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의 언덕은 언제나 푸르다. 낮은 둔덕 위에 홀로 서있는 리안의 집이 있는 리안의 언덕은 언제나 푸르다. 사람들은 리안이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리안이 그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리안의 언덕이 언제나 푸르다는 것으로 그가 거기에 머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사람들은 리안의 존재를 두려워하고 혐오했다. 리안이 그곳에 있다는 것 자체를 괴롭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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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 너무 멀리 가지 말라니까.”
“괜찮아요.”
할머니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열매를 가져올 수 있는 곳까지는 가야 하는 거잖아요. 할머니가 걱정하는 일 생기지 않아요.”
“하지만 리안은.”
“그런 건 없어요.”
“다인.”
할머니는 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가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니? 네가 본 적이 없다고 해서 리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다. 네가 그것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리안은 그곳에 있어.”
“나 참.”
산에서 뜯어온 나물들을 말리면서 다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이 겁을 내서 그런 거라고요. 그리고 리안의 언덕에 가야지만 나물이 풍성한 걸요? 정말로 리안이 위험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방법이 없어요. 이게 할머니랑 나를 지킬 방법이니까요.”
“네 어미랑 아비도 참 모질다. 너를 이리 버리고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러는 것인지 말이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다인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늘 듣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할머니에게서 부모님의 욕을 듣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자신은 그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따름이었다.
“그리고 한낮이에요.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시간이 아니잖아. 그러니까 할머니도 너무 걱정하지 마요.”
“나는 이제 너 하나야.”
“알고 있어요.”
“우리 다인이도 없어지면 이 할미는 절대로 견딜 수 없을 거다. 이 할미가 하는 이야기가 뭔지 알고 있지?”
“네.”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다시 갈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로라도 가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의 나았다. 분명히 할머니는 자신을 걱정하고 그런 일은 귀찮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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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또 리안의 언덕에 가서 나물을 뜯어온 거야?”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은아의 놀란 표정에 다인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할머니도 아니고. 솔직히 리안의 언덕에 가더라도 아무 것도 없는 거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왜 아무 것도 없어? 리안의 언덕에 있는 오두막에 다녀온 애들이 거기에 다들 귀신이 산다고 했단 말이야.”
“리안의 언덕에 있는 오두막?”
“그래.”
“너는 그 말을 믿니?”
다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들 리안의 언덕에 오르는 것을 그렇게 무서워하는데 누가 과연 거기까지 갔을까? 은아 너는 너무 착한 것 같아. 리안의 언덕에 올라가도 아무 것도 없다고. 나는 오히려 누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늘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거기 올라가도 아무 것도 없어서 썰렁하기 짝이 없다니까?”
“너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좋을걸?”
주안은 눈치를 보면서 다인을 바라봤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건 안 해야 하는 거라고. 얼마 전에는 거기 흑염소가 한 마리 올라갔다가 죽었던 거 몰라?”
“그냥 떨어져서 죽은 거야.”
“다인. 흑염소라고. 흑염소.”
“그게 뭐?”
“산에 있는 아무리 좁은 길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다는 애들이 너는 그렇게 되었다고 하는데 하나도 놀라지 않는 거야? 분명히 리안의 언덕에 사는 유령이 나타나서 그러는 거라고. 분명히 그 녀석 짓이라고.”
“리안의 언덕에 사는 유령이 리안 아니야?”
“어?”
다인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은아와 주안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물을 다듬던 다인은 입을 쭉 내밀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거기가 리안의 언덕이라고 한다면. 리안의 언덕에 사는 유령의 이름이 리안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우. 난 그런 거 몰라.”
은아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생각도 하기 싫다.”
“나도.”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친구들은 저마다 어른인 척 하면서도 여전히 아이였다.
“어떻게 그런 말을 믿을 수가 있니?”
“왜?”
“애초에 말이 안 되잖아. 안 그래? 리안의 언덕에 그런 일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 말이야. 만일 거기에 유령이 살고 있으면 나는 진작 잡혀갔을 걸?”
“너 그런 거 말로라도 하지 마.”
“아무 일도 없다는 이야기야.”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진작 당했을 거야. 그러니까 다들 걱정하지 말고. 아무튼 거기 가면 나물 진짜 많다니까.”
“아우 나는 싫어.”
“나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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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좋은데 왜들 그래.”
열심히 나물을 뜯으며 다인은 입을 쭉 내밀었다. 리안의 언덕에 괴물이 살건 유령이 나타나건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나물을 뜯었을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다.
“비라도 오려나?”
라고 말을 하기가 무섭게 하늘에서 빗방울이 요란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인은 재빨리 머리에 나물바구니를 이고 언덕 위의 나무로 달려갔다. 하늘을 보아하니 금방 그칠 비가 아니었다.
“갑자기 비가 오고 난리야.”
“추워?”
“아니. 춥지 않아. 으악.”
다인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하얀 소년 하나가 자신을 보면서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너, 너 뭐야?”
“추워?”
“어?”
“춥냐고?”
“아니 그러니까. 조금?”
다인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순간 바람이 멎었다. 그리고 다인의 근처에만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인은 놀란 눈으로 소년을 응시했다. 소년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나무 위로 후다닥 올라갔다.
“너 뭐야?”
“매일 봤어.”
“어?”
“매일 나물 뜯으러 언덕에 오는 거 봤어.”
“리안이야?”
다인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소년의 눈이 커다래지더니 이내 밝은 표정을 하고 다시 나무에서 내려와서 다인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서 킁킁거렸다.
“내 이름을 알아?”
“정말 리안이야?”
“응. 나 리안이야.”
다인은 입을 가리고 살짝 뒤로 물러났다. 나무 밖으로 나갔지만 그녀의 주위에는 전혀 비가 내리지 않았다.
“정말로 리안이란 말이야?”
“응. 내 이름을 어떻게 아는 거야?”
리안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다인에게 다가왔다. 다인은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리안은 고개를 갸웃하고 다인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 다인은 침을 꿀꺽 삼키고 리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차가운 촉감. 다인은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해?”
“아니. 네 산에 온 거 미안해.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나물을 좀 뜯으러온 건데. 미안해. 네가 사는 곳이라고 생각을 했더라면 쉽게 들어오지 않았을 거야. 이제 오지 않을게.”
“와서 고마웠어.”
리안의 목소리에 다인의 얼굴이 굳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어.”
“리안.”
“늘 언덕을 푸르게 꾸몄어. 그래서 사람들이 놀러와 주기를 바랐어. 그런데 아무도 나에게 오지 않았어.”
“그건.”
다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가까이서 살피니 리안은 그렇게 무섭게 보이지 않았다. 조금은 편하게 보일 정도였다.
“내 이름은 다인이야.”
“다인?”
“응. 다인.”
다인은 손을 내밀었다. 리안은 그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그 손을 잡고서는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우와. 다인. 다인. 리안이랑 친구.”
“그래. 친구.”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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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늦었어?”
“비가 와서 늦었어요.”
“할미가 걱정하는 거 알면서.”
“괜찮아.”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는 다인의 머리가 묘하게 말라있는 것을 보고 미간을 모았다.
“어디에 있다가 온 거야?”
“리안의 언덕이요. 나물 뜯다 왔다니까요?”
“너 다시는 거기에 가지 않는다고 해놓고서는. 지금 이 할미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그런 거야?”
“할머니. 거기에 아무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무슨 걱정을 그렇게 많이 해요. 다들 그렇게 걱정하니까 나물이 지천인데 그거 그냥 두고 오는 거 너무 아깝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런 유령이 있다고 소문이 있는 곳에 가는 것. 이 할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할머니. 유령 같은 거 없어요.”
“뭐?”
“네?”
“뭘 본 거야?”
“할머니.”
“도대체 언덕에서 뭘 본 거야!”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외침에 다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할머니는 다인에게 성큼성큼 다가와서 고개를 저었다.
“네가 지금 도대체 뭘 본 것인지 모르겠지만 네가 무얼 봤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되는 거다.”
“할머니.”
“네가 본 거 그거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되는 거야. 그래서 이 할미가 리안의 언덕에 가지 말라고 한 거 아니었냐?”
“할머니도 리안을 알아?”
“뭐?”
“아는구나.”
다인은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 할머니도 지금 리안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할머니가 이렇게 리안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을 할 이유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할머니. 리안이 도대체 누구야?”
“나는 모른다.”
“할머니.”
다인의 물음에 할머니는 한숨을 토해냈다.
“나도 리안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해.”
“아니 할머니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면서 도대체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데요? 리안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리안과 닿으면 다들 아팠다.”
“네?”
“다들 죽었다고.”
“죽는다고요?”
다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본 할머니의 얼굴이 굳고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설마 리안과 닿은 것이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다인아.”
“할머니.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머니를 걱정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리안과 닿는다는 것만으로도 아프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너무나도 우스운 일이었다.
“그냥 조금 특이한 아이 하나를 만났어요. 그게 다야. 할머니가 그렇게 예민하게 행동을 하거나 생각을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고요.”
“이 할미가 이제 살아야 하는 이유는 오직 다인이 너 하나다. 그런데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는 견딜 수 없을 거야.”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요.”
“다인아.”
“알았어.”
다인은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리안의 언덕에 가지 않을게요.”
“네가 진심으로 약속을 했으면 좋겠다. 정말로 그곳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없어지면 견딜 수 없을 거야.”
“응.”
다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리안이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일단 할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다인에 대해서 의심이 가득했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다인은 짧게 고개를 숙이고 방으로 들어왔다.
“리안.”
분명히 그렇게 나쁜 애가 아니었다. 무슨 오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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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큰 소리로 불렀지만 리안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인은 열심히 나무를 살폈지만 아무런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리안이 어디에 간 거지.”
다인은 무릎을 안고 나무에 몸을 기댔다. 늘 혼자서 나물을 캐던 곳이었는데 리안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는 그가 사라졌다는 것이 너무나도 버거웠다. 리안을 지금 봐야지만 이 우울함이 달아날 것 같았다.
“리안.”
“다인?”
“리안!”
다인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안이 빙긋 웃으며 다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인.”
“도대체 어디에 갔던 거야? 너를 한참이나 기다렸잖아. 네가 나타날 거라고 생각을 했단 말이야. 도대체 어디에서 뭐 하고 있었어?”
“미안해.”
리안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냥 바람.”
“바람?”
“응. 바람.”
리안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마에 손을 얹고 혀로 입술을 축인 후 밝게 웃었다.
“리안에게 화를 낸 것이 아니야. 그냥 리안을 걱정했는데. 정말 걱정했는데 리안이 나타나지 않아서. 그게 되게 놀라서 그런 거야.”
“나를 걱정해?”
“당연히 걱정하지.”
다인은 입을 쭉 내밀며 고개를 저었다.
“네가 어제 친구라고 했잖아.”
“친구?”
“그래 친구.”
다인은 리안의 손을 꼭 잡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도 리안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나랑 같이 마을에 가자. 내가 리안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거 모두에게 이야기를 할게.”
“싫어.”
“리안.”
리안은 후다닥 나무 위로 올라갔다. 다인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런 리안을 올려다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사람이 싫어.”
“사람이 싫다고?”
“응.”
“왜 싫어?”
다인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저 리안을 두려워할 따름이었다. 리안이 그들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가질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나도 사람인 걸?”
“다인은 달라.”
“뭐가 달라?”
“나물 냄새가 나.”
“나물 냄새?”
다인은 자신의 몸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오랜 시간 나물을 삶고 하다 보니까 그 냄새가 고스란히 밴 모양이었다.
“그랬나? 나는 전혀 몰랐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라.”
리안의 얼굴은 살짝 더 창백하게 변했다.
“사람들은 리안의 언덕을 마구 베고 나무들을 없앴어. 리안은 이 나무랑 오두막. 두 개만 겨우 건졌어.”
“그랬구나.”
다른 언덕과는 다르게 리안의 언덕은 유난히 잔디만 푸르게 깔려 있는 언덕이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싶었더니 사람들의 벌목으로 인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 모양이었다. 다인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리안. 사람들은 그저 나무가 필요했을 뿐이야. 리안에게 어떠한 해코지를 하거나 그러려고 그런 것은 아닐 거야.”
“나무는 리안의 친구야.”
“친구?”
“응.”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리안에게 있어서 친구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리안은 모든 것에 대해서 전부 친구라고 일컫는 모양이었다.
“그래. 나무가 친구가 될 수도 있지. 하지만 리안이 사는 집. 저 오두막도 나무로 만든 거잖아. 아니야?”
“달라.”
“뭐가 다른데?”
“살아있어.”
“살아있다고?”
다인은 놀란 눈으로 오두막을 바라봤다. 그리고 가만히 살피니 리안의 말이 맞았다. 작은 이파리 하나가 삐죽 고개를 내밀었다.
“정말이구나.”
“리안은 나무를 죽이지 않아.”
“미안해.”
다인은 황급히 두 손을 모으고 리안을 바라봤다. 리안 역시 자신들과 다를 것이 하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리안은 사람들과 마주하기 싫은 거야?”
“응.”
“그럼 나도 오지 마?”
“아니.”
리안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리안과 다인은 친구.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리안과 친구가 아니야. 그들은 그저 나를 이용하려고만 했어. 리안은 그런 사람들하고 친구가 하고 싶지 않아.”
“그렇구나.”
다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리안과 마찬가지일 거였다. 귀신이라고 하고 유령이라고 하는 사람들하고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그래. 이건 급한 일이 아니니까. 리안이 지금 당장 원하지 않는다면. 나도 리안에게 강요하지 않을게.”
“응.”
다인은 가만히 리안의 옆에 무릎을 안고 앉았다. 언덕에서 바라보는 마을은 참 아름다웠다.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 그런 다인을 보고 리안은 싱긋 웃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나뭇잎이 날아올랐다.
“예쁘다.”
“리안은 이런 걸 다 할 수 있어.”
“그래. 대단하네.”
다인은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로움이 느껴졌다. 리안이 왜 이곳에 혼자서 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리안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다인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나 가봐야겠어.”
“어. 다인?”
“너무 늦었거든.”
다인은 생긋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리안이 싫어서 가는 것이 아니야. 그럼 나는 내일 올게. 그나저나 나물 안 캐오면 할머니가 뭐라고 하실 텐데.”
“잠시만.”
리안은 눈을 감고 바닥에 손을 가져갔다. 버섯이며 나물들이 솟아났다. 리안이 한 번 손짓을 하자 그것들이 다인의 바구니에 담겼다. 다인은 놀란 눈으로 리안을 바라봤지만 리안은 가볍게 어깨 한 번 으쓱할 따름이었다.
“리안은 정말 대단하구나.”
“대단하지 않아.”
“이런 건 대단한 거야.”
다인의 칭찬에 리안의 얼굴이 붉어졌다. 다인은 그 바구니를 받아들고 손을 높이 들었다. 리안도 다인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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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늦은 시간까지 뭐하는 거야?”
“나물 캤어요.”
“이건 웬 버섯이야?”
“네?”
할머니는 다인이 가져온 버섯을 보고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버섯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할머니?”
“너 리안과 마주한 게냐?”
“네?”
“대답해.”
“할머니.”
“어서!”
할머니의 절규에 다인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저었다.
“리안과 닿은 사람들은 모두 다 죽었어. 이 할미는 너까지 잃을 수 없다. 네가 죽어서는 안 된다.”
“할머니. 리안과 닿는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도 죽지 않아요. 그 아이는 그냥 거기에 있을 따름인 걸요.”
“그 아이?”
할머니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숙였다.
“이 할미가 어렸을 적부터 그곳은 리안의 언덕이라고 불렸다. 그리고 리안이 가까이 하는 여자 아이들을 하나하나 잡아먹는다는 이야기가 있었어. 그런데 이 할미의 말을 안 듣고 또 거기에 갔단 말이야?”
“할머니. 리안은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다인은 심호흡을 하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리안과 마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저 이런 식으로 그를 덮어두고 나쁜 취급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리안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리안은 사람을 좋아하고 다정해요.”
“너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거야.”
“할머니.”
“이 할미에게 이제 남은 건 다인이 너 하나다. 그런데 이 할미가 무얼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너 마저 없으면 이 할미는 절대로 살 수 없어.”
“봐요. 아무런 일도 없잖아.”
다인은 한 바퀴 팽그르르 돌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할머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서울로 가자.”
“할머니.”
“진작 거기로 갔어야 했어.”
“싫어요.”
다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이곳이 좋았다. 그 어디에도 정 하나 제대로 붙일 수 없는 서울에 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곳의 생활은 너무나도 답답했고 다인을 숨 막히게 만들었다.
“할머니가 리안에 대해서 도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할머니도 리안을 한 번이라도 마주한다면.”
“내가 왜?”
“할머니.”
“리안은 악마야.”
“할머니.”
다인은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바구니에 담긴 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인아. 너는 지금 그것에게 홀린 것이야.”
“그런 거 아니래도. 할머니. 할머니도 리안을 만나면 정말로 좋은 애라고 생각을 할 거야. 리안은 좋은 아이라고요.”
“좋은 아이?”
할머니는 다인에게서 바구니를 빼앗아서 모두 아궁이에 던져 넣었다. 다인이 새된 비명을 질렀지만 할머니는 단호했다.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말거라.”
“어떻게 그래요? 그건 리안의 선물이라고요.”
“선물? 너를 꼬이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이 할미는 다인이 네가 똑똑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그리 얕은 수에 이리 다하는 아이인 줄 몰랐어. 조금이라도 현명하게 굴려면 거기를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지.”
“할머니.”
다인은 지금 할머니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에 자애로운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기이할 정도로 리안에 대해서 겁을 내는 중이었다.
“도대체 리안이 누구인데요?”
“다인아.”
“저도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몰라도 된다.”
할머니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네 성격을 몰라? 내가 리안에 대해서 알려주고 나면 너는 리안이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 하면서 온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고 다닐 거다. 그러면 너는 따돌림을 당할 거고 나는 그거 용납하지 못해.”
“할머니. 그걸 아는 사람이 이래요? 할머니도 리안이 나쁘지 않다는 것 정도는 당연히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얼른 가서 자라.”
“할머니.”
“얼른.”
할머니의 차가운 모습에 다인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뭐라고 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할머니의 단호함에 무슨 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다인은 원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저 물색없는 것.”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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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리안의 언덕에 가보지 않을래?”
“싫어.”
“나도 싫어.”
다인의 물음에 은아와 주안은 몸서리까지 치며 고개를 저었다.
“다인이 너는 거기에 가면 유령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무섭지 않은 거야? 왜 자꾸 리안의 언덕에 가려고 하는 거야.”
“거기에 가면 나물이 많으니까 그렇지. 들이며 논이며 한참을 쏘다녀도 제대로 나물 한 바구니 구하기도 어렵잖아. 그런데 리안의 언덕에 가면 그게 많으니까.”
“그게 무서운 거 아닐까?”
“그게 뭐?”
“아니 다른 곳은 모두 풀이 마르는데 리안의 언덕에만 그렇게 풀이 파릇파릇하잖아. 그런 곳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니야?”
“공장 탓이지 리안 탓이 아니야.”
다인의 말에 주안은 미간을 모으며 그녀를 응시했다.
“다인이 너 되게 이상하다?”
“뭐가?”
“마치 리안의 언덕에 있는 게 리안이라는 살아있는 무언가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잖아. 설마 너 우리 모르게 뭐 알고 있는 게 있어?”
“아니.”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아무튼 우리는 싫어.”
은아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입을 내밀었다.
“우리 엄마가 거기에 가면 어린 여자 애들은 그냥 다 죽을 거라고 했단 말이야. 리안이라는 괴물이 우리를 잡아먹을 거라고. 그리고 그런 게 아니라도 되게 무섭지 않아? 아무도 돌보는 사람이 없는데 그곳이 늘 깨끗하게 관리가 되고 있다는 거 말이야. 나는 그런 거 자체가 되게 이상하단 말이야.”
“그래. 다인이 너도 더 이상 이상한 말은 하지 마.”
“알았어.”
다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주안은 여전히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다인을 바라봤지만 다인은 그런 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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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
“다인.”
다인이 나타나자 리안은 과일을 한 아름 들고 나타났다.
“이게 다 뭐야?”
“선물.”
“이런 거 하지 마.”
사과를 하나 받아들면서 다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저 리안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울 따름이었다.
“나는 그냥 리안을 보러 오는 건데 리안이 이렇게 나에게 잘 해주면 되게 부담스럽고 그러잖아.”
“부담?”
“그러니까 막 편하게 놀러올 수 없다고.”
“아.”
리안은 밝은 표정을 지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인은 그런 리안에게 손을 내밀었다.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래도 그 차가움이 익숙했다.
“리안하고 같이 살고 싶어.”
“리안도.”
“하지만 나는 리안의 언덕에서 살 수 없어. 나는 마을에 친구들이 있거든. 그러니까 리안이 나를 찾아오면 좋겠어.”
“다인을?”
“응.”
다인의 말에 리안은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리안.”
“마을 사람들은 나를 싫어해.”
“그렇지 않아.”
“아니. 그래.”
리안의 단호한 대답에 다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사람들이 리안에 대해서 안다면 그렇게 미워하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리안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몰랐다. 그저 리안의 언덕이 늘 푸르다는 사실에 겁을 내는 것이 전부였다.
“아무튼 그냥 그렇다고.”
“다인이 그냥 리안에게 놀러와.”
“그럴 거야.”
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은 기쁜지 다인의 주위를 펄쩍펄쩍 뛰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색색 꽃잎이 다인의 주위를 맴돌았다. 다인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며 그것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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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다녀왔. 할머니!”
집에 들어서던 다인은 황급히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의 얼굴은 창백했다. 다인의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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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과 마주해서 그렇다며?”
“그러게. 저 아이가 리안의 언덕에서 늘 그렇게 나물을 캤다고.”
“다들 듣겠어요.”
다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라고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정말로 리안의 언덕에 다녀와서 이렇게 된 것이니 뭐라고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다인은 고개를 숙였다.
“정말 싫다.”
“리안의 언덕을 불 지릅시다.”
다인의 귀가 번쩍 열렸다. 몇몇 어른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마을에서 사건이 벌어지면 안 되지.”
“암. 리안의 언덕만 없으면 되는 거야.”
“다들 왜 그래요?”
다인이 황급히 어른들에게 달려갔다.
“리안이랑 이번 일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제가 리안의 언덕에 가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고요. 할머니가 나이가 많고 몸이 안 좋다는 거 다들 아시잖아요. 그런데 왜 리안의 탓을 하시는 거예요?”
“너 정말 리안을 만난 거구나?”
“어?”
주안의 말에 어른들의 수군거림이 더욱 커졌다.
“그건.”
“다인이가 리안에게 꼬임 당했어!”
“어서. 어서 리안의 언덕에 불을 놓읍시다.”
“안 돼요. 안 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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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리안의 언덕에 불이 놓였다. 저 멀리 리안이 춤을 추는 것이 보였지만 어른들은 그런 것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 푸른 초원에 순식간에 불이 피어올랐다. 리안의 언덕의 오두막과 나무에까지 불이 옮겨 붙었다. 리안은 어느 새 사라져버렸다. 다인은 그대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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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인이는 어떻게 되는 거요?”
“서울에 가겠지? 그래도 친척이 하나 있다고 했으니.”
“어린 것이 참 가여워요.”
“그러게. 제 할미가 리안의 언덕에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었더라면 진작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무슨 고집을 그렇게 피우는 것인지. 제가 이 일을 모두 다 만든 것이지.”
다인은 멍하니 창밖의 리안의 언덕을 바라봤다. 재가 되어버린 리안의 언덕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두막은 재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고 나무는 이미 새까맣게 그을려서 이파리 하나 남지 않았다.
“다인아.”
“말 걸지 마.”
주안의 부름에 다인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다 이런 거야.”
“나는 너를 걱정해서.”
“리안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어.”
다인은 입을 꼭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리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리안은 그냥 그 자리에 있을 뿐이었는데 내가 리안을 찾아간 건데. 말도 안 되는 거잖아. 도대체 왜 다들 리안에게 이러는 거야? 리안이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다인의 말에 주안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멀어졌다. 다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이 리안을 찾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였다. 자신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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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장례는 너무나도 쉽게 끝이 났다. 멀리에 있다는 다인의 친척 역시 얼굴 한 번 보이지 않았다. 오직 마을 사람들만 머물 따름이었다. 다인이 서울로 가기로 한 날. 다인은 남몰래 밤에 일어나 리안의 언덕으로 향했다. 그리고 새까맣게 그을린 나무를 본 순간 다인은 현실을 실감했다.
“리안.”
아무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리안!”
조금 더 크게 외쳤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다인은 고개를 숙였다. 리안이 죽었다. 자신으로 인해서 리안이 죽었다.
“리안. 미안해. 내가. 내가 할머니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너를 만나러 와서 네 언덕을 이렇게 불타게 만들었어. 나 이제 서울로 가. 반드시 돌아올게. 돌아올 거야. 리안 너를 보러 돌아올 거야.”
다인은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묻어나지 않았다.
“리안.”
다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나무를 한 번 품에 꼭 안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리안은 죽었다.
“안녕. 리안. 어른이 되면 돌아올게.”
다인은 나무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유난히 밝은 달빛이 맴돌고 리안이 입을 맞춘 자리에 작게 싹이 하나 올라왔다. 그리고 걸음을 재촉하며 언덕을 내려가는 다인의 어깨로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리안은 자신의 옷깃을 여미며 더욱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더 이상 아무런 바람도 불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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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안의 언덕은 언제나 푸르다. 다인이 그곳으로 돌아올 때까지 리안은 언덕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리안은 자신의 언덕을 가꾸며 푸르게 지킬 것이다. 다인이 반드시 다시 돌아올 거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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