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나름 소설 반응이 괜찮더라고요.”
“그러게요. 편집장님은 별로라고 하셨는데요.”
“누가 별로라고 했나요?”
편집장은 입을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정식으로 계약하죠.”
“아직은 아닙니다.”
“네?”
“아직 제가 어떤 글을 쓰게 될 것인지 잘 모르겠거든요. 그런데 무작정 글을 쓴다는 거 너무 우스운 거 아닙니까? 이번에는 정말 시놉도 가지지 않고 사람들 반응을 보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저도 결말을 모른다는 거죠.”
태현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래도 덕 많이 봤습니다.”
“네?”
“늘 제가 쓰는 글이 비슷하다고만 생각을 했습니다. 전혀 나아질 수 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제가 쓰는 글이 나아질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신 거.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냥 칭찬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가요?”
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정말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었다.
“뭐 되게 웃고 그러실지 모르지만. 이제야 제가 정말로 쓰고 싶은 글이 뭔지 알게 되었거든요.”
“아니에요. 작가님이 좋으시다면 다행이죠. 대신 나중에 책 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저희를 우선 고려해주세요.”
“알겠습니다.”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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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많이 까칠하게 행동하죠?”
“아니요.”
우리의 물음에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나라 씨 되게 좋은 사람이에요.”
“설마요? 내 앞에서는 그쪽 싫다는 이야기를 되게 많이 하는데요? 정말로 그런 내색을 안 한다고요?”
“네.”
“신기하네.”
우리의 말에 태현은 가볍게 고개를 갸웃하고 그녀를 응시했다.
“그게 무슨 말이죠?”
“네?”
“이우리 씨는 지금 동생을 안 믿어요?”
“그런 게 아니라.”
“나랑 첫 만남이 좋지 않아서 그래요. 이나라 씨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실수해서 그랬었다는 거 알고 있어요. 내가 먼저 그 사람 신경을 많이 건드리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괜히 이상한 생각 하지 마십시오. 내가 이나라 씨에게 실수를 해서 그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요.”
“뭐, 알았어요.”
우리는 입을 내밀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되게 이상하게 보이는 거 알아요?”
“뭐가 말입니까?”
“뭐 내 동생 욕하지 말라고 하니까 그건 나쁜 게 아닌데. 두 사람 누가 봐도 앙숙인 거 다 알거든요? 그런데 잘 챙겨주시니까. 그냥 고맙다고요.”
우리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살짝 혀를 내밀었다. 태현은 그런 우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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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설은 언제 쓰고 있는 건데?”
“시간이 날 적마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데.”
편의점에 놀러온 우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이런 걸 하고 싶으면 너도 가게 하나 내면 되잖아. 이 정도 돈은 충분한 놈이 왜 남의 가게에서 일을 해.”
“내가 사장으로 있는 거랑 누구 밑에서 있는 것이 같을 리가 없잖아. 누구 밑에서 있는 거 되게 힘들다는 거 모르냐?”
“아니 그래도.”
“됐어.”
태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지금 내 태도를 바꿀 마음이 별로 없거든. 그리고 오히려 나는 지금이 더 낫다.”
“왜?”
“마감 압박이 적거든.”
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살짝 뒤에 기댔다.
“전에는 한 번에 200장도 넘는 소설을 건네야 해서, 아니 이걸 도대체 언제 다 쓰나? 그런 생각을 했거든. 그런데 이제는 그럴 이유 없이 딱 열 장. 하루에 열 장씩 쓰는 거니까. 별로 안 버겁더라고요.”
“나는 그것도 버겁더라. 하긴. 너는 대단한 놈이지. 그래도 다행이다. 소설이 써진다고 하니까.”
“그렇지?”
태현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매너리즘에 빠진 것인지 글이 안 쓰여져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참 다행이었다.
“내가 그 동안 너무 어렵게만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소설을 왜 쓰기 시작한 건지 잊고 있었다고.”
태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소설을 썼거든. 그냥 그게 좋아서 글을 썼는데 이제는 그런 게 아니니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야 겨우 알게 된 거니까.”
“어?”
“이제는 돈이 아니라고.”
우석은 볼을 부풀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태현을 바라봤다.
“아무리 그래도 팔려야 돈이 되는 소설을 쓰는 놈이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말이나 되냐?”
“그런가?”
“너 그 말 후회한다.”
“괜찮아.”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처럼 소설을 쓴다는 것이 즐거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걸 가지고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소설 쓰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하면 안 되는 건가?”
“그래.”
“아무튼 여기에는 왜 왔냐?”
“심심해서.”
“심심은.”
우석은 입을 쭉 내밀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나 친구라고는 너 하나밖에 없는 거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그 친구가 지금 일을 하겠다고 이렇게 설치고 있으니 당연히 심심하고 그런 거지. 아니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는 거냐?”
“그러게 말이다.”
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소설을 쓰는 것이 즐거웠고. 이 소설 쓰는 것이 즐겁게 만들어준 사람이 자신의 주위에 있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곁에 머무는 것이 당연한 거였다.
“이나라. 그 사람이 궁금해.”
“너 그 여자 좋아하는 거 아니야?”
“어?”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
“말도 안 돼.”
태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내 뮤즈야.”
“하지만.”
“열 살이나 어리다고.”
태현은 나이 차이를 말하며 몸을 가볍게 부르르 떨었다.
“내가 변태도 아니고. 어떻게 열 살이나 어린 애를 좋아할 수가 있냐? 말도 안 되는 거지. 열 살이나 어린 사람을 좋아하는 건 변태다. 변태. 너는 네 친구가 그냥 그런 변태라고 생각이 되는 거냐?”
“누가 그렇대?”
태현의 짜증에 우석은 입을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냥 일이나 할까?”
“좋겠다.”
“뭐가?”
“부모님이 부자니까. 그냥 일이니 할까? 이런 생각만 가져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거 말이야.”
“비꼬기는.”
“비꼬는 거 아니야.”
태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비꼬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와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같이 놀고 카페에서 노닥거리고 있을 적에는 몰랐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일을 하는 지금은 그와 자신이 다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거 되게 재미있다.”
“일이 재미있어?”
“응.”
“어떻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거든.”
태현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려웠지만 그래도 말을 해야만 했다.
“그러니까.”
“암튼 나는 가련다.”
우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일이 즐겁다면 즐거운 거지. 하지만 굳이 네가 나에게 그걸 가르치려고 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나는 네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건 별로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을 거거든. 내 말 알지?”
“응.”
우석의 말이 서운하기는 했지만 태현은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보자.”
“응. 나 간다.”
우석이 편의점을 나가고 태현은 혀로 입술을 축이며 살짝 한숨을 토해냈다.
“저 녀석 왜 저렇게 한심하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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