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23장. 멋있는 남자]

권정선재 2014. 8. 1. 07:00

23. 멋있는 남자

저는 이 사람이 위험한 줄 알아서 그랬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안에서 지금 위협을 느끼고 112에 신고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말입니까?”

저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경표의 대답에 경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범죄에요 범죄.”

범죄는 무슨 범죄입니까? 누가 걱정이 되어서 하는 일도 범죄가 된다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나 참.”

증거가 있잖아요. 증거가.”

내가 맞았다고요!”

그건 대충 정당방위로 보이고.”

이봐요.”

 

경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경찰 아저씨 월급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를 이런 식으로 자극하면 안 되는 거죠?”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가 누군지 알면 놀란 텐데.”

지금 한 나라의 경찰에 협박하는 겁니까?”

아니 협박이 아니라.”

일단 집어 넣어!”

 

경찰은 경표의 말을 더 이상 듣지 않고 그대로 유치장에 넣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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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

 

복규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한나를 바라봤다.

 

내가 여기에 와보지 않았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가 없어서 너무나도 끔찍합니다.”

그러게요.”

 

한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

멀잖아요.”

반찬 가져다 주려고요.”

, 반찬이요?”

 

어머니가 주라고 하더라고요.”

 

한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복규의 어깨에 기댔다.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을 했지만 지금 보아하니 그렇게 멀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복규는 여전히 그녀를 아꼈다.

 

나보고 가져가라고 하지.”

그래도 내가 여기에 와서 일이 안 일어난 거 아닙니까?”

그러네요.”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정말 미칠 거 같습니다.”

왜요?”

왜라뇨?”

내가 뭐 어떻게 했다고?”

김한나 씨.”

알겠어요.”

 

복규가 엄한 표정을 짓자 한나는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복규는 그런 한나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많이 놀랐죠?”

별로요.”

거짓말.”

올 줄 알았어요.”

내가요?”

.”

 

한나의 대답에 복규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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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로 가봐도 되겠어요?”

그럼요. 그리고 어차피 농사일이 바빠서 여기에 있지도 못하면서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거 반칙이에요.”

김한나 씨가 원한다면.”

괜찮아요.”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회사에서 있으면 되요.”

그래도 걱정이 됩니다.”

되게 미안하다. 내가 오복규씨를 괜히 놀라게 한 것 가지고. 내가 이상한 놈에게 낚여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게 왜 김한나 씨의 문제라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그 나쁜 자식이 문제인 거지. 정말로 가도 되겠어요?”

.”

 

한나는 복규의 목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이것만 있으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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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정말로 괘안켔나?”

그렇다고 내가 거 있을 수도 없잖아. 여기 일도 있는데. 내가 우예 서울로 가서 거기 같이 있겠노?”

그래도.”

됐다.”

 

복규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 그 사람도 친한 선배랑 있을 거라고 했으니까. 그다지 큰 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회사에서 잠을 잘 거고.”

그 놈은?”

일단 유치장이다.”

그래도 다행이네.”

그렇지.”

 

득수는 안쓰러운 눈으로 복규를 바라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괜히 김한나 그 사람하고 니랑 엮을라고 애를 써가 니가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그기 무슨 말이고?”

그래도.”

그 사람 잘못 아이다.”

 

복규는 힘을 주어 반박했다.

 

김한나 그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는 긴데. 다른 망할 것들이 지랄을 하는 거다. 그런데 와 그것을 그 사람 탓을 할 수가 있는 기고? 절대로 그 사람 탓을 하면 안 되는 기다. 그 사람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기다.”

그래도.”

뭐가 그래도고?”

 

복규가 목소리를 높이자 득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살짝 서운하다는 내색을 내비췄다.

 

아무리 지금 여자가 좋다고 해도 니가 내한테 이라면 안 되는 거 아이가? 그래도 내가 니 햄이다. . 내는 지금 니 걱정이 되 가지고 이라는 긴데. 니는 내한테 너무 막 대하고 그라는 거 아이가?”

햄이면 좀 더 똑디 해라. 도대체 왜 이러 단순하게 생각을 하고 그라는 긴데? 내가 그 사람 아니라고 해도 이런 일이 하나도 없을 거 같나? 이건 누구라도 사람하고 있으면 다 생기는 일이다. 알겠나?”

아이고. 그래. 니 똥 굵다. 굵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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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괜찮아?”

.”

 

송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놈이 제정신 박힌 놈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그런 짓까지 할 수가 있다니?”

왜 선배가 더 흥분해요?”

그럼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어?”

 

한나는 송아를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투닥거리기는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편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선배님.”

?”

죄송해요.”

뭐가?”

그 동안 미워해서.”

 

송아는 빤히 한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검지를 머리로 밀었다.

 

아우, 선배님.”

너 나 미워했니?”

선배님도 그러시잖아요.”

내가 언제?”

그럼 아니에요?”

아니야.”

 

송아는 팔짱을 끼고 씩 웃었다.

 

그래. 내가 너를 질투했으니까 네 눈에는 그게 뭐 다른 방식으로 보일 수도 있었겠다. 내가 워낙 사람한테 그다지 좋은 이미지를 주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도 네가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지.”

 

송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무서운 일이 생겼지만 그래도 그다지 놀라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 싸가지는 여전하네.”

그럼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면 바로 이야기를 해. 그래도 내가 너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할 테니까.”

감사합니다.”

 

한나는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송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한나를 품에 꼭 안고 등을 토닥였다.

 

너 잘 하고 있어.”

선배님.”

 

네가 하고 있는 거 하나 틀린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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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다시 돌아온 리포터 김한나입니다. 앞으로는 말실수 안 하는 그런 아나운서 될 테니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세요.”

김한나 씨 멋진 모습 보여주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오늘 제가 가지고 온 소식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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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렇고 그런 삶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저 써준 것만 읽고 다른 사람들이 해야만 하는 말을 대신 전하는 역할. 그나마도 진짜 뉴스라고 할 수 있는 것도 하나 제대로 방송할 수도 없었다. 그녀의 의견이라고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그런 말들만 가지고 방송을 해야만 했다. 그녀에게 여유는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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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바쁜 것 아는데 뭐가 미안합니까?’

어쩌면 이렇게 통화할 시간도 안 주는 건지 모르겠어. 방송국에 아나운서 나만 있는 것도 아닌데.”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한나는 복규에게 전화를 걸었다. 평소라면 자고 있을 시간일 테지만 한나가 서울로 오고 난 이후로 복규는 아주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 깨어있었다. 참 고마웠다.

 

오늘 방송 봤어요?”

분홍색 블라우스.’

, 제대로 봤네.”

머리는 안 어울리던데요?’

오복규 씨.”

 

한나의 투정에 복규의 웃음이 들려왔다. 복규의 웃음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한결 놓이는 기분이었다.

 

참외는 어떻게 잘 되나요?”

늘 그렇죠. .’

그런 대답이 어디에 있어요? 세상에 늘 그런 것이 어디에 있나? 일부러 무슨 일이라도 만들라니까요.”

그래야 하나?’

그럼요. 그래야 나랑 통화를 하죠.”

나는 김한나 씨 목소리만 들어도 정말로 행복한데. 나랑 다르게 김한나 씨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누가 그렇대요?”

 

한나는 입을 내밀고 침대에 누웠다.

 

고마워요.”

뭐가요?’

나 혼자서 여기로 마치 도망이라도 치는 것처럼 온 건데 거기에서 오복규 씨 혼자서 너무 아플 텐데. 나는 거기에서 사고만 치고 그냥 여기에 온 거 같아서요. 그래서 나 되게 미안하고 그래요.”

미안해하지 말아요.’

 

복규의 목소리는 편안했다.

 

김한나 씨가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무런 용기도 내지 못했을 텐데 그대가 있어서 당신이 있어서 가능한 겁니다.’

그거 되게 듣기 좋다.”

 

한나는 전화기를 품에 안고 모로 누웠다.

 

당신이라는 이야기. 그대라는 이야기. 그 말이 그렇게 기분이 좋은 말인지 나 지금 처음 들었어요.”

당신.’

좋다.”

자기. 좋아요?’

. 듣기 좋아요.”

 

한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여유를 느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느끼고 싶었다. 이게 나쁜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행복하게. 모두에게 즐거울 수 있게 그러고 싶었다.

 

나 이제 잘게요.”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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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도 참 대단하다.”

깼나?”

그라믄 안 깨나?”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득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쳐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그기 도대체 뭐 하는 짓이고? ? 그냥 자지를 말던가. 내는 니가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 없지 않나?”

 

복규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내가 이 사람에게 힘이 되는데.”

미친.”

?”

치아라.”

내는 그래도 좋다.”

 

득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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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성주에 내려가지 말라고요?”

그래.”

왜요?”

거기를 왜 가려고 해?”

 

국장의 말에 한나는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국장님. 이거 제가 시작한 프로젝트라고요. 그러면 당연히 제가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알고 있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이 거기에 가서 도대체 어떻게 방송을 하려고 하는 거야?”

하지만.”

형평성도 맞지 않아.”

 

국장은 단호했다.

 

거기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네가 거기에 가면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을 할 거 같아?”

어차피 거기에서 일을 계속 하고 있었던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왜 거기에 가면 안 된다는 거죠? 이해가 안 되는 걸요?”

어차피 사라질 방송국이야.”

 

국장의 말에 한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국장님?”

어차피 성주 두웨이 거기 수익도 제대로 안 나고 그랬다고. 어차피 문을 닫을 곳이니까 미련을 버려.”

그럼 거기에 있던 분들은요?”

?”

직원들 말이에요.”

그냥 다 끝이지.”

 

국장의 말에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거기 사람들이 아무런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이건 억울한 일이었다.

 

그곳 사람들에게 물었나요?”

?”

거기 사람들 뜻이냐고요.”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잖아요.”

 

한나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아니 여기에서 그냥 일방적으로 그렇게 결정을 하고 그러는 게 세상에 어디에 있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거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러면. 정말로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니에요?”

김한나. 네가 거기에 잠시 가있어서 뭔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건데 말이야. 그런다고 달라질 거 하나 없어. 그렇다고 네가 그 사람들을 위해서 도대체 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건데? 그리고 네가 거기에 가서 있으라고 하면 갈 거야? 거기에서 그냥 썩고. 그냥 그럴 수 있어?”

 

마음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대답을 하고 싶었다. 정말로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이상한 게 그럴 수가 없었다. 말을 해야 한다고 자꾸만 머리가 명령을 내리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게. 그러니까.”

안 되는 거지?”

 

국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지금 왜 이러는 건지는 알아.”

국장님.”

그래. 동정이 가고 그러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뭔가 다른 거라고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너나 그 사람들이나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고. 그냥 이대로 끝이 날 수밖에 없는 사이인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거기 사람들하고 정이 들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어.”

 

한나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자신이 너무나도 비겁하게 느껴져서 화가 났다. 그런데 그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져서 더 화가 났다.

 

억울해도 할 수 없어.”

국장님.”

나가봐.”

 

한나는 입을 꼭 깨물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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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이게 도대체 뭐예요?”

 

한나는 송아를 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이건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여기에서 우리들이 멋대로 결정하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거기에서도 사람들이 있는데. 거기 사람들도 열심히 방송을 하고 있는 건데.”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은 있는 거지. 여기에서 그곳 입장을 하나하나 다 봐줄 수는 없는 거니까.”

왜요?”

 

한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어도 거기를 응원할 수 없다면 망가지게 둘 수는 없는 거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거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러면 거기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그러는 사람들이 도대체 뭐가 되는 건데요? 거기 사람들은 뭐 바보에요? 바보라서 그래요?”

김한나 누가 그렇대?”

그냥 억울해요.”

 

한나는 벽에 기대서 머리를 뒤로 젖혔다. 속이 뭔가로 가득 차오르는데 이게 도대체 뭔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 억울함. 이 분통. 이것을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나는 왜 이럴까요?”

네가 왜?”

내가 가는 곳마다 이래.”

그런 거 아니야.”

 

송아는 한나를 품에 안고 등을 토닥였다. 한나는 그렇게 송아의 품에서 한참이나 울었다. 서럽게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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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복규 씨 미안해요.”

뭐가요?’

나 이번에 못 내려가게 되었어요.”

그게 어디 김한나 씨의 잘못인가요?’

그래도요.”

 

복규에게 사실을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참 이상한 것이 복규에게 사실을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저기 오복규 씨.”

? 왜요?’

아니에요.”

 

한나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괜히 복규에게 이야기를 해서 그에게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날이 많이 덥고 그러지 않아요?”

그럭저럭 그렇죠.’

그렇구나.”

왜요?’

나만 힘든 거 같아.”

그런 말이 어디에 있어요?’

그러게요.”

 

한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복규에게 우울한 기운을 전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에게 이런 식의 태도를 가지는 것은 너무나도 큰 잘못이었다.

 

오복규 씨는 뭐 좋아해요?”

. 김한나?’

그런 거 말고요.”

그럼 뭘 말하라고요. 정말 김한나가 가장 좋은데. 김한나랑 같이 먹는 밥이 가장 좋고요. 김한나랑 같이 보는 영화가 가장 즐겁고요. 김한나랑 같이 걷는 길이 가장 편안한 사람이 되어버린 걸요.’

닭살.”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한나는 행복했다.

 

내가 주말에 내려갈게요.”

그러지 마요.’

왜요?”

일이 바쁘다고 했잖아요. 괜히 나 때문에 무리해서 내려올 이유 하나 없습니다. 그런 거 내가 괜히 불편하고 그렇다고요. 그렇게 온다고 해서 나랑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요. 되게 미안하고 그러니까.”

하나도 미안해할 거 없습니다.’

 

한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복규와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낼 수 없다고 하면 그것도 참 미안한 일이었다.

 

내가 가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아니요. 농사 일이라는 것이 주말이 따로 없다는 것을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걸요. 그런 거 바라면 나쁜 거야.”

이제 다 컸네.’

그럼요.”

내가 곁에 있어주지 미안해요.’

달아난 것은 나라니까?”

 

한나는 거울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봤다.

 

여기는 비가 오는데 거기는 어때요?”

덥습니다. 아주 더워요.’

몸 조심하고요.”

. 잘 자요.’

 

한나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토해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나도 비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비겁하다고 하더라도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위해서 그 모든 것을 다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래 김한나 잘 한 거야.”

 

한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괜히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것을 가지고 모두를 불안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바꿀 거야.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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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다.”

 

전화를 끊고 복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평소에는 내한테 말하면서 막 웃고 그랬거든? 그런데 오늘은 너무 심각하게 전화를 받는다.”

안 가볼래?”

됐다.”

 

복규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 일이 얼마나 바쁜지 내가 더 잘 알고 있는데 내가 거기에 가서 도대체 뭘 하겄노? 안 그러나?”

그래도.”

마음이 불편하기는 하더라도 이 사람이 괜찮다고 하면 그냥 믿어도 되는 거라 그리 생각을 한다.”

오복규 대단하네.”

뭐가?”

이제 다 큰 거 같다.”

웃기네.”

 

복규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원래 햄보다 키는 겄거든.”

어이구?”

됐다. 그나저나 요즘 참외가 너무 안 나가서 걱정이다.”

반찬 들고 다녀 온나.”

 

복규는 물끄러미 득수를 응시했다.

 

그기 무슨 말이고?”

가서 보고 싶어서 미치는 거면서 도대체 와 그라는 긴데? 도대체 왜 그렇게 혼자서 덤덤한 척. 그리 하는 긴데? 니 아직 어리다. 이제 겨우 스물여섯이 뭘 그리 많이 안다고 혼자서 이 모든 짐을 다 짊어지려고 하는 건데? 니 혼자서 도대체 뭘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건데?”

할 기다.”

 

복규는 힘을 주어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태어난 곳이다.”

누가 아이라 했나?”

그러니 내가 알아서 이곳을 지킬 기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이곳을 건드릴 수 없게 내가 그리 할기다.”

오복규.”

그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누구를 위해서도 해야 하는 일이고. 나를 위해서도 해야 하는 일이다.”

대단하다.”

햄이 없으면 못 했을 기다.”

 

복규의 말에 득수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머리를 한 번 헝클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두드렸다.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유난히 무더운 밤. 잠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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