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7장. 인연인 걸까?]

권정선재 2014. 7. 10. 07:00


 


7. 인연인 걸까?

어떻게 잘 지내?”

.”

하수의 덤덤한 대답에 한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너 왜 그래?”

뭐가?”

내가 싫어?”

?”

좀 그래서.”

아니야.”

그래?”

한나는 물끄러미 하수를 바라봤다.

솔직히 내가 너에게 막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네가 나에게 이렇게 냉정하면 안 되는 건가?”

?”

나 네 친구잖아.”

그런데?”

뭐라고?”

그게 뭐 달라지는 건가?”

하수의 말에 한나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은하수. 너 정말 왜 그러는 건데?”

너 한 순간이라도 나 정말로 친구라고 생각한 적 있어? 너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지. 나는 늘 네 하녀고 그랬잖아. 안 그래? 그래놓고 도대체 나에게 뭘 바라는 건데? ? 지금 뭘 어떻게 하자는 건데?”

이해가 안 돼. 그냥 나 위로 좀 해주면 안 되는 거야? 나 지금 경표 씨랑 한바탕 하고 왔어.”

잘 됐네.”

뭐라고?”

잘 됐다고.”

하수는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하나하나 다 나에게 이야기를 할 이유 전혀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런 말 나에게 하는 이유가 뭐지?”

은하수. 너 나한테 왜 이래?”

너 모르니?”

?”

내가 먼저 좋아했어.”

?”

경표 씨 내가 먼저 좋아했다고.”

하수야.”

그랬는데 빼앗은 건 너야.”

하수의 말에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나 요즘 되게 좋은 사람 생겼다.”

누구?”

이 사람.”

하수의 휴대전화를 보던 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꽤 잘 생겼네.”

꽤가 아니지.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한 거지. 지나가면 다들 연예인이라고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지 않아?”

그럴 것 같기도 하고.”

너는 왜 그러니?”

내가 뭐?”

내가 좋다고 하면 반응 좀 좋게 해라.”

아우, 잘 생겼다.”

한나의 대답에 하수는 씩 웃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회사 사장이거든. 정말 잘 생겼지? 이런 사람하고 같은 회사에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니까.”

그럼 고백해.”

됐어.”

?”

좋아한다고 다 고백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사장님은 내가 있는 것도 아마 모를 거야.”

네가 그런 식이니까 안 되는 거야. 한 번 좋아하는 사람이면 그냥 찔러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됐습니다.”

하수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냥 마음으로 좋아할래.”

너도 참 유치하다.”

어쩌겠어? 이게 나잖아.”

 

몰랐어.”

너는 늘 그래.”

하수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

항상 너만 알고 다른 사람은 모르고. 너만 중요하고 너만 생각하고. 그랬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그래?”

그런 게 아니야.”

한나는 당혹스러웠다.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어.”

그렇겠지.”

하수는 한숨을 토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다행이네. 경표 씨 그렇게 나쁜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네 덕에 똥은 좀 피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은하수.”

이제 너도 나 볼 일 없겠지?”

그게 아니라.”

왜 아직도 나를 가지고 놀고 싶니?”

하수의 차가운 말에 한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는 그저 너에게.”

너는 아무 것도 모르지.”

하수는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는 네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니까. 네가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네 눈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으니까.”

 

도대체 뭐야?”

한나는 머리가 복잡했다. 하수가 경표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를 동경하는. 그냥 그 정도 마음일 거라고만 생각을 했다. 하수의 마음이 그럴 줄은 정말 몰랐다.

알았으면 안 그랬을 거야.”

한나는 무릎을 안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정말로 하게 된 겁니까?”

그럼요.”

복규는 묘한 눈으로 한나를 바라봤다. 분명 운 것으로 보이는 퉁퉁 부은 눈이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에요.”

한나는 일부러 씩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성주 10. 아니 8. 그거 매주 하나의 아이템을 다룰 건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애초에 그런 아이디어를 낸 것은 내가 아니라 바로 김한나 씨인데. 그걸 지금 나에게 묻는 겁니까?”

사실 자신은 없거든요.”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아무 것도 안 하는 것 보다야 그래도 뭐라도 하나 지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지른 거거든요.”

그런 거 같았습니다.”

?”

아닙니다.”

오복규 씨가 내가 싫죠?”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한나는 입을 쭉 내밀었다. 복규는 그런 한나를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짝 몸을 뒤로 피했다.

솔직히 그쪽이나 나나 그다지 좋은 인연으로 만난 사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렇습니다.”

그렇죠? 처음 내가 차에 올랐을 때도 그렇고, 우리 두 사람 사이 마냥 좋은 사이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그게 처음이 아닙니다.”

?”

한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복규를 응시했다.

그럼 언제 또 있어요?”

그건 됐고요.”

아니.”

그런 이야기 하러 만난 겁니까?”

아니요.”

복규의 차가운 눈에 한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지금 만난 것은 아니죠. 그래도 이런 이야기 정도 그냥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사람 되게 치사하다는 이야기 자주 듣죠? 무슨 사람이 이렇게 냉정하고 막 그래요. 정말 너무하다.”

지금 더 너무한 사람이 누구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나에게 묻지도 않고 이런 일을 저지른 것 아닙니까?”

그래도 도와주기로 했잖아요.”

복규는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뭐 그것이 성주를 위한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우리는 상부상조 돕는 사이라는 거죠? 어때요? 그다지 나쁜 제안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내가 듣기에 아주 좋은 제안 같지도 않은 것이 불편한 겁니다. 그쪽하고 그다지 어울리고 싶은 생각은 안 들거든요.”

치사한 거 알죠?”

모릅니다.”

한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성주 8경이 뭐예요?”

그런 것도 모르고 한다고 한 겁니까?”

일단 뭐라도 질러야 했으니까요.”

하여간 사람 대책 없는 건 알아줍니다.”

뭐가 있는데요?”

“1. 가야산 만물상. 2경으로는 독용산성과 성주호가 있고, 3경에는 회연서원과 봉비암. 그리고 4경인 포천계곡 5경인 성 밖 숲. 6경인 세종대왕자 태실이 있고 7경은 한개마을 돌담길. 그리고 마지막 8경은 성주 비닐하우스 들판입니다. 이런 것 정도는 미리 알고 만나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걸 다 외운 거예요?”

당연하 거 아닙니까?”

놀라는 한나와 다르게 복규는 꽤나 덤덤한 표정이었다.

복규 씨는 이상해요.”

뭐가 이상합니까?”

솔직히 말을 해서 그냥 성주에 사는 것이 좋아요? 막 서울로 가고. 아니 하다 못해 대구로 가고 싶고 그러지 않아요?”

아니요.”

복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겁니까?”

솔직히 불편하잖아요.”

뭐가 불편합니까?”

?”

하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복규의 말에 한나는 입을 쭉 내밀었다.

아니 솔직히 여기 영화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쇼핑을 하기에 그다지 좋은 환경도 아닌 거잖아요.”

사람이 사는데 꼭 그런 것이 필요한 겁니까? 요즘 같은 시대에 인터넷이 있는데 그게 왜 중요한 겁니까?”

아니 인터넷으로 다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실제로 그런 것을 몸으로 하는 거랑은 다른 거잖아요. 안 그래요?”

하나도 그렇지 않습니다.”

복규의 단호한 말에 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로는 절대 그녀에 밀리지 않을 복규였다.

오복규 씨 친구 없죠?”

왜요?”

아니 지금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친구가 하나도 없을 것 같아요. 한 번도 지고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도대체 왜 내가 지고 넘어가야 하는 겁니까? 그럴 이유 하나 없는데요?”

. .”

한나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성격 되게 까칠한 거 알죠?”

원리원칙을 따지는 겁니다.”

그게 힘든 거라고요.”

뭐가 힘들다는 겁니까?”

그만.”

한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 해줄 수 있는 거죠?”

이미 하기로 한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어차피 하기로 약속한 거 괜히 깨고 그런 짓 하지 않습니다. 그런 거 되게 치사하다 생각을 하니까요.”

그것 참 반갑네요.”

반가우라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잘 만나고 왔나?”

내가 진짜 미치겠다.”

?”

아무 것도 모르더라.”

?”

성주에 대해 말이다.”

복규는 셔츠를 벗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적어도 성주에 대해서 방송을 하겠다고 하면 미리 공부도 좀 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이가? 도대체 머리에 든 것이 하나 없다. 그냥 텅텅 비어가. 그냥 방송을 하겠다. 그카고 있는 기라.”

모르는 기지.”

? 모르노? 와 몰라? 인터넷만 들어가도 다 그리 나오는 건데. 서울 사람이 그린 것도 몬 하나?”

몬 할 수도 있지.”

득수의 변명에 복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햄 와 그러노?”

뭐가?”

와 그리 그 여자 편을 드나 말이다.”

그래도 성주 이야기 하겠다는 사람 아이가?”

득수의 대답에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건 성주 이야기가 아니다.”

와 아이노?”

성주 이야기라는 것은 성주를 잘 아는 사람이 성주에 대해서 아끼는 마음이 있고 나서 하는 기다.”

니는 그기 꿈 같은 소리라는 것을 모르나? 어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노? 그기 지금 가능할 거라 생각하나?”

와 안 된다는 긴데?”

안 된다.”

득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말해서 니처럼 고장을 조하하는 사람이 누구라도 있나? 아무도 없다. 아무도. 그런데 그나마 이 고장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는 사람은 그 여자 하나다. 그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말이다. 그렇다면 니가 아무리 그 여자를 싫어한다고 해도 그 여자랑 같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기다. 그기 우리가 우리 고장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그 말이다.”

내는 그래도 마음에 안 든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복규를 보며 득수는 혀를 끌끌 찼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가볍게 복규의 어깨를 두드렸다.

니 너무 혼자 살지 마라.”

뭔 말이고?”

세상 혼자 사는 기 아이라 그 말이다.”

내가 지금 혼자 사나?”

그래.”

.”

그 성질도 좀 죽이고.”

득수가 나가자 복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한나를 만났다고요?”

그래.”

너무하네.”

하수는 싸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아픈 아인데.”

너무 챙기는 거 아니야?”

?”

아무리 그래도 이제는 원수나 다름 없는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신경을 쓰니 말이야.”

한나는 몰라요.”

하수는 싱긋 웃으며 와인을 들이켰다.

그리고 내가 아직까지는 그냥 불쌍한 애로 있는 것이 우리에게 더 유리한 거 아니에요? 그래야 걔도 우리를 더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는 거고. 자기 잘못이라고 어느 정도 생각을 하잖아요.”

독해.”

내 매력이죠.”

경표는 하수의 빈 잔에 와인을 따랐다.

나한테도 그럴 건가?”

?”

그렇게 무섭게 말이야.”

일단 봐야 알겠죠.”

그런가?”

경표는 밝게 웃으면서 하수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하수는 발가락으로 경표의 다리 사이를 장난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래서 그냥 성주 8경을 보여준다?”

.”

그거 8주 안 나와.”

?”

문대의 말에 한나는 입을 내밀었다.

왜 안 나와요?”

그 정도 방송이 뭐 특이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모든 지자체가 다 그 정도 수준을 만든다고.”

그래도 우리가 만들면 다르게 되는 거죠. 일단 대한민국 대표 여자 아나운서인 바로 저. 김한나가 있잖아요.”

얼씨구?”

문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악플 봤어?”

?”

우리 방송사 홈페이지 테러 중이야.”

좋은 거 아니에요?”

?”

일단 관심이잖아요.”

한나는 혀를 내밀고 씩 웃었다.

사람들이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것 보다는 이렇게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저희에게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뭘 해도 사람들이 볼 거라는 이야기인 거잖아요.”

김한나.”

잘 하면 되는 거라고요.”

한나의 말에 문대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여기 지금 장비도 없어.”

알아요.”

그런데 뭘 어떻게 해?”

사람이 있잖아요.”

?”

여기 방송국도 서울하고 똑같은 시험을 보고 들어오는 사람들이잖아요. 제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건가요?”

아니. 시험이야 같이 보지. 같은 시험을 보기는 하지만 그게 무조건 같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건가?”

그럼 다른 건 뭐죠?”

한나의 물음에 문대는 쉽게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한나는 당당한 표정을 지으면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할 수 있어요.”

김한나 씨.”

무조건 할 거라고요.”

 

뭐든 안 된다고 하고 있어.”

한나는 손부채질을 하며 입을 쭉 내밀고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업보인 거야?”

한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니 왜 그래요?”

? 아니야.”

한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피했다.

 

그러니까 정말로 특이하게. 그리고 쌈빡하게 성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걸 왜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겁니까?”

?”

나랑 상관이 있는 겁니까?”

아니.”

복규의 까칠한 반응에 한나는 입을 내밀었다.

아니 어차피 일도 같이 하는 건데 그렇게 까칠하게 굴 것이 아니라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면 좋잖아요. 안 그래요?”

나는요. 이 일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분명히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고요. 방송 일은 그쪽이 나보다 훨씬 더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지금 아닌 겁니까?”

맞아요. 맞다고요.”

한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래도 같이 머리를 맞대고 그러면 더 좋은 아이디어도 나올 수가 있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래. 맞다.”

형은 빠져.”

아니.”

빠지라고.”

득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기를 뒤집었다.

그래요.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른 거. 그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하죠.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뭐가 아닌 건데요?”

일단 어떤 걸 해야 할지는 내가 아니라 그쪽이 알아서 결정을 해야 하는 거죠. 내가 도대체 뭘 안다고 그런 것을 하나하나 다 나에게 묻는 겁니까? 내가 그런 것을 어떻게 알겠냐 이 말입니다.”

나도 대충 아이디어는 있어요.”

아이디어요?”

복규는 코웃음을 치며 소주를 들이켰다.

좋습니다. 그쪽이 말하는 아이디어 들어보죠.”

드라마요.”

드라마라고요?”

. 드라마요.”

. 그게 되겠습니까?”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소주를 한 잔 더 들이켰다. 그리고 한 잔 더 따르는데 한나가 그의 잔을 가로챘다.

뭐 하는 겁니까?”

속에서 열불나서 그래요.”

뭐라고요?”

아니 무슨 사람이 늘 그렇게 무시만 해요?”

내가 언제요?”

지금도 그렇잖아요.”

한나는 소주를 한 잔 더 들이켰다.

내가 하는 말이 뭔지도 모르고. 무슨 아이디어인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거잖아요.”

드라마라면서요?”

그게 왜요?”

그게 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왜 안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건데요?”

그런 거 제작하는데 드는 돈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드는지. 김한나 씨는 방송국 직원이 그런 것도 모릅니까?”

알아요. 안다고요.”

한나는 눈을 크게 뜨며 목소리를 키웠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뭐라고요?”

해보지도 않았잖아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해보지 않고는 몰라요.”

해보지 않아도 압니다.”

나는 좋을 것 같은데?”

고기를 우물거리며 득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흥미롭게. 그렇게 할 수 있게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렇죠?”

아니 한 낮에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이 그런 드라마나 보고. 그럴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왜 안 돼요?”

배우는 어디서 구하고?”

여기 있잖아요.”

한나가 자신을 가리키자 복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한다고?”

왜 안 돼요?”

좋아. 그럼 남자는?”

여기 있잖아요.”

누구?”

복규는 자신을 가리키는 한나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한나는 씨익 웃으면서 입에 고추를 물고 아삭 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