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몬스터, 괜찮은데 뭔가 낯설다
[몬스터]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Good - ‘이민기’와 ‘김고은’의 팬
Bad – 잔인한 거 못 보는 사람
평점 - ★★★★ (8점)
지난 6일 저녁 8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몬스터]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개강 첫 주라서 학교가 일찍 끝나서 다른 영화도 볼 겸 미리 롯데시네마에 갔었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취재진이 와있더라고요. 두 시부터 몇 차례나 이어진 시사회 모두 대단한 열기였습니다. [몬스터]에 대한 기대가 그 만큼 크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대한민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서 가장 날 것에 가까운 [몬스터]는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파괴력이 큰 영화입니다. 일단 요즘 이런 류의 영화가 그다지 개봉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를 줄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의 대결이라는 것 역시 [몬스터]를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사실 그 동안 성의 대결은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성의 대결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약간 우연이나 누군가의 조력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죠. 가장 최근의 영화였던 ‘김선아’ 주연의 [더 파이브] 역시도 결국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어야만 가능했었던 영화이니 말이죠. 그러한 의미에서 [몬스터]는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물론 [더 파이브]도 여성이 주체적인 영화이지만 [몬스터]는 정말로 여자가 싸우는 영화거든요. 성 대결이라는 점까지 합쳐지면서 [몬스터]의 파괴력은 더욱 효과를 발휘합니다.
더불어 대놓고 청소년 관람불가로 몰아붙인다는 것 역시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강점입니다. 보통 영화들의 경우 아무래도 관객들의 티켓을 위해서 다소 장면을 편집하고, 등급을 낮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몬스터]는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대놓고 청소년 관람불가를 밀고 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는 분명히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단 이 영화가 무조건 잔혹한 영화만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그 아쉬운 부분 중에 하나일 겁니다. ‘이민기’가 나오는 부분은 그 어떤 영화와 비교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고 묵직한 무언가를 보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김고은’이 맡은 부분이 너무나도 말랑말랑하고 유쾌하기에 몇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분명히 괜찮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가 너무나도 이질적으로만 느껴지는 거죠. 그러다 보니 ‘김고은’의 분량도 분명히 웃기고 즐겁기는 한데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이민기’가 그 어떤 악역보다도 섹시하면서도 불쌍한 역할을 제대로 소화를 하다 보니 그의 너무나도 강렬한 연기가 반대로 영화에는 다소 아쉽게 다가오게도 되는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김고은’이 연기를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녀 역시 그 누구보다도 완벽한 연기를 선사합니다. 다만 두 캐릭터의 이질성이 너무 커 조금 끊어지는 느낌입니다.
‘이민기’는 그 누구보다도 잔혹한 살인마 ‘태수’역을 맡았는데 꽤 강한 느낌의 액션도 제대로 소화하더군요. 최근 개봉한 [더 파이브]에서의 ‘온주완’이 연기했던 악역과도 닮았습니다. 미술을 사랑하는 악역이라서 그런데 액션은 ‘이민기’ 쪽이 확실히 우위입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인지 악한 상대인지를 따지기 보다는 그냥 자신의 목적만으로 인해서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인물이거든요. 그 동안 말랑말랑한 연기를 주로 선보이던 ‘이민기’의 연기라서 많이 충격적이었지만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연기를 소화합니다. 이런 연기를 어떻게 할까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하더라고요. 게다가 액션까지도 따로 대역을 쓰지 않고 최대한 자신이 소화했다고 하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액션입니다. 특히나 보통 악역들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외모가 아니라 살 하나 없이 약해보이면서 동시에 잔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마치 짐승이라도 보는 느낌을 줍니다. 그 정도로 ‘이민기’는 자신이 맡은 ‘태수’라는 역할을 제대로 소화합니다. 어릴 적 버림받은 불쌍한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부터 이 모든 악역이 설명이 되는데 사실 이 느낌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태수’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압도적인 캐릭터로 관객마저도 눌러버리는 잔혹한 연기를 ‘이민기’는 그 누구보다도 완벽히 소화합니다.
‘복순’ 역을 맡은 ‘김고은’은 그 누구보다도 천진하면서 동생을 생각하는 바보를 맡았습니다. 전작 [은교]에서도 꽤나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녀이기에 이번 역할에서도 파격적인 역할을 선택했다는 것이 다소 놀랍기는 합니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배우이니 만큼 조금은 편한 역할이 하고 싶을 것 같기도 한데 말이죠.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다고 하더라도 ‘복순’이라는 역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그다지 커다랗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자체가 힘들 겁니다. 흔히들 영화에서 이야기를 하곤 하는 전형적인 민폐형 캐릭터이거든요. 여성이고, 약하고, 바보이고, 상황 판단 못 하고, 사지로 뛰어듭니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서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살아나기도 합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진작 죽어버려야 할 역할이 끝까지 살아남으면서 관객들에게 긴장을 유발하고 관객들이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이 그녀의 생존 그 자체에 몰입을 하게 만드는 거죠.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약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복순’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겁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자신이 약자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고요. 그 누구보다도 바보이지만 강하고 동생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 역시 강한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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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뢰하’는 ‘태수’의 형이자 그의 잔혹함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약자인 인물입니다. ‘김뢰하’라는 배우에 대해서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보다는 조금 더 찌질한 역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태수’가 진정한 악인이 되게 만드는 인물이기 때문이죠. 그에게 온갖 나쁜 일들을 다 시키면서 정작 자신이 그 모든 것들을 피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최악의 존재이면서도 정작 다른 이들에게는 ‘태수’라는 존재가 얼마나 끔찍한지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합니다. 참 얄밉고 미운 역할이죠? 다만 많이 얍실한 역할이다 보니 꽤나 웃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마지막까지 관객들로 하여금 ‘태수’가 무슨 행동을 할지 모르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나리’ 역을 맡은 ‘안서현’ 양이 맡았는데 그 똘망똘망함이 꽤나 귀엽더라고요. 아무래도 영화 분위기가 많이 무겁다 보니 조금 말랑말랑한 느낌을 주는 역할이 필요한데 그 모든 것을 이 ‘나리’가 소화합니다. 또한 ‘복순’의 곁에서 나름 조력자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녀가 있기에 많이 불편하기도 합니다. 바보와 어린 아이는 둘 다 여성이라는 핸디캡까지 겹치면서 흔히 영화에서 말을 하는 최악의 민폐 캐릭터 역할들을 맡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실 조금 많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워낙 배우 자체가 귀엽고 어린 나이이기는 하지만 마냥 어린 아이만이 아니라 때로는 어른스러운 아이기도 하다는 것이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힘일 겁니다. 답답 돋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서현’ 양이 맡아서 마지막까지 예쁘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부선’은 ‘태수’의 양엄마이자 그를 학대하기도 하는 ‘경자’ 역을 맡았습니다. 사실 그녀는 대놓고 ‘태수’를 학대하거나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조금 무심한? 그런 느낌입니다. ‘김부선’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그 섹시하면서도 뭔가 묘한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남습니다. 잘 웃기도 하고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컬트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느낌이 이번 ‘경자’ 역이자 살아남더라고요. 그녀 역시 ‘태수’를 두려워하기도 하면서 막상 행동을 하기에는 푼수이기도 하고 돈을 가장 밝히기도 하는 속물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악인들의 주위에 있으면서도 딱히 그에 대해서 크게 걱정을 하지도 않는 신기한 역할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죽음에 대해서는 두려워하기도 하지만 말이죠. ‘태수’를 괴물로 길러내는데 일조하지만 막기도 하는 인물입니다.
사실 기대를 한 것과 조금 달라서 아쉬운 영화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다만 두 영화가 완벽하게 구분이 되는 것은 아쉽습니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만큼 복순의 이야기와 태수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쩌면 매력일 수도 있지만 두 개의 영화가 부딪치는 지점에서 조금 묘한 이질감도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동안 여성이 부딪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복순’은 그다지 많은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물론 거기에는 다른 상황들이 맞물리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부딪치는 영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분명히 매력적입니다. 게다가 잔혹함에 있어서 피하고자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 중 하나입니다. 보통 더 많은 관객을 받기 위해서 약간의 타협을 하는데 이 영화는 ‘태수’의 잔혹함을 보이기 위한 타협을 벌이지 않습니다. 감독의 뚝심이 묻어나는 다소 컬트적인 매력이 담긴 잔혹한 영화 [몬스터]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복순과 나리의 짜장면 먹방
둘 – 태수의 환상적인 무기 콜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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