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김한나만 보인다.
“유투브 반응이 그렇게 좋아?”
“네.”
별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말처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처음처럼 욕만 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래?”
“사람들이 한 번 제대로 좀 보라고. 그렇게 무조건 욕할 것이 아니라고. 보면 달라질 거라고 막 그러더라고요.”
“그거 다행이네.”
한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마음이 변할지 모른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그녀는 자세하게 알고 있었다.
“아직 제대로 영상이 올라오지도 않았으니까 사람들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을 거야.”
“그래도 이 정도 반응이라면 그냥 정규 편성을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지?”
“네. 생각보다 괜찮고요.”
“다 별나 네 덕이야.”
“제가 뭘요.”
한나의 칭찬에 별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저보다 언니가 더 많이 고생하셨죠. 그리고 솔직히 저는 이렇게 악플이 많이 달렸으면 바로 삭제하려고 했을 거예요.”
“어떻게 그래?”
“왜요?”
“나 혼자 한 것도 아니고. 오복규 씨가 이 일에 대해서 많이 도와줬는데 아무래도 그건 에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차피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았다면서요?”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 왜 신경을 써요?”
별나는 볼펜 끝을 물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그 분은 이게 유투브에 올라갔는지도 모를 걸요? 시골에서 사시는 분이라 그런 것도 모를 거예요.”
“그게 뭐야?”
“네?”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언니.”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낮아진 한나에 별나는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진지하게 별나를 응시했다.
“오복규 씨가 우리랑 뭐가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 같은 고장에서 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 아니야?”
“그러니까 제 말은.”
“알아.”
별나의 말을 끊고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을 했으니까. 하지만 너는 나랑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네가 조금이라도 나보다 더 오래 있었으니까.”
“그건 그렇지만.”
“너마저도 이해를 못 한다고 하면서 이런 영상을 찍으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거야. 이런 건 의미가 없는 거라고.”
“그렇겠네요.”
별나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막 무시하려고 그런 건 아니에요.”
“알아.”
한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별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지만 별나 네가 그냥 무심코 하는 그 말이 누군가에게는 되게 심각한 말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네.”
별나는 애써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나는 좀 가볼게.”
“어디를요?”
“오복규 씨.”
“거기를 왜 가요?”
“왜?”
“네?”
“걱정이라도 되니?”
“아무래도요.”
별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방송이 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서운한 마음을 가지고 언니에게 화를 낼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같이 갈래?”
“아니요.”
“뭘 그렇게 놀라.”
펄쩍 뛰는 별나를 보며 한나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어차피 너랑 갈 생각 없었어. 나도 오복규 씨에게 따로 할 말도 있고 말이야. 그래도 솔직히 서운하기는 하다.”
“네? 그게 아니라.”
“나는 그래도 오복규 씨에게 되게 고맙거든. 오복규 씨가 나를 돕지 않았으면 이 일 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겠죠.”
별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다녀올게.”
“네. 다녀오세요.”
별나는 멍하니 한나를 보다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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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규 씨 저기 그러니까.”
“봤습니다.”
“네?”
“그 동영상 봤다고요.”
복규의 덤덤한 대답에 한나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해요.”
“뭐가 미안합니까?”
“네?”
“어차피 그렇게 찍은 영상이 방송에 나올 수 있다고 믿은 것도 아니고. 그러는 거 당연한 것 아닙니까?”
“그래도요. 오복규 씨가 그렇게 도와주셨는데. 뭐 다른 반응이 있고 더 좋은 결과가 있어야 했었는데요.”
“충분히 좋았습니다.”
“그게 무슨?”
“괜찮더라고요.”
복규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그렇게 대충 찍어서 방송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고마워요.”
“네?”
“내 걱정 해주는 거잖아요.”
“아니.”
“정말 고마워요.”
한나의 대답에 복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저녁이라도 해요.”
“아니 그러니까.”
“그래도 출연을 한 건 한 거잖아요. 그리고 오복규 씨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내가 인터넷에 올린 거고요.”
“그런 거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성주에 대해서 좋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그걸로 그만입니다.”
“그렇게 되겠죠?”
“그렇죠.”
복규가 어색한 표정으로 한나를 바라보는데 문이 벌컥 열리더니 득수가 들어왔다. 그를 확인하고 복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는 무슨 일이야?”
“내가 동생한테도 못 찾아오나?”
“뭐가?”
“김한나 씨도 있었네?”
“네. 안녕하세요.”
득수는 자연스럽게 한나의 곁에 섰다.
“저녁 안 먹으러 갈래요?”
“안 그래도 오복규 씨랑 같이 가려고 했어요.”
“그럼 나도 끼워주면 되겠네.”
“형.”
복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 이럴 여유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가서 일해야 하잖아. 지금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상황이거든.”
“에이 너무 심각하게 그럴 이유 없는데? 어차피 저녁은 먹어야 하는 거고 말이야. 김한나 씨랑 같이 먹는 거잖아. 나도 껴도 되죠?”
“그럼요.”
한나의 대답에 복규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김한나 씨도 괜찮다고 하는데?”
“그거야.”
“같이 가도 되는 거죠?”
“당연하죠. 오복규 씨 가요.”
“알겠습니다.”
복규는 못 마땅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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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걸 인터넷에 올릴 줄은 몰랐어요.”
“방법이 없더라고요.”
고기를 우물거리며 한나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래도 방송 하기로 했던 건데. 그냥 그런 식으로 올리고 말아서 너무나도 미안하고 막 그래요.”
“괜찮습니다.”
“그래도요. 오복규 씨가 노력을 한 건데. 그냥 이대로 엎어지고. 솔직히 이건 조금 미안한 일이거든요.”
“왜 엎어집니까?”
“네?”
한나는 멍하니 복규를 바라봤다.
“그럼요?”
“그냥 이대로 해야죠.”
“이대로요?”
“네. 인터넷에 올리고요.”
“됐어요.”
한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신경을 써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차피 안 될 거라는 거 알고 나는 시작을 한 거거든요.”
“도대체 나에게 왜 미리 안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느냐고 따지던. 바로 그 여자 김한나는 어디에 갔습니까?”
“네?”
“애초에 하기 싫다는 사람 그렇게 막 꼬여내던 사람이 도대체 어디로 갔냐고요. 한 번 하기로 한 거면 그냥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안 된다고. 그냥 이대로 무너지고. 이건 절대로 아니잖아요.”
“너 왜 그러냐?”
흥분한 복규를 보며 득수는 살짝 붙들었다.
“김한나 씨에게 그래서 뭘 하려고?”
“아니 그렇잖아.”
“뭐가?”
“하기로 한 거면 해야지.”
“그게 되냐?”
득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 제발 정신 좀 차려. 김한나 씨가 어디 노는 사람도 아니고. 제대로 된 일도 아닌데 그걸 하라고?”
“하지만.”
“할게요.”
한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할 거예요.”
“김한나 씨.”
“무조건 할 거예요.”
한나는 눈을 반짝이며 소주를 들이켰다.
“오복규 씨의 말이 맞아요. 방송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작을 한 거잖아요.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우리가 이 이야기 끝까지 가야 하는 거라고요.”
“그렇죠.”
“됐습니다.”
득수는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김한나 씨도 이 자식 말에 괜히 넘어가지 말아요. 그게 어디 될 거라고 생각을 합니까? 그리고 회사에서 가만히 있겠어요?”
“네?”
“김한나 씨는 회사에 묶여있는 분이잖아요. 그런데 마음대로 방송하고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할 거라고요.”
“하지만.”
“이 녀석 괜히 이러는 겁니다.”
“나 정말 하고 싶어.”
득수의 말을 끊고 복규는 진지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김한나 씨는요?”
“저도 정말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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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말 농담 아니죠?”
“네.”
잔뜩 취한 득수를 집에 던져놓고 한나와 복규는 잠시 밤길을 걸었다.
“어차피 시작을 한 거. 끝은 봐야 하잖아요. 그 끝이 도대체 어떤 끝일지 너무 궁금하기는 하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조금 괜찮습니까?”
“네?”
“악플이요.”
“아.”
한나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혀를 내밀었다.
“알아요?”
“그럼요. 저도 봤는 걸요.”
“참 신기해요.”
“뭐가요?”
“사람들 말이에요. 다들 나에 대해서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내가 보이는 모습만 보고 그렇게 평가를 해요.”
“저기.”
복규는 망설이다 고개를 들었다.
“그럼 하지 말죠.”
“네?”
“김한나 씨 괜히 욕먹고 그런 거 싫습니다.”
“저는 괜찮아요.”
한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뭘 해도 먹을 거거든요.”
“하지만.”
“고작 그런 일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한나는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오복규 씨 악플도 있던데요?”
“그런가요?”
“무슨 배우가 그렇게 연기를 못 하느냐고. 막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거 칭찬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왜요?”
“얼굴만 믿고 배우 하느냐고 그러더라고요.”
한나의 말에 복규는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나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
“지금 웃은 거죠?”
“아니 그러니까.”
“다행이다.”
한나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복규 씨는 좀 웃어야 해요.”
“왜요?”
“웃으면 더 잘 생겼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복규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웃을 일은 전혀 없었다. 아니 이 시골에서 웃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저녁 미안합니다.”
“뭐가요?”
“내가 샀어야 하는데.”
“아니에요.”
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내가 밥을 사야 하는 걸요.”
“그래도 형까지 있을 줄은 몰랐잖아요.”
“친형제는 아니죠?”
“네?”
“두 사람이 너무 달라서.”
“아. 사촌입니다.”
“그렇구나.”
한나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보면 정말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격도 다르고. 하는 행동도 너무나도 다르고.”
“그렇게 다릅니까?”
“네.”
“우리 형 어때요?”
“뭐가요?”
“남자로요?”
“그게 뭐예요?”
한나는 혀를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복규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시골 사람이라 그렇습니까?”
“아니요.”
한나는 펄쩍 뛰며 고개를 저었다.
“저 그런 거 안 따져요.”
“그럼 왜 싫어요?”
“그냥 조금 가벼워 보여.”
“제대로 보네.”
“정말요?”
“네. 형 정말 그래요.”
“그렇구나.”
두 사람은 나란히 길을 걷다 잠시 멈추었다. 복규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고 한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결심을 한 듯 주먹을 쥐고 입을 여는 순간.
“누나.”
고개를 돌리니 태민이 있었다.
“채태민.”
“누나 왜 이제 와?”
“어?”
“저 사람은 뭐고?”
“저녁 먹고 왔어.”
태민은 성큼성큼 다가와서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누나 데려다 줘서 고맙습니다.”
“뭐하는 거야?”
“들어가자.”
“채태민.”
“들어가자고.”
태민은 한나의 손목을 붙들고 단호한 제스처를 취했다.
“지금 몇 시인 줄 알아? 도대체 왜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랑 이 시간까지 도대체 뭘 하자는 건데?”
“오복규 씨 좋은 사람이거든. 그리고 영상 그거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도 주인공이니까.”
“됐고. 내일 이야기 해.”
“야. 이거 놔.”
“누나가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 네.”
복규는 어색하게 인사를 받았다.
“오복규 씨 내일 봐요.”
“네. 들어가세요.”
“네. 조심히 가요!”
“연락 하십쇼!”
한나는 복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태민에게 이끌려 집에 가는 모습을 보며 복규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이거 도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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