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퍼펙트우먼[완]

[로맨스 소설] 퍼펙트 우먼 [24장. 위기의 커플]

권정선재 2014. 8. 4. 07:00

24. 위기의 커플

그래도 방법이.”

없어.”

 

국장은 단호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죠. 제가 거기에서 같이 일을 하고 그 사람들하고 있었지만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누가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능력이 없다고 했어?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필요가 없다는 거야.”

국장님.”

아니 사람들이 필요가 없는데 우리가 억지로 그 사람들을 데리고 뭘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안 그래?”

그건.”

 

한나는 할 말을 잃었다. 방송국도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공간이었다. 그런 공간에 그저 강요를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 그녀 역시 평소라면 성주 두웨이 같은 곳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을 거였다.

 

네가 거기에 가서 일을 하고 그래서 조금은 동질감을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게 끝이라고.”

그래도 이건 아니죠.”

뭐가 아닌 건데?”

그러니까.”

 

한나는 입을 꼭 다물었다. 뭐가 아닌 건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따지러 와서도 이 모양이었다.

 

그럼 가서 방송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

제가 약속한 거예요.”

김한나.”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하다가 그냥 내려오는 것이 어디에 있어요? 제가 하던 일은 제가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거잖아요. 제가 마무리를 지을 수 있어야 하는 거니까. 제가 거기에 갈게요.”

 

국장은 한나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거기에 가서 연애라도 한 거야? 도대체 김한나가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왜 이렇게 애착을 가져?”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이래?”

일을 해보니 알겠다고요.”

 

한나의 대답에 국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라고 이런 결정을 내리고 싶은 건 줄 알아? 나도 아무런 힘이 없어요. 힘이. 그냥 남들이 다 하라고 해서 하는 건데 도대체 너는 왜 이렇게 나에게 뭐라고 하는 거냐? 내가 무슨 악당이라도 된 거야?”

국장님. 그런 게 아니라.”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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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깨진 거야?”

.”

 

송아는 한나에게 커피를 건넸다.

 

그러니 왜 국장님에게 그래?”

그래도 저보다 더 힘이 강하신 분이니까요. 국장님이라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하실 수 있을 거 같으니까요.”

이해를 하실 거야.”

그런데 어떻게 그래요?”

이건 다른 문제야.”

 

송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아무리 국장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따지고 들면 달라지는 건 하나 없어. 국장님이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러시는 것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잖아.”

그냥 억울해요.”

 

한나의 눈에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선배가 거기에서 일을 해보면 알 거라고요.”

그래 이해해.”

그런데 왜 이렇게 되는 거죠?”

김한나.”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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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지는 거라고요?”

그래.”

 

문대의 말에 별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그 동안 잘 있었잖아요. 그리고 이번에 대박도 만들고 그랬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야.”

?”

 

충헌의 말에 별나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어차피 그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 너무 눈에 띄니까. 그게 미워서 그러는 거지.”

말도 안 돼요. 그럼 언니는요?”

누구?”

한나 언니.”

아무 상관 없겠지.”

?”

어차피 서울 사람이잖아.”

 

별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도 친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같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또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여기 사람이 아니니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지. 그냥 거기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방송하고 그럴 거라고.”

언니에게 물어봐야죠.”

안 와.”

?”

이제 안 온다고.”

그게 무슨?”

대신 리포터가 한다고 하더라고.”

말도 안 돼요.”

 

별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도 같이 일을 하면서 조금이나마 친해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런 식으로 한나가 그냥 떠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서울 것들이 다 그렇지.”

그러지 마.”

 

문대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라고 무슨 힘이 있어? 위에서 다 시키는 대로 하는 거지. 가기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PD님은 그거 믿으세요?”

그럼 안 믿어?”

 

문대의 말에 충헌은 못 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그래서 안 되시는 겁니다.”

내가 뭐?”

그렇게 사람을 믿어서 어떻게 합니까?”

그럼 자네도 믿지 마?”

“PD.”

어쩔 수 없는 거야. 그 사람이 하고 싶은 거 아니니까. 김한나 씨도 나름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 나도 나름 들었어. 그러니 김한나 씨 원망은 하지 말자고. 그냥 이렇게 되는 거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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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뭐래요?”

뭐가?”

뭐 잘 지낸다고 해요?”

연락 안 해?”

안 하죠.”

 

복규의 허리에 주사를 놓으며 태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누나도 바쁘고 나도 바쁘니까요. 가끔 문자나 주고 받기는 하지만 누나가 그다지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누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으려면 그쪽에게 들어야죠.”

그런 건 나에게 묻지 말지.”

 

복규의 차가운 대답에 태민은 입을 내밀었다.

 

너무 까칠하신 거 아닌가?”

뭐라고?”

아니에요.”

 

태민은 자리에 앉아 복규를 바라봤다.

 

허리 쓰는 거 조심해요.”

일을 해야지.”

그래도요.”

어쩔 수 없어.”

그러다 허리 못 써요.”

괜찮아.”

아직 젊잖아요?”

 

복규는 태민을 물끄러미 응시하더니 엷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봤자 너는 가운을 입고 있고 나는 농사나 짓는 사람인데 네가 나보다 더 낫다는 그런 이야기인가?”

아니요. 그리고 나도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거든요. 여기 환자들은 내 말 하나도 안 들으려고 하거든요.”

 

태민의 장난스러운 미소에 복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냥 그렇다고요.”

?”

그냥 하고 싶은 말이에요. 아무튼 누나 너무 외롭게 하지 마요. 누나 정말로 외로운 사람이거든요.”

그걸 왜 그쪽이 신경을 써?”

그러게요.”

 

태민은 혀를 내밀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선생님 진료 밀렸어요.”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태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다음에 오시죠.”

안 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

무슨 의사가 또 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까? 그 이야기는 본인이 돌팔이라는 증거 아닙니까?”

그건 환자가 의사 말을 잘 들을 때나 되는 이야기고요. 어차피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무슨.”

알겠습니다.”

조심하시고요.”

.”

 

태민은 진료실을 나가는 복규를 보며 입을 내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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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리포터 김한나입니다.”

오늘은 제가 청계천에 다녀왔는데요.”

무더운 여름 힘드시죠?”

오늘 아침 새로운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최근 가장 핫 한 배우. 다들 누군지 궁금하시죠? 강가온 씨 소식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시 뉴스 김한나입니다.”

오늘의 날씨 전해드리겠습니다.”

에이. 그런 말씀 마세요. 푸하하하. 그렇죠. 요즘 상황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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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하루가 지나가는 건지 미칠 지경이었다. 이 방송, 저 방송 여유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다들 왜 이러냐?”

 

게다가 악플도 여전했다.

 

아무 것도 모르면서.”

 

몸을 팔아서 다시 방송을 하는 거다. 뭐 온갖 이야기에 한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 아파.”

 

초인종이 울렸다. 확인을 하니 하수였다.

 

너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하수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그런 이야기 좀 하자.”

 

문을 열어야 하는 걸까?

 

김한나 할 말이 있어.”

 

한나는 심호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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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퇴근하는 건가?”

어 어쩐 일이에요?”

 

복규는 자전거를 살피는 태민을 보며 미간을 모았다.

 

서울로 좀 가.”

?”

김한나를 위해서.”

저 바빠요.”

힘들어 하고 있어.”

 

태민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본인이 가면 되는 거잖아요. 그런 것을 도대체 왜 나보고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야. 마음에 안 들어.”

그런 것이 아니라.”

알았어요.”

 

태민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복규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복규는 겨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나도 자존심이 상해.”

오복규 씨.”

하지만 내가 여기에 묶여있는 사람이니까 어디든 함부로 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가면 농사는 도대체 누가 하라는 거야? 내가 여기에서 책임을 안 지고 넘어갈 수가 없으니까.”

알고 있어요.”

그래도 당신은 주말에 쉬잖아.”

그렇죠.”

 

복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해.”

.”

많이 힘들 거야.”

 

복규는 그렇게 쓸쓸하게 뒤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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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 일이야?”

친구 만나러 왔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하수는 씩 웃으면서 한나의 집에 들어왔다. 한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하수는 한나를 지나가서 소파에 앉더니 고개를 뒤로 젖히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발을 굴렀다.

 

여기 엄청 좋다.”

왜 온 거야?”

친구에게 온 거야.”

은하수.”

친구에게도 못 오나?”

 

하수는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나의 부엌으로 향해서 냉장고를 열어 이것저것 살폈다.

 

은하수.”

그냥 친구라니까?”

우리가 친구니?”

 

한나의 말에 하수의 몸이 굳었다.

 

그럼 우리가 뭐야?”

그건 네가 알겠지.”

나는 친구로 알고 있는데?”

 

하수는 씩 웃으면서 한나를 돌아봤다.

 

네가 뭐라고 하더라도 너에게 친구가 나밖에 없는 거니까 그냥 너는 나를 다시 삶에 받아들여야 하는 거 아니니? 이 넓은 서울에서 생활하는데 너 아는 척 하는 사람도 하나 없으니까.”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여기에 있는 거 되게 불편하거든. 그러니까 나가줄래? 너랑 한 공간에 있다는 것 자체가 나를 너무나도 끔찍하게 만들고 있으니까 말이야.”

너무 잔인하다.”

 

하수는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김한나 되게 잔인한 사람인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이처럼 잔혹하게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네.”

내가 뭐?”

그 사람 꺼내.”

뭐라고?”

풀어주라고.”

 

한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그런 말을 하러 여기에 온 거니?”

그래도 너랑 사귀었던 사람이잖아. 아니니?”

그래. 맞아. 그런데 나를 그런 식으로 배신을 한 사람이야. 그런데 내가 아무렇지도 않아야 한다는 거야?”

.”

 

하수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 사람을 화가 나게 한 것은 사실이잖아. 네가 워낙 미련해서 그렇게 된 거니까 말이야.”

은하수.”

나도 내 이름 알아.”

 

하수는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나 좀 자고 가야겠다.”

너 정말 미친 거니?”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래?”

내 행동이 도대체 뭐가 어때서?”

 

하수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찡긋했다.

 

내가 그냥 내 멋대로 행동을 해야 하는 것도 네 허락을 맡고 해야 하는 거야? 그런 거 하나도 몰랐네.”

여기 내 집이야. 그러니까 더 이상 나 건드리지 말고 그냥 돌아가. 더 이상 나 자극하지 말고. 마음에 안 들어.”

시골에 좀 다녀오더니 너 성격 좀 변했다. 뭐 물이 좀 달라져서 그러는 건가? 요즘 조금 잘 나간다고 이러는 거야?”

나 잘나가는 거 아니야.”

 

한나는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였다.

 

네가 도대체 나한테 뭘 바라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네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힘이 센 사람도 아니고 돈도 없어. 그러니까 나에게 이런 식으로 다가와도 네가 얻을 수 있는 거 하나 없어.”

잔인하네. 너무.”

내가 잔인하다고?”

그 사람이 무슨 죄를 지은 거니?”

 

하수의 말에 한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었다.

 

나가줘.”

싫다면?”

경찰을 부를 거야.”

친구에게 그럴 거라고?”

그래. 너라도 그럴 거야.”

되게 잔인해졌구나. 김한나.”

아니. 똑똑해진 거야. 이전과 달리.”

 

하수는 미소를 지우고 한나를 노려보았다.

 

네가 이런다고 다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고.”

그런 적 없어.”

그럼 지금 뭔데?”

그냥 내 공간을 지키려는 거야.”

네 공간을 지켜? 사람을 그렇게 만들고?”

내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거 아니잖아. 안 그래? 멀쩡한 사람을 습격한 것은 내가 아니라 고경표 그 자식이야.”

 

하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멀쩡한 사람 그렇게 만든 건 너지.”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했다고 너는 나에게 이러는 건데? 은하수. 너 제발 정신 좀 차려. 제발.”

가식덩어리.”

그래. 나 가식이야.”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너는 네가 가식이라는 것도 인정하지 못하잖아. 그래놓고 지금 누구에게 이러는 거야?”

뭐라고?”

나가. 어서.”

도대체 왜 이래!”

제발 사라져. 너는 최악이야.”

 

한나는 하수를 거칠게 끌고 집 밖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하수가 계속 문을 두드렸지만 귀를 막았다. 더 이상 하수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도 끔찍하고 두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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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정말로 괴안나?”

그럼 우얄끼고?”

그래도.”

됐다.”

 

득수의 위로에 복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 위한 기다.”

그래도.”

한 번 다녀왔잖아.”

그건 그렇지만.”

 

일단 일 끝나면 내도 서울 가서 있을 기다. 그러니까 햄도 뭐라고 하지 마라. 내도 많이 생각을 한 기다.”

 

득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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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힘들어 하드나?”

그냥 그렇습니다.”

우얄꼬.”

 

실라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라믄 복규가 농사를 그만 두고.”

외숙모는 그거 모르십니까? 금마가 어디 그럴 수 있는 놈입니까? 그냥 접으이소.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그래도 금마가 그리 힘들어하면 내가 엄마가 되어가꼬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아입니다.”

 

득수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복규 금마는 제가 이 이야기 한 거 알면 화를 낼 깁니다. 그러니 가만히 있으이소. 가만히.”

니는 와 그리 겁이 많노?”

큰외숙모는 금마 성격 모릅니까?”

알지.”

 

실라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찬은?”

남았습니다.”

서울에는?”

한 번 다녀왔습니다.”

자주 봐야 할 긴데.”

그렇지요.”

사람이라는 것이 참 신기해서 눈에서 멀어지면 이 맴애서도 멀어지는 법인게. 얼른 더 많이 봐야 할 긴데.”

 

실라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복규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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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도 일하는 거야?”

채태민.”

 

방송국 입구에서 태민을 발견한 한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여기에 어떻게 온 거야?”

어떻게 오기는? 누나 보러 온 거지.”

보건소는?”

주말이잖아.”

 

한나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태민은 그런 한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한나는 그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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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다.”

정말 출근 안 해도 되는 거야?”

아우, 몰라.”

 

여의도 공원 벤치에서 한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아니 방송국에 아나운서 나만 있는 거 아닌데 다들 왜 이렇게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몰라.”

그래도 누나가 중요한 사람이니까.”

그런가?”

그럼.”

하나도 안 중요하고 싶다.”

 

한나의 말에 태민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정말로 여기에는 왜 왔어?”

?”

고될 텐데.”

하나도 힘들지 않아.”

아무튼 되게 반갑다.”

 

한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이리저리 목을 풀었다.

 

안 그래도 요즘 일이 되게 많았거든.”

무슨 일?”

그 사람이 이야기를 안 해?”

?”

그럼. .”

무슨 일인데?”

고경표 그 인간이 왔었어.”

 

한나는 무덤덤하게 대답했지만 그런 그녀와 다르게 태민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한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정말로.”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 건데?”

그냥 아무런 일도 아니야. 나를 찾아왔었고. 오복규 씨가 나를 와서 구해줬어. 정말로 그게 전부야.”

그 사람이 왔다고?”

.”

?”

?”

대단하네.”

 

태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좋은 사람이다.”

그렇지?”

 

태민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만히 저 멀리 건물들을 바라봤다. 혀로 입술을 살짝 축이고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