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말벌 공장
제목부터가 너무나도 독특한 [말벌 공장]은 정말로 말벌 공장에서 성장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말벌이 가지고 있는 특성처럼 그다지 순수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암울하고 어둡습니다. 살인에 대한 것이 나오고, 그에 대해서 그다지 비판적으로만 그리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참 묘한 느낌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은 이유는 그 세계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기에 그럴 겁니다. 비록 독자의 입장으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세상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끔찍함에 대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비밀이 가득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이기에 더욱 묘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소설은 잔혹함에 대해서 그다지 잔혹하게 표현하지 않기에 어느 정도 그 느낌이 덜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잔인하다! 이런 것을 마구 그리면 아무래도 같은 글을 읽더라도 더 무겁게 느낄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지만 [말벌 공장]은 그 정도로 잔혹하게 가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소설이라는 특성상 상대적으로 그 두려움에 대해서 덜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영화 같은 경우에는 도대체 뒤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를 두려움 같은 것을 주니 말이죠. 반면 있는 그대로 그 모든 것을 묘사하는 것은 잔인함 보다는 다소의 역겨움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라고 생각을 하는 그 순간부터 너무나도 불쾌하고 괴로워지는 거죠. 이건 잔인함이랑은 묘하게 다른, 이질적인 느낌입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이러한 인간들이 실제로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다소 창의적인? 살인에 대한 묘사 등이 [말벌 공장]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부분이자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지점일 겁니다. 아무리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무언가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더불어 별다른 이유도 없이 다른 생명을 앗아간다는 것은 말 그대로 미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이 소설 안에는 모든 사람이 다 미쳐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미치지 않은 이유는 자신들이 미쳤다고 생각을 하지 않기에 그렇습니다. 분명히 누가 봐도 미친 사람들인데 너무나도 정상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생활을 하니 오히려 우리가 이상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거죠. 수많은 살인이 벌어지지만 이 소설에서 살인이라는 것은 그저 하나의 소재에 불과한 느낌입니다. 소년의 성장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이 되는 거죠.
묵묵히 한 소년의 성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 뒤에 암울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게다가 처음에는 그냥 이런 일이 있는 건가? 싶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더 거칠게 몰아치는 느낌이 꽤나 잔혹하면서도 묘하게 느껴집니다. 정신병원에서의 에피소드 등은 정말로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면서도 실제로 이런 일을 내가 겪는다면? 혹은 내 주위의 사람이 겪는다면 절대로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와 동시에 이 소설이 독특한 점은 살인과 연관되어서 그 어떤 죄책감도 제대로 그려지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는 주인공도 아니기에 다소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잔혹하고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 이면의 모습이 궁금해져 한 번 읽어볼만할 것 같기도 한 [말벌 공장]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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