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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호징냐, 나의 쪽배

권정선재 2014. 1. 24. 07:00

[행복한 책방] 호징냐, 나의 쪽배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시리즈를 쓴 작가의 작품 답게 [호징냐, 나의 쪽배]는 서글프면서도 따뜻한, 그리고 아픈 무언가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 어떤 그의 소설보다도 열강에 대한 차가움이 묻어납니다. 자연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하지 않은 채로 오직 도시 사람들이 생각을 하는 그런 차가운 무언가가 고스란히 묻어나면서 그 상황에서도 절대로 그 무엇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그런 모습이 그려지기에 조금은 아프면서도 묘한 희망 같은 것을 주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나오는 제제처럼 사람이 아닌 사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제제가 자신의 라임오렌지나무 밍기뉴와 대화를 나누었다면 [호징냐, 나의 쪽배]의 주인공은 자신의 쪽배 호징냐와 대화를 나눕니다. 그의 쪽배는 그에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입니다.

 


호징냐 나의 쪽배

저자
바스콘셀로스 지음
출판사
동녘 | 2003-12-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책의 원서 : Rosinha, Minha Canoa/바스콘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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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람이 아닌 사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은 단순히 꿈과 같은 일이지만 그리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사실 브라질만이 아니라 우리도 이러한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자연과의 대화에 무언가에 비중을 두는 느낌입니다. 사물을 단순히 사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영혼이 깃들 수가 있다고 생각을 했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깨비 이야기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합니다. 도깨비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물건에 깃드는 것 역시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아무튼 쪽배와 대화를 나누는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사람입니다. 특히나 더 커다란 도시에서 온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이상한 사람일 테지요. 아무리 그가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미친 사람처럼 사물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그리 정상적으로 보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어릴 적 사물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너무나도 쉬웠죠. 우리가 더 이상 사물과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일 겁니다. 사물은 여전히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지만 말이죠. 어릴 적 우리의 침대 밑에는 늘 괴물이 숨어있었으며 우리의 인형은 늘 그 괴물을 무찔렀습니다. 한 밤이면 로봇들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보곤 합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느냐고 말을 하면서 말이죠. 도시에서 온 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주인공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고 치료를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를 정신병원에 가둬버리고 마빈다. 자신도 호징냐를 믿고 있었으면서 말이죠.

 

자신의 믿음을 지키며 자연과 대화를 하고 싶지만 결국 자신의 신념을 꺾어야만 하는 사내의 이야기는 뭔가 짠한 울림과도 같은 것을 줍니다. 우리는 흔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틀렸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없는 것이니 그것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고 그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무래도 낯설게 보이는 것이겠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보면 그 어떤 것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와 생각을 하는 방법이 다소 다른 것이고 그것을 해결을 하기 위한 것들이 다소 차이가 나는 것 뿐일 겁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볼 적에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낯설게 느끼는 만큼 그 사람도 나를 낯설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요? 마지막 장이 다다르기까지 불안불안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나면 아, 좋은 소설을 읽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 [나의 쪽배, 호징냐]였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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