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15장. 파전에 막걸리]

권정선재 2014. 7. 22. 07:00

15. 파전에 막걸리

고경표?”

여기에서 보네.”

 

경표가 씩 웃으면서 카페에 들어왔다.

 

우리 하수가 만날 사람이 있다고 하더니. 친구도 아니라고 하던 김한나를 만나러 여기에 온 거야?”

. 그랬어요.”

 

한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지금 도대체 뭘 하자는 건데? 내 앞에서 무슨 쇼를 하려고 하는 거야? ? 뭘 바라니?”

뭘 바라기는?”

 

하수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우리 둘이 잘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해서 나보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고? 서러워서 울기라도 할까?”

?”

 

한나의 반응에 하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는 지금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내가 경표 씨를 만난다고. 네가 사귀던 사람을 만난다고. 아무 생각이 안 들어?”

들어. 너 되게 한심하다는 생각.”

너 지금 내가 한심하다고 이야기를 한 거니?”

. 만날 사람이 없어서 이런 놈을 만나는 거야?”

 

한나의 말에 경표는 미간을 모으며 살짝 목을 풀었다.

 

김한나.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나에게 막말을 하는 거지? 도대체 네가 나보다 나은 것이 뭔데?”

적어도 헤어지는 마당에 악담을 퍼붓지는 않아. 나는 너처럼 인성이 쓰레기는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 내가 쓰레기야?”

그럼 너 쓰레기 아니니?”

 

경표의 얼굴이 곧바로 일그러졌다.

 

네가 왜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 이제 가진 것도 하나 없는 주제에 왜 이러는 거야?”

돈이 없으면 이러면 안 된다는 법은 누가 만든 건데? 그리고 이미 다 헤어지고 마지막까지 서로의 밑바닥을 다 보여준 주제에 여기에 나타나면 내가 뭐 부러워라도 할 거라고 생각을 한 거야?”

 

한나는 싸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고경표. 나를 그렇게 오래 만나면서도 하나 모르는 구나? 나 너 하나도 안 부러워. 몰랐니?”

무슨 말이야?”

네 돈 안 부럽다고.”

 

한나의 말에 경표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지 마. 네가 평생을 노력을 해도 가질 수 없는 돈을 내가 가지고 있어.”

그럼 뭐 해?”

뭘 뭐 해?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지.”

그래서 나 화나게 하려고 하수랑 사귀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 우리 정말 좋아해서 사귀는 거라고.”

은하수. 너도 제발 정신 좀 차려. 내가 싫다고 하면서 언제까지 나에게 그렇게 붙들려서 살 건데?”

 

한나의 말에 하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지금 너에게 붙들려서 살고 있다고?”

그게 아니면 지금 네가 이러는 이유 하나도 설명이 안 되는 거 아니야? 나 이제 너랑 자주 보지도 못하는 사이야. 그러니까 이런 자랑을 하려고 성주까지 올 이유 하나도 없는 거잖아. 아니야?”

그러니까.”

됐어. 그만 두자.”

 

한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이런 이야기로 힘 쓰기 싫어.”

앉아 김한나. 내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

 

하수가 이를 악 물고 말했지만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은하수. 내가 할 말은 이미 끝이 났다고. 대화라는 것은 두 사람이 같이 해야 하는 것 아니니?”

앉아!”

 

하수가 고함을 지르자 카페에서 모든 시선이 다 모였다.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이런 기분이었구나?”

뭐라고? 내가 무슨 기분이었는데?”

내가 너에게 짜증을 부리면서 온갖 진상을 떨었을 때. 너도 아마 이런 기분이었을 것 같아서 말이야.”

 

하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내가 너 같다는 거야?”

아니. 누가 너보가 나 같다고 했어?”

 

한나는 싸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은하수. 너는 나보다도 못 해. 이런 놈을 만나니까.”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

 

경표가 손을 드는 순간 태민이 나타나서 그 손을 붙잡았다.

 

태민아.”

누나 이 녀석은 뭐야?”

?”

 

한나가 멍하니 있는 사이 태민이 그대로 경표를 뒤로 밀어버리고 경표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이런 녀석들하고 도대체 왜 어울리는 거냐고? 누나는 할 일이 그렇게 없는 사람이야 왜 그래?”

태민아 됐어.”

정말 속상하다.”

네가 채태민이야?”

 

하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꼬맹이가 이렇게 된 거야?”

당신은 누구인데 여기에 있는 거야?”

나야. 은하수. 은하수라고. 내가 너 나 기억 못 해?”

. 그 거지.”

 

하수의 얼굴이 구겨졌다.

 

뭐라고?”

한나 누나의 곁에서 낮은 자존감으로 잉여 짓을 하던 사람. 그게 바로 당신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여기에 와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거야? 한나 누나에게 뭘 바라고 있는 거지? ?”

너 뭐야?”

 

하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도대체 여기에 와서 뭐 하자는 건데?”

누나 가자.”

 

태민은 하수를 무시하고 그대로 한나의 손을 잡았다. 한나는 그런 태민의 손을 뿌리치고 고개를 저었다.

 

네가 그러지 않아도 돼.”

?”

은하수.”

 

한나는 물끄러미 하수를 바라봤다.

 

네가 왜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지만. 그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고 하면 정말로 미안하네.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너는 달라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거야.”

뭐라고?”

 

하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런 쓰레기를 만난 것부터가 그렇지.”

뭐라는 거야!”

 

경표는 고함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에서 건방지게! 네 따위 것이 감히!”

그런 소리 유치하지 않니?”

 

한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고경표 너 정말로 실망이다.”

김한나.”

그리고 다시는 나 찾아오지 마.”

 

한나는 그대로 경표의 얼굴에 손을 날렸다. 하수는 입을 가리고 태민은 웃음을 참으며 킥킥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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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멋있는데?”

너 앞으로 그러지 마.”

?”

내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누나.”

내 일이야.”

 

한나의 덤덤한 반응에 태민은 입을 내밀었다.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야?”

뭐가?”

내가 그래도 누나를 구해준 건데. 나에게 이렇게 차갑게 굴면 안 되는 거잖아. 안 그래? 너무하잖아.”

네가 나 구한 거 아니야.”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었어.”

뭐라고?”

모르겠다.”

 

한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에게 뭘 바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고마워. 하지만 앞으로 끼어들지 말라는 거야.”

누나.”

내가 할 말은 이거야.”

 

태민은 멀어지는 한나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따.

 

도대체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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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치워.”

 

경표는 하수의 손을 거칠게 쳐냈다.

 

지금 내가 이게 무슨 꼴이야?”

그러니까.”

나를 무시해. 감히?”

 

경표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복수가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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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막걸리를 그렇게 많이 사?”

?”

 

한나는 고개를 돌렸다. 웬 아주머니 한 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한나는 얼굴을 붉혔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나봐.”

아니.”

그럼 나랑 마셔.”

?”

나랑 마시자고.”

 

아주머니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막걸리 반을 가져갔다.

 

나도 오늘은 무지하게 마시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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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렇게 들어가도 돼요?”

그럼. 아무렇지도 않혀.”

 

한나는 눈치를 보며 집으로 들어갔다. 꽤나 넓은 집은 고요했다. 다행히 아무도 없는 모양이었다.

 

애기 아빠는 어디 놀러라도 갔나배. 그러니까 별 신경은 쓰지 않아도 돼. 얼른 앉아요. 편한대로.”

. 감사합니다.”

 

한나는 싱긋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집이 좋아요.”

애기 아빠가 다 했어요.”

그러시구나. 솜씨가 좋으시네요.”

그럼. 파전 먹을 줄 알지?”

그럼요. 좋아해요.”

그런데 내가 아가씨를 왜 이렇게 대하는 줄 알어?”

?”

나는 아가씨를 아는디?”

. 그러세요.”

 

한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곁으로 다가갔다. 아줌마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임실라라고 하네.”

. 임실라. 이름이 고우세요.”

고맙네.”

 

실라는 후라이팬에 기름을 넉넉히 둘렀다.

 

복규 엄마여.”

?”

오복규 엄마라고.”

.”

 

한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곧바로 허리를 숙였다.

 

, 안녕하세요. 어머니. 몰랐어요.”

뭘 그렇게까지 인사를 하고 그려.”

 

실라는 킬킬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내가 먼저 아가씨를 속일라고 했는데 아가씨가 그렇게 반응을 하면 내가 되게 나쁜 사람인 것 같잖여.”

?”

그냥 보고 싶었거든.”

그게 무슨?”

둘이 잘 어울리더라고.”

 

한나의 얼굴이 곧바로 붉어졌다.

 

, 저희 아무런 사이도 아니에요.”

누가 뭐라고 했는감? 두 사람이 같이 연기를 하는 것을 보니까 두 사람이 꽤나 잘 어울리더라고.”

. 보셨어요?”

시골 사람이라 못 볼 것 같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도 스마트폰이야.”

 

실라는 최신형 기기를 꺼내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오히려 시골이 이런 게 더 많아.”

그래요?”

다들 바보라 그렇지.”

 

실라의 대답에 한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거기 얼렁뚱땅 서있지 말고 그냥 앉아있어. 내가 알아서 다 할 거니까. 뭐 도와준다고 그러고 있어?”

그래도. 오복규 씨의 어머니면 제가 좀 거들게요. 그리고 저 생각보다 요리 되게 잘 하거든요.”

그려?”

그럼요.”

 

한나는 씩 웃으며 팔을 걷어붙였다.

 

제가 솜씨 발휘 제대로 할게요.”

자네만 믿네.”

.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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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가 정말로 좋네?”

그렇죠.”

 

파전을 죽죽 찢어 먹으며 한나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이런 거 여기에 오니까 먹을 수 있게 되네요.”

서울에는 파전이 없어?”

있죠.”

그런데 왜?”

살이 찌니까요. 아무래도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니까 이런 거 먹으면 신경이 쓰이고 그러더라고요.”

그럼 안 돼.”

 

실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사람이 맛있는 것은 다 먹고 살아야지. 맛있는 것도 못 먹고 살면 그게 어디 사는 거여?”

그렇죠?”

 

한나는 혀를 내밀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런데 다들 그렇게 살더라고요. 정말로 자기가 뭘 원하는 건지도 하나 모르고. 그렇게 말이에요.”

나는 오늘 속상한 일이 있어서 이러는 건데. 김한나 씨는 왜 그렇게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그런디야?”

어머니 속상하셨어요?”

그럼.”

 

실라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속상한 일도 없이 워디 여편네가 술이나 퍼마실라고 그렇게 했간디? 그런데 나야 다 늙은 년이고. 이제 그렇게 술을 퍼마셔도 되느디. 김한나 씨는 아직 어린 여자가 무슨 술을 그리 마신디야?”

안 취해요.”

 

한나는 막거리를 마시고 머리에서 탈탈 털었다.

 

맛만 좋네.”

술 마실 줄 아네.”

그럼요. 저 술고래에요.”

좋은 동무가 생겼네.”

정말요?”

자주 마시면 되겠네.”

저야 좋죠.”

 

한나는 입맛을 다시며 잔을 실라에게 건넸다. 실라도 막거리를 한 잔 받아마시고 빈 잔을 머리에 털었다.

 

요로코롬 마시니 더 시원하고 배가 부른 것 같네. 역시 사람 속 푸는데는 막걸리 뿐이라는 걸 자네도 아는가?”

그럼요.”

 

한나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소주는 쓰기만 하지 깊이가 없잖아요.”

그럼.”

막거리는 뭔가 생각도 하게 하고요.”

그렇지.”

어머니. 한 잔 더 주세요.”

 

한나는 눈웃음을 치며 실라에게 막걸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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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갸 친엄마가 아녀.”

그러시구나.”

 

막걸리 몇 병이 쌓여있고 실라는 허탈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런데 친 엄마가 왔다는 구먼.”

어머나.”

 

한나는 입을 가렸다.

 

그래서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복규가 그 여편네를 되게 싫어하네. 자기를 어릴 적에 버리고 갔다는 것을 알거든.”

오복규 씨가 그랬어요?”

아직 그런 말도 안 했어?”

그런 사이는 아니에요.”

그려?”

 

그냥 영상만 찍고. 일만 하는 사이거든요. 그래서 오복규 씨에게 그런 사연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렇겠지.”

 

실라는 파전을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 녀석이 나쁜 놈은 아니여.”

알고 있어요.”

그럼 사귀는 것이 어때?”

?”

괜찮은 놈이야.”

알고 있어요.”

 

한나는 씩 웃으면서 막걸리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서 다 만날 수 있고 그런 것은 아니잖아요. 사람하고 사람 사이가 그렇게 간단한 것도 아니고.”

그럼 뭐가 복잡해야 해?”

?”

복잡할 거 하나 없어.”

 

실라는 단호한 표정으로 한나를 바라봤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이야. 정말로 필요한 것은 지금 당장 이 사람이 얼마나 좋은지 그거여.”

이제 그런 거 안 믿어요.”

?”

호되게 당했거든요.”

 

한나는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어머님 말씀처럼 오복규 씨가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고. 다 좋다는 생각도 들기는 하는데. 그래도 겁이 나요. 마지막 연애가 정말로 최악이었거든요. 다시 상상도 하고 싶지 않은.”

이것이 뭔 일이래.”

그렇죠?”

아유 불쌍한 거.”

 

집으로 들어서던 득수는 잠시 몸이 굳었다.

 

외숙모. 무슨 일인교?”

한나 씨랑 내가 만났다.”

?”

우리 둘이 만났다고.”

아니.”

 

득수가 황급히 두 사람 곁에 앉았다.

 

아니 지금 여자 둘이서 술을 몇 병이나 마신 거야? 김한나 씨. 정신 좀 차려요. 정신 좀. 무슨 술을 이렇게 마셔?”

정신 차렸거든요.”

 

한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오득수 씨는 왜 그래요?”

?”

아니 여자는 술을 마시면 안 돼요? 여자도 같은 사람인데 이 맛있는 술을 못 마시는 것이 말이 되나요?”

그럼. 그럼.”

 

실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나의 말에 동의했다.

 

여자도 술을 마셔야죠.”

그렇죠. 어머니?”

어머니?”

우리 엄마 딸 하기로 했어요.”

그럼. 그럼.”

아이고.”

 

득수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외숙모. 이거 지금 복규 그 자식이 보면 머라고 할지 몰라서 이랍니까? 얼른 김한나 씨 보내이소.”

?”

복규가 이 여자 싫어해요.”

뭐라고?”

싫어한다고요.”

 

득수의 말에 한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사촌이라면서 드럽게 모르네.”

뭐라고요?”

오복규 씨 나 좋아해요.”

 

한나가 가슴을 두드리며 씩 웃었다.

 

나 좋아한다고요.”

우리 아들이 그랬어요?”

네 어머니. 오복규 씨가 나에게 고백했어요.”

그런데 왜 안 사귄디야? 우리 아들이 어디 빠지는 사람도 아니고. 그 정도면 인물도 좋지 않나?”

좋죠.”

 

한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제가 너무나도 부족해서 그래요.”

아가씨가 뭐가 부족해서?”

말씀 드렸잖아요.”

 

한나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저 되게 부족하다고요. 마지막 연애도 정말로 쓰레기 같았고요. 저 사고 쳐서 여기에 온 거예요. 오복규 씨에게 아무런 폐도 끼치고 싶지 않아요. 그 사람 정말로 좋은 사람이니까. 그래서 싫어요.”

그런 말이 어딨어?”

 

실라는 한나의 손을 꼭 잡았다.

 

아픈 사랑은 원래 사랑으로 잊어야 하는 뱁이여.”

어머니.”

내가 우리 한나 편이니께. 그냥 해. 사랑해도 돼. 그리고 그 아픈 거. 복규 그 녀석이 다 치유해줄 거야.”

어머니.”

 

한나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저 어떻게 해요? 저 정말로 오복규라는 사람이 좋거든요? 너무나도 좋은데. 좋아하면 안 되는 것을 알아요.”

왜 안 되는 건데?”

헤어질 거니까.”

안 헤어질 건데?”

 

익숙한 목소리에 한나는 고개를 들었다.

 

오복규 씨?”

김한나 여기에서 뭐 하는 거야?”

아니.”

 

한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좋으면 그냥 나랑 사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 그러니까.”

좋아합니다.”

 

복규의 고백에 한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오복규 씨.”

내가 당신에게 너무나도 부족한 사람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온 당신에게 부족한 거 알아요.”

아니요.”

 

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울 사람. 시골 사람.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너무 부족한 사람이었다.

 

나 그렇게 완벽한 사람 아니에요.”

압니다.”

멍청하기도 하고요.”

그것도 압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요?”

좋습니다.”

 

복규는 한나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자꾸만 당신이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다른 곳이 아니라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복규 씨.”

당신을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복규는 그대로 한나에게 허리를 숙여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