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한나의 도전
“김한나 씨 미친 거야?”
“아니요.”
“그런데 이게 뭐야!”
대구 방송국 담당자는 고함을 질렀다.
“매주 도대체 뭘 하자는 거야? 그런 걸 하자고 말을 한다고 해서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해보지 않고 모르는 거 아닌가요?”
“뭐라고?”
“늘 다른 지역들을 기다리다 보면 우리 순서가 오지도 않는다고요. 그런 거 나는 정말 견딜 수 없습니다.”
“아니 김한나 씨가 지금 서울에서 왔다고 우리들을 다 무시하는 거야?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안 될 일이라고.”
단호한 태도에도 한나는 눈을 반짝였다.
“할 수 있습니다.”
“뭐?”
“무조건 할 수 있다고요.”
“일단 다음 주 보자고. 일단 나간 거니까 나도 위에서 보고를 드리기는 하겠지만 안 될 수도 있어.”
“아니요. 제가 할 겁니다.”
한나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참외를 들고 명랑한 표정으로 셀카를 찍어서 SNS에 올렸다.
‘김한나가 이제부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성주 두웨이 매주 화요일 사랑하는 시청자 분들과 함께하는 성주 이야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욕이 무지하게 올라오겠지. 한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그래 이대로 하면 되는 거야.”
“김한나 미친 거야?”
“네?”
문대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한나를 바라봤다.
“아니 그런 짓을 할 거면 나랑 상의를 하고 해야 할 거 아니야. 혼자서 그런 사고를 치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제가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그냥 이대로 끝이 나면 안 된다고. 그래서 제가 알아서 한다고 했고 분명히 PD님도 좋다고 말씀을 하신 걸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PD님의 동의를 받고 이번 일을 한 겁니다.”
“아니 내가 언제?”
문대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위에 보고를 올린다고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았지 내가 이런 일을 저지를지 어떻게 알았어?”
“PD님 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요. 일단 위에서 하자는 이야기 나오지 않아요?”
“아니 그거야.”
“하자고 하죠?”
“그래.”
“된 거예요.”
한나의 대답에 문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김한나 씨. 이런 일이 자기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이거 위험한 일이라고. 잘못하다가는 우리 그냥 이대로 다 콱. 끝이 날 수도 있는 일인데. 그래도 좋다는 거야?”
“저희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이대로 있다가 폐기 처분 되는 거. 저는 정말로 싫다고요.”
“아니 그래도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괜히 일을 만들다가 더 망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지금 잘 되고 있었나요?”
“뭐?”
“아닐 걸요?”
한나의 말에 문대는 미간을 모으고 한숨을 토해냈다.
“별나 씨 우리 블로그 사람 많이 왔지?”
“네 오기는 왔는데?”
“다 욕이지?”
“네?”
“괜찮아.”
한나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사람들 나 싫어하는 거 알고 있었고. 나를 얼마나 싫어하나 확인을 하려고 올린 거니까.”
“아 그래요?”
“욕 지우지 마.”
한나는 별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씩 웃었다.
“그것도 다 관심이라는 증거니까.”
“하지만 너무 많아요.”
“싸우는 사람도 있지 않아?”
“네?”
“내 편도 있지?”
“있지만.”
“그럼 된 거야.”
한나는 기지개를 켜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오히려 좋은 거야. 이렇게 이슈가 되는 거고 말이야. 안 그래?”
“그런데 저희 정말로 방송 들어가는 거예요? 그 동안 한 번도 저희에게 방송을 준 적이 없다고요.”
“그러니까.”
한나는 자리에 앉아 테이블에 발을 올렸다.
“이제 정말 제대로 하는 거지.”
“그런데 뭘 하려고요?”
“그러게. 별나 씨 지난 번 그 남자들 연락처 있어?”
“니가 방송을 봤어야 한다.”
“와?”
“그 여자가 사고쳤다.”
득수의 말에 복규는 미간을 모았다.
“그기 무슨 말이고?”
“아니. 아무런 사전 조율이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제 성주 이야기를 지가 다 할 거라고 그리 이야기를 하드라.”
“성주 이야기?”
“그래.”
“무슨?”
“성주 구경. 뭐 이런 거 저런 거 매주 지가 다 소개할 기라고. 그리 이야기를 하드라. 참 대단하지 않나?”
“미쳤는 갑네.”
발을 닦으면서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는 말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 하나 생각도 하지 않는 안하무인들이 너무나도 싫다 이 말이다.”
“너무 그러지 마라. 자기도 나름대로 지금 살 구석을 찾느라 그라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기 뭔 죄고?”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들하고 아무런 이야기도 되지 않은 것을 자기 혼자서 지껄인다는 것 자체가 문디라는 증거 아이가? 문디. 하여간 그런 가시나들은 좀 맞아야 하는데 정신이 안 든 기다.”
“니야 말로 좀 정신 차리라.”
“와?”
“대단한 거 아이가?”
“뭐가?”
“그 누구도 우리 성주 이야기를 가지고 그리 방송하겠다고 한 사람이 없다 이 말이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우리 성주 이야기를 가지고 지금 방송을 한다고 하는데 그기 장한 거 아이가?”
“됐다.”
복규는 못 마땅한 표정으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랐지만 한나가 그 일을 한다면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복규였다.
“그 여자 그날 하는 거 몬 봤나? 일도 하나 제대로 몬 하는 여자를 도대체 뭘 믿을라고 하는 긴데?”
“그래도 일단 하려고 한다는 것이 되게 기특한 일 아이가? 그 여자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하는 기다.”
“됐다.”
복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여자 나는 정말 질색이다.”
“안녕하세요? 오득수 씨 맞죠?”
“아, 안녕하세요.”
군내에 있는 카페에 앉은 득수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방송 보셨나요?”
“아 잘 봤습니다.”
“죄송해요.”
“네?”
“그렇게 하루종일 폐를 끼치고 그랬는데 제대로 방송에 나온 시간 자체가 얼마 안 되는 것 같아서요.”
“아이고. 괜찮습니다. 애초에 저희가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 알고 있는데요.”
“그래도요.”
한나는 씩 웃으면서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그래서 부탁이 있어요.”
“네? 부탁이요?”
“방송 다 보신 거죠?”
“네.”
“제가 이번에 성주 관련 이야기를 좀 풀려고 해서요.”
“아 네.”
“그래서 오득수 씨가 저를 좀 도와주셨으면 해요. 성주의 다양한 장소와 이야기 같이 했으면 해서요.”
“아. 네.”
가만히 커피를 마시던 득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매주 같이 좀 도와주세요. 농사가 되게 바쁘고 그렇다는 것 알고는 있는데 그래도 좀 도와주세요. 성주의 좋은 곳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도 좀 하려고 하고. 그러니까 정말 도움이 필요해요.”
“아. 생각할 시간 좀 주실 수 있을까요?”
“네.”
한나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 내 왔다.”
“왔나?”
실라는 밖을 내다보며 밝게 웃었다.
“득수 니 밥 묵었나?”
“내는 묵었다. 그런데 이모야. 복규 장개 갔으면 싶지 않나?”
“뭔 헛소리고? 뜨신 밥 묵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지낄이는 기 아이다.”
“내가 이모 좋을 소식 하나 가왔는데.”
실라는 물끄러미 득수를 보더니 등짝을 세게 내리쳤다.
“이기 아주 지 이모를 우습게 보고 헛소리를 찍찍 싸갈기고 지랄이고. 어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노?”
“와? 이번에 참외 따러 온 그 아나운서 아가씨 있다 아이가. 그 아가씨랑 복규랑 잘 어울릴 거 같지 않드나?”
“헛소리 치워라.”
“와?”
“금마가 그 아가씨랑 어울린다꼬?”
실라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울에서 온 아나운서 아가씨가 뭐가 아쉽다고 이 시골 깡촌에 사는 남자랑 결혼을 할라 하겠나? 안 글나?”
“두 사람 인연 같으니 하는 말이다.”
“인연? 웃기지 말라케라.”
“와?”
“그런 거 없다.”
실라의 단호한 대답에 득수는 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이모가 몰라서 그란다.”
“와 그라는긴데?”
“둘이 벌써 한집서 같이 잤다 카이.”
“뭐, 뭐라꼬? 그기 참말이가?”
“아이. 그냥 한 집서 잠만 잤다고.”
득수의 대답에 실라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혀를 끌끌 차고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득수는 황급히 그녀를 따라갔다.
“와 안 되겠나?”
“미칬나? 마음도 없고. 한 집서 잤는데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그런 사람들이 뭐가 될 거라고? 헛소리 하지 말래이. 어데 헛바람이 잔뜩 들어서 지 이모한테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나?”
“그래도 인연이라카이?”
“됐다. 밥이나 무라.”
득수는 연신 궁시렁거리며 뭐라 한 마디 하다가 실라가 날린 등짝 스매싱이 한 방 더 꽂히자 입을 꾹 다물었다.
“뭐라꼬?”
“그 아가씨 돕자고.”
“치아라.”
복규의 단호한 대답에 득수는 미간을 모았다.
“니 와 그라는긴데? 사람이 사람 돕자고 하는 게 뭐 나쁜 일도 아이고. 그리 날을 세울 이유가 있나?”
“내가 지난 번에도 말하지 않았나? 자기 일도 제대로 못하고 저지르는 사람은 질색이라 말이다.”
“그런데 우짜지?”
“와?”
복규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벌써 저지른 기가?”
“그기.”
“미칬나?”
“그럼 우짜노?
“햄이 저지른 것을 와 나보고 처리하라고 하는 거냐 그 말이다. 나는 그 여자랑 얽히고 싶은 생각 일절 없다.”
“너무 매정한 거 아이가?”
득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사람에게 좀 도와달라고 하는데 그리 매정하게 굴 이유는 전혀 없는 기다.”
“햄은 그 여자가 마음에 드는지 몰라도 나는 절대로 아니다. 나는 그런 여자 너무너무 싫다 이 말이다.”
“어떻게 작업은 잘 되고 있어?”
“일단 저희 도와주실 분들 섭외하고 있어요.”
“그게 쉽겠어?”
문대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일을 한다고 해서 막상 성주에 득이 되는 것도 없고 말이야. 그리고 은근히 귀찮은 일이고.”
“아무리 그래도 자기 지역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도울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
“네. 무조건 될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그기.”
득수는 머뭇거리며 한나를 바라봤다.
“미안합니다.”
“네?”
“복규 그 망할 자식이 절대로 이 일에 관여를 하고 싶지 않다. 뭐 그리 말을 하는 바람에 말입니다.”
“오복규 씨가 싫대요?”
“네.”
“왜요?”
“네?”
“나 때문이죠?”
“아니.”
“맞구나?”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별로 첫인상이 좋지 않다고 생각을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내가 직접 만날게요.”
“네?”
“내가 직접 만나서 도와달라고 이야기를 할 거라고요. 실제로 만나면 뭐라도 달라질 수도 있잖아요.”
“그건 아닐 걸요?”
“네?”
득수의 대답에 한나는 입을 내밀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그 녀석은 자기가 싫은 사람은 절대로 다시 기회를 주거나 그런 녀석이 아니거든요. 김한나 씨에게 미안하기는 한데 절대로 그 녀석이 김한나 씨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겁니다.”
“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라는 거 아니에요. 성주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하겠다는데 왜 그래요?”
“그래도 다를 걸요?”
“부탁이에요.”
“아니.”
한나가 눈을 초롱거리며 말하자 득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 녀석 내가 형이라고 하더라도 늘 나를 무시하는 녀석입니다. 그런데 그런 녀석을 위해서 뭘 하라고요?”
“그래도요. 이게 정말 저 혼자 좋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이 고장 성주를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되겠습니까?”
“네?”
“방송 한다고 달라지겠냐고요.”
“그래도 해봐야죠.”
“아니요.”
득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 씨가 지금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알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김한나 씨도 어린 아이가 아니니 때로는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겠죠?”
“아니요. 저는 몰라요.”
한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득수의 눈을 바라봤다.
“오득수 씨가 정말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겠네요.”
“아니.”
“내가 직접 만나게 해줘요.”
한나의 말에 득수는 입을 내밀었다.
“그래도.”
“부탁이에요.”
“갑자기 밥은 왜 밖에서 사먹자고. 이 돈이 땅 파면 나오나? 하여간 햄은 쓸데 없는데 돈 쓰느라 안달이다.”
“와? 가끔은 이리 나와서 밥도 먹고 그래야 하는 기 아이가? 늘 그렇게 참만 먹으면 탈난다. 안 그러나?”
“탈은?”
복규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여간 햄은 그기 문제다.”
“뭐가?”
“나가서 돈 쓰는 거 좋아하는 거 말이다.”
“내가 뭘 얼마나 쓰면 쓴다고 그카나?”
“그럼 햄이 돈 안 쓰나?”
“아. 치아라.”
이런 걸로 복규의 싸우는 것에 열을 내고 싶지 않은 득수였다. 복규는 연신 못 마땅한 표정이었다.
“중국집 괜찮지?”
“그런 거면 그냥 시켜도 된다.”
“그래도 나와서 먹는 거랑 분위기가 다르지.”
군내에 있는 꽤나 큰 청요리집에 들어서는 복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런 비싼 데를 오려고 하는 이유가 뭐고?”
“일단 들가라.”
이것저것 시키는 득수를 보며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햄 이번에 돈 좀 생겼다고 이렇게 돈을 허투루 쓰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햄은 장가갈 준비 안 하나?”
“네 걱정이나 해라.”
“내가 뭐?”
“너도 이제 장가에서 마냥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거든. 너도 이제 장가갈 준비하고 그래야 하는 거 아이가?”
“됐다.”
“와?”
“엄마랑 똑같은 소리 할래?”
“이모 걱정이 많다.”
“햄 니 걱정이나 해라.”
“싸가지 없는 놈.”
득수는 차를 마시며 혀를 내둘렀다.
“네 그 성격이니 연애도 못 하지.”
“그래도 햄보다 낫다.”
“니 여자 좋아하는 건 맞나?”
“뭐라카는기고?”
“남자 좋아하나?”
“햄.”
“그냥 해본 말이다.”
득수는 낄낄 거리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내는 화장실 좀 다녀올게.”
“드럽구로.”
“밥 먹기 전에 비워야지.”
득수가 자리를 비우고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데 그림자가 드리웠다. 벌써 음식이 나왔나 고개를 든 복규의 얼굴이 구겨졌다.
“반가워요.”
“여기는 어떻게 온 겁니까?”
“오면 안 돼요?”
“네?”
“이 식당 전세 낸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한나의 말에 복규는 입을 다물었다.
“나 여기 앉아도 돼죠?”
“네?”
“같이 밥 먹을 사람 없거든요.”
그제야 득수가 이 모든 일을 꾸몄다는 것을 알게 된 복규는 미간을 모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뭘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런다고 그 일 하지 않습니다.”
“누가 뭐래요?”
“김한나 씨.”
“그냥 내가 고마워서 그래요.”
한나는 눈을 씽긋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줬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그쪽이 생각을 하기에 내가 되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알기는 아는군요?”
“그럼요.”
요리가 나오고 복규는 한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뭘 하려고 하는 겁니까?”
“뭐가요?”
“여기에 정말 애정이 있는 겁니까?”
“아니요.”
한나는 명랑하게 대꾸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쪽이 원하는 것이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솔직히 말할게요. 별로 애정 같은 거 없어요.”
“그렇군요.”
복규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그런 사람이 이곳에 대해서 방송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그런 거 기만 아닙니까?”
“오히려 그래서 더 제가 잘 할 거 아닌가요?”
“뭐라고요?”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죠.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원래 그것을 제대로 못 보거든요.”
“그런 궤변이 어디에 있습니까?”
“왜요?”
“저는 안 합니다.”
“그럼 그냥 보기만 해요.”
한나는 요리를 덜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오복규 씨는 성주를 사랑한다고 했죠?”
“당연한 것 아닙니까? 제가 태어난 곳이니까요.”
“그러니까요. 그곳을 내가 나름대로 이야기를 할게요. 대신 나중에 나에게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거에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마음대로 방송할 거라고요.”
꿔바로우를 우물거리며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 요리 정말 잘 하네요. 시골이라 안 그럴 줄 알았는데.”
“아니 알아서 방송한다는 것은 막 왜곡도 하고 그럴 거라는 겁니까?”
“일부러 왜곡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지만 내가 아는 게 없으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을 것 같은데요?”
한나는 물을 마시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시골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는 줄 몰랐어요.”
“그런다고 내가 김한나 씨를 도울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오복규 씨가 나를 돕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어요. 그런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어차피 이런 시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은 관심도 없을 테니까요.”
“그 시골 소리.”
“네? 그게 무슨?”
“여기 시골 아닙니다.”
한나는 복규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았다.
“그럼 보여줘요.”
“뭐라고요?”
“여기가 시골이 아니라는 거.”
“아니.”
복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소설 창고 > 퍼펙트우먼[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7장. 인연인 걸까?] (0) | 2014.07.10 |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6장. 마녀? 악녀? 어쩌면 선녀!] (0) | 2014.07.07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4장. 까칠한 남자]] (0) | 2014.07.03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3화. 미친 왕자님] (0) | 2014.07.02 |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2화. 낯선 곳에서의 시작] (0) | 2014.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