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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쌉싸래한 밤꿀

권정선재 2014. 1. 20. 07:00

[맛있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쌉싸래한 밤꿀

 

Good 진지한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감정이 터지기를 바라는 사람

평점 - ★★★★

 

요 근래 일본 영화와 일본 소설을 다시 찾아보고 있는데 요즘의 우리와 참 닮은 모습이 많아서 나름 찾아서 보면 묘한 느낌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역시 우리에게 뭔가 시사하는 점이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단순히 아이가 바뀌고 나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다른 두 아버지가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죠. 딱히 어떤 아버지가 더 좋은 아버지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두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어느 쪽의 아버지에 대해서 조금 더 마음의 무게가 더 가게 만드는 느낌입니다. 꼭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평소에 더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을 하는 부분이 어느 한 쪽으로 쏠린 것도 사실이고요. 아이가 갑자기 바뀐다. 아이를 잘 키우고 있던 부모에게는 날벼락과도 같은 일일 겁니다. 아무리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내 아이가 아닐 거라고 생각을 하더라도 결국 내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듣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 느껴지게 될 겁니다. 최대한 덤덤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려고 하더라도 그게 그다지 쉽지는 않을 테죠. 내 아이가 남의 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그 순간 도대체 부모라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2013)

Like Father, Like Son 
8.3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마키 요코, 릴리 프랭키, 니노미야 케이타
정보
드라마 | 일본 | 121 분 | 2013-12-19
글쓴이 평점  


자신의 아이가 누군가의 아이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의 이야기는 사실 그다지 빠르게 흘러가지도 않고 많이 담겨있지도 않습니다. 오랜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딱히 더 상세한 이야기를 그리지도 않습니다. 시간의 변화에서 섬세하게 가족의 변화 같은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게 이런 의미였어? 라고 반문할 수 있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분명히 그 안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정작 영화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 안의 감정 보다는 그냥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느낌입니다. 특히나 료타라는 한 인물을 지나치게 중심으로 그리고 있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결국 이 영화에서 가장 포커스가 맞춰져야 하는 것들은 아이들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부정받게 되는 아이들. 그래서 도대체 자신들이 어떠한 존재인지도 모르고 헤매게 되는 그 아이들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을 하는데 여화는 이상하게도 그 아이들로 인해서 마치 배신을 당한 것 같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립니다. 물론 그 역시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른이잖아요. 자신들의 선택도 아닌 채로 그냥 어른들의 선택으로 움직여야만 하는 아이들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요? 포커스가 조금만 달라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후쿠야마 마사히루가 맡은 료타는 그 누구보다도 탄탄하게 엘리트 코스만을 밟아온. 실패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그런 류의 인간입니다. 사실 그다지 마음에 드는 인간은 아니죠.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실패를 합니다. 그리고 그 실패 안에서 무언가를 깨닫고 배우곤 하죠.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 그리고 내가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어떠한 실패를 가져올 수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결국 기계나 다른 것이 없어져 버리는 거죠. 사람이 가장 사람다운 이유가 자신만의 어떠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는 이러한 것이 없습니다. 나름 충실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려고 하는데 그가 보이는 모습은 정말로 다정한 어떠한 아버지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그냥 이런 모습을 보여야 해! 라는 어떠한 강박증에 갇힌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가 어떠한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가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지나칠 정도로 그가 아이에게 차갑게 대하는 것에 대한 이유가 되기에는 조금 아픈 느낌입니다. 자신이 그러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아팠다면 아이에게는 최소한 그래서는 안 되는 거라고 생각이 되니 말이죠. 늘 모든 것을 자신의 생각대로만 만들어왔던 그는 자신이 생각을 하지 못한 상황이 오자 꽤나 당황하고 비 이성적으로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컨트롤하기를 원하고 마음대로 움직이려고 하죠. 단 한 번도 실패라는 것을 하지 못한, 그래서 커다란 장벽 앞에서 결국 멈추어 버릴 수밖에 없는 불쌍한 아버지입니다.

 

오노 마치코미도리역으로 료타의 아내 역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인형 같던 그녀는 서서히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처음에 그녀는 료타의 곁에 머무는 그냥 그런 역할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다른 사람들이 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에만 포커스를 둔 채로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다 맞추려고 하는 그런 여성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희생이 가득한 엄마라고 할 수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아이에게는 이런 류의 엄마는 사실 그다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가 지나치게 엄해서 아이를 자신의 마음대로 컨트롤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어머니라는 존재는 그런 아버지와 부딪쳐서 아이를 그런 식으로 만들지 못하게 해야 할텐데 말이죠. 하지만 이런 그녀는 점점 유다이의 가족과 이야기를 하고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엄마의 모습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마냥 숨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거죠.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나오지만 꽤나 무게가 있습니다. 초반에는 많이 답답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진짜 엄마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면서 그 답답함을 많이 털어냅니다.

 

릴리 프랭키유다이역을 맡았는데 작은 전기 용품점을 하는 그는 사실 료타에 비하면 철저히 실패한 인생일 수 있을 겁니다. 그다지 큰 야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 채로, 그냥 지금 이대로 살면 괜찮다고 생각을 하는 그런 존재이니 말이죠.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답답하기는 하지만 나름 이야기를 보다보면 이런 아버지의 모습도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눈으로 볼 적에는 그냥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놀려고 하고 돈만을 밝히는 그가 철이 없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아이들을 위한 순간에는 돈보다 더 우선인 것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를 하고 아이를 지키려고 하고, 아이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이해를 하고 그들과 놀아주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노력을 하니까요. 더 부유하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채울 수 있는 부족하지만 착한 아버지입니다.

 

마키 요코유카리역을 맡았는데 담배까지 피는 세 아이의 엄마로 부적합해보이지만 그래도 그 누구보다 강인하고 단단한 여인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솔직한 여인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그 어떤 어른보다도 비중이 적지만 그 적은 비중에서도 자기의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관객들이 그녀의 입장이라면 과연 어떤 식으로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역할입니다. 다른 그 어떤 역할들보다도 솔직하게 분노할 줄 아는 역할이라서 더 매력적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아이가 우선이라고 생각을 하고 자신과 같은 입장의 누군가에게 같이 동질감을 느끼기 위해서 노력을 합니다. 늘 남편이 자신의 핑계를 대는 것에도 화를 내지 않고 그를 사랑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느낌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가족이라는 것 그 자체의 울타리의 의미에 대해서 분명히 꺠닫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다지 화려한 영화는 아니고 지루할 수도 있는 영화지만 영화에서 시선을 떼기 어렵게 만듭니다. 영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과 이야기의 설득력이 강하달까요? 또한 관객들에게 너희라면 도대체 어떠한 결정을 내릴 거야?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귀여운 아역들을 보는 재미 역시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더해주죠. 시간의 흐름 동안 그 어떤 결정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면서 시간을 그냥 보내기만 하는 주인공들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마냥 뭐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우리 역시 그들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그냥 그 상황 자체에 빠져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것이 반대급부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으니 더욱 더 신중할 겁니다. 우리에게 이미 사라지고 있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하는 느낌입니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 이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지만 오히려 쉬어가는 거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 순간입니다. 진짜 아버지의 의미. 그리고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질문하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총 놀이를 하는 료타 가족

자신의 진심을 알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는 료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