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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기나긴 순간

권정선재 2014. 4. 24. 07:00

[행복한 책방] 기나긴 순간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 한 남자의 이야기 [기나긴 순간]은 마치 퍼즐을 맞춰나가는 형식의 소설입니다.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는 남자의 이야기는 참 묘합니다. 게다가 흔히 생각을 하기에 누가 기억을 잃었다면 다른 사람들이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데 전혀 그러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목이 거의 잘려서 죽을 지경이었던 사내를 보면서 다소 덤덤하게 반응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과연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내가 자신의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면 할수록 그 진실이 점점 더 뒤로 물러나게 됩니다. 독자들에게 쉽게 무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죠. 그러면서도 독자들에게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인물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기나긴 순간

저자
빌 S. 밸린저 지음
출판사
북스피어 | 2008-10-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밸린저 스타일을 완성시킨 교차 서술 미스터리의 걸작! 20세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보통 이런 류의 소설들이 책장이 넘어가면서부터 하나씩 이야기를 해주곤 하잖아요. 그러나 [기나긴 순간]은 마지막까지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계속 숨깁니다. 아무래도 독자들이 쉽게 이 이야기를 파헤치기를 원하지 않는 마음이 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두 가지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둘 모두 제대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참 독특합니다. 분명히 두 이야기가 묘하게 관련이 되어 있으면서도 이게 왜 관련이 되어있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책을 굉장히 빠르게 읽는데 그러다 놓쳐서 다시 앞으로 가서 읽게 만드는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쉽게 머리로 들어오지는 않지만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일 겁니다. 찬찬히 들여다 보면 더 재미있는 그런 소설인 거죠.

 

저 같은 경우에는 추리나 스릴러 장르의 경우에 그 결말이 궁금해서 마지막 부분부터 보곤 하는데 [기나긴 순간]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 부분이 봉인되어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원서와 같은 구성인 마지막 봉인은 나름의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한국판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원서에서는 마지막 봉인을 뜯지 않은 사람에게는 책을 환불해주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굉장한 자신감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작가가 왜 이렇게 많은 부분을 숨긴 것이었는지도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작가의 자신감도 고스란히 다 묻어납니다. 사실 아무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결말 자체가 궁금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지나치게 많이 드러내서 그런 경우도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숨겨서 그런 것도 있죠. 너무 숨기게 되면 독자의 입장으로, 에이 됐다. 됐어.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데 [기나긴 순간]은 또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다만 묘하게 책장이 더디게 나가는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정확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데다가, 인물들 역시 어딘지 몽환적인? 그리고 현실과 무관할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에 더더욱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만히 읽다보면 묘하게 빠지게 되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소 심심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력이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반전을 읽고 나서도 한 번에 들어오지 않는 구성은 조금 불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읽는 것인데 아무리 추리 소설이라고 하더라도 독자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생각만하게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하지만 소설을 읽으시면서 많은 생각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나쁘지 않을 느낌입니다. 주말 편하게 시간을 내서 읽기에 딱 좋은 느낌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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