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생명의 허들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것 그 자체에 좌절하고 무너질 것만 같은데 그 상황에서도 끝까지 일어나는 한 소녀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수기입니다. [생명의 허들]은 우리에게 [1리터의 눈물]로 잘 알려진 소재를 이번에는 엄마의 눈으로 바라본 수기입니다. 엄마의 눈으로 딸의 병을 바라봐야만 하는 만큼 더 아프고 아리게만 느껴집니다. 자신이 대신 아파서라도 딸을 지키고 싶다는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 누구보다도 딸을 사랑하는 사람. 딸의 아픔을 곁에서 고스란히 다 보고 있는 누군가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은 그 자체로도 그다지 편한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아픔이나 그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죠. 자신이 사랑하는 딸의 아픔을 바라만 봐야 하는 어머니는 아파보입니다.
사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 것보다 그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 일이 훨씬 더 아프고 어려운 일일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아픈 것을 그냥 바라만 봐야 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해줄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겠죠. 특히나 어린 딸이 아프다면 더더욱 그런 마음이 들 겁니다. 곁에서 그 아이가 아픈 것을 가만히 보는 엄마의 마음도 그다지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닐 테니까요. 하루하루 딸이 더 지쳐가고 아파하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최대한 덤덤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하려고 하더라도 그것을 보고 그냥 덤덤하게 견디기란 어려울 겁니다. 특히나 어머니의 자리라는 것은 더더욱 쉽게 포기를 할 수가 없는 자리니까요. 자신이 지치고 아프면서도 강하게 보여야 하는 자리입니다.
엄마로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만큼 먹먹하면서도 그에 공감해서 끝까지 읽게 되는 힘이 있습니다. 사실 모든 부분이 다 아름답고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닙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행동을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답답하게 행동을 하는 부분도 있고 아무리 딸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생각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간병인 아줌마들에 대해서 나쁜 부분이 나올 때는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지고 도대체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는 거지? 싶다가 또 딸의 문제로 인해서 학교에 대해서 아쉬움을 이야기를 하는 엄마의 목소리에서는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마지막까지 읽게 되는 것은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점일 겁니다. 실화이고 아이를 지키기 위한 엄마의 행동이 고작 그런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다 알 수 있기에. 그게 가짜가 아니기에 이 책을 끝까지 읽어갈 수 있을 겁니다.
[1리터의 눈물]에 비해서는 조금은 덤덤하게 그 상황 자체를 지켜볼 수 있는데 그게 더 아픕니다. 오히려 내가 아파서. 나 지금 아파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덜 슬픈 느낌이에요. 물론 이제 막 꿈을 꾸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나아가야 하는 소녀가 아프고 지친 모습을 보는 것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지만 그런 딸을 곁에 두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로, 딸의 아픔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는 것으로 자신의 원망을 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아픈 목소리를 듣는 것은 서글픈 일이니까요. 주인공의 투병기를 고스란히 바라만 보는 엄마의 기록은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이 되어서 그 아픔의 과정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바라봐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진정 아픈 사람에게는 그냥 바라만 봐주는 것만으로도 어떠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같이 아픈 만큼 조금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수기 [생명의 허들]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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