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이토록 착하고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 미스터리가 있을 수 있을까요?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은 우리 근처의 작은 수수께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것을 가지고 과연 미스터리라고 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소소한 이야기들. 정말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하지만 막상 우리가 그 일을 겪게 된다면 그래도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일들이 바로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들입니다. 누군가가 내 우산을 가지고 간 것 같은 거. 사실 그냥 넘긴다면 에이 뭐 그런 것을 가지고 그래? 라고 말을 하고 말 것이잖아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하게 된다면 계속해서 머릿속에 이 일이 맴돌게 되겠죠. 그냥 넘기려고 해도 그다지 쉽게 넘기지도 못하고 말이죠. 그 누구도 죽지 않는 그래서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은 더욱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들이 참 좋아하는 커피가 있는 카페가 배경이라는 것 역시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커피 없이 살 수는 없게 되었잖아요. 커피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도 마시는 것이고, 그냥 내가 여유를 가지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기도 하죠. 별 것 아니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커피로 인해서 진지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도 있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말이죠. 바리스타라는 직업은 누군가를 지켜보기에 가장 좋은 직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능숙하게 커피를 내리고 누군가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살피면서 과연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는 것 말이죠. 그리고 카페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대화를 하는 공간입니다. 누군가의 대화를 들으면서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겠죠.
별 것 아닌 사소한 이야기에서 점점 판을 키워가면서 조금 더 진지하게 흘러들어가는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시종일관 그냥 가벼운 무언가만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공인 바리스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데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가진 채로 조심스럽게 상대방을 대하는 그 과정도 흥미롭습니다. 사람의 감정 변화가 아주 세세하게 그려진다고 해야 할까요?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어하지만 자신이 쉽게 다가가게 되면 상대방이 뒤로 한 걸음 물러날 것을 알고 있기에 조금 더 진지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말이죠. 이 와중에 바리스타가 가지고 있는 사연이 무엇인지까지 그려지면서 이야기는 조금 더 무거워집니다. 독자들도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할 정도로 불안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이 자체로도 긴장되고 마지막까지 책장을 넘기게 됩니다. 이야기 안의 이야기랄까요?
여러 에피소드로 나뉘어져 있기에 시간이 많지 않으신 분이 읽기에도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 시간이 없어서 못 읽으시는 분들이 많잖아요. 두 개의 이야기가 관련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은 이야기들은 자신들만의 장에서 마무리를 짓습니다. 게다가 시간의 관계도 명확한 데다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 역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미덕입니다.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이기는 한데 독자들이 딱히 무언가를 추리해야 할 이유를 주지 않거든요. 기본적으로 자기들이 모든 것의 추리를 다 끝을 낸 이후에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뻗어나가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별 것 아닌 이 부분이 오히려 소설이 휴식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더욱 부각을 시키는 것 같습니다. 책장이 넘어가면 커피향이 머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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