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단편] 워프

권정선재 2014. 12. 10. 22:28

워프

아니 무조건 이런 일을 미국에서 해야 한다는 이유가 뭡니까? 이제는 다른 나라들에도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이게 그냥 미국이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제 새로운 문명과 마주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지구를 대표하는 나라가 당연히 앞장을 서야 하는 것이죠. 이런 일에 대해서 불쾌함을 느끼면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아니 누가 미국이 지구 대표라고 했어요?”

맞습니다. 이건 우리도 반대하는 거라고요.”

케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의 회의가 벌써 몇 주나 계속 되고 있는 만큼 지쳐가는 그였다.

이대로 우리들 사이에서 제대로 회의를 마치지 못한다면 우리 미국은 이 사안을 전 지구에 알릴 겁니다.”

뭐라고요?”

우리 영국은 반대합니다.”

왜 우리가 그들과 공유해야 하는 거죠?”

그러니 그만 두시란 말입니다!”

케인이 소리를 지르자 장내의 소란은 가라앉았다. 케인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자신의 앞에 앉은 국가의 대표들을 응시했다. 이 모든 것은 그 망할 외계인이 그들에게 나타나고 생겨버린 일이었다.

 

이 일을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나도 잘 모르겠소. 이런 일이 역대 있었어야지.”

그리 복잡하게 생각을 하실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케인의 말에 미합중국 대통령은 미간을 모으며 그를 응시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미 과거 우리가 원주민들을 대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우리의 입장이 원주민이라는 것이 다르지만 말이죠. 이번 워프 개설에 대해 우리 미국은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합니다. 원주민들이 우리의 조상에 의해서 유린당하고 죽어갔다는 것은 이미 역사로 잘 드러나 있습니다. 비단 우리 미국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국가들이 이미 이민족에 의해서 처절한 아픔을 겪은 결과가 있습니다.”

허나 우리가 그 워프의 개설에 대해서 허가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이 그것을 찬성하고 있지 않소? 우리가 거절한다면 다른 국가에서 그것을 대신 하고자 노력을 할 터인데 말이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합니다.”

케인은 침을 꿀꺽 삼키고 혀로 입술을 축인 후 작게 심호흡을 했다.

무조건 그래서 우리가 그것의 활성화를 막아야 합니다.”

그 일이 쉽겠소?”

쉽지는 않더라도 그냥 포기를 하는 것 보다는 우리가 소유. 막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될 겁니다.”

케인의 말에 미합중국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미국의 힘으로 무조건 할 수 없는 일도 존재하는 셈이었다.

이미 세계 여론도 좋지 않아. 한국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만들어가고 있단 말이네. 우리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만들기 전에는 쉽게 움직여서는 안 될 거야. 안 그래도 모두 우리를 보고 있네.”

그럴수록 더 강하게 나가야 합니다.”

케인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한국에서 알아서 주지 않으면 안 되게 말입니다.”

그게 가능할 것인가?”

주한민군을 이용하면 될 겁니다.”

케인의 말에 미합중국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 역시도 세계 여론이 좋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에게 그곳은 요충지 아니었나? 중국이 언제든지 우리에게 위협을 강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될 거야.”

그래도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외계인과의 통로가 될 워프를 우리가 가지지 못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가 될 겁니다.”

그렇기는 하지.”

미합중국 대통령은 끄응 소리를 내며 미간을 모았다. 워프라는 것이 한국에 설치가 된다면 그 동안 지구 대통령으로 지위를 누려온 미국이 더 이상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거였다.

일단 지켜보지.”

저도 나름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래.”

 

도대체 왜 미국이 강대국 놀이를 하려고 하는 거지? 빌어먹을.”

도리가 없지 않나?”

러시아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 두 대표는 투덜거리면서도 자신들에게 별 힘이 없다는 사실에 창밖을 노려볼 따름이었다. 미국인들은 싱글거리면서도 정작 러시아에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더러운 미국 놈들.”

분명 우리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그럴 바에야 모두 아는 것이 어때?”

그러기에는 위험할 거다.”

금발 머리 쪽이 입을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전 세계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난리가 날 텐데. 그거 수습을 하는 것도 일이 꽤나 복잡하다고. 아마 다들 모르는 일이라고 발을 빼고 나올 거고 말이야. 잘못하다가는 우리만 바보가 될 거야.”

말도 안 되는 군.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전혀 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외계인도 나타나는데 안 될 것이 뭐가 있겠어?”

그런가?”

그럼.”

검은 머리 쪽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일마저도 미국에 밀린다면 러시아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이번 일은 무조건 미국에게 빼앗겨서는 안 되는 거라고. 이렇게 될 바에야 우리는 무조건 한국을 미는 거야.”

그럼?”

적어도 미국보다는 우리가 더 근거리에 있으니까 분명히 그 워프를 우리에게 유리하게 쓸 수 있을 거라고.”

글쎄다.”

두고 보라지.”

 

대한민국 정부는 현재 대중 사이에서 말이 많은 워프 건설에 대해서 미국 등 강대국과의 확인 작업을 거친 후 유언비어임을 밝히며 앞으로도 이런 류의 괴담이 이어지게 된다면 처벌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그럼 그렇지. 뻥이지.”

너는 대한민국 정부 말을 믿어?”

시후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한국은 다르지. . 방사능이 그 난리인데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하는데 이런 일에 대해서 인정을 할 리가 있냐?”

이건 좀 다르지.”

뭐가 다른데?”

. 외계인이 어디에 있냐?”

미친.”

친구의 빈정거림에 시후는 욕설을 내뱉고 맥주를 들이켰다.

. 이 넓은 지구에 우리들만 살고 있다고 하면 그게 더 무서운 거 아니냐? 지구가 얼마나 넓은데 무슨 소리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지.”

뭐가 아닌 건데?”

그거야.”

아우 됐다.”

시후는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술만 들이켰다.

아무튼 저 워프라는 것이 생기고 난다면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드냐?”

워프는 무슨. 결국 저거 외계인이 지구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거 아니야?”

식민지?”

예전에 일본도 우리에게 철도 놓고 그런 거랑 하나 차이가 없는 거지. 외계인들이 도대체 뭐 볼 것이 있다고 지구랑 워프를 설치를 하겠냐?”

아무튼 말도 안 되는 거라고.”

말이 된다. 친구야.”

시후는 가볍게 친구의 어깨를 두드렸다.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떠드는데 정부에서 그 어떤 이야기도 제대로 해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완전히 없는 이야기도 아닌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나는 그런 거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뭐 워프라도 생기면 일자리라도 좀 늘지 않을까?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그게 사실이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독일 총리는 바이거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워프에 대해서 그저 유언비어일 수도 있다고 덮어놓고 싶었지만 한국까지 다녀온 바이거가 이리 말을 한다면 상황이 달랐다.

지금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할 걸로 보입니까?”

일단 러시아는 발을 뺄 것으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러시아와 한국 정부가 그다지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니 말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그리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걸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그 동안 우주 산업에 대해서 앞장서서 투자를 했는데 이번 기회를 날린다면 말도 안 되는 것이죠.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국에 대한 압박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에서는 그리 쉽게 넘길 생각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미국이 강하게 요구한다면 한국에서도 역시 큰 방법이 있을 걸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걸로 생각을 합니까?”

유럽이 뭉쳐야 합니다.”

유렵 연합이요?”

유럽 국가들이 개별로 한국 정부와 접촉하려고 한다면 분명히 실패할 겁니다. 이번 일은 그저 독일만의 일이 아닙니다. 그 동안 미국에게 넘어간 패턴을 다시 가져올 기회입니다.”

 

독일과 연합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파비앙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지금 한국하고 사이가 좋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 워프가 그리 큰 가능성이 보이는 것도 아니데 그리 목을 매야 하는 겁니까?”

놓치면 큰일이 나겠죠?”

까미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파비앙은 미간을 모았다.

이봐요.”

그렇게 화를 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습니다. 독일은 이번 일로 우리 유럽이 뭉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저 역시 우리 독일이 그 일에 끼어들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희가 끼지 않으면 결국 미국이 다시 한 번 우주 패권에 대한 야욕을 드러낼 기회가 될 테니까요.”

아니 이건 미국하고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러니까 한국의 일 아닙니까? 그런데 왜들 이렇게 나서지 못해서 안달입니까?”

한국 정부가 이 정도 규모의 일을 혼자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죠? 한국 정부는 분명히 도움을 요청할 거라고요. 그리고 한국 정부가 요청을 하면 자연스럽게 끼어들게 될 곳은 미국일 겁니다. 말도 안 되는 거죠.”

나 참.”

일단 독일하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겁니다.”

또 누가 끼어든다는 겁니까?”

영국이요.”

빌어먹을 놈들이 다 모이는군.”

파비앙의 욕설에 까미유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튼 한국 정부에서는 쉬쉬하고 있으니 가시화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나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애초에 유럽이 뭉쳐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것은 독일인데 영국이 나서는군요.”

독일보고 나서라고 한 사람도 없죠.”

톰의 톡 쏘는 대답에 바이거는 미간을 모았다. 파비앙은 아무렴 어떻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우리들이 여기에 모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까? 미국이 그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기회가 없다는 거 아닌가요?”

아니죠. 한국 정부는 지금 우리에게 공식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바이거가 내놓은 자료에 파비앙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까미유의 당부도 있었고 쉽게 뭐라 말을 할 처지가 못 되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도대체 왜 독일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을까요? 독일하고 아주 사이가 좋다고도 할 수 없을 텐데 말이죠.”

아무리 우리랑 사이가 아주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한국도 그리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겠죠.”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외계에서 워프를 설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 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서 들리던 소식들이 단순히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시끄러워질 걸로 보입니다. 자세한 소식은 잠시 후 뉴스가 더 들어오면 전달하겠습니다.’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여당 대표의 말에 진보 정당 대표가 미간을 모으며 마이크를 켰다.

지금 우리 존경하는 여당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는데. 아니 이런 일이 그렇게 쉽게 우리가 못 한다고 포기를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지. 이렇게 포기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맞습니다.”

또 다른 진보 정당 여성 대표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받아쳤다.

우리는 이대로 우리의 기회를 다른 나라에 넘기겠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아니 그냥 넘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우방국인 미국에서 요청한 것이기도 하고.”

언제가지 미국에 끌려 다니실 겁니까?”

이게 반드시 그런 건 아니죠.”

야당 대표가 끼어들자 진보 정당 여성 대표가 미간을 모았다.

지금 야당 대표가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야당 대표라면 야당 대표답게 구셔야죠.”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튼 이번 일에 대해서 우리가 먼저 주도권을 잡아야 합니다. 지금 대통령께서 우주 산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번처럼 좋은 기회에 대해서 더 이상 놓쳐서는 안 됩니다. 외자 유치까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워프 개설은 무조건 한국이 해야 합니다.”

옳습니다.”

여당 대표는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부에서 워프 개설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워프가 어디에 설치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의 말이 많습니다. 서울에 설치가 되어야 한다는 분들이 가장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방에서도 지역 안배 차원에서 고려를 해달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솔직히 전라도처럼 발전이 안 된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이번 기회에 우리도 그런 거 하나 설치해서 청년 층 일자리를 늘리고. 얼마나 좋습니까?”

아니 전라도에 인구가 몇이나 된다고 거기에 짓습니까? 그리고 서울에 또 짓는 것은 말이 안 되지만 교통도 불편한 전라도는 아니죠. 우리 부산에 지어야 다른 나라와 접근성도 좋고 지역 안배 효과도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안 되죠. 충청도처럼 대한민국의 중심인 곳이 또 있습니까? 세종시가 그 동안 자치시라는 이름만 달고 있었지. 뭐 하나 된 것이 있습니까? 세종시에 워프 유치를 강력히 주장합니다.”

이처럼 각 지자체가 서로의 지역으로 워프를 가져가기 위해서 안달이 난 상황에서 정부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우리 독일은 한국의 워프 건설에 대해서 찬성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할 것을 선언합니다.’

저거 뭐야?”

파비앙의 목소리가 커지자 까미유는 볼륨을 높였다. 방송에서는 바이거가 사람들을 향해서 연설하는 장면이 나왔다.

나 참. 같이 연합을 하자 뭐 하자고 하더니. 결국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제대로 치는군. 까미유. 내가 그대에게 말하지 않았나? 독일 놈들은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이야.”

어떻게 할까요?”

얼른 우리도 한국과 접촉을 늘리게.”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어렵습니다.”

뭐가 어렵다는 것이야?”

파비앙의 짜증에 까미유는 미간을 모았다.

이런 일에 있어서는 무조건 급하게 접촉만 늘린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은 침착하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을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그게 우선입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대로 있다가는 모든 것을 다 잃고 말 겁니다. 지금 세계에서 우리 프랑스의 위치가 얼마나 좁습니까? 이번 기회로 우리 프랑스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힘도 자랑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까미유는 혀로 입술을 축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것 참 서운합니다.”

타오위안의 말에 한국 대통령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서운하실 것이 뭐가 있습니까? 저마다 가장 좋은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거죠.”

아무리 그래도 우리 중국하고 한국 정부가 사이가 꽤나 좋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됩니다. 우리가 그 동안 얼마나 한국 정부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까.”

그렇지요.”

이번에 워프 건설 중국이 메인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니 그건.”

중국 돈에 한국에 워프가 건설이 된다면 우리 동북아 정세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도 스스로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이셔야 할 것 아닙니까? 언제까지 그저 미국에 끌려 다니실 것은 아니겠지요?”

타오위안의 지적에 한국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을 바라봤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아니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여기에서 답을 주세요.”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고 살짝 미간을 모았다.

이것 참 무례하십니다.”

대통령님.”

아니 우리가 그 동안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너무 압박하시는 것 아닙니까? 우리를 위해서도 중국을 위해서도 이것은 아니지요.”

일단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조건 중국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여러 의견이 갈렸지만 결국 중국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중국이 아니면 우리에게 이제 기회가 없습니다.”

 

이번에 한국 정부가 중국과 같이 워프 건설에 참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워프 건설이 화제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번 워프 건설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0년이며. 그 소요 비용은 135조에 다다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다수의 금액을 중국에게서 투자받기로 결정을 했다고 밝히며.”

 

우리도 워프 건설을 서둘러야 합니다.”

그게 되겠습니까?”

미합중국 대통령의 말에 케인은 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지구의 건설 기술로는 워프의 건설이 요원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체적으로 그런 걸 건설하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하나 없습니다.”

최소한 사람들을 속이기라도 해야 하는 거죠.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우주 산업의 중심이라는 공식이 깨질 겁니다.”

대통령님.”

가짜로 만들기라도 하세요.”

미합중국 대통령은 단호했다.

우리가 이번 워프를 무조건 가져와야 합니다.”

 

한국 정부가 워프 건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가운데, 이번에는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워프 건설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본적은 이론은 이미 완성이 된 상황에서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부을 것으로 보입니다. 워프 건설은 앞으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모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나라에서도 개인적인 투자에 대해서 고민 중입니다.”

 

미국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것이 뭐가 있습니까?”

막대한 자금이 들 겁니다.”

그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니지요.”

메라코브의 말에 러시아 관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처럼 한국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이미 늦었습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우리 힘으로 워프 조달에 힘을 써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국처럼 기술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어쩌면 그렇게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 모릅니까?”

?”

돈만 있으면 됩니다. 돈만 있으면.”

 

이게 그러니까 그 설계도라는 거죠?”

그렇지요.”

종호는 외계인들이 주었다는 설계도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작은 기계였다. 이걸로 워프가 될지 궁금할 정도였다.

아니 이 정도 규모를 가지고 도대체 무얼 한다는 겁니까?”

어차피 외계인이 하나하나 왔다 갔다 하는 규모면 된다고 합니다. 여행의 목적으로 건설이 된다고 하니까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은 것 보다야 낫지 않겠습니까?”

정부 인사의 말에 종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일단 우리 한국을 선택을 해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그들이 정말로 우군인지 아니면 적인지 파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조건 키우는 것보다야 이게 더 나을 수도 있겠군요. 정확히 뭐가 더 나을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니까.”

우리가 빨리 해야 합니다. 우리가 빨리 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먼저 나설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최대한 서두르도록 하죠.”

 

한국에서 워프 가동을 서두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자칫 실수하다가는 이거 일본이 한참이나 밀리게 될 겁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우리가 도대체 왜. 한국 같은 나라에 밀린단 말입니까? 말도 안 되는 일이지요. 한국 같은 나라에는 절대로 밀릴 수 없습니다.”

스스무의 단호함에 나츠메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러시아와 손을 잡도록 하죠. 러시아 역시 급할 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워프 건설은 그리 쉽지 않았다. 특히나 워프와 관련되어서 건강상에 문제가 있다는 논문이 발표가 되고 난 이후로는 대다수의 지역에서 워프 건립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터였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 정부는 대치에 워프 건립을 확정하고 부지 선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워프 건설을 반대한다.”

강남에 워프가 웬 말이냐!”

요즘 강남 대치동 일대에서는 연일 워프 건립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워프 건립에 대해서 정부의 발표가 있은 후 건강상의 문제와 학업 문제로 인해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는데요. 한 학부모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이게 말이나 됩니까?”

무엇이 문제입니까?”

워프 가동 시 소리가 엄청나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요즘 물수능이다 뭐다. 수리 만점자가 대치동 밖에서 수두룩하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우리 아이들이 여기에서 얼마나 큰 고생을 했는데요.”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기 바라십니까?”

무조건 안 됩니다. 대치동에는 무조건 안 됩니다.”

사나워 보이는 인상의 여인이 화면을 꽉 채우고 나서야 인터뷰는 끝이 났다. 그러고 나서도 시위는 잦아들지 않았다. 이제는 강남구민들만 아니라 서울시민들까지도 모두 나섰다. 서울에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다.

혹시라도 외계인들이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이라도 미치면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겁니까? 정부가 그것을 막을 능력이 있습니까?”

대한민국 정부 재난 안전처는.”

반대합니다. 무조건 반대합니다.”

결국 워프 건립은 서울에서 내려가고 또 내려가서 대구광역시 옆 경산의 어느 논밭에 설립이 되기로 결정되었다.

 

시간이 흘렀다. 워프 건립은 사람들의 생각처럼 빠르게 진행이 되지 않았다. 워프 건립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대도 시들해질 즈음 러시아에서 같은 지구 내의 워프 가동이 가능해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러시아가 벌써 성공했다고 합니다.”

일본과 러시아의 연합에 우리 대한민국이 밀린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아니 자본이 안 되는 것을 어떻게 합니까?”

대한민국에 대기업이 그리 많은데 누구 하나 도와주는 기업이 없단 말입니까?”

대통령의 엄포에 비서관은 고개를 숙이며 살짝 눈치를 봤다.

이번 일.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으면 모두 다 모가지일 줄 알아요.”

 

러시아가 정말 성공을 한 거 같소?”

그렇습니다.”

미합중국 대통령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게 말도 안 되는 일 아닙니까? 어떻게 러시아가 그런 일이 가능하단 말입니까?”

일본의 기술력이 생각보다 강한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기술은 어느 정도 되었소?”

“3피트 정도가 한계입니다.”

아니 그 동안 무엇을 한 겁니까!”

미합중국 대통령의 고함에 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 역시 답답하기는 했지만 지금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되었다면 결국 한국과 손을 잡는 것이 우선이었다.

막대한 돈을 주더라도 한국에게 일단 도움을 청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겠습니까?”

한국이 우리에게 그런 도움을 주겠습니까?”

지금 한국도 별다른 도리가 없을 겁니다. 그들도 지금 자금이 부족해서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대기업들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있지만 그 어떤 기업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단 우리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쓸 수 있을 겁니다.”

자네가 알아서 하시게.”

알겠습니다.”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미국이 원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한국 안에 있는 워프 시설에 대해서 미국이 돈을 냈다는 것을 인정. 우리의 권리를 인정해주면 되는 겁니다.”

아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자칫 잘못하다가는 러시아에 멀릴 판 아닙니까?”

케인의 지적에 여당 대표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른 나라들에게 역전을 당할 텐데. 그게 우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겠지만 한국에게도 조흔 일이 아닐 겁니다. 한국을 위해서도. 그리고 우리 미국을 위해서도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당 대표는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미국의 자본을 힘에 입은 한국은 워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서울과 부산의 워프 가동이 성공했고, 이어서 일본 역시 도쿄에서 오키나와까지의 거리를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정부는 저마다 워프 발전에 열을 가하고 이내 외계인이 말한 수준의 워프까지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아무리 그래도 일단 가동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종호의 말에 여당 대표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더 망설일 것이 뭐가 있단 말입니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망설이다가 이 모든 기회를 날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자칫 잘못하다가는 다른 나라에 또 밀릴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러기를 원하시는 겁니까?”

그것이.”

. 문제가 생겼습니다.”

직원 하나가 밖에서 숨을 헐떡이며 달려왔다.

러시아에서 지금 워프 가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뭐라고? 이런 젠장.”

종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게 우선이야? 우리나라가 얻은 기회와 공로를 다 날려버리게 생겼다고! 당장 준비하시게. 내가 대통령 각하를 모셔오지.”

저기.”

종호의 말은 그대로 묻혀버렸다. 종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의 악수에 종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까지 자리에 앉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 앉아서 종호를 응시했다.

그럼 이제 워프 가동을 시작하겠습니다.”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정부 인사가 미간을 모으며 끼어들었다.

지금 일본과 독일 역시 워프 가동에 들어간다는 소식입니다.”

우리 한국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겁니다.”

종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동시에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가 받은 설계도에는 적혀 있지 않았지만 분명히 크나큰 문제가 생길 거였다. 하지만 이미 도리가 없었다. 종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워프 가동을 시작하겠습니다.”

종호가 버튼을 누르고 윙윙거리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전 세계 정부가 워프 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 말씀드리는 순간 워프 가동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10. 9. 8. 7. 6. 5. 4. 3. 2. 1 가동!”

전 세계가 동시에 워프 장치를 가동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구는 사라져버렸다. 우주 전체에서. 마치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내 말이 맞지?”

외계인은 낄낄거리며 엄지를 들었다.

저 자리에 있는 행성 생명체들은 멍청하다니까?”

그나저나 나는 중간에 엎어지는 줄 알았어.”

그러게 생각보다 기술력이 딸리네.”

사람 모양의 체스 말을 움직이며 외계인은 더듬이를 쭉 내밀었다.

우리가 조금 더 도움을 줄걸 그랬어.”

그랬더라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하지 않았을 걸? 다들 비슷한 시기에 맞추기로 한 건 잘 한 거라고.”

하긴 어느 한 쪽이라도 실수를 했더라면 지구의 일부분만 깨진 채로 꽤나 귀찮은 일이 생겼을 거야.”

그거 청소하는 것도 일이라니까?”

그나저나 참 멍청해.”

더듬이를 닦으면서 외계인 하나는 가볍게 대꾸했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이렇게 안 되었을 걸.”

그게 바로 생명체의 호기심이라는 거지.”

다음은 어느 별로 갈까?”

글쎄다. 이번에는 또 어떤 걸 해봐야할까?”

다른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지구가 있던 곳에서 멀리 날아가는 달을 보던 우주선이 그대로 우주 저 끝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지구가 있던 자리에는 침묵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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