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단편 소설

[동화] 파란 물고기

권정선재 2014. 11. 27. 07:00

파란 물고기

파란색. 새파란 물고기가 있었어요. 하늘처럼 파란 물고기는 잠에서 깨어나서 눈을 꿈뻑꿈뻑 깜빡였어요. 그리고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지만 다른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어요.

다들 어디에 있는 거지?”

하지만 파란 물고기의 말에 대답해줄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었어요. 커다란 연못에서 아무리 헤엄을 쳐봐도 다른 물고기를 찾을 수 없었어요.

도대체 다들 어디로 간 거야?”

파란 물고기는 꼬리를 퍼덕거리며 이리저리 움직였어요. 그러다 갑자기 에헴. 하는 소리가 들려서 꼬리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어요. 소리가 났던 연못 바닥을 찬찬히 보니 작은 조약돌 하나가 보였어요.

너는 누구니?”

나는 작은 조약돌이야.”

조약돌아. 조약돌아 다른 물고기들은 모두 어디에 있니?”

조약돌은 떼구루루 굴러서 파란 물고기에 다가와서 고개를 갸웃하고는 졸졸졸졸 흐르는 시냇물로 다시 떼구루루 굴러갔어요.

다들 이리로 갔어.”

나도 그리로 가면 다른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을까?”

. 너도 만날 수 있을 거야.”

파란 물고기는 꼬리로 물을 한 번 치고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어요. 시냇물 저 너머가 어두워보였지만 혼자서 있는 것 보다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었어요.

조약돌아. 조약돌아. 너는 여기에서 무얼 할 거니?”

나는 이곳을 지킬 거야.”

심심하다면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파란 물고기야. 파란 물고기야. 너는 네 친구들을 찾아서 졸졸졸졸 흐르는 시냇물로 가고 싶겠지만, 떼구르르 구르는 내 친구들은 모두 여기에 있어.”

파란 물고기는 조약돌의 친구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지느러미를 흔들며 졸졸졸졸 흐르는 시냇물로 꼬리를 움직였어요.

 

파란 물고기는 졸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에 도착해서 바위틈에서 잠시 몸을 기댔어요. 그러다 갑자기 잠깐. 하는 소리가 들려서 꼬리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어요. 시냇물 바위틈에 새빨간 가재 하나가 보였어요.

너는 누구니?”

나는 빨간 가재야.”

가재야. 가재야. 다른 물고기들은 모두 여기에 있니?”

가재는 빨간 발을 탁탁 집으면서 파란 물고기에 다가와서 고개를 갸웃하고는 기다란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저었어요.

다른 물고기는 여기에 없어.”

그럼 다들 어디에 갔니?”

빨간 가재는 수염을 만지면서 잠깐 고개를 갸웃하다가, 발을 탁탁 집으면서 넓은 강으로 가는 길을 가리켰어요.

다들 이리로 갔어.”

나도 그리로 가면 다른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을까?”

아마 다른 물고기보다 더 큰 것을 보게 될 거야.”

파란 물고기는 꼬리로 물을 한 번 치고 바위틈에서 몸을 비켜났어요. 강으로 가는 길이 어두워보였지만 빨리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었어요.

가재야. 가재야. 너는 여기에서 무얼 할 거니?”

나는 바위틈에서 낮잠을 잘 거야.”

심심하다면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파란 물고기야. 파란 물고기야. 너는 네 친구들을 찾아서 커다란 강으로 가고 싶겠지만, 집게발을 딱딱 거리는 내 친구들이 모두 여기에 있어.”

딱딱딱딱 집게 발 소리에 파란 물고기는 바위틈을 들여다봤어요. 빨간 가재의 친구들이 집게발을 딱딱 거렸어요. 파란 가재, 노란 가재, 초록 가재, 노란 가재, 주황 가재, 보라 가재. 빨간 가재의 친구들을 보고 파란 물고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느러미를 흔들며 커다란 강으로 꼬리를 움직였어요.

 

파란 물고기는 커다란 강에 도착해서 지친 꼬리를 달래기 위해서 수풀 속에 몸을 숨겼어요. 꼬리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자리를 잡는데 갑자기 아이쿠. 하는 소리가 들려서 꼬리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어요. 수풀 안에 까만 새가 보였어요.

너는 누구니?”

나는 까만 새야.”

까만 새야. 까만 새야. 다른 물고기들은 모두 여기에 있니?”

까만 새는 노란 부리로 둥지를 다듬으며 파란 물고기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하고 흰 가슴을 부풀리다 고개를 저었어요.

다른 물고기는 여기에 없어.”

그럼 다들 어디에 갔니?”

까만 새는 노란 부리로 몸을 다듬으면서 잠깐 고개를 갸웃하다가, 흰 가슴을 부풀리고 검푸른 바다를 가는 길을 가리켰어요.

다들 이리로 갔어.”

나도 그리로 가면 다른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을까?”

드넓은 바다에서 파란 물고기 네가 진짜로 찾는 것을 발견할 거야.”

파란 물고기는 꼬리로 물을 한 번 치고 수풀에서 빠져나왔어요. 바다로 가는 길이 너무 넓어 무서웠지만 빨리 친구들을 만나러 가고 싶었어요.

까만 새야. 까만 새야. 너는 여기에서 무얼 할 거니?”

나는 수풀에서 둥지를 만들어 알을 품을 거야.”

심심하다면 나랑 같이 가지 않을래?”

파란 물고기야. 파란 물고기야. 너는 네 친구들을 찾아서 드넓은 바다로 가고 싶겠지만, 내가 품어야 하는 새하얀 알들이 둥지에 있어.”

까만 새가 몸을 살짝 비켜 둥지를 보여주자 파란 물고기는 수풀 속 까만 새의 둥지를 들여다봤어요. 통통하고 새하얀 알들이 둥지 안에 잠자고 있었어요. 새하얀 알들을 보고 파란 물고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지느러미를 흔들며 드넓은 바다로 꼬리를 움직였어요.

 

파란 물고기가 드넓은 바다에 도착해 자유롭게 헤엄을 쳤어요. 하지만 드넓은 바다에서 친구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아주 나이가 많은 바다 거북 할아버지도 만났고, 뿌우우 물을 뿜는 고래 할머니도 만났어요. 너풀너풀 춤을 추는 해파리 아줌마도 만났지만 여전히 깊은 연못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없었어요. 하지만 파란 물고기는 언젠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열심히 헤엄쳤어요. 그리고 드넓은 바다에서 고개를 내밀다가 갈매기를 만났어요.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파란 물고기는 저 높은 하늘의 갈매기에게 크게 소리 쳤어요.

갈매기야. 갈매기야. 다른 물고기들은 어디에 있니?”

갈매기는 새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파란 물고기에게 다가왔어요.

파란 물고기야. 파란 물고기에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나는 내 친구들을 찾고 있어. 내 친구들은 어디에 있니?”

네 친구들을 본 적이 없어. 파란 물고기 너를 처음 봤는걸.”

갈매기야. 갈매기야. 너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니?”

갈매기가 기다란 하얀 날개를 퍼덕이며 대답했어요.

나는 더 넓은 하늘을 날기 위해서 날고 있단다. 더 멀리 날기 위해서 가고 있단다. 파란 물고기야. 파란 물고기야. 너는 지금 어디를 향해서 헤엄치고 있는 거니? 네 친구들을 아직도 찾고 있는 거야? 그래서 헤엄치는 거야?”

파란 물고기가 꼬리를 한 번 튕기고 대답했어요.

나는 잘 모르겠어. 내 친구들을 찾기 위해서 깊은 연못을 떠나, 졸졸졸졸 시냇물을 따라서 커다란 강을 지나 드넓은 바다에 왔어. 그런데 아직도 내 친구를 만나지 못해서 그냥 바다를 자유로이 헤엄을 치고 있을 뿐이야.”

네 친구들은 네 옆에 있잖아.”

파란 물고기는 주위를 둘러봤어요. 수많은 물고기들이 꼬리를 치고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파란 물고기를 마주하고 있었어요. 파란 물고기는 수많은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밝게 웃었어요.

다들 깊은 연못을 떠나, 졸졸졸졸 시냇물을 따라 커다란 강을 지나 드넓은 바다로 온 내 친구들이니?”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로 박수를 치고 파란 물고기의 주위를 뱅뱅 돌았어요. 갈매기는 노란 부리로 끼루룩 한 번 노래를 부르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갔어요. 파란 물고기는 갈매기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물고기들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높이 뛰어오르고 즐겁게 꼬리를 흔들었답니다. 깊은 연못을 지나, 졸졸졸졸 시냇물을 따라서 커다란 강을 지나 드넓은 바다에 온 파란 물고기는 지금도 친구들과 즐겁게 헤엄을 치며 춤추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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