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8장. 그녀를 믿어보세요.]

권정선재 2014. 7. 11. 07:00


 


8. 그녀를 믿어보세요.

그러니까. 지금 나 말하는 겁니까?”

.”

미쳤습니까?”

아니요.”

복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마요. 도대체 누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왜 말이 안 돼?”

.”

너 중학교 연극반이었잖아.”

오호. 그래요?”

한나가 눈을 반짝이자 복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합니다.”

왜요?”

왜라뇨?”

아니 오복규 씨가 사랑하는 이 성주를 위해서 그 정도 일도 지금 못 하겠다고 말을 하는 거에요?”

내가 아무리 성주를 사랑한다고 해도 이건 안 되는 겁니다. 말이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거라고요.”

왜 말이 안 되는 건데요?”

?”

해보지도 않았잖아요.”

그거야.”

해봤어요?”

하난의 물음에 복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오복규 씨 지금 되게 이상한 거 알아요? 아니 무슨 사람이 해보지도 않고 계속 안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적어도 그 일이 정말로 될지. 안 될지. 그런 것은 해봐야 아는 거잖아요.”

해봐도 안 되는 일이 있으니까 지금 내가 이러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도대체 무슨 드라마를 찍습니까?”

나는 본다.”

득수는 물고 있던 젓가락을 들고 씩 웃었다.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반대입니다.”

오복규 씨.”

밥 잘 먹고 가요.”

득수 씨!”

두 남자가 모두 가버리고 나자 한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건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정말. 별로 내키지 않는 아이디어인 건가?”

 

니 와 가노?”

놔라.”

득수가 팔을 잡자 복규는 눈을 크게 떴다.

햄은 지금 그기 말이 된다 생각하나?”

와 안 되노?”

그럼 그기 말이 되나?”

그래. 된다.”

득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복규를 응시했다.

내는 말이다.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더 재미있게 생각을 하면 그게 바로 답이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아니 사람을 광대로 만들라 하는 기가? 처음에는 그냥 돕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가 이게 도대체 뭔데?”

그냥 돕기만 해서 안 될 것 같으니까 그 아가씨도 이런 아이디어 하나 가지고 온 거 아이겠나?”

그러니 싫다는 거다.”

복규는 입에 담배를 물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재롱부리고 그란 거 절대로 몬하는 사람이다. 아니 안 하는 사람이다.”

뭐 그기 그리 이상한 일이라도 되겠나? 어차피 하는 거 좋은 마음으로 다 하면 뭐 좋은 일이 안 있겠나?”

치아라. 내는 광대 아이다.”

복규의 차가운 대답에 득수는 한숨을 토해냈다.

 

누나 요즘 어떻게 지내?’

어떻게 지내긴. 아주 죽겠다.”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내가 말실수를 심하게 했다고 해도 나를 그냥 촌구석으로 보내고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도 거기에서 이런저런 일을 만들고 있다며? 여기에서도 누나 대단하다고 말이 많다고. 대단해.’

너 나 놀리냐?”

아닌데.’

아니긴.”

캔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벽에 기대고 나니 더욱 슬펐다. 도대체 여기에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태민아.”

?’

나 좀 구해주라.”

내가 어떻게?’

그러게.”

한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많이 취했나 보다.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다 하고. 너한테 구해달라고 해도 아무 것도 안 될 텐데.”

누나 또 그 소리.’

아니야.”

그럼 내일 볼래?’

내일?”

.’

내일 어떻게?”

일단 기대해. 그럼 나 끊는다.’

태민아! 채태민!”

한나는 꺼진 전화기를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자식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드라마로 한다고?”

.”

그게 지금 말이 돼?”

문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 씨가 뭐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알겠지만 여기 제작비가 지금 얼마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알고 있습니다.“

아는데 그래?”

.”

김한나 씨.”

어차피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이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게 드라마고요.”

아무리 하지 않은 일을 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끊다고 하더라도 그게 지금 돈이 되어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 돈이 되지 않는 일을 방송국에서 누가 좋아한다고 그런 일을 하려고 하는 거야?”

문대는 찬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며 고개를 흔들었다.

김한나 씨가 뭐 대단한 것을 하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그건 내가 절대로 허락할 수가 없는 일이야.”

“PD. 여기에서 뭐 제대로 못 보여주면 하나마나한 게임이 되는 거라고요. 다들 여기에 있으면 무시하잖아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도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런 거 보여주어야 하는 거잖아요.”

맞아요.”

별나도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사실 친구들 두웨이에서 작가 한다고 하면 우와. 그러다가 막상 성주 두웨이라고 하면 거기에서 뭐 하니? 무시한다고요. 그런 친구들에게 뭐 하나 제대로 한다는 거. 그런 거 보여주고 싶어요.”

아니 드라마 하나 만든다고 해서 여기가 뭐 엄청나게 달라질 거라고들 생각을 하는 거야? 착각하지 마.”

그래.”

충헌도 문대의 말을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서는 그런 일 하는 일 아니야.”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다고.”

왜 못 해요?”

별나가 그 사이를 끼어들었다.

아니 막 등장인물이 많은 드라마가 아니면 되는 거잖아요. 그냥 소소한 인물들 나오고 그러면 되는 거잖아요.”

극본은 누가 쓰고?”

제가 쓰면 되죠.”

유별나 네가?”

문대는 혀를 끌끌 차며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별나. 너 여기에서 제대로 한 일이 뭐가 있어? 있는 방송도 제대로 못하고 망치고 있는 주제에 말이야.”

그래서 그냥 이대로 있어요?”

그럼?”

이번 목요일 방송이라고요. 이제 사흘 남았어요. 사흘. 저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이게 도대체 뭐예요?”

일단 펑크지.”

“PD.”

안 되는 거였어.”

문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안 될 일을 김한나 씨가 억지로 끌고 온 거잖아. 그런데 지금 누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거야?”

누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는 일이 아니라 제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거라고요. 제가 할 거라고요.”

아니 그게 무슨?”

제발. 한 번만 부탁이에요.”

한나의 간절한 표정에 문대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정말 할 수 있어?”

그럼요.”

한나의 물음에 별나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만 믿어주세요.”

그럼 오늘 저녁 8시에 보자.”

어디에서요?”

비닐하우스. 일단 거기에서 찍는 게 가장 편할 것 같아. 거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별나의 대답에 한나도 마음이 놓였다.

 

아 안 합니다.”

부탁이에요.”

한나의 간절한 표정에 복규는 순간 할 말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나에게 마구 끌려다니고 싶지 않았다.

아니 나에게 묻지도 않고 일을 저지른 거면서 지금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겁니까? 너무한 것 아닙니까?”

하지만 기존의 그런 리포팅만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전혀 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 말이에요.”

그럼 안 해야죠.”

오복규 씨.”

결국 조롱이 될 겁니다.”

복규의 말에 한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이 맞을 지도 몰랐다. 아니 이미 모두 그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그래요. 무시할 거야.”

그런데 하겠다는 겁니까?”

.”

왜요?”

하고 싶으니까.”

한나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나 여기에서 그냥 썩고 싶지 않아요. 여기에 있다가는 그냥 잊혀지고 한 물 간.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말 거라고요.”

그러니까 지금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성주를 이용하고 그냥 버리고 갈 거다. 지금 그런 말이잖아요.”

.”

한나의 대답에 복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지금 무슨 말입니까?”

그러니 당신도 나를 이용해요.”

뭐라고요?”

그럼 되는 거잖아요.”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나를 그쪽하고 같은 사람으로 만들려는 겁니까?”

다른가요?”

다릅니다.”

그럼 증명해요.”

한나의 말에 복규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도대체 왜 그런 것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 거 나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데 말이죠.”

중요하잖아요.”

뭐라고요?”

성주가 내 마음대로 그려지면 좋겠어요?”

한나의 물음에 복규의 얼굴에 번져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내 마음대로. 서울에서 온 내 마음대로 그것을 그리고 마음대로 이야기를 해도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 없습니다.”

거짓말.”

한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요?”

안 믿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믿고 있잖아요.”

한나의 말에 복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지금도 여기에 나와 있는 거야.”

아니 그러니까.”

지금 가요.”

?”

하우스로 가자고요.”

한나는 복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복규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달렸다. 복규도 얼떨결에 그녀를 따라갔다.

 

어차피 제대로 된 드라마 아닌 거 알지?”

.”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별나를 보며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고작 카메라도 없이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을 가지고 방송을 내보내겠다고 하는 겁니까?”

.”

그게 된다고 봅니까?”

됩니다.”

한나의 단호함에 복규는 코웃음을 쳤다.

안 될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죠?”

?”

되게 이상해요.”

한나의 말에 복규의 얼굴이 굳었다.

도대체 내가 뭐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뭐든 다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막상 눈앞에 어떤 기회가 생기면 다 안 될 거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 상황이 지금 나보고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을 하라는 건가요?”

그건.”

이상하지 않아요?”

복규는 할 말을 잃었다. 한나의 말이 맞았다. 이건 어쩌면 너무나도 큰 기회가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성주를 더 많이 알아주고. 더 많이 여행오고.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안 해봤잖아요.”

김한나 씨.”

해보고 말 해야죠.”

한나의 태도는 전과 달랐다.

나는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제일 싫어.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제야 포기해도 늦지 않아요. 뭐라도 일단 저지르고 포기를 해야 하는 거죠. 아무 것도 안 하고 포기하고. 그건 아마 안 될 거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겁하고 치사한 일이야. 그런 것은 정말로 용기가 넘치는 사람이 아니라 겁쟁이. 그래. 겁쟁이가 하는 말이라고요.”

겁쟁이라.”

복규는 혀로 입술을 적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

한다고요. 이거.”

정말이죠?”

속고만 살았습니까?”

아니요.”

한나의 밝아지는 표정에 복규는 묘하게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저 여자는 너무 싫었다.

 

네가 다시 돌아올 줄 몰랐어.”

나도 몰랐어.”

오래 기다린 거지?”

.”

한나는 물끄러미 복규를 바라봤다.

너무 오랜 시간이었어.”

너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 정도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복규는 진지한 눈으로 한나를 응시하고 앞으로 한 발 내딛었다.

네가 다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떠나지 않을 건데?”

여기에서 내가 있어도 된다는 걸 보여줘.”

한나의 말에 복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연기인데. 분명히 연기인데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머리가 복잡했다.

그게 뭐야?”

내가 정말로 성주라는 곳을 사랑해도 되는 건지. 정말 이곳이 나와 어울리는 건지. 그거 보여달라고.”

그래.”

복규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줄게.”

약속하는 거야?”

그래.”

 

이걸 가지고 온 거야?”

?”

안 돼.”

문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드라마라고 해서 뭐 조금 시트콤처럼 생긴 그런 걸 생각을 했는데 말이야. 이게 도대체 뭐냐고?”

하지만.”

방송 못 해.”

한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 한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문대가 보기에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그래도 일단 방송은 해야 하잖아요. 이렇게 찍어온 것이 있는데 그냥 엎는다. 그게 말이 되나요?”

왜 안 돼?”

하지만.”

안 되는 거야.”

문대는 다시 한 번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김한나 씨. 나는 나름 김한나 씨가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에게 이러면 안 되는 거지.”

?”

이런 걸 지금 내보내라고?”

하지만 PD.”

절대로 안 돼.”

한나는 고개를 숙였다.

딱 한 번 만요. 한 번 만요? 제발.”

안 된다고.”

충헌도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기획을 가지고 오면 안 되는 거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우스웠어?”

하나도 우습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런 일을 한 거라고요. 우스웠다면 그냥 가만히 있었을 거예요.”

한나의 말에 충헌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로 여기에 있는 분들을 무시헀더라면 이런 일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고요. 하지만 그렇지 않았으니까. 정말로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요? 그냥 이대로 포기해야 한다고요? 그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문대는 정신을 차리고 한나에게 언성을 높였다.

아니 그 낮에 누가 이런 걸 보고 있어? 아니면 차라리 참외 옷이라도 뒤집어쓰고 뭐라도 하던지.”

그러긴 싫습니다.”

김한나 씨.”

죄송합니다.”

한나는 고개를 숙이고 회의실을 나섰다.

 

언니 괜찮아요?”

미안해.”

아니에요.”

별나는 한나에게 물을 건네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여기 분들 뭐 하나 새로운 거 하고 싶어하지 않으시거든요. 그런 거 하면 되게 귀찮아지고 그런다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여기에 있으면 뭐라도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게 당연한 거잖아.”

그래도요.”

별나는 혀를 살짝 내밀며 한숨을 토해냈다.

저도 처음에는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있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됐어요?”

너는 아직 어리잖아.”

그래도요.”

유별나.”

?”

그거 인터넷 올리자.”

?”

유투브에 올리자고.”

 

뭐라고 말하지.”

복규를 향해서 사과의 말을 건네야 한다는 사실에 한나는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었다.

미치겠다.”

길 한 복판에서 뭐 하는 겁니까?”

, 오복규 씨.”

복규는 자신을 반기는 한나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불길한 기운이 올라오는 거 같아서 불쾌했다.

뭡니까?”

죄송합니다.”

한나는 그냥 허리를 숙여 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멍하니 있던 복규가 황급히 그녀를 일으켰다.

뭐 하는 거예요?”

방송 못 하게 되었어요.”

?”

위에서 싫대요.”

울상을 짓는 한나에 복규는 허탈한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생 난리를 치고 모든 것을 다 준비했는데. 결국 그 한 마디로 끝이 나는 겁니까?”

.”

한나의 대답에 복규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도대체 뭡니까?”

?”

김한나 씨는 늘 그런 식으로 사람을 가지고 놀고. 그렇게 사람 진심을 무시하고. 그러는 사람입니까?”

아니.”

한나는 당혹스러웠다. 사과를 하고 싶었고 자신의 잘못이기는 했지만 이런 대접을 받을 일은 아니었다.

저도 어떻게 해서라도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다른 분들이 싫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래요?”

아니 싫다고 한다고 그냥 그렇게 굽힐 것. 도대체 왜 나를 그렇게 설득을 한 겁니까? 나에게 뭘 바란 겁니까?”

뭘 바란 것이 아니라.”

됐습니다.”

복규의 차가운 반응에 한나는 눈물이 고였다.

미안해요.”

울지 마시죠.”

오복규 씨.”

애초에 당신 같은 여자랑 얽히는 것이 아니었어. 당신 같은 여자랑 얽히느라 일도 못 하고 이게 뭐야?”

미안해요. 하지만.”

괜히 기대했잖아.”

한나는 물끄러미 복규를 바라봤다.

뭐라도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잖아.”

오복규 씨.”

그런데 당신이 다 망친 거야! 김한나 당신이 망친 거라고!”

그만 두시죠.”

한나의 앞으로 남자 하나가 끼어들었다.

지금 여자에게 뭐 하는 겁니까?”

채태민?”

누나. 괜찮아?”

태민은 몸을 돌려 한나를 살폈다. 복규는 그런 두 사람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자리를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