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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수상한 그녀, 온 가족이 나눠먹는 설 음식

권정선재 2014. 1. 23. 07:00

[맛있는 영화] 수상한 그녀, 온 가족이 나눠먹는 설 음식

 

Good 온 가족이 볼 영화를 찾으시는 분

Bad 극장에서 우는 거 싫은 사람

평점 - ★★★★☆ (9)

 

올 설 가장 즐거운 영화일 거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수상한 그녀]가 이렇게 괜찮은 연기를 선보일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완벽할뿐더러 이야기의 흐름도 그다지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CJ에서 만든 영화답게 우리들 이런 거 다 할 수 있어요! 라는 이야기를 계속 보이는 영화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동안 CJ에서 하려던 모든 것들이 다 녹아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CJ는 자신들이 음악도 잘 만들고 영화도 잘 만든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 늘 노력했습니다. 물론 그 결과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말이죠. 특히나 [마이 리틀 히어로] 같은 경우는 우리는 영화도 잘 하고 오디션 프로도 잘 만들고 뮤지컬도 한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그다지 결과가 신통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수상한 그녀]는 다릅니다. CJ는 이번에도 우리는 영화도 잘 만들고 음악도 관심이 있고 음악 방송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 라고 이야기를 하고 영화에서 이 부분을 제대로 표현합니다. 다소 CJ가 만드는 가족 영화스러운 뻔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괜찮은 배우들과 괜찮은 스토리가 만드는 흐름으로 영화는 누구랑 봐도 좋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수상한 그녀 (2014)

Miss Granny 
9.2
감독
황동혁
출연
심은경, 나문희,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정보
코미디, 드라마 | 한국 | 124 분 | 2014-01-22
글쓴이 평점  


이제 죽을 날만 받아놓은 노인이 다시 젊어진다면?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다시 보게 만들고 짠하게 하는 것은 우리의 할머니를 그리게 하기 때문일 겁니다. 냄새가 나고 느리기만 하고 제대로 말도 못 알아듣고 우리에게는 잔소리만 하는 그런 귀찮은 존재. 내 엄마를 힘들게 하는 그런 할머니가 우리 집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들도 참 많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는 한 편으로는 그래도 내게 할머니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모두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 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면 그 자리의 부재로 인해서 느끼는 그 슬픔이 너무나도 커다랗기 때문이죠. 그런 그녀도 사실 여자였다는 것을 이 영화는 제대로 표현합니다. 우리가 이미 할머니라고만 지칭하고 있는 그녀들. 그리고 더 이상 아름답고 젊은 모습이 생각이 나지 않기에 이제는 그저 귀찮은 존재라고만 생각을 하던 그런 그녀들이 사실은 여자였다는 거. 그 점을 부각한다는 점이 [수상한 그녀]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찾기만 한다는 것으로 같은 사람이 다시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다소 불편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그 만큼 노인들에 대해서 차별적 시선을 보낸다는 거죠.

 



나문희는 억척스러운 오말순여사 역을 맡았는데 그 동안 그녀가 선보이던 역할과 비슷합니다. 어느 순간 그녀는 할머니라 부르기에 딱 적당한 나이가 되었습니다. [내 이름은 김삼순] 까지만 하더라도 김선아현빈의 어머니 세대였던 그녀는 이제는 이태란오현경과 같은 나이의 여배우들에게 할머니 소리를 듣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나이가 들더라도 하나도 추하지 않고 여전히 더 아름다운 모습을 발하는 여배우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에게 요양원에 보낼 거라는 소리나 듣고 자신 탓에 며느리가 심장병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 가족 안에서 제대로 설 수 없는 할머니. 하지만 그 옛날 먹을 것 하나 없을 적에 아이 하나 등에 없고 억척스럽게 살아서 그를 대학 교수로 만들었다는 것이 자부심인 그저 평범한 노인입니다. 여기에 어떠한 설명도 더해지지 않기에 오히려 더 아름답습니다. 그녀가 보이는 그 연기는 굳이 오말순이라는 어떠한 캐릭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도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할머니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본떴기 때문이죠. 특별한 어느 인물이 아닌 우리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은 관객들의 마음 한 구석을 자극합니다.

 





나문희가 어려진 오두리역을 맡은 심은경의 구수한 사투리와 완벽한 연기도 그녀의 서글픔을 더해줍니다. 그녀는 젊어졌지만 여전히 거기에 오말순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워졌기에 또 다른 도전을 할 용기 같은 것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이전에는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서 뭐 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그저 당장 살아남는 것만이 가장 중요했던 그녀에게 이제는 더 이상 단순히 살아남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제는 정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하는 거죠. 다시금 자신의 재능이자 꿈이었던 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고 뭇 남성에게 설레는 마음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고 납득이 가는 이유는 모두 심은경이라는 여배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도대체 어쩜 이렇게 완벽한 연기를 선보이는 걸까요? 정말로 할머니가 처녀로 변한 것처럼 능청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보다 어르신들을 퍽퍽 때리는 모습은 미친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할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 자체가 꽤나 밝은 분위기에 즐겁기도 하지만 심은경의 모든 순간이 유쾌한 것은 그녀의 캐릭터만이 아닐 겁니다. 나문희오말순과 꼭 닮은 심은경오두리는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박인환오말순여사를 오랜 기간 연모하고 가장 먼저 그녀의 정체를 알고 지켜주는 역할입니다. 꽤나 오랜 시간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산다는 것이 참 멋지게 보입니다. 물론 다른 여인과 결혼을 해서 딸까지 있는 사태에서 그러는 것은 조금 심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흔히들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남자의 첫사랑은 평생이라고 하니 말이죠. 능청스럽기도 하고 또 진지하기도 한 그의 연기 덕에 영화는 조금 더 유쾌해집니다.

 

성동일오말순의 아들이자 그녀의 유일한 자랑이지만 그것을 조금 버거워하기도 합니다. 어릴 적부터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사랑으로 인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가 심장에 무리가 가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고민에 빠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자신의 노모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이 생겨버린 거죠. 후반부 그의 고백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진영오말순의 손녀이자 그녀가 가수로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밴드 부원으로 출연했는데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어서 그다지 나쁘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영화는 드라마랑 달라서 다소 연기가 많이 부족해보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닙니다. 뭔가 까불까불한 모습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요. 그 누구보다도 할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한 착한 손자입니다. 때로는 까불기도 하지만 그래도 선한 마음을 지녔죠.

 

이진욱오두리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를 데뷔시키는 PD 역인데 오두리를 마음에 담기도 합니다. 오두리가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평소 그가 가지고 있던 반듯한 이미지를 잘 살렸는데 그 반듯한 이미지가 조금은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다가도 그 반듯함에 오두리도 반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다른 젊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고백을 할 줄 알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줄 아는 그런 역할이거든요.

 

황정민성동일의 아내 역을 맡았는데 민낯으로 나오는 그녀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정말로 고된 시집살이를 해서 많이 지쳐보이는 그런 엄마의 모습이었는데요. 막상 모든 일에 다 잔소리를 하며 그녀를 제대로 인정을 해주지 않는 것 같은 오말순에 대해서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결국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그 모든 것이 결국 그녀만의 사랑 방식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시어머니를 챙기는 보통 며느리 같아서 참 예뻤습니다.

 

김현숙박인환의 딸로 꽤나 왈가닥 노처녀로 출연하는데 역시나 영애 씨의 포스를 다시 한 번 풍기더라고요. 영화의 감초 역을 제대로 소화해냅니다. 다소 왈패처럼 그리고 깡패처럼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모든 것도 다 아버지를 걱정해서 그런 것이니까요. ‘오두리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그녀를 견제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아직 시집을 못 가고 제대로 하는 일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유언을 지키는 착한 딸이기도 하죠.

 


분명히 흔하고 뻔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슬프고 마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실제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기에 그럴 겁니다. 아무리 젊은 모습을 지녔어도 손자를 지키고 싶은 그런 평범한 할머니의 마음. 그러면서도 다시 한 번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젊었을 적에 자기보다 자식이 더 소중해서 잊고 지냈던 그 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참 짠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영화에 수록된 모든 노래들이 다 좋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이 다른 노래로 꾸며져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보통 음악 영화들의 경우에는 비슷한 음악들을 계속 반복해 가면서 관객들을 다소 지루하게 만들곤 하는데 적어도 이 영화는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나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를 사용하는 방법도 훌륭합니다. 보통 영화의 장면을 다시 보여주는데 이 영화는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을 그려내는데 그 음악들을 사용하거든요. 올 설 온 가족이 함께 보면 더 즐거울 영화.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가족도 있는 [수상한 그녀]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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