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이나라. 밥 차려.”
“어?”
“이나라 밥 차리라고.”
“어. 어.”
나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 앉았다. 멍했다. 괜히 새벽까지 공부를 한 모양이었다.
“뭐 먺을래?”
“스팸.”
“그래. 스팸. 으아.”
나라가 놀라서 우리를 바라봤다.
“왜?”
“아니. 언니. 지금 여기에 왜 있어?”
“뭐가?”
“편의점은?”
“다 괜찮아.”
우리는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알바 구해놓고 들어온 거야. 인간적으로 우리 두 사람이 다 하는 거 말도 안 되고 피곤한 거잖아.”
“아니 알바라니?”
나라는 우리를 자리에서 일으켰다. 우리는 인상을 있는대로 찌푸리면서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데?”
“어떤 미친놈이 2주만 하는 알바를 한다고 그랬다고?”
“아. 그래.”
“언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왜 말이 안 되는데?”
우리는 하품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우리는 그게 되는 거잖아. 인간적으로 열두 시간 맞교대가 말이 되냐고? 우리 체력도 안 되고. 완전 힘들잖아. 그리고 너 토익 준비한다고 그러고. 나는 소설을 쓴다고 설치고 있고. 우리 두 사람을 위해서도. 다른 알바를 하나 더 구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답이라서 구한 거야.”
“돈은?”
“내가 낼게.”
“언니.”
“내 월급에서 깔 거라고.”
우리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저었다. 나라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지금 가정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온 가족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거였는데 이 상황에서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우리는 심드렁해 보였다.
“그래서 밥 안 할 거야?”
“안 해.”
“왜?”
“편의점 해본 사람이래?”
“응.”
“그래도 우리 편의점은 처음이잖아.”
“다 잘 하겠지.”
“언니.”
“아. 미치겠다.”
나라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대로 집을 나섰다. 우리는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베개로 얼굴을 덮었다.
“저 미친년. 저거 정말 전생에 일 못해서 죽은 귀신이 붙었나. 저거 소야. 소. 소가 아니고 못 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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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요?”
“네?”
“당신이 왜 여기에 있냐고요?”
“아니.”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분명히 자기가 어제 자신을 편의점에서 일을 하라고 해놓고서 저 여자가 왜 저러는 건가 싶었다.
“어제 분명히 저랑 이야기하지 않았습니까?”
“네?”
“어제 저한테 일 하라면서요.”
“아니.”
나라는 아차 싶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새로 알바라고 뽑은 인간이 이 담배 피는 미친놈이었다.
“나가요.”
“뭐라고요?”
“나가라고요. 어제 당신이 만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내 쌍둥이 언니거든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 편의점 다른 알바를 고용할 정도로 넉넉한 곳이 아니라서 말이에요.”
“아니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가라고 하는 거는 아니죠.”
태현은 약간 오기가 발동했다. 어차피 이 편의점은 하룻밤 장난처럼 시작한 거였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가기는 싫었다.
“저는 정식으로 채용이 된 거라고요.”
“아니. 애초에 누군가를 채용할 형편이 안 되는 곳이라니까요? 당신이 이런다고 해도 달라질 거 없어요.”
“달라질 게 없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죠. 그쪽인지. 그쪽 언니인지 모르겠지만 꼭 사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했다고요. 게다가 야간시급도 챙겨준다는 편의점. 요즘 없는데. 나는 못 그만둬요.”
“뭐라고요?”
나라는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자기들 인건비도 겨우 빠지는 상황에서 야간시급이라니. 이우리가 사고를 쳐도 제대로 친 거였다. 나라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하룻밤 시급 드릴게요.”
“됐습니다.”
“아니. 오늘 손님 많았어요?”
“아니요.”
“여기요. 지금도 안 많고. 앞으로도 안 많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쪽이 이런다고 해서 달라질 거 하나 없거든요? 그냥 나가요. 네?”
나라의 부탁에 태현은 흥미로웠지만 이 여자를 더 알고 싶었다. 이 여자를 더 잘 안다면 소설도 잘 써질 것 같았다.
“그럼 야간 시급 안 받을게요.”
“네?”
“저도 당장 돈이 필요하고요. 2주. 그렇게 짧게 일하고 싶거든요. 뭐 최저 시급만 주셔도 됩니다.”
“아니.”
“어차피 사람 필요한 거 아니었어요?”
나라는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인간적으로 두 사람이서 감당하기는 다소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어제 그런 식으로 인연이 꼬인 사람에게까지 부탁을 할 정도로 급하지 않았다.
“아무리 급해도 그쪽은 아니거든요.”
“네?”
“당신처럼.”
“어제 그거 담배 가지고 뭐라고 하려고 한 거 아닙니다.”
“네?”
“제가 소설을 쓰거든요.”
태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그쪽이. 딱 내 소설 주인공이면 좋겠다. 뭐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갑자기 붙든 거라고요. 나도 내가 거기에서 담배 핀 거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미친놈 취급 하지 마십시오.”
“아니 내가 언제.”
“미친놈이라고 했잖아요.”
“그거야.”
태현의 지적에 나라는 갑자기 마음이 약해졌다. 그리고 태현의 말처럼 일할 사람이 필요하기는 했었다.
“정말 나 좇아온 거 아니죠?”
“뭐라고요?”
“아니. 갑자기 우리 편의점에 오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우리 편의점에 도대체 왜 갑자기 온 건데요?”
“그냥 지나가다가 들린 겁니다. 아니 무슨 편의점이 손님이 왔다고 이상하게 보는 겁니까? 지금 그쪽 되게 이상한 말을 하는 거 알고 있습니까?”
“아니.”
나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어쩌면 이 남자의 말이 맞을지도 몰랐다. 자기가 조금은 과민 반응을 한다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낯선 남자. 그것도 잘 모르는 남자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건 무리였다.
“2주만 일하는 거 말도 안 돼요.”
“그럼 계속하죠.”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정태현입니다.”
태현은 손을 내밀고 씩 웃었다.
“안 잡아요?”
“아니 그러니까.”
우리는 한숨을 토해냈다. 일단 지금은 토익 시험을 보러 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검지로 사내를 가리키면서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기다려요.”
“네.”
태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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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네가 편의점 알바를 한다고?”
“응.”
우석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태현을 바라봤다.
“농담을 하는 거지?”
“내가 뭐 이런 걸 가지고 너에게 농담을 할 이유가 있냐?”
“하지만.”
우석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태현. 이 정도로 돈이 없는 거면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 그랬냐? 나 너한테 이 정도 돈은 줄 수 있거든?”
“뭐?”
“아니. 별 거 아니라고. 네가 뭐라고 하건. 나는 그 정도 돈은 줄 수 있으니까. 별다른 걱정은 하지 말라고.”
“그런 거 아니야.”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이 편의점에서 일을 하면 되게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일을 하려고.”
“재미있는 일?”
“응. 완전 재미있는 사람을 발견했거든?”
“그게 무슨 말이야?”
우석이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태현은 그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할 뿐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돈이 부족한 건 아니지?”
“그렇다니까.”
태현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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