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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권정선재 2014. 1. 31. 07:00

[행복한 책방]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누군가를 그저 바라만 보고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전혀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누군가에 대해서 진정한 이해가 필요로 하는 일이고 누군가에 대해서 오랜 기다림이 가능한 것이죠. 그리고 누군가를 오래 사랑한다는 거 결국에는 미움으로 바뀌게 마련입니다. 내가 이 만큼 사랑하는데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단 말이야? 이런 마음이 조금씩 원망으로 바뀌고 말거든요. 절대로 그러면 안 되는 거야. 라고 생각을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운가요? 그 사람이 나를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결국 나를 아프게 만들고 마는 것이죠. 문단에서 인정을 받은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는 사실 그다지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는 소설은 아닙니다. 친절한 소설도 아니고 세세한 소설도 아닙니다. 읽어내려가다가 어? 하고 다시 돌아가서 읽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

저자
이토야마 아키코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 | 2005-07-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독창적인, 그러나 너무나 공감이 가는 순애보 3회 연속 아쿠타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하지만 다시금 그것을 읽게 되면서 결국 누군가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것은 우리 모두의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할 적에 뭐든 다 해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게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하지만 결국 우리가 누군가가 더 이상 우리를 사랑하지 못하게 저 구석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아 내가 차라리 한 발 뒤로 물러섰다면 그 사람이 나에게 다가올 수도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에 빠져들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진심이 나를 그저 미워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름 묘한 안도감이 생기게도 되게 왜 내가 그 순간에는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을까? 하는 궁금증에 빠지게도 됩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서툰 사람들이었던 건데 말이죠.

 

세 번째 단편인 [알리오 올리오]는 삼촌과 조카가 편지를 나누는 이야기인데 이것도 마냥 착하고 예쁘게만 그려집니다. 사실 삼촌과 조카. 굉장히 가까운 사이인 것 같으면서도 마냥 그렇게 가깝기만 하기에는 다소 애매한 사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편하려고 하더라도 결국 촌수가 하나가 다르게 되고 한쪽이 어른이 될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그리고 아이의 입장에서도 마냥 털어놓고는 싶지만 결국 부모에게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따뜻하게 편지를 통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정말로 다정한 사이처럼. 그렇다고 연인이라기 보다는 진심으로 상대를 위하고 상담을 해주고자 하는 그런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큰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고 속도가 느껴지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 예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에 실린 세 편의 단편은 모두 소통이라는 것을 다루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리고 대화를 하는 것. 우리가 모두 그냥 소통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들은 사실 그다지 간단한 것들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냥 별 것 아닌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도 소통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진짜 소통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에 대해서 먼저 이해를 하고 내 마음에 대해서 진실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내 약점에 대해서도 상대방에게 모두 다 이야기를 할 수가 있어야 하는 거죠. 읽어내려가면서 나는 이런 소통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과 내가 누군가를 벽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묘한 느낌이 공존하게 되는 소설. 친절하지 않지만 그래서 매력적인 [막다른 골목에 사는 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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