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창고/네게가는길[완]

[로맨스 소설] 네게 가는 길 [2장 - 1]

권정선재 2014. 11. 26. 07:00

 

2

이나라. 밥 차려.”

?”

이나라 밥 차리라고.”

. .”

 

나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 앉았다. 멍했다. 괜히 새벽까지 공부를 한 모양이었다.

 

뭐 먺을래?”

스팸.”

그래. 스팸. 으아.”

 

나라가 놀라서 우리를 바라봤다.

 

?”

아니. 언니. 지금 여기에 왜 있어?”

뭐가?”

편의점은?”

다 괜찮아.”

 

우리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알바 구해놓고 들어온 거야. 인간적으로 우리 두 사람이 다 하는 거 말도 안 되고 피곤한 거잖아.”

아니 알바라니?”

 

나라는 우리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우리는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리면서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데?”

어떤 미친놈이 2주만 하는 알바를 한다고 그랬다고?”

. 그래.”

언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왜 말이 안 되는데?”

 

우리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우리는 그게 되는 거잖아. 인간적으로 열두 시간 맞교대가 말이 되냐고? 우리 체력도 안 되고. 완전 힘들잖아. 그리고 너 토익 준비한다고 그러고. 나는 소설을 쓴다고 설치고 있고. 우리 두 사람을 위해서도. 다른 알바를 하나 더 구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답이라서 구한 거야.”

돈은?”

내가 낼게.”

언니.”

내 월급에서 깔 거라고.”

 

우리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지금 가정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온 가족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거였는데 이 상황에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심드렁해 보였다.

 

그래서 밥 안 할 거야?”

안 해.”

?”

편의점 해본 사람이래?”

.”

그래도 우리 편의점은 처음이잖아.”

다 잘 하겠지.”

언니.”

. 미치겠다.”

 

나라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대로 집을 나섰다. 우리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베개로 얼굴을 덮었다.

 

저 미친년. 저거 정말 전생에 일 못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저거 소야. . 소가 아니고 못 저래.”

====

 

어서오세요.”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

?”

당신이 왜 여기에 있냐고요?”

아니.”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자기가 어제 자신을 편의점에서 일을 하라고 해놓고서 저 여자가 왜 저러는 건가 싶었다.

 

어제 분명히 저랑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

어제 저한테 일 하라면서요.”

아니.”

 

나라는 아차 싶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새로 알바라고 뽑은 인간이 이 담배 피는 미친놈이었다.

 

나가요.”

뭐라고요?”

나가라고요. 어제 당신이 만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쌍둥이 언니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 편의점 다른 알바를 고용할 정도로 넉넉한 곳이 아니라서 말이에요.”

아니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가라고 하는 거는 아니죠.”

 

태현은 약간 오기가 발동했다. 어차피 이 편의점은 하룻밤 장난처럼 시작한 거였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가기는 싫었다.

 

저는 정식으로 채용이 된 거라고요.”

아니. 애초에 누군가를 채용할 형편이 안 되는 곳이라니까요? 당신이 이런다고 해도 달라질 거 없어요.”

달라질 게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죠. 그쪽인지. 그쪽 언니인지 모르겠지만 꼭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다고요. 게다가 야간시급도 챙겨준다는 편의점. 요즘 없는데. 나는 못 그만둬요.”

뭐라고요?”

 

나라는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자기들 인건비도 겨우 빠지는 상황에서 야간시급이라니. 이우리가 사고를 쳐도 제대로 친 거였다. 나라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하룻밤 시급 드릴게요.”

됐습니다.”

아니. 오늘 손님 많았어요?”

아니요.”

여기요. 지금도 안 많고. 앞으로도 안 많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쪽이 이런다고 해서 달라질 거 하나 없거든요? 그냥 나가요. ?”

 

나라의 부탁에 태현은 흥미로웠지만 이 여자를 더 알고 싶었다. 이 여자를 더 잘 안다면 소설도 잘 써질 것 같았다.

 

그럼 야간 시급 안 받을게요.”

?”

저도 당장 돈이 필요하고요. 2. 그렇게 짧게 일하고 싶거든요. 뭐 최저 시급만 주셔도 됩니다.”

아니.”

어차피 사람 필요한 거 아니었어요?”

 

나라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인간적으로 두 사람이서 감당하기는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어제 그런 식으로 인연이 꼬인 사람에게까지 부탁을 할 정도로 급하지 않았다.

 

아무리 급해도 그쪽은 아니거든요.”

?”

당신처럼.”

어제 그거 담배 가지고 뭐라고 하려고 한 거 아닙니다.”

?”

제가 소설을 쓰거든요.”

 

태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그쪽이. 딱 내 소설 주인공이면 좋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붙든 거라고요. 나도 내가 거기에서 담배 핀 거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미친놈 취급 하지 마십시오.”

아니 내가 언제.”

미친놈이라고 했잖아요.”

그거야.”

 

태현의 지적에 나라는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고 태현의 말처럼 일할 사람이 필요하기는 했었다.

 

정말 나 좇아온 거 아니죠?”

뭐라고요?”

아니. 갑자기 우리 편의점에 오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우리 편의점에 도대체 왜 갑자기 온 건데요?”

그냥 지나가다가 들린 겁니다. 아니 무슨 편의점이 손님이 왔다고 이상하게 보는 겁니까? 지금 그쪽 되게 이상한 말을 하는 거 알고 있습니까?”

아니.”

 

나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쩌면 이 남자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자기가 조금은 과민 반응을 한다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낯선 남자. 그것도 잘 모르는 남자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건 무리였다.

 

“2주만 일하는 거 말도 안 돼요.”

그럼 계속하죠.”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정태현입니다.”

 

태현은 손을 내밀고 씩 웃었다.

 

안 잡아요?”

아니 그러니까.”

 

우리는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지금은 토익 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검지로 사내를 가리키면서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기다려요.”

.”

 

태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서 네가 편의점 알바를 한다고?”

.”

 

우석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태현을 바라봤다.

 

농담을 하는 거지?”

내가 뭐 이런 걸 가지고 너에게 농담을 할 이유가 있냐?”

하지만.”

 

우석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태현. 이 정도로 돈이 없는 거면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 그랬냐? 나 너한테 이 정도 돈은 줄 수 있거든?”

?”

아니. 별 거 아니라고.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그 정도 돈은 줄 수 있으니까. 별다른 걱정은 하지 말라고.”

그런 거 아니야.”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 편의점에서 일을 하면 되게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일을 하려고.”

재미있는 일?”

. 완전 재미있는 사람을 발견했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우석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태현은 그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뿐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

그렇다니까.”

 

태현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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