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파크 라이프
우리는 늘 누군가에게서 위로를 받고 싶어하지만 아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 것은 그다지 쉬운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내가 믿는 사람에게 위로를 받는 거라면 다르겠지만 내가 정말로 믿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내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때로는 내 약점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러한 기분이 그다지 유쾌한 것만은 아닙니다. 결국 내가 약하기도 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노력을 하더라도 내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사람들은 홀로 그 아픔에 대해서 가만히 생각을 해야 할 겁니다. 아니면 정말로 전혀 모르는 낯선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서 털어놓아야 할 수도 있고 말이죠. 사실 때로는 자세히 모르는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를 받고 싶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내가 자세히 모르는 누군가가 나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말이죠.
완벽히 낯선 누군가들이 모인 공원,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이는 관계는 사실 그다지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닙니다. 누군지 자세히도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가 편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라서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쪽이 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할지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면 그 사람을 믿는 것이 그다지 마음이 편하기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때로는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 가장 편한 순간도 있을 겁니다.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미리 판단을 하지 않고 내 모든 이야기를 들어줄 거라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나 역시 그 사람에 대해서 뭐에 대해서 모르는 만큼 아무런 편견 없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 거죠.
낯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그에게 서서히 영향을 받게 되는 이야기는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겁니다. 공원에서 타자와의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리 낯선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일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면? 그건 나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진 일이 될 겁니다. 비록 내가 그 일에 대해서 아무런 의미를 가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것을 어떠한 엄청난 의미를 가진 채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현실 이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 더 큰 힘을 가집니다. 억지로 미래에 대해서 어떤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현상들을 나열하면서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다시 또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거죠. 낯선 여인과의 대화는 그런 만큼 묘한 느낌을 주고 다시 또 그녀와의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함. 그 무언가를 나누게 만듭니다.
다만 시간의 나열을 순서대로 그리고 있지 않은 만큼 읽어가면서 다소 모호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뒤의 시간이 바뀌면서 독자들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시간의 모호함 속에 있을 겁니다. 두 번째 단편도 단순히 허영심에 대한 것을 그리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있는 현대인의 허상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만큼 조금 모호한 느낌을 그려냅니다. 특히나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함녀서 동시에 그 주체가 나가 아니게 되는 모호한 순간이 그려지기에 역시나 그렇게 편하게만 읽기는 애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시다 슈이치’가 가지고 있는 힘으로 인해서 마지막 장까지 끌고 나가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그의 소설에서 읽어내려갈 수 있는 재치나 일상 같은 것은 조금 옅지 않나 싶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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