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아들 정말로 일을 가려고?”
“네.”
상현의 말에 승현은 가만히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제대를 하고 겨우 사흘 만에 일을 나가다니.
“조금 더 쉬는 것이 어때?”
“집에 있으면 뭘 해요?”
“쉬는 거지.”
“다 쉬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말이지. 엄마는 우리 아들이 조금 더 쉬었으면 하는데 말이야. 이 년 그렇게 고생을 했잖아.”
“그러니까 이제 학교갈 준비를 해야죠.”
남은 밥그릇을 싹싹 비우면서 상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앉아있다가는 승현의 잔소리가 어디까지 길어질지 몰랐다.
“대출을 받아도 되는 거고. 엄마도 너 군대에 간 사이 돈도 조금 모아 놓았고. 네 아버지도 돈을 보탠다고 하고.”
“됐다니까요?”
상현이 군대를 간 사이 은비가 그를 찬 것이 충격이었던 것은 승현과 그의 부친의 이혼 사실이었다. 물론 은비야 그러한 상황을 자세하게 모르고 이별을 말을 했던 것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견디기 쉬웠을 지도 몰랐다. 은비가 자신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한 것보다도 더 큰 충격이었으니까.
“언제까지 엄마가 내 뒷바라지만 하고 살 거야? 이제 엄마가 나중에 먹고 살 노후 자금이라도 마련을 해줘야지. 내가 엄마 것까지 마련을 해줄 능력이 안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지금 엄마가 버는 돈은 나에게 괜히 투자를 하지 말고, 그냥 엄마를 위해서 지키는 게 맞아요. 알았죠?”
“하여간 못 말려.”
승현은 미간을 모으면서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군대에 가기 전에도 속이 싶은 아들이었지만 다녀온 사이 더욱 속이 깊어졌다.
“그래도 아들이 그러면 엄마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모르는 거야?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 건데?”
“별 거 아니고 커피숍에서 일을 하는 거예요.”
“커피숍? 그거 사람 많고 바쁘지 않니?”
“어떤 일이건 안 그래요.”
“그래도 그렇지.”
승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가 카페를 개업을 한다고 해서 갔을 때 일이 없는 줄 알았더니 생각 외로 일이 많은 편이었다. 게다가 카페들의 특성상 그렇게 많은 아르바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근무를 하는 사람의 수가 적은 만큼 하는 일의 양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엄마가 아는 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할게. 엄마 친구에게서 일을 하면 우리 아들이 더 편할 거 아니야?”
“은비 누나가 해줬어요.”
“은비? 어떤 은비?”
순간 승현의 눈에 뜨악한 기색이 스쳐갔다.
“너랑 헤어지자고 했던 그 은비?”
“네.”
“너 미쳤어. 군대에 있을 때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고 너를 찬 아이한테 왜 그런 부탁을 하니?”
“그런 거 아니에요. 그리고 요즘 일을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누나가 나름 노력을 했다고요.”
“그래도 그 일 하지 마.”
“엄마.”
“너는 자존심도 없어?”
승현은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들을 힘들게 한 그런 여자에게 도움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네 아버지한테라도 물어봐서 어떻게든 좋은 일자리, 짧은 시간이라도 그렇게 할 테니까 하지 마.”
“엄마 갑자기 왜 그래?”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어떻게 너는 그 아이랑 같이 일을 할 생각을 하니? 너는 화도 안 나니?”
“화가 왜 나요?”
상현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심드렁히 대답했다. 그런 상현의 태도에 승현은 더욱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화가 나는지 몰라서 묻는 거야? 그 아이가 너를 그렇게 힘들게 했잖아. 그런데 너는 그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너라면 그 아이와 말도 섞지 않을 것 같은데.”
“이제 시간도 흘렀어요.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사귄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기도 하고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이 계속 함께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잖아요. 내가 누나보다 몇 살이 어린데요. 그러니까 누나가 한 선택은 당연한 것이고, 엄마도 그렇게 화를 내지 말아요.”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간다.”
승현은 소리 나게 한숨을 내쉬면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런 승현을 보며 상현은 미간을 모았다.
“엄마는 누나를 왜 미워해요?”
“우리 아들을 힘들게 했으니까.”
“나를 힘들게 한 것이 만약 누나가 아니면요?”
“응?”
“누나가 나를 힘들게 한 것이 아니면요? 그러면 제가 누나랑 같이 일을 해도 괜찮은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니?”
순간 승현의 얼굴에 아차 하는 기색이 스쳤다. 아들은 자신과 남편이 잘 살고 있는 모습에 많은 것을 느낀다고 말을 했었다. 그리고 부부 싸움을 할 때도 절대로 이혼은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참으라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자신과 남편이 이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그런데 자신과 남편은 그런 아들의 바람을 제대로 무시를 하고 말았다. 물론 부부 사이의 일은 단순히 자식이 바라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결론이 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엄마와 네 아버지의 이혼은 말이야.”
“알아요.”
상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엄마와 아빠가 결정을 할 일이고, 내가 거기에 끼어들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에요.”
“그런 말이 아니야.”
“그런 말이 아니라도요.”
상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내가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내가 끼어들 부분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안다고요.”
“상현아.”
“그래서 누나를 이해를 할 수 있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엄마랑 아빠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에요. 누나랑 이별을 하면서, 아 사람들 사이에는 정말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여줄 수 없는 그런 감정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는 거구나. 그래서 그렇게 헤어지기로 결심을 하는 거구나. 그러니까 나도 무조건 우리 엄마랑 아빠가 이혼을 하는 것을 막기만 하면 안 되는 거였구나. 이렇게 말이에요.”
“미안하다. 상현아.”
승현의 눈에 금세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본 상현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가만히 승현을 안았다.
“왜 엄마가 울고 그래?”
“미안해서 그러지.”
“엄마가 미안한 일이 아니에요. 진작 엄마랑 아빠의 사이가 그런 것을 알았으면 내가 먼저 두 사람이 이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어야 하는 것이 옳았어요. 단순히 내가 원하지 않는 가족의 모습이라고 해서 두 사람을 억지로 묶어두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해도 틀린 일이에요.”
“아들.”
“그러니까 너무 미안해 하지 말아요.”
상현은 일부로 씩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처럼 부모의 이혼은 그리 큰 상처가 아니었다.
“오히려 엄마랑 아빠랑 이혼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어요. 이렇게 사람 사이에 많은 아픔이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안고 가는 것도 되게 미련한 행동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은비가 많은 것을 가르쳤구나?”
“네.”
상현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런 은비가 너무나도 고마웠다. 은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을 하고 조금 더 넓은 마음은 절대로 가지고 있지 못할 거였다.
“그런 은비 누나가 일자리를 소개를 해준 거예요. 그리고 함께 일을 하는 것이 불편한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거예요. 누나도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겠어요? 그리고 안에서 그냥 헤어진 말을 듣는 사람보다 누나가 더 많이 고민을 했을 거예요. 밖에서 이것저것 얼마나 생각을 했겠어요? 그렇게 오래 생각을 하고도 나에게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은 이유가 있는 거예요.”
“우리 아들이 언제 이렇게 컸니?”
“그냥 어른이 되니까?”
상현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사소한 것들은 더 이상 내 삶에서 아무런 것도 아니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말이에요.”
“그래서 일을 하겠다고?”
“네.”
상현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승현은 그런 상현을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아들 이제 다 컸네.”
“아직 아이인 걸.”
“그래도 말이야.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고. 엄마도 그렇게 깊은 생각은 못 하고 그랬는데 말이야.”
“엄마가 누나를 미워하는 것은 당연해요.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갑자기 폭탄을 던진 거잖아요.”
“그렇지.”
승현은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아들이 이렇게 분명하게 생각을 한다면 엄마가 뭐라고 해도 말릴 수 없는 거겠지?”
“말릴 수도 없는 것이고요. 엄마가 굳이 말릴 필요도 없는 일이니까 그리 마음을 쓰지 마세요.”
“그래도 엄마는 마음이 계속 쓰여.”
승현은 안타까운 눈으로 상현을 바라봤다.
“아무리 괜찮다고 하더라도 다시 사람들이 만나고 그러면 이전의 일이 생각이 날 텐데 말이야.”
“처음에는 그러한 것들이 있겠지만요. 그래도 바쁘게 일을 하고 그러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안 그럴 거야.”
승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껏 살아온 결과 한 번 마음으로 얽힌 사람과 다시 만나는 것은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쉽게 이해를 할 수도, 또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거야 아들이 다 선택을 한 것이고, 아들이 다 감안을 해야 할 부분이지만 그래도 엄마는 걱정이 돼.”
“다시 은비 누나랑 사귈까 봐?”
“그런 것은 걱정이 아니지.”
“그럼요?”
“너는 그 아이에게 아무리 봐도 아직 미련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야. 그 아이가 이미 너에게 아무런 미련도 가지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무조건 받으려고 하면 어떻게 할까 하고 말이지.”
“미련이요?”
“응.”
상현은 승현의 말에 가만히 생각을 했다. 지금 자신이 미련을 가지고 있던가? 승현의 말을 들으니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랑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바탕을 하고 있는 그러한 종류의 미련이었다. 그렇기에 큰 부담은 아닐 것 같았다.
“사라질 거예요.”
“정말로?”
“네. 그리고 만약 사라지지 않고 다시 누나랑 어떠한 사이라도 되면 엄마에게 바로 알려드릴게요.”
“그래.”
승현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줘.”
“그러니까 엄마는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고 그냥 나를 믿어요. 엄마 아들 잘 행동을 하니까.”
“알았어.”
승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들이 내린 결정이니 무조건 믿어주는 것이 맞았다. 아들도 자신과 남편의 결정을 무조건 믿어주었으니까.
“엄마는 그저 아들이 다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 뿐이야. 엄마가 이런 마음이라는 것은 알지?”
“그럼요.”
왜 모르겠는가? 승현은 부친과 이혼을 하고 나서 조금 더 상현에게 기대고 있었고 더욱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 것들이 다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그 바탕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승현이 자신을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더라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승현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그럼 저녁에 퇴근을 하는 거야?”
“네. 아무래도 그렇게 큰 곳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가보지도 않은 거야?”
“미쳤어.”
승현이 살짝 눈을 흘기자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엄마도 은비 누나의 성격을 아시잖아요. 그 누나가 귀찮은 거 싫어하고, 무언가 지저분한 것들을 싫어하고 말이에요. 그런 누나가 일을 하는 곳이니까 그렇게 부담스러운 곳이 아닐 거예요.”
“그럼 다행이고.”
“당연히 그럴 거예요.”
상현은 억지로 더욱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미소를 지으면 승현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
“그래.”
아들이 가방을 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승현은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상현이 얼마나 이렇게 큰 것일까?
“언제까지나 그냥 예쁜 아들이기만 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우리 아들이 언제 이렇게 컸을까?”
마음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지만 다른 마음으로는 뿌듯하기도 한 것이 사실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들이 이제 성장을 했다는 좋은 증거가 되는 일이었으니까. 이제 아들이 자신의 삶을 산다는 거니까.
“그래. 누구 아들인데.”
승현은 힘을 주어 밝게 웃었다.
====================
“누나.”
“왔어?”
출근을 하자 은비가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상현을 맞았다. 은비의 곁에서는 한 여자가 컵을 닦고 있었다.
“이 사람이 네가 말을 한?”
“응.”
“반가워요.”
여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상현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당해 보이려고 손을 잡았다.
“안녕하세요. 김상현이라고 합니다.”
“나를 몰라요?”
“네?”
여자는 미소를 지으면서 은비를 바라봤다. 은비도 여자를 따라서 밝게 웃으며 상현의 목에 어깨동무를 했다.
“우리 언니.”
“은희 누나?”
“그래. 나다.”
상현은 지금 눈앞에 있는 여자가 은희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100kg이 나가는 몸무게에 그렇게 털털하던 은희가 지금 그 반도 안 되는 몸무게의 카페 사장이 되어 있다고? 상현의 표정을 읽었는지 은희도 밝게 미소를 지었다.
“이 누님이 엄청나게 다이어트를 했지.”
“그래도 누나 정말 대단해요.”
“대단은 무슨.”
“그나저나 누나는 미대였잖아요. 교육학도 전공을 하고. 그런데 왜 카페를 하는 거예요? 임용이 안 되었어요?”
“그거 하다 말았어.”
“왜요?”
“재미가 없어서.”
은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학교를 다닐 적부터 하고 싶은 것만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요즘 같은 상황에서 임용이 된 상황에서 그만 두고 카페를 한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그나저나 지금 나를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말이야. 상현이 너 아르바이트 해 본 적 있어?”
“그럼요. 누나는 나를 뭐로 보고.”
“이런 쪽 말이야.”
“없을 걸?”
앞치마를 두르면서 은비는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상현은 조금 힘이 드는 아르바이트만 주로 했었다.
“얘 물류나 택배만 했어.”
“그런데 이런 거 하겠어?”
“그럼요.”
은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상현은 씩 미소를 지으면서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상현을 보면서 은희도 밝게 웃었다.
“그래. 하긴 천하의 말괄량이 왕 싸가지 조은비도 길들인 실력인데 말이야. 내가 믿어야 하겠지?”
“언니!”
“카페에서는 사장님.”
“사장은 무슨.”
은비는 입을 내밀며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 언니 인건비는 나와?”
“네가 생각을 하는 것 이상으로 돈을 잘 벌거든? 그런 거 아니면 상현이를 왜 채용을 했겠어?”
“뭐. 그런 건가?”
은비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을 했다. 하지만 이런 자매의 대화를 듣는 상현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만 않았다. 정말로 필요해서 자신을 취업을 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일자리를 그만 둘 수도 없었다. 하루라도 빠르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나으니까.
“그럼 저는 어떤 일을 하면 되요?”
“일단 남자가 오니까 마음은 편하네. 원두 좀 안으로 가져다 줘. 그렇게 무겁지는 않을 거야.”
“안 무겁기는. 엄청나게 무거워. 상현아 같이 가자.”
“조은비 너는 거기 그만.”
은비가 상현을 따라서 원두를 가지러 가려고 하자 은희는 재빨리 은비를 붙잡았다. 은비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상현이 너는 가서 일을 하고.”
“네.”
상현이 멀어지자 은희는 은비의 등을 때렸다.
“너 뭐하는 거야?”
“내가 뭐?”
“너 생각이 없니? 거기를 왜 따라가.”
“무겁잖아.”
“무거우면? 안 그래도 너희 두 사람 어색하다고 하면서 그런 식으로 자꾸 붙어 다니려고 그래?”
“이제 안 어색하기로 약속을 했어.”
“약속?”
은비의 말에 은희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 살 차이였지만 그래도 동생은 어쩔 수 없는 동생이라고, 은비가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너무나도 생각이 짧아서 걱정인 은희였다.
“그런 것이 그냥 말로 되는 거니? 사람이 마음이 동하는 것인데 말이야. 너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을 해?”
“당연하지.”
“못 말려.”
은희는 입을 내밀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은 아무리 이야기를 하더라도 너희가 생각을 하는 대로 절대로 되지 않을 일이라고.”
“어째서?”
“너희 두 사람. 헤어지고 이제 일년 넘어서 보는 거잖아.”
“그렇지?”
“그럼 당연히 마음이 혹하지.”
“언니나 그러지.”
은희의 말에 은비는 입을 내밀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은희는 연애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늘 아는 척이었다.
“그렇게 남의 연애에 신경을 쓰지 마시고요. 우리 조은희 씨나 멋진 남자 하나 제대로 물기를 바라요.”
“내가 뭘?”
“언니 처녀 귀신 할래?”
“그래. 할 거다. 왜?”
“못 말려.”
은비는 입을 내밀고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가 혹시나 마음이 흔들리더라도 상현이 제가 나에게 그런 마음이 아닐 테니까 상관하지 마.”
“그건 모르는 거야.”
“어?”
“남자애들 마음을 네가 어떻게 알아? 남자는 첫사랑을 절대로 잊지 못하는 그런 동물이라고.”
“내가 설마 첫사랑이려고?”
“그런가?”
“그래.”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스물이나 된 녀석이 자신이 첫사랑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행여나 첫사랑이라고 하더라도, 언니가 매일 같이 이 동생을 무시하잖아. 그런데 무슨.”
“네가 아무리 여자로써 매력이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상현이가 보기에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됐어.”
은비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동했다. 그런 은비의 뒤를 은희가 따라왔다.
“너 내 생각 농담으로 생각을 하지 마.”
“농담으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언니가 말을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거라니까?”
“모른다니까?”
“됐어요.”
은비는 스팀을 뿜고 그 다음 어제 남은 원두를 글라인더로 갈아서 에스프레소로 내렸다. 그 다음 에스프레소 잔을 꺼내서 따른 후 은희에게 건넸다. 은희는 미간을 모으면서 커피를 마셨다.
“너 그런 식으로 잘난 척을 하다가 후회를 할 날이 제대로 있을 거야. 나를 무시하지 말라고.”
“언니 안 무시해. 그냥 언니가 생각을 하는 것이 조금 과장된 생각이어서. 괜찮다고 하는 거야.”
“안 괜찮을 거라니까?”
“괜찮아.”
은비는 고개를 저으면서 다른 에스프레소를 머그에 부어서 차가운 물을 부어서 한 모금 마셨다.
“언니 이거 원두 괜찮네?”
“누가 볶은 건데.”
“뭐. 조은희가 볶은 것이기는 하지만.”
은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원두 찌꺼기를 털어내고 다시 간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내렸다.
“상현이는 뭘 마시려나?”
“마끼아또로 줘. 걔 아이잖아.”
“누가 아이에요.”
마침 원두를 들고 들어오던 상현이 얼굴이 붉어진 채로 입을 내밀었다. 순간 은희가 놀란 표정으로 상현에게 다가갔다.
“원두가 이렇게 많았어?”
“네. 이게 다라고 하던데요?”
“맞다.”
은희가 입을 가리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거기 이번에 휴가를 간다고 해서 이번에 원두를 조금 더 받기로 했네. 내가 그것을 다 잊었네.”
“하여간 늙으면 못 말려요.”
은비는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상현은 그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이거 어디에 둬요?”
“저기 주방으로.”
“상현이 너 어떤 커피 마실래?”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알았어.”
은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에스프레소를 따르고 차가운 물을 따랐다. 상현은 붉은 얼굴로 그것을 받아서 단숨에 들이켰다.
“밖은 엄청 덥네.”
“그럼 여름인데.”
“미안해.”
“아니에요.”
은희가 다시 사과를 하자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무거운 것은 자신이 드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어차피 제가 해야 할 일인데요.”
“그래도.”
“아무튼 제가 이제 어떤 일을 하면 되요?”
“오늘은 첫 날이니까 너는 주문하고 컵 정리만 해. 커피를 만드는 것은 나랑 은비가 할 테니까.”
“네.”
상현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가 장사가 되지 않냐고 말을 한 것과 다르게 카페에는 손님이 한 순간도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은희와 은비가 밝게 웃고 있다는 점이었다.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이런 인사를 단순히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밝은 목소리로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손님마다 모두 다른 인사말로 배웅을 한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 생각이 되었다. 이렇게 바쁜 상황도 잠시 저녁 10시가 되자 은희는 문의 팻말을 클로즈로 하고 더 이상 추가 주문을 받지 않았다.
“오늘 힘들었지?”
“아니요.”
상현은 마지막 손님들이 가지고 온 그릇을 씻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원래 여기가 사람이 많아.”
“아무튼 우리 술이나 마실까?”
“술?”
은비의 말에 은희가 미간을 모으자 은비가 큰 소리로 웃으며 은희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회식. 새 직원도 왔으니까.”
은희도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소설 창고 > 남잔다늑대2[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6장] (0) | 2015.01.31 |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5장] (0) | 2015.01.30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4장] (0) | 2015.01.29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2장] (0) | 2015.01.27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1장] (0) | 2015.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