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14장. 좋아해도 되나요?]

권정선재 2014. 7. 21. 07:00

 

14. 좋아해도 되나요?

미안합니다.”

아니요.”

 

한나는 물끄러미 복규를 응시했다.

 

그런데 나에게 왜 그랬어요?”

?”

아니. 나를 구해준 거 고맙기는 한데. 솔직히 나 그런 거 마냥 마음이 편하기는 하지 않아서. 일단 고맙기는 해요.”

그러니까.”

됐어요.”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뭐 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

나에게 아무런 마음도 없다는 거 알고 있다고요. 솔직히 오복규 씨가 나를 좋아할 이유도 하나 없잖아요. 그래도 다음부터는 그런 식으로 상황 피하지 마요.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드니까요.”

왜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겁니까?”

?”

 

한나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아무리 무덤덤한 여자라고 하더라도 그런 이야기 들으면 저절로 설렐 수밖에 없어지는 거거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건 나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쉽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에요.”

쉽게 한 말이 아닙니다.”

그럼?”

궁금합니다.”

 

복규는 진지한 눈으로 한나를 응시했다.

 

김한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도대체 뭘 할 수가 있는 사람인 건지. 그게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그런 게 왜 궁금해요?”

 

한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거 하나 궁금할 이유 없잖아요.”

왜 그렇죠?”

?”

왜 이렇게 둔한 거예요?”

무슨?”

그쪽이 좋다고요.”

 

복규의 말에 한나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복규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식의 고백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난감하고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을 하면. 그쪽이 좋습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쪽이 뭐라고 말을 하더라도. 김한나 씨가 궁금합니다.”

말도 안 돼.”

 

한나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나 위로를 해주려고 하는 것은 알겠지만. 그런다고 위로 하나도 안 되거든요.”

내가 왜 그냥 위로를 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진심이라는 생각이 안 듭니까?”

? 진심이라고요?”

.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아니요. 진심일 수가 없는 말이에요.”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흔들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두 사람 뭐 얼마나 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해요. 괜히 나 기분 좋게 해주지 마요. 그런 거 바라지 않아.”

왜 그렇게만 생각을 하는 겁니까?”

?”

진심으로 좋습니다.”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오복규 씨.”

. 김한나 씨.”

그러지 마요.”

뭘 말입니까?”

나 이제 겨우 오복규 씨라는 사람하고 편하게 대할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거든요? 그런데 오복규 씨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가 있겠어요?”

내가 그럼 뭘 해주기를 바라는 겁니까?”

아무 것도요.”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지금처럼 해줘요.”

?”

투닥이고. 그냥 이런 거.”

김한나 씨.”

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해요.”

 

복규는 물끄러미 한나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그런 거 해줄게요.”

고마워요.”

 

한나는 짧게 고개를 숙이고 차에서 내렸다. 복규는 한참이나 멍하니 핸들에 머리를 박았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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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번 것은 반응이 더 좋아요.”

정말?”

이거 봐요.”

 

지난 번 첫 동영상보다 훨씬 더 옹호적인 댓글이 많았다. 한나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말했잖아. 사람들 이런 거 보고 싶어했다니까? 그런데 이런 거 제대로 방송이 안 되었던 거라고.”

이거 정말 기회인데요?”

그렇지?”

 

문대가 지나가다 미간을 모았다.

 

뭐 하는 거야?”

PD.”

김한나. 유별나 들어와.”

, 저도요?”

내가 자기 이름 안 불렀어?”

부르셨어요.”

그러니 들어와.”

 

별나는 울상을 지으며 한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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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하래.”

?”

방송 하라고.”

 

별나와 한나는 서로의 얼굴을 보고 다시 문대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위에서도 이번 거 반응이 괜찮다고. 그냥 방송을 해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

정말이죠?”

내가 이런 걸 왜 거짓말을 해.”

대박.”

 

한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고작 2주만에 이런 반응이 오고 위에서도 다른 답이 올 줄 몰랐다.

 

아니 갑자기 왜요?”

나도 모르지. 그런데 사람들이 이것저것 물었던 모양이더라고. 왜 방송을 하기로 했었다가 방송이 안 되고 이러고 있느냐고 말이야. 뭐 회사에서도 이런 구설수 오르는 것이 별로 안 좋은 일이고.”

다행이다.”

뭐가 다행이야.”

 

문대는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회사가 엿을 제대로 먹은 거지. 너희 두 사람한테. 뭐 잘 하고 있다는 칭찬이니까 나쁜 것은 아니지.”

그럼 방송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일단 인터넷에 올라온 거 있지?”

.”

그거 다시 찍어.”

?”

 

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카메라도 붙여주고 할 테니까 정말로 방송에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찍으라는 거야.”

“PD.”

나에게 고마워하지 마.”

 

문대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한 거 아무 것도 없으니까. 두 사람이 잘 해서 되는 거라고. 두 사람이. 그리고 유별나. 너 대단하네.”

?”

나는 네가 아무 것도 할 줄 모른다고 생각을 했는데. 위에서도 그러더라고. 네가 쓴 글이 나쁘지 않다고.”

. 감사합니다.”

 

별나는 행복한 표정으로 혀를 살짝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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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고마워요.”

? 뭐가?”

언니 덕분이에요.”

아니야.”

 

별나의 감사에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나가 재능이 없었더라면 그냐가 무얼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을 거였다.

 

나야 말로 너무나도 고마워. 그렇게 막연하게 이야기를 한 건데 네가 도와준 거니까 말이야.”

저 정말로 한 거 없어요.”

그래도.”

 

한나는 별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나라면 같은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너는 다르네. 너는 뭐라도 하는 거니까.”

그나저나 오복규 씨에게도 말을 해야 하죠?”

, 그러네.”

언니가 할 거죠?”

네가 해.”

?”

 

별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제가 그런 걸 어떻게 해요?”

왜 못 해. 너 할 수 있잖아. 그리고 어차피 이렇게 칭찬을 들은 거 정말 제대로 해야지. 안 그래?”

하지만.”

어허.”

 

한나의 엄포에 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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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뭔 일 있나?”

?”

안색이 안 좋다.”

아무 일도 없다.”

 

밥을 묵묵히 삼키는 복규를 보며 득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니 엄마 땜에 그라나?”

아이다.”

 

복규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햄은 내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왜 자꾸 그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노? ?”

아니 내 말은.”

됐다. 치아라.”

 

득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는 니가 걱정이 되니 그라는 거 아이가. ? 무슨 일이 있으면 이 햄에게 다 이야기를 해봐라. 아무리 내가 믿음이 안 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래도 니 햄인데. 뭐든 되지 않겄나?”

아무 일도 아니라고요.”

 

전화벨이 울리고 복규는 액정을 확인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

 

방송국이네.”

방송국?”

밥 묵고 치워라. 내는 다 묵었다.”

아니. 더 묵어야지.”

됐다.”

 

득수는 부엌을 나서는 복규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점마 저거 와 저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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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자고 한 겁니까?”

정식으로 방송이 되기로 했어요.”

?”

이제 방송이 된다고요.”

.”

 

복규는 애매한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늘은 왜 유별나 씨가 온 겁니까? 늘 나를 만나러 김한나 씨가 오지 않았습니까?”

뭐 언니가 이제 저보고 좀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이제 정말로 같이 일을 제대로 하게 되는 거니까요.”

. 그렇습니까>‘

 

복규는 커피를 마시고 혀로 입술을 축였다.

 

저기.”

?”

뭐 다른 이야기는 없었습니까?”

무슨 이야기요?”

아니 뭐라도.”

없었는데요?”

그렇습니까?”

 

복규가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별나는 살짝 볼을 부풀리며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저기요.”

?”

언니 좋아해요?”

?”

 

복규가 화들짝 놀라자 별나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나 맞구나?”

,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하여간 남자들은 자기 감정을 왜 이렇게 못 숨기는 건지 몰라요. 딱 보이거든요.”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지어요.”

이건. 김한나 씨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습니다.”

?”

 

복규의 대답에 별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참여하게 한 것은 자기면서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스스로 하지 않는 겁니까?”

그러게요.”

김한나 씨 무책임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복규의 물음에 별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언니 자기가 하는 일 정말로 책임을 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일도 하게 되는 거고요. 안 그래요?”

그런 겁니까?”

아무튼 앞으로 더 바쁠 거예요.”

그렇겠군요.”

 

복규는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복규가 먼저 일어나서 멀어지는 것을 보며 별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리를 꼬고 살짝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봐도 좋아하는 거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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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어쩐 일이야?”

내가 친구 보러도 못 오니?”

 

한나는 하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너 나 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때는 내가 화가 나서 한 말이고. 네가 그렇다고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는 거지. 내가 미안하잖아.”

됐어. 그런 거 필요 없어.”

그렇지? 우리는 친구니 말이야.”

 

하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한나 너는 여기에서 전혀 못 지낼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름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더라.”

무슨 말이야?”

일도 하고 말이야.”

내가 회사를 그만 둔 것도 아니고 일을 하기 위해서 여기에 왔는데 당연히 일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좀 그렇지 않나?”

 

하수는 웃음을 참는 행동을 취했다.

 

아무리 그래도 유투브가 뭐니? 유투브가?”

그게 뭐가 어때서? 요즘에는 다 거기로 소통을 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그래도 네가 대한민국 대표 방송국의 아나운서라고 한다면 그런 식으로 해결을 하면 안 되는 거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그냥. 네가 왜 이렇게 되었나 싶어서.”

 

하수의 말에 한나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도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된 건지 되게 궁금하다.”

그래. 인간 김한나 인생 나보다 훨씬 더 나았었는데 말이야.”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여기에 온 건지 모르겠지만 네가 지금 하는 거 나를 짜증내게 하는 것 같아.”

어머, 내가 그랬어?”

 

하수는 입을 가리고 울상을 지었다.

 

나 그럴 의도로 한 말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정말로 여기에 왜 온 거야? 네가 여기에 올 이유 없잖아.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온 건데?”

나는 정말로 여기에 친구가 보고 싶어서 온 거야. 김한나. 너는 친구를 그렇게 밀어내고만 싶니? 어떻게 그래?”

네가 나랑 마지막이 어땠는지 기억을 한다면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내가 이상한 거니?”

. 네가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두 사람 이렇게 원수가 될 이유도 하나 없는 사이잖아.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지.”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가만히 하수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은하수 네 말이 맞다. 우리 두 사람이 친구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니? 그냥 친구 해야지.”

그럼. 게다가 너에게는 친구가 없잖아.”

 

하수의 말에 한나는 살짝 미간을 모으며 커피 잔을 내려놓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친구가 없다니. 도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건데? 너 왜 그러는 거야?”

사실이잖아.”

 

하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하던가 말이야.”

그런 것이 너랑 아무 상관이 없는 말 같은데.”

왜 그래? 그래도 여기에 오는 사람은 나 하나면서.”

 

하수는 머리를 찰랑이며 씩 웃었다. 한나는 남은 커피를 모두 마시고 소리가 나게 잔을 내려놓았다.

 

나는 다 마셨어.”

천천히 좀 마셔라.”

더 마실 것도 없거든?”

그럼 한 잔 더 시키지 그래?”

은하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글쎄다. 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하수는 혀를 살짝 내밀면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너도 내가 무슨 기분이었는지 아주 조금은 알겠니? 내가 늘 지금 네가 느끼는 그런 기분이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늘 그런 기분이었다고.”

 

하수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워버렸다.

 

늘 너는 나보다 잘난 척을 하고 있었잖아.”

내가 너에게 언제 그랬다고 이러는 건데? 말이 안 되잖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 적이 없다! 어떻게 네가 그럴 수가 있니?”

 

한나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하수와도 싸우고 나면 정말로 더 이상 수습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은하수. 나 힘들어.”

나도 너랑 있을 적에 힘들었어.”

그거 네 말대로 다 지난 일이잖아.”

아니. 나에게는 지난 일이 아니야. 아니라고.”

그럼 도대체 여기에 와서 나에게 뭘 하려고 하는 건데?”

 

한나의 물음에 하수는 다시 웃음을 찾고 의자 뒤로 몸을 기댔다. 한나는 그런 하수를 가만히 응시했다.

 

나를 놀리러 온 거니?”

뭐 친구 사이에 그럴 리가 있니?”

그럼 도대체 여기에 와서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야? 내 신경질을 건드려서 뭘 어떻게 하자고?”

그냥 뭐 재미있는 일이 혹시 생기지 않을까 그게 너무 궁금해서 여기에 온 거야. 나 별 다른 마음은 없다고.”

그러니까 지금 이런 식으로 나를 놀리고 괴롭히는 일이 너에게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일이고 흥미로운 일이라는 거네.”

뭐 네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그런 거겠지.”

 

하수는 씩 웃으면서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은하수. 너는 여전하구나.”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여전하다니?”

내 밑에서 그냥 내 심부름꾼처럼 행동하는 것이 그대로란 말이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뭐라고?”

 

하수가 주먹을 세게 쥐었다.

 

김한나. 내가 너보다 잘났어.”

뭐가 나보가 그렇게 잘났다는 건데?”

내 남자친구가 누구인지 알면 네가 놀랄 거야.”

아니. 나는 그런 것 가지고는 하나도 놀라지 않을 거야. 네가 누구를 만나서 잘나진 거면 너는 멍청해진 거니까.”

뭐라고? 내가 멍청해져?”

 

하수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내가 더 나은 남자를 만나서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데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더 나은 사람이 어디에 있는데? 은하수는 은하수 혼자 있을 때 가장 오롯이 빛났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내가 너에게 왜 그 동안 그렇게 투정을 부린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네가 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을 해서 내가 그랬다고 믿는 거야? 만일 그런 거라면 너는 정말로 멍청한 거야. 너는 한심한 거라고.”

김한나.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 건데?”

나는 네가 나보다 잘나서. 그래서 부러웠던 거야.”

 

한나의 고백에 하수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한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천천히 호흡을 되찾았다.

 

나는 아니었으니까.”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은하수 너는 네 삶을 찾았잖아.”

그럼 너는 뭐 아니었다는 거야? 그런 거야?”

그렇지. 나는 내 삶을 살고 있지 않았던 거지.”

 

한나는 덤덤히 대답하면서 하수의 눈을 가만히 바라봤다.

 

나는 그저 누가 시키는 대로 살고 있었던 거야. 이게 정말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하지만 적어도 하수 너는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었던 거잖아. 아니야?”

너 나 놀리니?”

 

하수의 얼굴에 비웃음이 어렸다.

 

이런다고 내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네가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하고 말하는 거 아니야. 그것 자체가 너를 기만하는 일이니까.”

그럼 왜 이래?”

 

하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건 김한나. 네가 아니잖아.”

한 달이 다 되어가니 이렇게 되는 모양이네.”

싸가지 없고 사람들이나 무시하는 그런 게 바로 김한나잖아. 그런데 너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건데?”

자리가 사람을 만드나 봐.”

 

한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에 계속 있었더라면 나는 더 나은 남자를 만났다는 너의 말에 대단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을 거야.”

김한나.”

그런데 지금은 아니네.”

 

하수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네가 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래 네가 나로 인해서 많이 힘들었다는 것은 알겠어.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에 대해서 네가 멋대로 판단할 자격 같은 것은 없는 거야. 사람은 겉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니까.”

그런데 나에게 왜 이랬어?”

네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미안해.”

 

한나의 사과에 하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한나를 노려보며 주먹으로 가볍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네가 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

그럼 내가 너에게 뭘 어떻게 하기를 바라?”

내게 고개를 숙여. 그리고 내가 부럽다고 하라고.”

내가 너를 반드시 부러워 해야만 하는 거니? 내가 왜?”

네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모두 다 가질 거니까. 그러니까 네가 당연히 나를 부러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 갖고 싶은 거 없어.”

 

한나의 말에 하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가지고 싶은 것이 없어?”

.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이제 더 이상 하면 안 된다는 거 여기에 와서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거든.”

내 남자를 보고도 그럴까?”

네 남자가 도대체 누구인데 그래?”

 

하수가 여유롭게 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종이 울렸다. 하수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본 한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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