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장. 위험한 연인
“이거 한나 씨 좀 갔다 줘라.”
“됐어요.”
“와?”
“괜찮아요.”
실라는 물끄러미 복규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복규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니들 싸웠나?”
“아닙니다.”
복규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얼른 들어가세요.”
“그래야지.”
“제가 모셔다 드릴까요?”
“어?”
실라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복규의 입에서 절대로 나올 수도 없는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니까.”
“가요. 모셔다 드릴게요.”
복규는 먼저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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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직도 그러세요?”
“뭐가?”
“어머니 탓 하는 거요.”
“그거야 뭐.”
실라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걸 네 아버지 탓을 할 수 없으니 괘안타. 내가 알아서 다 해야 하는 거고. 다 내 업보인데 뭘 우째 하겠노?”
“그게 왜 어머니 탓입니까?”
“어?”
“죄송합니다.”
복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제가 집을 나오지 않았더라면 아버지가 어머니 탓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제 문제입니다.”
“아이다. 니가 그냥 집에 있더라도 니 아버지는 뭐라고 했을 양반이다. 성질이 얼마나 지랄맞은데.”
실라는 킬킬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 아무 신경도 안 써도 된다.”
“네.”
“정말 무슨 일이고?”
“네?”
“무슨 일이 있제?”
실라의 물음에 복규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귀신을 속이라.”
“어머니.”
“아무리 내가 너를 내 속으로 낳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내가 니 엄마인데 그란 거 모를 거 같나?”
실라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 참외가 잘 안 되나? 값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이야기를 하기는 하던데. 그래서 그라나? 내가 좀 도울까?”
“아니요. 돈에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요. 어머니야 말로 저에게 용돈 좀 달라고 하세요. 드릴게요.”
“됐다.”
실라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막상 복규의 이런 말이 그다지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다 이내 다시 진지한 눈으로 복규를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복규는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 사람 떠난다네요.”
“누구?”
“김한나 씨요.”
“와?”
“애초에 여기 사람이 아니니까요. 여기에서 일어 잘 되면 서울로 돌아가기로 애초에 약속이 되어 있던 모양이더라고요.”
“이를 어째?”
“그렇죠?”
복규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마음을 주지 않을 걸 그랬어요.”
“가지 말라고 했나?”
“제가 어떻게 그래요?”
“와?”
“저는 그럴 자격이 없는 걸요.”
집에 도착하고 복규는 차에서 먼저 내려 실라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실라는 복규의 얼굴을 한 번 만지고 고개를 끄덕였다. 복규는 그 따뜻함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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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규가 데려다 준 기가?”
“네.”
“어쩐 일로?”
텔레비전을 보던 필강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요.”
실라는 흐뭇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이제 달라져리나 보죠.”
“금마가 무슨.”
“그러지 마요.”
실라는 필강을 보며 입을 내밀었다.
“나는 당신이 와 그렇게 당신 아들을 못 믿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아. 참 좋은 아입니다. 착해요.”
“그 여자는 아나?”
“누구요?”
“같이 아침 먹은.”
“아. 김한나라고.”
“김한나?”
필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람 이름이 그기 뭐꼬?”
“아나운서라고 합디다.”
“아. 지난 번에 참외 밭?”
“네. 그래요.”
“그런데 그 사람하고 사귀나?”
“잘 모르겠네요.”
“와?”
“헤어질 수도 있다고 하고.”
필강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기 무슨 말이고?”
“내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실라의 대답에 필강은 더 멍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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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가신다고 했다면서요? 이거 저 조금 더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번에 가면 저도 좀 불러주세요.”
“글쎄요.”
신인 배우의 너스레에 한나는 미간을 모았다.
“저도 서울로 가는 거 별로 좋아서 가는 게 아니라서요.”
“네?”
“억지로 가는 거거든요.”
한나의 대답에 신인 배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알아서 잘 하라고요.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알아서 잘 하면 나에게 그런 부탁 안 해도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아, 네.”
신인 배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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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너무 까칠한 거 아니에요?”
“왜?”
“그래도 우리 배우인데요.”
“그럼 별나 너나 신경 써.”
물을 마시며 한나는 고개를 저었다.
“새끼가 무슨 대기업 아이돌 출신 배우들보다도 더 노력을 안 하잖아. 아니면 최소한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야. 그 정도도 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뭘 잘 봐달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데?”
“그래도 언니 너무 까칠한 거 알고 있죠? 그냥 잘 봐달라고 부탁을 할 수도 있는 거라고요. 별다른 것도 아닌.”
“그게 이상한 거야.”
“하여간 언니.”
“그만.”
한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별나 네가 쟤를 얼마나 실드를 쳐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하나도 그러고 싶지 않다.”
“언니는 서울에 가면 훨씬 더 멋있는 배우도 많이 만나겠지만 저는 저 사람 그만 두만 끝이라고요.”
“그러니 네가 잘 해.”
“네?”
“이쪽에서 나쁜 년 역할을 해주면 그쪽에서 좋은 년 하면 되는 거잖아. 별나 너는 머리가 안 돌아가니?”
한나가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쿡쿡 찌르자 별나는 생긋 웃었다.
“언니 그런 거예요?”
“머리 아프다.”
“언니 고마워요.”
“아우, 더워.”
별나가 허리를 안으니 한나는 싫은 티를 내면서도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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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그리 후회 되면 잡아라.”
“싫다.”
득수의 말에 복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와 그 여자를 잡노? 자기가 알아서 떠나겠다고 하는데. 내가 잡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래도 니가 그래 좋아하면 그냥 잡아야 맞는 기다. 그렇게 혼자서 감정 단도리 하고 그래서 뭐 얻을 긴데?”
“내 자존심.”
복규의 대답에 득수는 코웃음을 치고 고개를 흔들었다.
“헛소리 마라.”
“와?”
“그 자존심? 그거 뭐 대단한 거라 생각이 드나? 아무 것도 아이다. 그 놈의 자존심 별 거 아이라고.”
“그래서 내가 도대체 뭘 우예 했으면 좋겠노? 그냥 등신처럼 그 여자에게 그냥 끌려갔으면 좋겠나?”
“니가 정말로 김한나 씨를 좋아하고 그라믄 그 정도는 그냥 해주고 그래야 하는 기 아이가? 꼭 그래. 자존심 새아야 하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다 있노? 자존심은 하나 안 중요한 기다.”
“모르겠다.”
복규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냥 복잡하다.”
“뭐가 복잡한데?”
“배신감을 느낀다.”
“무신 배신감? 김한나 씨가 일부러 가고 싶어서 그라는 기가?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하는 거 아이가?”
“그렇지.”
“그런데 와?”
“내도 모르겠다.”
복규는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햄은 도대체 내에 대해서 와 그리 관심이 많은 건데? 내도 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겠는데. 도대체 햄이 와 그리도 나에 대해서 많이 알라고 하는 건지 나는 하나도 알 수가 없다. 이해가 안 돼요. 이해가.”
“그래도 내가 니 햄이라 안 카나? 니를 위해서. 니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솔직하게 들여다 보라고.”
득수는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복규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오복규. 정신 차리라.”
“무슨 정신?”
“못 보는 거 아이다.”
복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영상 통화도 다 되는 세상에서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 긴데? 그냥 니가 알아서 하면 되는 거 아이가? 그리고 참외 농사 1년 내리 짓는 것도 아이고. 니가 서울로 가면 되잖아.”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아이다.”
득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복규가 이런 마음을 먹고 애써 연 마음을 다시 닫으려고 하는 것이 형으로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어떻게 해서라도 복규의 이런 마음을 잡아주고 싶었다. 잡아야만 했다.
“니는 니가 되게 비겁하다는 것은 알고 있나? 도대체 왜 니 친어머니랑 문제를 거기에서 풀라고 하는 긴데?”
“그런 거 아이다.”
“아니기는!”
복규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니 참말로 아이가?”
“아이다.”
복규는 고개를 숙였다.
“아이다.”
“김한나 씨는 좋은 사람이다. 그러니 니가 잡아라. 이 사람 놓치면 니 진짜로 끝이다. 그래 생각을 하고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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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헤어져요.”
“뭐라고?”
하수의 말에 경표는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시시해.”
“미쳤군.”
경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나를 버리고 더 괜찮은 남자를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헛소리 하지 마.”
“당신에게 내가 더 이상 뭔가를 보여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을 하는데? 당신 너무나도 지루해.”
하수는 씩 웃으면서 경표의 가슴을 쿡 찔렀다.
“그리고 김한나가 버린 건 나도 싫어.”
“뭐라고?”
“그건 쓰레기잖아.”
경표의 얼굴이 구겨졌다.
“은하수. 너 정말.”
“당신 남자로의 매력 별로 없어. 자기가 더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전혀 모르는 척 하고 있더라.”
하수는 싸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돈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그 돈 안 궁금해.”
“그게 무슨?”
“그게 뭐 대단한 거니?”
경표의 뺨이 떨렸다. 경표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하수의 허리를 잡고 거칠게 치마를 벗겼다. 그 다음 예고도 없이 삽입했다. 하수는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지면서도 그 모든 것을 참았다.
“이래도 떠날 거야! 이래도!”
경표는 거칠게 그녀를 탐하고 쏟아부은 후 뒤로 주저앉았다. 한나는 대충 티슈로 아래를 닦은 후 경멸스러운 눈으로 경표를 응시했다.
“짧다.”
“무슨?”
“조루니?”
“은하수.”
“너무 작고.”
하수는 씩 웃으면서 경표의 아랫도리를 바라봤다. 경표는 아직도 성난 남성으로 하수를 잡아끌었지만 하수는 그를 거칠게 떠밀었다.
“너 이거 성폭행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기대해.”
하수는 그대로 경표의 방을 나갔다. 경표는 고함을 지르면서 자신의 방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때려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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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올라가기 싫었다. 미치도록. 하지만 그녀의 입장에서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올라가지 않는다고 하면 그게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는 거였다.
“정말 싫다.”
“김한나 씨.”
“오복규 씨.”
한나는 자신의 집 앞을 기다리고 있는 복규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대로 복규에게 달려가서 안겼다.
“당신 도대체 뭐야?”
“김한나 씨 미안해요.”
“그렇다고 끝이 아니잖아. 그냥 이대로 간다고 해서 끝이 아닌데 도대체 왜 우리가 끝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건데?”
“내가 무서워서 그래요.”
복규는 한나의 등을 토닥였다.
“정말 미안해요. 나도 가기 싫어. 하지만 내 입장에서 간다. 가지 않는다.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이기적으로 행동을 했던 건지도 알고 있습니다. 이건 당신에게 화를 낼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김한나 씨가 더 잘 되어서 그러는 건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나도 싫어.”
한나는 물끄러미 복규의 얼굴을 바라보며 가만히 만졌다. 복규는 씩 웃고는 다시 한나를 꼭 안았다.
“김한나 예쁘다.”
“정말요?”
“그럼요.”
“기분 좋다.”
“나는 되게 불안한데.”
“왜요?”
“서울 방송국에 가면 나보다 잘난 놈들이 더 많을 거 아니야? 그러면 그냥 빼앗기는 거 아닌가?”
“이런 몸 없을 걸?”
한나는 복규의 셔츠 안에 손을 넣고 씩 웃었다.
“이런 몸매 흔하지 않거든요.”
“그래도 방송 보니 많던데?”
“그거 다 가짜에요.”
“뭐가요?”
“운동해서 만든 근육이라고요. 그런 사람들 생각 외로 힘도 잘 못 TJdy. rmsid 자기 만족을 위한 거니까.”
“그거 믿어도 됩니까?”
“그럼요.”
한나는 복규의 목을 끌어당겼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한 여름의 태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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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서울로 가게 되었다고?”
“네.”
실라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우야노. 그래도 조금 더 우리 성주에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긴데. 이거 되게 서운하고 그렇다.”
“그래도 저 매주 여기 내려와요. 어차피 방송하는 거 아직 더 남아있으니까요. 아직 8주 더 남았습니다.”
“그거 끝나면 올 일은 없잖아?”
“어머니.”
복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래. 자네.”
“아이고. 내가.”
실라는 밝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냥 내가 걱정이 되어서 그래요. 걱정이. 우리 복규가 김한나 씨를 억수로 좋아하니까. 그게 걱정이 되어서.”
“내가 언제?”
“아이가?”
“니 다 보인다.”
필강까지 나서자 복규의 얼굴이 붉어졌다.
“미치겠네.”
“제가 그래도 더 좋아해요.”
한나는 복규의 손을 잡고 눈을 마주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니까요.”
“그나저나 자네 부모님은 뭐 하시나?”
“네?”
필강의 물음에 한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뭘 그런 걸 물으세요.”
복규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한나의 입에 쌈을 넣어주었다.
“저희 아직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냥 서로 좋아하고 그렇게 있는데 무슨 호구 조사를 다 하고 그러세요.”
“그러게 당신도 야단이다.”
“내가 너무 서둘렀나?”
필강은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한나는 복규를 바라봤고 복규는 한나만 볼 수 있게 눈을 찡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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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뭐가요?”
“맛있는 식사요.”
“그건 내가 아니라 어머니에게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거죠.”
복규는 손을 내밀었고 한나는 그 손을 가만히 잡았다. 한나는 짧게 한숨을 토해내며 하늘을 바라봤다.
“아, 좋다.”
“김한나 씨 부모님은 어떤 분인지 알려줄 수 있어요?”
“그러네.”
한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그걸 말 안 했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괜찮고요.”
“아니요.”
한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부끄럽다고 말을 하면 정말로 부끄러울 수도 있는 거였지만 밝혀야 했다. 그리고 복규도 자신에게 모든 것을 다 이야기를 했으니 하나도 숨길 것이 없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아.”
“그래서 저는 엄마를 되게 원망해요.”
한나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이모가 나랑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는데 학원을 되게 다니고 싶어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그 돈 벌려고 주말에 나가셨다가 돌아가신 거거든요. 건설 현장에서. 그래서 저는 집에도 안 가요.”
“그렇군요.”
복규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한나의 눈시울은 벌써 붉어졌지만 한나는 씩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무 한심하고 그랬어요. 내가 도대체 왜 그런 걸까? 그런 생각도 들고. 아빠의 잘못도 아니고 이모도 아니고, 엄마도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그래도 그 사람들이 다 너무 미운 거예요.”
“그럴 수도 있죠.”
“그냥 원망스러웠어.”
한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이모만 아니면. 엄마만 아니면.”
“김한나 씨.”
복규는 가만히 한나를 안았다.
“나 미련하죠?”
“아니요.”
“정말 사랑했거든. 아빠를. 그런데. 그냥 그렇게 갔어. 어디 아프고 그러면 차라리 볼 수라도 있잖아. 마음의 여유라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냥 갑자기 갔어. 오늘 저녁에 치킨 사올게. 그러고 가셨다고.”
한나는 고개를 복규의 품에 묻고 서럽게 울었다.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엄마를 다시 봐야 하는데. 이모에게 전화도 오는데 그 사람들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요. 내가 그 사람들을 보면 바보가 되는 거 같아.”
“그래도 용기를 내요.”
“그래도 되는 걸까요?”
“그럼요.”
복규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김한나 씨는 강하니 할 수 있을 거야.”
“하고 싶어요. 너무나도. 정말 하고 싶어.”
한나는 그렇게 복규의 품에 안겨 울었다. 복규는 가만히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모든 울음을 다 토해내고 모든 서러움을 다 뱉어낼 수 있을 때까지. 그 모든 시간이 다 가능할 때까지 품에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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