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두근두근
“미쳤어.”
“좀 괜찮습니까?”
“네.”
산을 얼마나 올랐을까? 한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더 이상 걷지 못하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쉬는 중이었다.
“아니 무슨 사람이 이렇게 체력이 저질입니까? 여기가 무슨 백두산도 아니고 이 정도도 못 오른다고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평소에 숨 쉬기 운동만 하는 사람에게는 가야산도 충분히 높은 산이거든요. 뭐 여기가 동네 뒷산인 줄 아나. 여기에 오르는 거 힘든 거 당연한 거니까 나보고 구박 좀 그만 하지 그래요?”
“내가 언제 구박을 했다고 그럽니까?”
“그럼 지금 이게 뭔데요? 이게 지금 구박이지.”
한나의 핀잔에 복규는 입을 쭉 내밀면서 고개를 절레저레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한나를 계속 살폈다.
“그래서 올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무조건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한나는 눈을 밝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 와서 더 이상 못 올라간다고 퍼지는 것도 우스운 일이잖아요. 어차피 시작을 한 거 끝은 봐야죠.”
“정말 무리라면 여기에서 찍죠?”
“맞아요.”
별나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언니 지금 상태라면 올라가지도 못할 거 같아요.”
“아니거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한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요.”
“더 쉬어요.”
“왜요?”
“급할 거 없습니다.”
복규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찍을 거 그리 길지 않으니까요.”
“맞아요. 언니 한 20분이면 돼요.”
“그러니 후딱 찍고 가자고요.”
한나는 일부러 더 씩씩한 흉내를 냈다.
“그 정도 체력은 있거든요.”
“믿음이 안 갑니다.”
“저도 그래요.”
“어허.”
한나는 일부러 씩씩하게 먼저 걸음을 옮겼다. 복규가 그런 그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재빨리 뒤를 쫓았다.
------------
“정말 좋다.”
“올라오기 잘했죠?”
“네.”
한나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산의 만물상은 정말 묘한 느낌이었다. 그저 암벽이었지만 또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그냥 사진으로 볼 때랑 느낌이 또 다른 것 같아요. 정말로 거대하게 마음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 산을 직접 올라야 하는 겁니다. 그 이미지야 어디에서건 볼 수 있겠지만 오르는 것은 다른 거거든요.”
“그러네요.”
한나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오복규 씨는 하나도 안 힘들어요?”
“네.”
“대단해.”
한나가 혀를 내두르자 복규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요?”
“신기해서요.”
“뭐가요?”
“처음에 생각한 이미지랑 완전 다르거든요.”
“어머. 이거 왜 이러실까? 처음에 나를 얼마나 무시했으면 그런 말을 다 해요. 나 되게 무시하고 그랬죠?”
“아니거든요.”
“아니긴.”
한나가 눈을 흘기자 복규는 시선을 피했다.
“유별나 찍자.”
“네.”
별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곧 영상 촬영이 시작되었다.
-----------------
“그런데 이런 거 안 이상해요?”
“뭐가요?”
“아니. 그냥 막 찍고 올리는 거. 처음에는 이런 거 해야 하느냐고 되게 싫어하고. 막 그랬잖아요.”
“뭐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와서 찍지 않을 수도 없는 거고. 그리고 나름 인물이 좀 사는 것 같아서요.”
한나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오복규 씨 잘생겼죠.”
“네?”
복규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게 무슨?”
“솔직히 잘 생겼어요.”
한나는 복규의 얼굴이 굳은 것을 전혀 모른 채로 말을 이었다.
“내가 아무리 그래도 서울에서 방송 생활을 좀 했잖아요. 그런데 오복규 씨처럼도 못 생긴 사람 태반이에요.”
“그러니 그게 내 칭찬이 아니라.”
“칭찬이죠.”
한나는 저 만치 앞으로 달아났다.
“유별나 같이 가.”
“언니 조심해서 와요.”
복규는 그런 그녀의 뒤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뭐야?”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왜 괜히 칭찬을 하고 그래?”
-----------------
“역시 산에 오르고 나면 막걸리죠.”
“무슨 여자가 술을 그리 좋아합니까?”
“뭐 여자는 술 마시면 안 된다고 누가 그래요?”
복규의 핀잔에 한나는 괜히 울컥해서 목소리를 높였다.
“오복규 씨는 평소에는 되게 세련되고 막 그렇게 행동을 하면서 가끔 이렇게 시골 사람처럼 말을 해요.”
“시골 사람 같은 것이 뭡니까?”
“남자 여자 구별하고. 뭐 그런 거요. 유별나. 너도 여기 사람들이 그렇다는 거 막 느끼고 그러지?”
“그럼요.”
별나는 막걸리를 한 모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회사만 해도 그래요. 다들 제가 여자라고 얼마나 무시를 하는데요. 계약직들도 그런다니까요.”
“그러니까 문제야.”
“그러니 더 똑바로 해야죠.”
“내가 뭐 제대로 안 하는 거 있어요?”
“이런 모습도 하나 안 보여야 하는 겁니다.”
복규는 손을 내밀어서 한나의 얼굴에 묻은 양념을 닦아냈다.
“이렇게 어리석게 행동을 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괜히 우습게 보고 그러는 거라고요. 조금 더 똑똑하게 굴고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낫게. 그렇게 행동을 하면 아무 문제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우, 잘났어.”
한나는 파전을 우걱우걱 먹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런 거 하나도 몰라요.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김한나. 그냥 이 자체로 살 거니까 말이에요. 유별나 너도 그렇지?”
“그럼요. 두 말 하면 섭섭한 거죠.”
두 여자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을 보며 복규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나저나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겁니까?”
“네? 앞으로 뭘 어떻게 해요? 무슨 말이에요?”
“이 영상 말입니다. 회사에서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했으니까. 이제 하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아니요.”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이건 내가 오복규 씨랑 약속을 한 거예요. 아무리 회사에서 내켜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괜히 물러서고 그럴 생각 전혀 없어요. 나는 그러고 싶지 않거든요.”
“나는 괜히 미안합니다.”
복규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괜히 김한나 씨를 꼬인 것이 아닌가 하고.”
“내가 먼저 하겠다고 한 거예요. 그리고 내가 오복규 씨에게 제안을 한 거고요. 그런데 오복규 씨가 왜 그래요?”
“맞아요. 언니 이거 되게 좋은 기회에요.”
별나도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그래도 관심을 가지는 거니까. 그리고 성주 군청 홈페이지 유입도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있어요.”
“그런가요? 그런데 이게 도움이 될까요?”
“네?”
“그냥 이렇게 끝이 날 거 같아요.”
복규의 말에 한나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웠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
“아니 아무리 그렇게 시무룩하다고 해서 그 이야기를 그냥 하는 것이 어디에 있어? 우리 괜히 힘 빠지게.”
“그게 아니라.”
“열심히 할 거예요.”
한나는 막걸리를 한 잔 더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오복규 씨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이 일을 하더라도 뭐 하나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 일을 했는데도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맞아요. 해보는 건 다르죠.”
“두 사람 다 대단하네요.”
복규는 한나와 별나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
“또 찍고 온 거야?”
“네.”
“나 참.”
문대는 한나를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김한나 씨는 서울에서도 이랬나? 내가 듣기로는 이렇게 일을 벌리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벌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왜 이래?”
“하고 싶습니다.”
한나의 말에 문대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서울에서도 그저 남들이 하라는 것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아요.”
“여기가 만만해?”
“PD님.”
“게다가 혼자도 아니고 유별나까지 끌고 가서?”
“유별나 씨 정말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한나의 대답에 문대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게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성주 두웨이에 있을 것이 아니라 하다 못해 대구라도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거야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그런 거죠. 유별나 씨의 문제가 아니죠.”
“아무튼.”
“PD님.”
“더 이상 사고는 안 된다고.”
“저 할 거라고 했어요.”
“김한나 씨.”
“무조건 할 거라고요.”
----------
“이게 뭐야?”
“그러게.”
매일 같이 푸닥거리가 계속 되니 머리가 다 아파왔다.
“매일 다른 이야기도 하는 것도 아니시고 같은 이야기를 하니까 나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
“아마 PD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그러실 거예요. 언니처럼 자기 말 안 듣는 사람도 처음일 거고요.”
“그거 내 욕이지?”
“어쩌면 칭찬 아닌가?”
“칭찬은 무슨.”
한나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모르겠다.”
“너 그러지 마요.”
“내가 뭐?”
“PD님도 고생이에요.”
“알고 있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런저런 일을 계속 벌이면 벌일수록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여기에서 멈추는 것도 되게 우스운 일 아니니? 그냥 이대로 포기해야만 하는 거잖아.”
“그건 그렇죠.”
별나는 한나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래서 언니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끝까지 할 거야.”
“그거 진심이었어요?”
“그럼.”
한나는 힘을 주어 대답하며 브이를 그렸다.
“무조건 할 거라고.”
---------------------
“산에는 와 갔다 왔노?”
“촬영.”
“촬영?”
득수는 물끄러미 복규를 바라봤다.
“니 정말로 그 일 하는 거가?”
“그럼 내가 한 번 한다고 했는데 안 할 일이 있나? 그리고 뭐 어차피 하기로 한 거 안 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이가?”
“아무리 그래도 제대로 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굳이 하는 것도 우스운 일 아이가? 니만 고생할 기다.”
“고생 안 한다.”
복규의 단호한 대답에 득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지금 그런 일에 신경 쓰고 그럴 여유가 있나? 그리고 그거 정식으로 방송이 되는 것도 아니라매?”
“그게 뭔 상관이 있나?”
“그럼 없나?”
“없다.”
복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는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하다.”
“그럼 뭐가 중요하노?”
“그냥 미안하다.”
“뭐가?”
“김한나. 그 사람.”
복규의 대답에 득수는 미간을 모았다.
“뭐가 미안하노?”
“내가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고 무조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한 거. 그 사람은 나랑 다르게 뭐든 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하고 싶어. 그냥 김한나 그 사람을 위해서. 뭐라도 좀 했으면 싶어.”
----------------
“누나.”
“왜 왔어?”
“그냥.”
차까지 끌고 와서 기다리는 태민을 보며 한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여기에 올 이유 하나도 없다고 했잖아. 도대체 여기에 와서 뭘 어떻게 하자고 하는 건데?”
“그냥 밥이라도 먹자고.”
“채태민.”
“그게 나쁜 이야기는 아니잖아.”
태민은 생글거리며 한나를 차에 태웠다.
“뭐 먹을까?”
“아무거나 먹자. 나 오늘 피곤해.”
“왜 피곤하실까?”
“너랑 놀아줄 여유 없어. 요즘 일 무지하게 바쁘니까. 괜히 내 신경 건드리지 말고. 얼른 가자고.”
“알겠습니다.”
일부러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는 태민을 보면서 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
“김한나 씨 있습니까?”
“언니 퇴근 했는데요?”
별나의 대답에 복규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아, 그렇습니까?”
“미리 연락을 좀 해보시지 그랬어요. 언니 나간지 얼마 안 되었는데. 따라 가시면 될 것 같기도 하거든요.”
“아, 감사합니다.”
복규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잘 생겼다.”
별나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
“누나는 내가 싫어?”
“너랑 나랑 싫고 좋고 그런 것이 의미가 있니? 우리 두 사람 그런 것 따지고 막 그럴 사이는 아니잖아. 안 그래?”
“나는 아닌데?”
한나는 물끄러미 태민을 바라봤다.
“너 나한테 왜 그러는 거니?”
“말했잖아.”
“뭘?”
“누나가 좋아.”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그런 말을 한다고 해서 하나도 반갑지 않아. 너랑 나랑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사이잖아.”
“왜 그럴 이유가 없는 사이야? 내가 누나를 좋아하는데. 그게 뭐 어려운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네가 왜 나를 좋아해?”
“어?”
“내가 너에게 좋을 이유가 없잖아?”
“그냥 좋아.”
태민은 싱글거리며 대꾸했다.
“김한나라는 사람하고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한참이나 노력했어. 그리고 이제야 겨우 여기에 오게 된 거야. 정말로 이제는 누나 곁에 있어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되었으니 말이야.”
“아니.”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과 태민은 절대로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어울려서는 안 되는 사이였다.
“그런 거 싫어.”
“누나.”
“나 지금 연애 같은 것을 할 여유도 없고. 만일 연애를 한다고 하더라도 너랑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
“왜?”
“왜라니?”
한나는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나에게 왜 그런 마음을 품는 건지도 이해를 못 하겠다고. 네 어머니가 나에게 한 말 잊은 거니?”
“그거야.”
“나는 생생해.”
한나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그런 일 다시 당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만.”
한나는 고개를 흔들고 차에서 내렸다.
“나 그냥 갈게.”
“저녁은 먹어야지.”
“별로 안 먹고 싶어.”
“누나!”
태민의 외침을 뒤로 하고 한나는 멀어졌다.
“도대체 뭐야?”
태민은 핸들을 꽉 잡은 채로 그 자리에 한참이나 머물러 있다가 한나가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야 겨우 움직였다.
---------------------
“어데 다녀오노?”
“그냥 좀 다녀왔다.”
“어디?”
“햄이 와 신경을 쓰노!”
복규가 버럭하자 득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니는 내가 니한테 뭐 어떻게 했다고 그리 신경질이노? 내가 니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아니잖아.”
“미안하다.”
복규는 사과를 하며 손을 내저었다.
“일단 오늘 집에 가라.”
“이거 참외 매출 정산해야 하잖아.”
“내가 혼자 할게.”
“이 많은 걸?”
“그래.”
득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복규를 바라봤다.
“무신 일이고?”
“아무 일도 아니다.”
“오복규.”
“됐다고!”
복규의 고함에 득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알았다. 내 간다.”
“미안하다.”
“아이다”
득수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복규는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진짜 지금 뭐 하자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싶은 건지.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
“그냥 그렇게 가면 어떻게 해?”
“여기는 왜 따라와?”
“누나.”
“그만 하라고.”
한나의 차가움에 태민은 미간을 모았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은 아니잖아. 그런데 누나가 나에게 그렇게 화를 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했어? 너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그냥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 그래.”
“누나 왜 그래?”
“그만 두라고.”
태민이 손을 내밀자 한나는 고개를 흔들며 뒤로 물러났다.
“돌아가.”
“누나.”
“돌아가라고.”
“싫어.”
태민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나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너 이러는 거 나 이상해.”
“누나. 나 정말로 누나가 좋아.”
“그게 무슨 말인데?”
“누나.”
태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태민이 고개를 숙이려는 순간 갑자기 헤드라이트가 탁 하고 켜졌다.
“뭐야?”
“김한나 씨!”
“오복규 씨?”
복규가 차에 내려서 성큼성큼 한나에게 다가왔다.
“지금 나랑 같이 가요.”
“뭐 하는 겁니까?”
태민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지금 나랑 누나랑 이야기하는 거 안 보여요?”
“그게 뭐요?”
“이봐요.”
“김한나 씨 나랑 저녁 먹으러 가요.”
한나는 물끄러미 복규를 바라봤다.
“그러니까.”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복규의 말에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가요.”
“누나.”
태민이 한나의 손목을 붙들었다.
“그냥 가면 안 되는 거잖아. 누나가 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응?”
“태민아. 나 지금 오복규 씨랑 이야기를 할 거야. 그리고 너랑 아무런 이야기도 할 이유가 없어.”
“그게 무슨?”
“갈 거야.”
“누나.”
“그 손 놓으라고!”
태민이 손을 놓지 않자 복규가 고함치며 두 사람 사이를 막았다. 그리고 복규의 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 봤다.
“그 손 놔!”
“당신 뭐야!”
“이 여자랑 연애하는 사람!”
복규의 말에 한나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한나는 멍한 태민의 손을 끊고 차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한나를 차에 태우고 멀어졌다.
'☆ 소설 창고 > 퍼펙트우먼[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15장. 파전에 막걸리] (0) | 2014.07.22 |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14장. 좋아해도 되나요?] (0) | 2014.07.21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12화. 혼란] (0) | 2014.07.17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11장. 막무가내 꼬맹이] (0) | 2014.07.16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10장. 김한나만 보인다.] (0) | 2014.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