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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11장. 막무가내 꼬맹이]

권정선재 2014. 7. 16. 07:00

11. 막무가내 꼬맹이

너 지금 뭐 하자는 건데?”

뭐가?”

지금.”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한나는 미간을 모았다.

 

나랑 오복규 씨랑 그냥 같이 길 좀 걸었던 건데. 그걸 그렇게 못 잡아먹어서. 너 왜 그러는 거야?”

그 사람 뭔데?”

뭐가?”

시골 사람.”

채태민.”

 

한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전혀 아니거든. 그러니까 앞으로는 그렇게 이야기 하지 마.”

누나.”

너야 말로 뭐야?”

내가 뭐?”

내가 네 여자친구라도 되니?”

왜 안 돼?”

채태민.”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도대체 왜 이렇게 나에게 무례하게 행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네가 이런다고 내가 뭐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누나.”

그만 둬.”

하지만.”

그만 두라고.”

 

한나의 엄한 목소리에 태민은 고개를 숙였다.

 

네가 나 신경을 써주는 것은 정말 고맙거든? 그런데 네가 자꾸만 이렇게 선을 넘으려고 하면 나는 화가 나.”

내가 무슨 선을 넘는다고 그러는 건데? 나는 정말로 누나가 좋아. 누나가 좋아서 지금 이러는 거라고.”

내가 왜 좋니?”

?”

내가 왜 좋아?”

 

한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 너보다 나이도 많고 돈도 못 벌고 학력도 안 좋고 집안까지 안 좋아. 그런데 너는 내가 왜 좋니?”

그래도 누나니까. 김한나니까.”

헛소리 하지 마.”

 

한나는 재킷을 벗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 어머니 또 기절하신다.”

엄마 이야기 하지 말고.”

왜 안 해?”

누나.”

네 엄마 무서워.”

하지만.”

너는 이기니?”

 

한나의 물음에 태민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너도 못 이기면서 도대체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너부터 좀 잘 하고 그런 소리를 하던가.”

누나만 옆에 있으면 나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제발. 나 좀 바보 만들지 말고 기회를 좀 주라. ?”

너 남자로 안 보여.”

누나.”

너 그냥 귀여워.”

 

한나의 대답에 태민은 고개를 푹 숙였다.

 

누나 때문에 여기에 온 거야.”

내가 부탁한 거 아니잖아.”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 어리광이니?”

?”

이거 어리광이야.”

누나. 내가 무슨 어리광을.”

지금 네가 나를 위해서 한 거니까 그냥 받아달라고? 그런 이야기 하고 있는 거잖아. 내 말이 틀렸어?”

그건.”

맞지?”

 

한나의 말에 태민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숙였다. 한나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피곤하다.”

동영상 봤어.”

그래?”

그거 하지 마.”

?”

하지 말라고.”

 

한나는 물끄러미 태민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누나 욕만 먹잖아.”

그런데?”

누나.”

내가 하기로 한 거야. 그리고 사람들이 그 정도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거고. 그게 무플보다 나으니까.”

그게 어떻게 무플보다 낫다고 할 수가 있어. 다들 누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 있던데.”

그래도 관심이잖아.”

 

한나의 대답에 태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사람 떄문이야?”

?”

방금 그 남자.”

오복규 씨 관련 없어.”

관련이 없다고?”

그래.”

그런데 왜 같이 찍어.”

그거야.”

그 사람이 누나에게 이상한 마음을 먹고 있지 않다고. 누나 장담할 수 있어? 누나 정말로 안전해?”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오복규 씨 그런 사람 절대로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 절대로 일어나지 않아.”

그런 거 아무도 모르는 거야.”

그만 두자.”

 

한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나가.”

누나.”

나가라고.”

나는 누나를 위해서.”

알았어.”

 

한나는 나른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나를 위한다는 거 알겠는데. 나는 그거 별로 나를 위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거든. 그러니 그냥 가.”

일단 갈게.”

그리고 밤에 이렇게 나타나지 마.”

 

태민은 한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한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도대체 뭐야?”

 

한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김한나 이걸 인터넷에 올리면 어떻게 해?”

?”

공인이 말이야.”

상업적인 거 아니에요.”

 

문대의 지적에 한나는 항변했다.

 

그리고 어차피 방송도 안 해주시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제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요?”

뭐라고?”

그래요. PD님이 보시기에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제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봐요. 김한나 씨.”

앞으로도 할 겁니다.”

 

한나의 대답에 문대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지금 김한나 씨가 우리 회사 소속으로 하면 안 된다.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내 말을 몰라?”

하지만 이미 찍은 거잖아요. 그런데 이런 것도 인터넷에 못 올리고.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 한 번은 올릴 수 있어. 대신 이걸로 그냥 끝을 내라는 거야. 내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이게 끝이니까.”

싫습니다.”

뭐라고?”

앞으로도 할 거라고요.”

 

한나의 당돌함에 문대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을 마시고 한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10주 하기로 했잖아요.”

그래서?”

할 거라고요.”

안 돼.”

 

문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 씨 안 된다고.”

“PD.”

애초에 방송에서 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그런 식으로 인터넷에 올리고 그러는 건 아니지. 그건 에의가 아니야.”

하지만 약속한 거 방송 못 했잖아요.”

그래도.”

죄송합니다.”

 

한나는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차라리 저를 자르세요.”

?”

그 편이 편하겠네요.”

김한나 씨.”

저는 안 나가요.”

 

한나의 단호한 대답에 문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지금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제가 상업적인 것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약속한 거 지키는 거. 그게 전부인데 이것도 안 된다고 말씀을 하시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김한나 씨 어린 아이인가?”

?”

그게 무슨 고집이야.”

 

한나의 대답에 문대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야?”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라서요.”

뭐가?”

죄송합니다.”

 

한나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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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괜찮아요?”

.”

 

쭈쭈바를 빨며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이런 거 생각 못 한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이런 일 좋아할 거라는 생각도 안 했고.”

그래도 PD님이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PD님이 그런 반응을 보이시는 거 처음인데.”

. 그런가?”

 

별나의 걱정에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원래 성격이 되게 거지 같아서. 그런 건 별로 걱정도 안 되네. 어차피 저질르고 보는 거니까.”

언니가 부러워요.”

?”

?”

내가 왜 부러워?”

아니 멋지잖아요.”

내가?”

 

한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 멋있을 거 하나 없는 사람입니다.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뭐 멋있을 것이 있어? 그리고 멋있는 사람은 여기에 이렇게 쫓겨오는 사람이 아니라 저 위에서 반짝이고 있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서울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마음대로 방송하고 그런 거 잘 못 하잖아요. 안 그래요?”

뭐 그렇지?”

그러니 언니가 대단하죠.”

그렇게 되는 건가?”

그럼요.”

 

별나는 발장난을 치며 고개를 숙였다.

 

부끄러웠어요.”

뭐가?”

여기에 있다는 거.”

?”

지방이니까요.”

 

별나의 대답에 한나는 미간을 모았다.

 

유별나.”

알아요.”

 

별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이런 거 우울해할 일이 전혀 아니라는 거. 그리고 누군가는 이 일도 되게 하고 싶어할 거라는 거.”

그래. 그런 거 다 알고 있으면서 왜 우울해하고 그래? 우울해할 이유 하나도 없는 거잖아. 안 그래?”

그런데도 이상한 거 있죠?”

뭐가?”

나만 혼자인 거 같아.”

 

별나의 말에 한나는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이 막 든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뭐 하고 있는 건지.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 저 멀리로 달아나고 있는데 나만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해.”

그러니까요. 더더군다나 저는 정말 여기에서 뭐 하나 보이지도 않는 생활을 하고 있었거든요.”

왜 안 보여?”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요.”

 

별나는 혀를 내밀며 작게 웃었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도 하나 없잖아요. 그냥 다른 곳에서 방송하는 거 그냥 다시 트는 것이 전부니까. 솔직히 여기에서 작가라고 하더라도 워낙 PD님이 베테랑이라 딱히 할 일도 없고 말이죠.”

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

?”

기회가 오면 바로 잡으면 되잖아.”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공부해.”

?”

시나리오도 쓰고. 극본도 쓰라고.”

언니.”

글 좋더라.”

 

한나의 칭찬에 별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지 마요.”

정말이야.”

?”

정말이라고.”

언니.”

나 솔직히 기대 하나도 안 했거든. 시골에 있는 애라고. 그런데 서울에서 다른 사람들 글보다 더 좋았어.”

그럴 리 없어요.”

진짜래도.”

 

시무룩한 별나의 반응에 한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키웠다.

 

너도 내 싸가지 알잖아. 나 없는 이야기 하는 사람 절대로 아니라는 거.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뭐 그건.”

알지?”

.”

정말로 잘 하고 있어.”

 

한나의 칭찬에 별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요.”

고맙긴. 아무튼 내려가자. 기다리시겠다.”

.”

 

한나는 일부러 씩씩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여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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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씨 이쁘지 않나?”

뭐라고?”

김한나 말이다.”

 

득수의 말에 복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갑자기 그 사람 이야기는 와 하노?”

그냥 하는 말이다.”

. 그만 좀 해라.”

뭐가?”

그런 식으로 없는 사람 이야기 막 하고 그라는 거. 솔직히 좀 그라지 않나? 그리고 일도 안 하고 말이다.”

일 다 하고 있거든.”

 

복규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너야 말로 와 그라는데?”

뭐가?”

내가 김한나 씨가 좋다고.”

?”

내가 좋아한다고.”

 

득수의 반응에 복규는 미간을 지푸렸다.

 

그기 무슨 말이고?”

이쁘지 않나?”

이쁘다.”

그라믄 된 기지.”

이뻐서 뭐 할 긴데?”

내 색시 삼을라 칸다.”

제정신이가?”

 

복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햄이 지금 하는 그런 말 다 성희롱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노? 이런 성주 시골에 살면서.”

성주 사람은 사람 아이가?”

아이다.”

?”

무신.”

 

복규는 혀를 끌끌 차면서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말 하는 거 아이다.”

뭐가 아인데?”

김한나 씨가 뭐 햄한테 그런 소리나 듣는 사람이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햄이 더 잘 알지 않나?”

나는 맴도 말 몬하나?”

뭐라꼬?”

진심이다.”

 

복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진심이라고?”

사람 착하지 않나?”

아니.”

좋더라.”

 

득수의 말에 복규는 침을 꿀꺽 삼켰다.

 

니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몰라서 내가 그 감정 이야기 안 했는데. 나는 김한나 씨가 좋다.”

뭐라고?”

니 안 좋아한다매?”

그기야 그렇지만.”

그러니 내가 좋아할 거라고.”

.”

?”

그기.”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만일 다른 감정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

뭐라고?”

내가 김한나 씨 좋다고 하면 그때는 햄 뭐라고 할 긴데?”

포기할게.”

뭐라고?”

깔끔하게 포기한다고.”

 

득수의 말에 복규는 혀로 입술을 축였다. 머리가 아팠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복잡했다.

 

그래서 할 말이라도 있나?”

뭔지 모르겠는데 편하다.”

뭐가?”

김한나. 그 여자 말이다.”

 

복규는 머리를 마구 헝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내 감정 모르겠는데. 편하다. 그 사람이 편한데. 이기 도대체 뭔지. 내는 정말로 알 수가 없다.”

그거 좋아하는 기다.”

아니.”

 

복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닐 거다.”

오복규.”

됐다. 이런 이야기 안 하고 싶다.”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하우스를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