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까칠한 남자
“저기요?”
“왜요?”
“아니.”
복규가 사납게 대답하자 한나는 입을 쭉 내밀었다.
“아니 그런 거 아니면 나에게 조금 더 살갑게 대해주면 안 되는 거예요? 내가 무슨 죄라도 지은 것 같네?”
“이런 거 해야 하는 겁니까?”
“네?”
“이런 촬영 말입니다.”
“아니.”
한나는 당혹스러웠다. 도대체 지금 뭐가 문제가 된다고 말을 하는 건지 자체를 알 수 없어서 난감했다.
“왜 안 된다고 하는 건데요? 우리 여기에 지금 촬영 허락 다 맡고 온 건데. 뭐가 마음에 안 들어요?”
“하우스 망치는 거 안 보입니까?”
“네?”
“저기 안 보이냐고요?”
“그건.”
한나는 그제야 스태프들이 하우스에서 조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여기저기 엉망이 되는 것을 복규가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은 그저 한 번 촬영을 하고 가면 그만이었지만 복규의 입장에서는 또 다를 거였다. 그에게는 이 하우스가 정말 중요한 거였다.
“금방 갈게요.”
“내가 원한 거 아닙니다.”
“네?”
“다음부터는 하우스 주인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고 했으면 좋겠다. 이 말입니다. 이 하우스 주인은 나인데 도대체 누구랑 계약을 하고 왔다는 건지도 모르겠고. 매년 이런 거 왜 하는 겁니까?”
“당연히 해야죠. 방송국인데.”
“방송국?”
복규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얼마 방송되지도 않을 겁니다.”
“네?”
“이거 10분 나올 걸요?”
“10분이라고요?”
지금 벌써 몇 시간이나 이 더운 하우스 안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고생을 하는 분량이 그렇게 잠시 나오고 만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한나는 검지를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문대에게 향했다.
“저기 PD님.”
“왜?”
“우리 이거 몇 분짜리에요?”
“어?”
“방송이요.”
“15분 정도?”
“네?”
한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방송되는 시간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문대는 한나의 어깨를 두드리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자기는 몰랐어?”
“아니.”
“서울에서 아나운서 했잖아.”
“그게. 저희가 지역 방송국이잖아요.”
“누가 그래?”
“네?”
“여기는 대구 방송국 아래에 있다고. 자기는 그저 대구 방송국을 연결하고 난 이후에 다시 또 연결이 되는 거야.”
“이거 드시고 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한나는 낯선 남자가 주는 음료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고개를 드니 사내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 있었다.
“사인이라도 해드릴까요?”
“네?”
“팬 주세요.”
“그게 아니라.”
사내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아서 손을 내밀었다. 한나는 멍하니 그 손을 보다 살짝 잡고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복규 사촌 형 오득수라고 합니다.”
“복규? 아.”
“우리 구면인데.”
“네?”
한나는 당혹스러웠다. 이 남자를 도대체 또 어디에서 본 건지?
“며칠 전에 술 드시고 복규네 집에서 주무신 적이 있지 않나요? 그 날 제가 복규랑 같이 있었거든요.”
“아.”
한나는 황급히 입을 가렸다.
“그러니까.”
“비밀인 거 압니다.”
득수는 입을 가리고 씩 웃었다.
“저도 그런 적이 많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다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까요.”
“아 감사합니다.”
“일이 힘들죠?”
“네.”
“이걸 저 녀석은 매일 합니다.”
한나는 물끄러미 복규를 바라봤다.
“대단하네요.”
“여기 무시하고 있죠?”
“아, 아니요.”
“거짓말.”
한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쪽 탓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도 여기에서 내가 썩고 있다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까요.”
“아, 네.”
“하지만 저 녀석은 다릅니다.”
“네?”
“정말로 여기를 좋아하거든요.”
한나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내려다 보았따. 자기는 고작 여기에 며칠 있는 걸로도 귀찮은데 저 남자는 아닌 모양이었다.
“까칠하죠?”
“그게.”
“내가 대신 허가하고 그랬거든요. 이 하우스 전부 다 저 녀석 겁니다. 그러니 지금 마음에 안 드는 거죠.”
“아 그래요?”
“그럼요. 저 녀석 여기 되게 아끼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막 삐대고 그러니까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 아닙니까?”
“삐대요?”
“아. 밟아요.”
“아.”
한나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쉬는 시간에 하우스에도 남아서 다시 참외들을 살피는 복규였다.
“그런데 이런 말씀을 저에게 해주시는 이유가 뭐죠? 그냥 어차피 오늘 촬영하고 갈 사람인데요.”
“벌써 두 번째니까요.”
“네?”
“이것도 인연이잖아요.”
“아.”
사실은 세 번의 만남이었다. 저 남자와 벌써 세 번 만났다는 사실이 조금 묘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 한나였다.
“촬영 들어갑니다!”
“네.”
득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도 잘 부탁드려요.”
한나는 싱긋 웃으며 그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게 우리 동네서 정말 유명한 참외 장아찌여.”
“어머. 어머니 정말 아삭하고 맛있네요.”
“여기 물김치도 있어.”
“정말 맛있어요. 참외가 이렇게 다양하게 쓰이는 줄 몰랐네요.”
“참외 주스도 좋습니다.”
“달콤한 참외가 정말 최고에요.”
입에 맞지 않은 밥을 맛있게 먹는 흉내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주머니가 더 권했지만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더워서 입맛이 없어요.”
“아이고 좀 덥지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뭐 시원한 거라도 줄까?”
“아니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잘 먹었습니다.”
“좋은 참외 고르는 법이 있나요?”
“좋은 참외는 색이 선명하고 묵직한 것이 좋습니다.”
“향이 좋은 참외가 좋은 참외 아니었나요?”
“물론 그렇게 보셔도 좋지만 오히려 속이 상한 참외가 향이 더 좋은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참외 고르기 정말 어렵네요. 하지만 성주 참외라면 믿고 드실 수 있는 거 맞죠?”
“네. 그렇겠네요.”
“여러분 맛있고 달콤한 성주참외 많이 드시고 시원한 여름 나세요!”
“컷!”
한나는 곧바로 참외를 내려두고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하루종일 고생을 하고 나니 온 몸이 다 쑤셨다.
“고생하셨어요.”
“네.”
복규는 무덤덤하게 대꾸하며 참외를 봉투에 담았다. 한나는 입을 내밀고 차로 와서 시원한 에어컨을 쐬었다.
“아 좋다.”
“이거 하고 힘들다고 하면서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한 거예요? 이 언니 은근 이상한 언니야?”
“내가 뭐?”
별나의 투정에 한나는 입을 내밀었다.
“그런데 너는 어디에 있었어? 내가 그렇게 그 안에서 더위에 고생을 하는데 너도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도대체 같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데요? 언니가 고생하면 그걸로 그만인 거지. 나까지 있을 이유는 없잖아요?”
“하여간.”
“아우 됐어요.”
누군가 차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가져가시죠.”
“네?”
“반찬이랑 참외입니다.”
“네?”
복규였다.
“이걸 왜?”
“어차피 그쪽이 오다고 해서 준비를 한 겁니다. 그리고 그쪽이 가져가도 상관이 없는 거니까 그냥 가져가시죠.”
“아 됐어요.”
한나는 혀로 입술을 축이며 고개를 저었다.
“저 원래 집에서 밥도 잘 안 먹거든요. 다른 분들 드리세요.”
“사람이 왜 그럽니까?”
“네?”
“여기 사람들이 당신을 위해서 신경을 썼다는 거 모르는 겁니까?”
“아니.”
“그래요. 허름하죠.”
복규의 눈이 이글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는 손까지 이렇게 무시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아까 제대로 먹지도 않고 말이죠.”
“정말로 더워서 그런 거라고요. 내가 뭐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날이 너무 더워 그런 건데 왜 그래요?”
“혼자만 덥습니까?”
“네?”
“당신만 보이는 겁니까?”
“아니.”
한나는 억울했다. 이런 식으로 혼날 이유가 하나 없다고 생각을 한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너무 당혹스러웠다.
“나 이런 일 해본 사람도 아니잖아요. 당연히 이런 일이 너무나도 낯설고 그러니까 덥게 느낄 수도 있는 거죠. 아니 그래도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나를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건데요?”
“혼자 너무 유별나게 행동하니 그러는 겁니다.”
“내가 뭐요?”
“우리가 우습죠?”
“네?”
한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복규를 응시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여기에서 이런 농사나 짓고 그런 사람들이 되게 한심해보이니 지금 무시하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않고서야 여기에서 하는 일들을 그렇게 비웃고 이렇게 무신경하게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자격지심 있어요?”
“뭐라고요?”
“잘 먹을게요.”
한나는 복규의 손에서 짐을 빼앗듯 차에 실었다.
“잘 먹을게요.”
“아니.”
“나 지금 바쁘거든요.”
한나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 별나는 입을 쩍 벌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좋게 받지 그랬어요.”
“그래도.”
“저는 그냥 버리거든요.”
“어?”
“처음에 몇 개는 먹기는 하는데. 뭐 그거 다 먹기도 그렇고. 그냥 집에 가서 버리면 되는 거예요.”
“아 그래.”
별나의 말에 묘하게 불편한 한나였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왜 불편한지 알 수가 없기에 살짝 묘했다.
“정말 더워서 못 먹은 건데.”
“주고 왔나?”
“햄은 그런 걸 왜 주라 하는 기가?”
“어?”
“그런 여자는 먹을 가치도 없다.”
“왜?”
득수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고생하고 그러지 않았나. 그러면 그 정도는 먹을 수 있는 거라 생각하는데.”
“그 여자 혼자 고생했나? 그리고 우리는 이걸 매일 같이 하는 사람들인데 그 여자를 챙길 이유가 도대체 어디에 있나? 햄은 그리 할 일이 없는 사람이가?”
“와?”
“됐다. 치아라.”
득수는 식식거리는 복규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걸 왜 줘.”
음식들을 본 한나는 한숨을 토해냈다. 한 가득. 고개를 숙이고 냉장고에 쟁기는데 뭔가 서러웠다.
“아니 내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알아서 준 거면서 왜 그렇게 난리를 피우는 거내고.”
한나는 입을 쭉 내밀고 냉장고를 기대서 앉았다. 머리가 아팠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더 난감했다.
“오늘 방송이라 카데.”
“그게 뭐?”
복규의 무덤덤한 반응에 득수는 입을 내밀었다.
“아무리 그래도 니 조금이라도 좋아하면 안 되는 기가? 내가 이거 잡아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나?”
“햄이 아무리 고생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는 하나도 내키지가 않거든. 햄 혼자 좋은 거면서 뭐?”
“와?”
득수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복규의 옆구리를 찔렀다.
“니도 그 아가씨 다시 마난서 좋지 않았나?”
“누구?”
“아나운서 아가씨.”
“미쳤나?”
“와?”
“그 사람을 와 붙이노?”
“이제 좀 달라졌네.”
득수는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에는 그 가시나라고 하더니 이제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 조금 정이 든 모양이네.”
“정은 개뿔. 햄은 그리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 즐겁나? 나는 그 여자랑 얽히는 것 자체가 싫다.”
“아무리 그래도 이제 이 동네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인데 조금은 더 사이 좋게 지내면 안 되는 기가?”
“사이 좋게?”
복규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햄은 그게 될지 몰라도 나는 그런 게 전혀 안 되는 사람이거든. 치아라. 햄 자꾸 그런 이상한 소리 할기가?”
“어데 가려고?”
“내는 안 본다.”
“와?”
“일할 기다.”
“독한 놈.”
득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따.
“니는 그리 소처럼 일만하다 죽을끼가?”
“내는 햄처럼 그리 베짱이맨키로 팽팽 놀지는 않을끼다!”
“더러븐 놈.”
득수는 입을 내밀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잘할 수 있지?”
“그럼요.”
한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도 어렵지 않다고요.”
“이거 정말 제대로 해야 하는 거라고. 김한나 씨가 다시 서울로 갈 수 있을지. 아니면 그냥 여기에 있어야 하는 건지 정하는 거니까.”
“네.”
한나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이 되었지만 이대로 그냥 쫄고 있을 수도 없었다. 새로운 기회였다.
“새로운 일 해봐요.”
“뭐?”
“새 일 하자고요.”
문대는 물끄러미 한나를 바라봤다.
“누가 책임을 지는 건데?”
“제가요.”
“뭐라고?”
“제가 사표라도 낼게요.”
문대는 끙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하니 이건 한나 씨가 혼자서 사표를 내고 그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게 쉬운 일아 아니라니까.”
“다들 서울 가고 싶지 않아요.”
“뭐?”
“대구 방송국 밑에서 이게 뭐냐고요. 그나마도 이제 없어진다면서요. 이러다 대구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건.”
“이대로 그냥 있으면 사람들은 우리들이 있는 것도 모르고 그냥 여기 없앨 거라고요.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다고 시간이 생기면 다른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달라질 거 하나 없다고.”
“PD 님 안 해보셨잖아요.”
“어?”
“저는 해볼 거예요.”
한나의 태도에 문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아.”
“정말요?”
“그런데 어떻게 할 건데?”
“네?”
“그런 것을 제안을 한다고 해서 위에서 기회나 제대로 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그게 무슨 꿈같은 소리야. 여기에서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기를 다들 바라고 있는 건데 말이야. 그게 현실이라고.”
“아니요.”
한나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제가 바꿀게요. 뭐라도 할 수 있도록 할 테니까. 그러면 되는 거잖아요. 그냥 안 물러나면 되는 거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제가 할게요.”
한나의 대답에 문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김한나 씨, 그렇게 자신감이 넘쳐?”
“네.”
한나는 싱긋 웃었다.
“대신 준비 단단히 하셔야 해요.”
“뭐?”
“제가 장기 프로젝트 갈 거거든요.”
“장기로?”
“네. 성주도 살리고 우리도 살고.”
“그럼 일단 보고서를 써야 하는 건가?”
“아니요.”
하난는 힘을 주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보고서를 쓰고 그런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 PD님이 더 잘 알고 계신다면서요? 저 위의 사람들은 우리가 보고서나 쓰고 그런 거 하나도 반갑게 생각을 안 할 거라고요.”
“그럼?”
“제가 할게요. 그리고 별나 씨.”
“네?”
가만 듣고 있던 별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별나 씨 블로그 잘 해?”
“네?”
“블로그 만들어.”
“있기는 한데.”
“있어?”
“네.”
별나는 노트북으로 성주 두웨이의 블로그를 보여주었다. 한나는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 우리들 사진 전부 다 올리고 블링블링하게. 그리고 오늘 방송분. 그거 바로 볼 수 있게 연결하고.”
“하지만.”
“해야해요.”
한나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게 서울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요.”
“안녕하세요. 성주 두웨이 김한나입니다.”
“이번에 김한나 씨가 달콤하고 맛있는 참외를 맛보고 오셨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달콤하고 시원하고. 이 여름하고 정말 잘 어울리는 과일. 바로 참외인데요. 참외의 노란 매력 속으로 빠져보시죠.”
VTR이 나오는 시간. 12분 37초.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카메라를 잡아야만 했다.
“우와 참외 정말 맛있겠네요?”
“그렇죠. 정말 맛있답니다.”
“그럼 이어서.”
“잠시만요.”
“네?”
한나의 돌발 행동에 사람들이 당황한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냥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거였다.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아니.”
지역 아나운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다음 장면이 우리 대구의.”
“성주 두웨이 블로그입니다!”
한나는 재빨리 블로그 주소를 읊었다.
“자랑스러운 성주. 그리고 경북의 자랑인 성주의 이야기를 이제 저희가 매주 다루도록 할 텐데요.”
“네? 그러니까.”
“우리 대구 두웨이가 가장 먼저 네트워크의 제대로 된 도전을 하려고 한답니다. 더 이상 지역 방송국이 거대 방송국에만 종속이 된 채로 자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런 거 다들 싫으시죠?”
“그건 그렇지만.”
“그래서 저희 성주 두웨이가 매주 화요일 하려고 합니다.”
한나의 눈이 초롱거렸다.
“성주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더불어 경상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김한나의 성주 보고서. 다들 궁금하시죠?”
“아 그러네요.”
“그럼 저는 다음 주 이 시간 뵙겠습니다.”
한나는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당황스러운 표정의 스태프들과 다르게 당당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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