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25장. 오해와 불신]

권정선재 2014. 8. 5. 07:00

25. 오해와 불신

저 무조건 갈 겁니다.”

김한나.”

그게 예의라고요.”

 

한나의 말에 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위에서 이미 결정이 다 난 것을 가지고 지금 도대체 뭘 어떻게 하자는 거야?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제가 출근을 해야 하는 날도 아니었잖아요. 5일 근무 모르세요? 그런데 제가 왜 나와야 하는 거죠?”

다들 결혼한 사람들이고. 네가 그런 일들 좀 한다고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거 아니잖아. 도대체 왜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힘들게 해? 김한나가 뭐 하루이틀 방송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래도 이건 아니죠.”

뭐가 아닌 건데?”

?”

뭐가 아닌 거냐고?”

아니.”

너만 생각해?”

 

국장의 차가운 물음에 한나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당혹스러운 기분이었다.

 

국장님.”

얘 말이 맞아요.”

 

송아도 국장실로 들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한나 입장을 배려를 하셔야죠.”

뭐라고?”

한나가 그래도 거기에서 일을 잘 해서 여기에 돌아오게 된 건데 그냥 거기를 인연 끊으라고 하시면 안 되는 거죠.”

아니 채송아 너까지 왜 그래? 그렇다고 김한나가 성주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뭐 하자는 거야?”

죄송해요.”

 

한나는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아무리 그래도 거기 사람들을 그냥 둘 수는 없어요. 제가 약속을 한 것도 있고 거기에 가서 일을 하고 싶어요.”

김한나.”

이건 아니잖아요.”

 

한나의 말에 국장은 이마를 짚었다.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위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뭘 어떻게 하자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에요. 이러면 안 되는 거라고요.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저를 위해서 그렇게 방송을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랬다고 지금 그냥 폐지를 받아들이라는 건가요?”

아니.”

뭘 해야 하는 거죠?”

뭐라고?”

제가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 건가요?”

없어.”

 

국장은 단호히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 너도 다 알고 있잖아. 여기에서는 그냥 위에서 내려주는 결정만 따라야 한다는 거 말이야.”

그런 게 어딨어요?”

 

한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려가서 방송을 하는 것도 안 된다고요?”

이미 거기에서도 없어진다는 이야기 다 들어갔어.”

 

국장의 무덤덤한 대답에 한나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러니까 지금 성주 사람들도 그 사실을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거죠?”

그래. 네가 아무리 지금 반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거기 사람들은 다 받아들이고 있단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뭐가 되었건 일단 한나 성주 보내주세요.”

 

송아는 한나의 손을 꽉 잡고 힘을 주어 말했다.

 

그래도 한나가 시작한 일이니까 한나가 끝을 낼 수 있게. 그리고 그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게. 그 정도는 국장님이 해주실 수 있으신 거잖아요. 그리고 애초에 한나를 여기에 데리고 올 적에도 그러셨고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국장님.”

 

국장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기다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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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아니야.”

 

커피를 건네며 송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너라면 이랬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

지방에서 그냥 그 사람들을 두고 오는 것이 되게 기분이 묘하더라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고.”

그러게요. 그런 게 아닌데.”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며 한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내가 거기에 남은 사람들보다 하나 잘난 것이 없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막 화가 나.”

그래도 너 지금 잘 하고 있는 거야.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그래도 끝까지 마주하려고 하는 거니까.”

그래도 달라지는 것이 없잖아요.”

아무도 모르지.”

?”

일단 국장님 말이 달라졌잖아.”

 

송아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도 너처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었어. 그러니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야. 기다려.”

그냥 이대로 기다릴 수는 없어요. 거기 사람들은 지금 저에 대해서 원망을 하고 있을 거라고요.”

너도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건.”

 

한나는 아니라고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서울로 온다는 것이 그들을 어느 정도 배신한 거였으니까.

 

그렇다고 그 사람들 무조건 너 원망하고 그러지는 않을 거야. 어쩔 수 없다는 거 이미 다들 알고 있을 거라고. 방송국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어느 정도 생리를 알고 있잖아. 그렇다면 지금 네 입장이 어떤 건지. 다들 그 정도는 쉽게 알고 있을 거야. 걱정하지 마.”

그래도 속상해요.”

 

한나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데 내가 이렇게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어요.”

어쩔 수 없는 거지.”

진짜 싫다.”

그래도 일단 참아.”

내려갈래요.”

?”

 

한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송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거기에 내려가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그래도 거기에 가서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야기를 해야죠.”

그렇다고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하나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그래도 모르죠.”

 

한나의 말에 송아는 짧게 한숨을 토해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나의 곁에 섰다.

 

네가 지금 하는 일들 나는 이해하고 있어.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모두가 이해를 해주기 바라는 거 무리야.”

다른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이해를 해주기 바라는 거 아니에요. 그런 거라면 이렇게 행동을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그냥 이게 맞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러는 거라고요. 애초에 방송도 하기 싫어하던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제가 우겨서 그렇게 하게 된 거라고요. 그런데 그냥 이대로 폐지게 된다고요? 폐국이 된다고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제가 갈 거예요.”

그래 가라.”

?”

 

송아의 대답에 한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무슨?”

가고 싶다며?”

.”

그럼 가.”

 

송아는 씩 웃으면서 한나의 어깨에 힘을 주어 손을 얹었다.

 

너라면 할 수 있어.”

선배님.”

내가 대타 다 해줄게.”

감사합니다.”

 

한나는 허리를 깊이 숙이고 아래로 달려갔다. 송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입에 담배를 물었다.

 

부럽네.”

 

송아는 씩 웃으면서 멀리 연기를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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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뭐 하고 있는 거예요?”

언니.”

 

한나를 발견한 별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니가 여기에는 어쩐 일이에요?”

방송하러 온 거지.”

뭐하러?”

 

충헌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비웃으러 온 거야?”

?”

다 알잖아.”

아니.”

됐어.”

 

충헌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나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별나를 바라봤지만 별나도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언니는 원래 알고 있었던 거죠?”

?”

 

별나의 물음에 한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뭐?”

여기 없어지는 거요.”

아니야.”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것도 다 억울했지만 여기 사람들이 이렇게 오해하는 것도 싫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도대체 뭘 알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내가 뭘 할 수가 있다고. 그런 거 없잖아.”

그래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통보를 듣기 전에 언니는 이미 알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내 말이 틀려요?”

그건.”

 

한나는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별나의 말이 맞았다. 적어도 여기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기 전에 이미 그녀는 알고 있었다. 별나는 그런 한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똑같아.”

유별나.”

결국 같은 거였어.”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했다고?”

그냥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서 우리를 이용한 거잖아요. 여기에 있는 사람들 언니 마음대로 사용한 거잖아요.”

그런 거 아니야.”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주 두웨이의 사람들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나도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았어. 나도 막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고.”

촬영은 됐어요.”

?”

다른 사람이 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어차피 언니가 할 일이 아니잖아요.”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별나의 말에 너무나도 날카로운 가시가 들어있어서 그대로 심장에 들어왔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서울에서 방송하기 그렇게 바쁜 사람이 여기 일까지 그렇게 신경을 쓸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런 게 아니라면 내가 도대체 여기에 왜 내려왔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 나 여기 일을 하러 온 거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여기에서는 아무도 반기지 않아요.”

유별나.”

대신할 사람이 왔다고요.”

 

한나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다지 반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날을 세울 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해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살짝 당혹스러웠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건지도 알고 내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나를 원망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 나에게 왜 이러는 건데? 나도 어떻게든 막고 싶어. 하지만 위에서 안 된다고 하는 거잖아. 그래도 우리가 하던 일이니까 이거라도 마치려고 온 거라고. 다들 가지 말라고 한 건데 그런 데도 온 거라고.”

대단하네요.”

유별나.”

저 바빠요.”

 

별나까지도 회의실을 나가고 나니 한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머리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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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괜찮아요?”

.”

 

복규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한나를 바라봤다.

 

그냥 오지 말지 그랬어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래요. 나랑 같이 방송을 하던 사람들인데. 그냥 이대로 두고 가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김한나 씨가 여기에 온다고 해서 달라질 수 있는 것 하나도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오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거죠.”

아니요.”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무책임하게 달아나고 싶지는 않았어요. 다들 나를 위해서 움직여준 사람들이니까.”

이미 알고 있었잖아요.”

?”

 

복규의 말에 한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어차피 김한나 씨는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스스로 알고 있었으니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나도 이미 다 알고 있었고. 이미 다 이해를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요.”

아니에요.”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복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너무나도 슬펐다.

 

도대체 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죠?”

김한나 씨.”

나도 내 일에 대해서 책임을 다 하고 싶다고요!”

 

한나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자 복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나도 정말 너무나도 속상해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여기 일이 내 마음대로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예요? 내가 여기에 도대체 왜 내려온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건데요? 내 나름대로 모든 일을 다 수습하기 위해서. 그래서 온 거예요. 그런데 당신도 몰라주는 거군요.”

그러니까 내 말은.”

됐어요.”

 

한나는 복규의 손을 밀어냈다.

 

내가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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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촬영 들어가죠.”

언니.”

다른 거 말할 거 없어요.”

 

한나는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달라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촬영 들어가기로 한 것은 그냥 가야 하는 거잖아요. 시청자들과의 약속이니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셔도 그냥 가시죠.”

“PD.”

그래.”

 

충헌의 못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문대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하지만.”

도리야. 시청자가 기다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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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어차피 너는 떠날 거잖아.”

 

한나는 머뭇거리며 상대 배우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그를 바라봤다.

 

그래서?”

?”

내가 뭘 하기를 바라는 건데?”

그러니까.”

 

촬영장 밖이 시끄러웠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모두 털어내야 좋았다.

 

내가 그냥 이 촌구석에서 썩어가기를 바라는 거야?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그런 식으로 나에게 바라는 거라면. 나는 정말 아무 것도 원하고 싶지 않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잖아.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답을 줘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안 그래?”

그렇다고 이렇게 도망을 가면 안 되는 거지.”

 

한나는 고개를 돌렸다. 복규였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건 나는 당신의 말을 다 들어줄 사람인데 도대체 왜 피하려고만 하는 거야?”

모두 다 내 탓을 하니까.”

당신 탓을 하는 것이 아니야.”

나도 내가 아무 힘이 없는 것이 싫어.”

 

한나는 투명한 눈물을 가득 채운 채로 고개를 숙였다.

 

너무나도 화가 난다고. 너무나도 억울하고 속상하고. 하지만 나 혼자서는 아무 것도 바꿀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까 지금 이대로 있는 거야. 이렇게 그냥 견디려고. 그런데 모두 다 나에게 돌을 던져.”

그렇지 않아.”

 

복규는 한나를 가만히 안았다.

 

나는 당신을 믿고 있어. 다만 당신이 조금이라도 당신의 탓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거야. 도대체 왜 당신의 잘못이 아닌 일을 가지고 그렇게 당신의 잘못을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아.”

 

복규는 한나를 품에 꼭 안고 한참을 있었다. 그렇게 촬영이 어색하게 끝이 나고도 오랫동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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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왔어요?”

오면 안 되나요?”

그럼요.”

 

한나는 아이스크림을 베어물며 고개를 저었다.

 

나를 그렇게 구박을 한 사람이 여기에 오면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 거 같은데요? 하여간 나빠.”

내가 나빠요?”

그럼 안 나빠요?”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그게 뭐 달라요?”

그럼요.”

 

복규는 씩 웃으면서 한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요.”

오복규 씨가 왜 미안해요?”

당신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바라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 아닌데. 그런 것이 아닌데 내가 너무 당신만 몰아세우는 것 같아. 당신도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잊었거든요.”

나도 속상해.”

알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나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답이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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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아니야.”

 

서울로 올라가는 한나를 보며 문대는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가 뭔가 해보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그리고 나도 되게 고마워.”

뭐가 고마워요. 결국 제가 나대는 바람에 성주 두웨이가 이대로 그냥 문을 닫게 되어버리는 건데요.”

그런 게 아니지. 그래도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그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거잖아. 그리고 우리가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돈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준 것이고.”

그래도.”

별나가 대구로 가.”

?”

 

한나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말씀은?”

그 녀석은 살 길이 생겼다고.”

 

문대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나 혼자였다면 그게 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김한나가 그렇게 별나의 능력이 좋다고 칭찬을 했다며?”

그게.”

내 칭찬도 하지.”

“PD.”

나는 늙었어.”

 

문대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쉬고 싶었어. 그런데 내가 그래도 여기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니까 쉴 수가 없었다고. 이제 겨우 쉴 수 있는 여유 같은 것이 생겼어. 아무리 일이 없는 방송국이라고 하더라도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 채로 긴장을 하고 사는 것은 끔찍한 일이거든.”

죄송해요.”

아니래도.”

제가 조금만 덜 설쳤으면.”

나도 아무런 가능성을 못 봤을 거야.”

 

한나는 물끄러미 문대를 바라봤다. 문대는 씩 웃어보이면서 손을 내밀었다. 한나는 그 손을 잡았다.

 

감사해요.”

이제 여기 오지 마.”

?”

여기도 이제 바쁠 거야.”

“PD.”

방송국이 없어진다고 해서 여기 장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없어져도 충헌 씨도 그대로 있을 거고.”

.”

약속을 지키러 와줘서 고맙네.”

다음주도 올 거예요.”

 

한나는 힘을 주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겨우 다섯 번이에요.”

아직 세 번이 남았나?”

. 그 세 번 채울 거예요.”

그러지. 그럼.”

있어주실 거죠?”

 

문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어디로 가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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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데려다줘도 괜찮은 거예요?”

김한나 씨가 가는 곳이니 당연히 내가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괜히 이상한 말을 하지 말라고요.”

좋다.”

 

등받이에 기대면서 한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오복규 씨가 집까지 데려다준다고 하니 되게 마음이 놓이는 것 있죠. 막 편하고 그래요.”

내가 김한나 씨에게 그렇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고마워요.”

오복규 씨가 뭐가 고마워요? 이런 것을 부탁하는 내가 더 고마운 거지. 앞으로 3주 더 내려오기로 했어요.”

그래요?”

그게 내 책임이니까.”

 

복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나의 손을 잡았다.

 

잘 생각했어요.”

도대체 여기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을 하시게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하고 싶어요. 내가 처음으로 정말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렇죠.”

더 이상 물러나고 싶지 않아. 여기에서 물러나면 정말 다른 사람들이 맞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처음하고 달라진 거 알죠?”

?”

 

복규의 말에 한나는 그를 돌아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처음에는 정말 철부지였는데.”

내가요?”

그래요. 뭐 하나 제대로 책임을 질 수도 없고 자기 마음대로 다 행동해야 하는 그런 사람. 그런데 지금 김한나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할 수도 있는 사람이에요.”

그게 뭐야? 칭찬 맞아요?”

맞아요.”

 

복규는 한나의 손을 따스히 감쌌다. 한나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온기가 느껴졌다.

 

따뜻해.”

멋져요.”

잘하는 거 맞죠?”

 

복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그 든든함. 그 행복함에 한나는 포근한 잠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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