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악동 테리에
어릴 적 친구들에게 거짓말 하나 정도는 다들 한 적이 있을 것 같아요. 내 친구에게 자존심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거짓말 말이죠. 그리고 어린 시절 우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그냥 친구인 아이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악동 테리에]는 우르르 몰려다니기만 하다가 진짜 친구의 의미도 찾고 가족도 생각하게 되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귀여운 표지만 보고는 그냥 십 대 아이들의 뭔가 귀여운 일이 아닐까 생각을 했더니 그 속에 담겨 있는 아픔 같은 것은 어른들이 쉽게 생각을 하기 어려운 것들이더라고요. 엄마가 불안 장애를 겪고 있어서 낯선 이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인데 아버지까지도 없다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꽤나 귀여운 느낌에 빨리 읽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상처는 꽤나 묵직해서 그렇게 편하게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의 느낌이 듭니다.
악동 테리에
- 저자
- 엔드레 룬드 에릭센 지음
- 출판사
- 예담 | 2008-05-23 출간
- 카테고리
- 소설
- 책소개
- 엉뚱하지만 순수한 소년들의 좌충우돌 성장기! 노르웨이 작가 엔...
주인공의 반에 조금은 짓궂어 보이는 아이가 하나 전학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하지만 그 아이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을 다른 모습으로 꾸민 거죠. 어린 시절 누구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약해보이지 않기 위해서 꾸며내는 그런 모습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보통 생각하는 부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이라면 다른 아이들에게 자신을 속일 이유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평소의 다정함을 모두 잃어버리는 아이라면 당연히 자신의 모습을 다른 모습으로 보일 수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야 다른 이들이 그 아이를 조금이라도 쉽게 보는 것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죠. 세상이라는 것이 원래 아무리 나이가 많건, 나이가 적건 약해 보이면 그 사람을 만만하게 보게 되니 말입니다. 다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한다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냥 그 어떤 이도 자신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 정도가 전부라고 할까요? 주인공과 ‘테리에’는 울고 싶은 아이지만 애써 울음을 참고 있는 느낌이에요. 특히나 주인공의 경우 이미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상황이지만 자신마저 무너지고 나면 그나마 자신에게 의지를 하고 있는 엄마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죠. 이 가녀린 아이는 동시에 ‘테리에’가 그리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그 아이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됩니다. 너무나도 많은 상처를 입어서 그 누구에게도 쉽게 위로를 받을 수 없는 비슷한 형편의 두 아이가 서로에게 의지를 하고 자신의 상처까지 치유를 하게 되는 거죠. 그저 평범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고 다정하지는 않더라도 챙겨주고자 하는 아버지가 갑자기 술을 마시고 괴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정도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님에도 같이 견딜 이가 없어서 점점 더 지쳐가던 아이들이 말이죠.
무언가 소설 자체가 굉장히 조심스럽게 진행이 되는 느낌이에요. 일단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가 벌이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워낙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어서도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을 이들이 십대이기에 소설 자체는 굉장히 쉽습니다. 평일 저녁 텔레비전 드라마 대신에 보더라도 자기 전까지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고 쉽게 나아가지만 그리 가볍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불만인 것은 여전히 다른 어른들이 이 아이들이 아프다는 사실에 대해서 제대로 인지를 못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각자의 엄마와 아빠가 서로에게 의지를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된 것은 아니니 말이죠. 상처 받은 두 아이의 우당탕탕 일상 이야기가 여러분도 궁금하시다면 [악동 테리에] 어떠세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야!”
나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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