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피 끓는 청춘, 너무 달아서 쓰다
Good – 청춘 코미디를 보러 온 사람
Bad – 가족 영화를 보러 온 사람
평점 - ★★★☆ (7점)
보기 전부터 일단 기대를 완전히 접고 들어간 영화였습니다. 딱 봐도 이번 설 그냥 여학생들의 주머니나 털어야지라는 마음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 제대로 들어오고 유쾌한 영화입니다. 생각 이상으로 괜찮은 영화라서 당황했습니다. 특히나 다소 걱정을 했던 ‘이종석’마저도 괜찮은 연기를 선보이니 연기에 대한 부재도 없습니다. [피 끓는 청춘]은 [써니]보다 조금 더 마이너한 느낌이면서 조금 더 사랑에 집중한 느낌입니다. 그 시절의 순수하다면 순수할 수 있는 사랑. 자기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마음에 대해서 숨기지 않고 직접 고백을 하고 상대방을 향해서 자신을 모두 드러내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바람둥이 카사노바로 행동하는 ‘이종석’이 연기한 ‘중길’이 있기에 더욱 매력적일 수 있었겠지만 말이죠. 제대로 된 충청도 사투리를 듣는 즐거움도 그립고 그 시절의 학교를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 등에서도 교련이 살아있던 시대가 그려지기는 했지만 이토록 편안한 분위기로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은 아니었으니 말입니다.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그다지 마음에 부담을 가지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다만 온 가족이 같이 보러 가기에는 생각보다 성적인 은유에서의 수위가 세고 폭력성이 다소 짙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아무리 좋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 영화는 문제아들의 연애담입니다. 그 중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것은 ‘중길’ 하나 정도죠. 비록 시대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식으로 문제아가 되는 것은 아니니 단순히 시절 핑계만을 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폭력성이 지나치게 짙을 정도로 패싸움이 자주 나오는 것 역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말죽거리 잔혹사]야 애초에 그런 영화라고 나온 것이니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써니]에서도 싸움 장면은 마치 싸움이 아닌 것처럼 유쾌하게 표현을 했었는데 말이죠. [피 끓는 청춘]은 정말 제대로 된 싸움을 보여줍니다. 그것도 여학생들의 싸움에서 말이죠. 뭐 나름 그들에게는 그것이 가장 진지한 무언가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다소 긴 러닝타임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 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말이죠. 나름 잘 채운 것 같기는 하지만 후반부는 터져 나갈 것 같은 느낌입니다. 게다가 너무 많은 것을 담다 보니 결말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다른 애들은? 이라는 궁금증이 드는데 이도 제대로 해소가 안 됩니다.
‘중길’을 맡은 ‘이종석’은 사실 굉장히 걱정이 많은 배우였는데 이번 역할에서는 그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능력을 보인 것 같습니다. 사실 [노브레싱]에서의 그는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 이전까지의 모습도 그다지 반갑지 않았습니다. 그는 [시크릿 가든]에서 ‘썬’ 역할을 맡으면서 눈도장을 찍기는 했지만 이후에 보이는 연기들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다소 흥미로운 역할이기는 하지만 그의 연기에서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피 끓는 청춘]은 다릅니다. 사투리도 능청스럽게 소화하는 데다가 제대로 망가진 그는 이제 정말 배우라는 이름을 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동안 그저 청춘 스타의 모습에만 갇혀서 예쁜 역할만 소화했던 그라면 이제는 정말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게다가 늘 백마 탄 왕자님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던 그가 찌질하게 맞을까봐 겁을 내고 쪼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귀여웠습니다. 과연 그가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는 배우였던가? 라는 궁금증이 들 정도로 그는 괜찮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아버지 ‘권해효’와의 부딪침도 그다지 나쁜 느낌은 아니고요. 기대 이상의 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이끌어나가는데 극 자체의 분위기까지 훨씬 괜찮게 만들어줍니다.
늘 밝은 느낌의 역할만 맡았던 ‘박보영’은 이번에 사연이 많은 ‘영숙’을 맡아서 일진 여학생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늘 귀여운 역할만 하던 그녀이기에 다소 난감했습니다. [과속 스캔들]과 [늑대 소년]을 지나면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귀여움이었습니다. 나이를 아무리 먹더라도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은 사실 여배우로는 치명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녀이기에 모든 것이 다 가능했으니 말이죠. 사실 이번 역할에 대해서는 그녀가 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변화를 하기는 해야 하니 무슨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그래서 들어온 것이 여자 일진이다. 뭐 이런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그녀는 이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완벽하게 ‘영숙’으로 변신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완벽하게 선보입니다. 그 조그마한 체구에서 그런 카리스마를 풍길 수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 나름의 사춘기 여학생의 마음을 보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삶에서도 무거운 고민을 하는 역할인데 이 묘한 무게감이 괜찮은 느낌이더라고요. ‘박보영’이라는 여배우가 맡았기에 나름 합리적으로 설명까지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김영광’은 공고 일진 ‘광식’ 역을 맡았는데 이렇게 밉고 또 밉게 나올 수가 있을까요? 사실 ‘김영광’이라는 배우는 늘 긍정적인 이미지로 생각을 하던 배우였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다소 귀여운 느낌을 주는 배우였으니까요. 특히나 그를 [트리플]이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봤는데 늘 씩 웃으면서 다정하기만 한 남자 역을 맡았기에 이런 역할 변신이 다소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 낯선 연기에서도 완벽하게 자기 연기를 선보이며 악역 변신에 성공합니다.
‘이세영’은 ‘중식’이 사랑하는 서울에서 온 ‘소희’ 역을 맡았는데 전형적인 서울 깍쟁이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이 시골 아이들과 다르기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다소 큰 비중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녀를 ‘중식’이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로 인해서 움직이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중식’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누군지를 깨닫고 나서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니 말이죠. 나름 반전의 인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라미란’은 이제 명실공이 최고의 조연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선생 역을 맡았는데 극의 코믹을 제대로 소화합니다. 사실 그녀의 역할은 다소 위험한 역할이었습니다. 이미 주인공 ‘중식’의 존재 자체가 극을 코믹으로 그리게 만드는데 여기에 그녀의 역할까지 지나치게 웃기게만 그려진다면 극이 망가질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하지만 그런 와중에 그녀는 완벽하게 균형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김희원’은 ‘라미란’의 파트너로 다소 소심한 남교사 역을 맡았는데 그 귀여운 모습이 꽤나 잘 어울립니다. ‘라미란’에게 끌려다니는 느낌을 주는데 이게 부담스럽다기 보다는 정말로 그가 이런 못브을 보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만의 매력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 같습니다. ‘라미란’ 같은 경우에는 여전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것 같은데 ‘김희원’은 여태 그가 보여준 이미지입니다.
‘권해효’는 ‘중식’의 아버지이자 다소 무뚝뚝한 과거의 카사노바 역을 맡았는데 역시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다 보니 괜찮게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그다지 큰 비중도 없는 데다가 ‘중식’과의 갈등이 제대로 터지기 전에는 그 역할이 그다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보이지 않는 것이 그가 보이는 진짜 아버지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구절절 설명을 하면서 아들을 붙들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 진심으로 아들에게 다가가는 그런 다정한 아버지인 거죠.
‘박정민’은 ‘중식’의 가장 절친한 친구 ‘황규’ 역을 맡았는데 때로는 찌질하기도 때로는 귀엽기도 한 모습을 보입니다. 87년생으로 이제 제대로 20대 후반의 나이인데 말이죠. 여전히 그를 보면 학생의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동안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수꾼]에서의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그는 [전설의 주먹]에서도 아역을 맡았었거든요. 이번에도 까불까불한 고등학생 역할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순진한 느낌을 선보입니다.
[피 끓는 청춘]은 분명히 괜찮은 영화이지만 지나칠 정도로 후반에 너무 많은 감정을 몰아넣으면서 그 힘을 잃은 아쉬운 영화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기에 더더욱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이세영’ 양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 그랬던 거 같은데 영화는 그녀의 매력도 살리지 못하고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누가 보더라도 ‘중식’과 ‘영숙’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차라리 더 포커스를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면서 다소 지루한 느낌을 주는 것도 아쉽습니다. 두 시간이라는 시간에서 차라리 10분 정도를 덜어낸다면 훨씬 더 매끄러운 영화가 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말이죠. 전반부만 하더라도 성적인 은유도 굉장히 재치있게 표현되고 관객들을 즐겁게 만드는 영화가 후반부에 갑자기 장르르 바꿔서 무겁게 흘러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입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랑 비슷한 구도이기는 한데 그쪽은 액션이지만 이쪽은 그래도 로맨틱 코미디인데 말이죠. 그래도 동성 친구들끼리 가서 깔깔대면서 보기에는 괜찮은 [피 끓는 청춘]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이종석’이 보이는 유혹의 기술
둘 - ‘이종석’의 흰팬티 댄스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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