주인과 물이라는 키워드를 주었고 사운드가 나오더라고요. 나무 만지는 것도 다 그러한 것에서 나온 거고. 다 그쪽에서 알아서 작업을 해준 거예요. 그리고 제가 또 보고 코멘트를 달고 이런 식으로 했습니다. 일일이 요구한 것은 아니고 그쪽에서 잘 해준 거죠.

평론가 : 전반적으로 사운드가 우리가 물 속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소리? 그런 먹먹한 느낌. 그게 주인공인 영찬 씨가 느낄 법한 소리인 것이 아닐까? 이런 느낌을 받으면서 봤어요.

감독님 : 영찬 씨가 들을 법한 소리를 상상한 것은 불가능하고,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펙트의 전달이 아니고 객관적일 수도 없고 일단 감독이라는 창을 통해서 한 번 거치는 건데, 감독의 영화고요. 감독의 이야기를 하는 매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평론가 : 달팽이가 안 나오는데 달팽이의 꿈인 이유와 왜 순호 씨와 영찬 씨를 다큐멘터리로 하게 된 건지,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난 건지 궁금하네요.

감독님 : 영찬 씨가 시청각 장애인은 달팽이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요. 속도가 느리고. 저는 처음부터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어린 왕자] 같은. 달팽이의 별이라는 거 제가 지었고요.

영찬 씨가 언론에 노출이 되었던 적이 있어요. 2006년 일본에 시청각장애인 포럼이 있는데 거기에 가서 손가락을 써서 대화하는 것 배웠어요. 그리고 일반 대학에 진학을 하면서 이슈가 되어서 그렇게 알게 되었어요. 저는 EBS 과학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었는데 인간의 손가락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거였는데, 손가락 대화가 좋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틀 정도 취재를 했고요. 2008년 봄에 만나고 그 해 겨울에 다음 작품 생각을 할 때 영찬 씨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우리가 헬렌켈러는 많이 아는데 한국에도 이런 분이 있다는 거 잘 모르고 정채도 없고. 소수자 중에 소수자?

그런데 만나면서 인간적인 매력에 더 끌렸어요. 영화는 이벤트가 있는 것 같지만 일상은 굉장히 무료하거든요. 사회 활동을 하는 분도 아니라서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한 번 있는데, 영찬 씨가 맥주를 좋아해요. 공식적으로는 술을 안 먹는데 (웃음) 가서 병맥주를 손에 잡게 하니 활짝 웃으면서 천상병 시인에 대해서 물으시더라고요. 천상병 시인이 생전에 맥주를 정말 좋아하셨는데 손님이 맥주를 사올 때 캔이나 페트를 사오면 뭐라고 했대요. 병에 들어와야 진짜 맥주라고. 그 순간에 이 사람을 다큐멘터리로 해야겠다. 논리적인 것 보다 이 사람의 시선이 너무 예쁘고.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거라서 시작을 했죠.

 

 

 

 

Q. 중간에 글들 영찬 씨가 쓴 건가요?

감독님 : 영찬 씨가 쓰신 거고 이미 써놓은 것들.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라서 습작을 많이 했더라고요. 그래서 보고 제가 골라서 영화 구성에 맞게끔 배치를 한 겁니다.

 

Q. 별이 이중적인 의미인 것 같은데? 어떤 별을 보셨나요?

감독님 : 저는 외로움이라는 별을 먼저 봤어요 그리고 공감에 별. 처음에는 불편하니까 의지하고 사는 구나. 혹은 순호 씨가 되게 착해 보이잖아요? 이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구나. 그래서 영찬 씨 곁에서 살아가는 구나. 그런데 일 년 지나니까 순호 씨의 외로움이 보이더라고요.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서로에 대한 외로움을 정말로 뼛속 깊이 공감을 하는 거더라고요. 머릿속의 이해가 아니라. 동정이나 연민 이런 것도 아니고. 그 공감 덕에 가능한 사랑이라고 봤거든요?

두 사람만이 아니라 친구들도 이야기를 할 때 외로움 이야기를 하는데, 그 순간에야 장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경제적으로도 어렵지만 일상서 외로움이 가장 힘들구나. 이러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상 1. 대다수의 매스미디어가 소수자를 왜곡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 영화는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은 느낌이었어요.

감독님 : 처음에 두 사람이 촬영을 거절했는데 미디어에 그런 식으로 비춰지는 것은 싫다. 도와주는 연민의 대상이 싫어서 안 한다고 했어요. 저도 그런 것이 싫었어요. 장애인을 소재로 만든 적이 이전에 없는데 이런 시선이 너무 싫었어요. 그렇지 않은 방식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보면 또 잘 모르겠고, 그런데 장애를 가져서 만들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잘 보신 것 같아요.

평론가 : 나뭇잎이나 빗물을 만지는 것을 보면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가 더 무디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평소 쓰지 못하던 촉수들을 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상 2 : 사람은 자신과 다르면 혐오스럽게 보는데 촬영할 때 시민들이 어떻게 봤나요? 신기하게 보거나 피하지는 않았나요?

감독님 : 2년간 찍으면서 특별히 그런 순간은 없어요. 두 분이 사회 생활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학교랑 집도 가깝고. 시선이라는 것이 겉으로 확 드러나게 문제가 있거나 그러한 점은 없었고. 다만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것은 분명히 있죠. 그렇다고 되게 이상한 사람? 이런 건 못 느꼈어요.

다만 두 사람이 학교를 다닐 적 20대 때 두 사람은 이런 걸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영찬 씨는 가족들하고 사이가 안 좋아요. 어릴 적 윷놀이라도 안 끼워주고 무시를 해서.

그런데 두 사람이 되게 쿨한게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할 때도 나는 비장애인하고 똑같다가 아니라 장애가 있다는 걸 인정해요. 영찬 씨도 그게 되게 힘들어서 트라우마를 아직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농담도 잘 해요. 월드컵 졌을 때 나는 들리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 열 안 받지롱. 이러기도 하고.

 

 

평론가 : 다큐멘터리는 다루고자 하는 대상과의 어느 정도 유지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마이클 무어는 자신이 직접 주인공이 되는데 이 영화는 아닌 것 같아요.

감독님 : 인터뷰를 했지만 편집감독과 의논할 때 안 쓰는 것이 맞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 작품만이 아니라 관찰자만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만 따라가기 보다는 그 안에서 특별한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 감독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을 해요. 수영 장면은 놀러 겸 촬영 겸 가서 조금 찍을 수 있도록 유도를 하기도 했죠. 형광등 가는 것 같은 경우도 제가 도울 수 있지만 직접 하라고 말씀을 하는 이런 정도의 개입은 해요.

평론가 : 방송에서는 개입을 많이 하거든요.

감독님 : 그래서 캐나다 등에서 그런 것은 안 쓰지만 구소련 등 동유럽에서는 아직 그런 것이 논란이 되어요. 저는 그런 형식적 개입은 나쁘다. 이것 보다는 연출자의 모랄로 귀결이 된다고 생각을 해요. 아무리 형식적으로 개입을 안 한다고 하더라도 편집이 들어가기에 잘못될 수가 있는 거거든요.

 

Q. 영찬 씨가 긍정적인데 평소 장애인 이미지가 매스 미디어 등에서는 부정적이잖아요. 혹시 촬영하면서 다른 무언가 느낀 것 있으신가요?

감독님 : 시간 지나면 그런 것 안 느껴지고. 동갑이라 그냥 나랑 좀 다른, 조금 불편한 사람? 이렇게 생각하며 그냥 친구가 되었어요. 안경을 낀 것도 벗으면 안 보이잖아요? 같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돕게 되고 이게 순호 씨도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또 보면 밝은 모습이 더 많이 들어간 것이 일상이 그렇고 유머가 많아요. 되게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고. 순호 씨도 재밌어요. 저는 자 이제 걸어요. 이런 걸 하는 감독인데 나중에는 순호 씨가 즐기면서 한 번 더 갈까요? 이런 식의 농담도 하더라고요.

평론가 : 이 영화는 장애인에 관심을 촉구하는 영화는 아닌 거죠?

감독님 :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면에 내세우고 싶지는 않았어요. 자연스럽게 공감을 했으면 좋겠다. 소수자 중에 소수자니까 보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평론가 : 외국 관객의 반응은 우리나라 관객과 좀 다른가요?

감독님 : 기본적으로 비슷해요. 웃는 지점 등. 영찬 씨의 글이나 손가락 대화 등을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힘든 것이 왜 안 나오는지 가끔 물으시더라고요. 그런 게 안 나오면 불편하신가 보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영화제들에서는 그런 질문들은 안 나와요. 오히려 더 편안하게 보시죠. 미안한 감정 이런 것도 없고요. 우리나라 관객 분들은 처음에는 웃으면 안 될 거야 생각하며 잘 안 웃으시는 것 정도가 다르달까?

 

평론가 : 지금 두 사람은 어떻게 살고 계신가요? 저 분들은 어떻게 생계를 이어나가시나요?

감독님 : 기본적으로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고 있고요. 아파트를 월세를 형이 내주고 있어요. 학교는 장학금으로 다니고. 쓰는 것은 많이 없으니까요. 이 정도로 생활을 하고. 순호 씨 말로는 영찬 씨 몰래 저금도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영찬 씨 대학원 들어갔고 가끔 순호 씨에게 문자가 와요. 눈이 온다는 이야기 등 수다 떨 듯 오기도 하고. 최근 한 재단의 후원으로 런던을 같이 다녀왔어요. 그곳은 시청각장애인 단체 등이 잘 되어서 그걸 찍어서 EBS에서 11월에 방송이 되었고, 두 사람은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평론가 : 이 행사는 굿 다운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연말에 특집을 해서 네 평론가가 한 편씩 그 해 가장 우수한 독립 영화를 선택하는 건데. 이 표현이 웃기기는 하지만 꼭 극장에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추천을 했고요.

감독님 : 오늘 이 자리가 너무 반갑고 감사드리고요. 또 이런 계기로 왔으니 다운로드 서비스 하고 있거든요? (웃음) 저도 검색을 많이 하는데 분위기들이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다만 여전히 창작자로 작은 영화들은 극장서 보여드릴 기회도 적고, 그래서 부가 판권이 제대로 형성이 되면 굉장히 큰 힘이 되거든요. 많이 응원해주시고 다음 작품 들어갔는데 2년 후나 3년 후에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 2011 다음 라이프 온 어워즈 영화 부분 Top 2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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