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그래서 상현이 너 되게 당혹스럽기도 했겠네?”
“그럼요.”
상현이 너스레를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안 그래도 부모님이 막 이혼을 했다고 은비 누나에게 위로를 받으려는 순간, 은비 누나의 삶에서 제명이 되었네?”
“푸하하하.”
은희는 무엇이 그렇게 재미가 있는지 뒤로 넘어갈 정도로 웃음을 터뜨렸다. 은비는 그런 은희를 못 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언니 좀 자제해. 사장이라는 사람이.”
“상현이랑 내가 남이니. 안 그래?”
“맞습니다.”
은비는 묘하게 궁합이 잘 맞는 은희와 상현이 싫었다. 어차피 같이 일을 하는 것이니까 친해지면 좋은 것이 맞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하다고 해야 하나? 은비는 단숨에 소주를 들이켰다.
“누나 천천히 마셔요.”
“어차피 술 마시러 온 건데.”
“그래도.”
상현이 입을 내밀자 은비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소주를 한 잔 더 가득 따랐다. 그리고 단숨에 들이켰다.
“첫 만남 생각이 나네.”
“개강총회?”
“응.”
은비도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상황에 네가 그렇게 발끈하지만 않았더라면 우리 두 사람이 얽힐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야.”
“누나가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 상황에서 누나를 안 말리면 정말 큰일이 날 분위기였다고. 은희 누나도 알죠? 은비 누나 한 번 끝까지 가려고 하면 주위 사람 하나도 안 보는 거 말이에요.”
“알지.”
은희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년은 도대체 누구를 닮은 건지. 우리 집에서 이렇게 성격이 된 애가 하나도 없거든. 그런데 애는 이상해.”
“내가 뭐?”
“너 할 말 못 할 말 다 하잖아. 그것도 주위 사람 눈치를 보는 척 그렇게 굴면서 말이야. 대단해.”
“헤헤.”
은비는 씩 웃으면서 검지로 코 아래를 비볐다. 그런 은비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은희는 고개를 흔들면서 작게 웃었다.
“얘는 칭찬인 줄 아네.”
“그러게요.”
“그럼 그게 칭찬이지.”
은비가 살짝 꼬인 혀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애들 봐봐.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고 살고 말이야.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못하는 것들 밖에 없잖아. 자기에게 피해가 올까봐 말이야. 그런 세상에서 나처럼 당당하게 속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멋있어? 안 그래?”
“누나는 심하니까 그러지.”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순간 전화기가 울렸다. 확인을 하니 승현의 이름이었다.
“누나들 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
“그래.”
상현이 화장실로 가자 은희가 장난스러운 눈으로 은비를 바라봤다.
“왜 그런 눈이야?”
“상현이 제 섹스 잘 하니?”
“어?”
은비는 미간을 모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을 왜 물어?”
“궁금하잖아.”
은희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멀리에서 통화를 하는 상현을 바라봤다. 뭐 생긴 것은 꽤나 훌륭했다.
“어땠는데? 언니에게 그런 것도 이야기를 못 하냐?”
“흐음. 어땠더라?”
은비는 검지를 물고 미간을 모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손뼉을 치면서 밝게 웃었다.
“상현이요? 걔 섹스 되게 못해. 무슨. 나 처음에 걔랑 섹스 하는데 무슨 병조림 뚜껑 여는 줄 알았다니까? 이걸 왜 열어?”
가슴 부위에서 손으로 손잡이를 돌리는 시늉을 하는 은비를 보면서 은희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열어?”
“그래.”
은비는 더욱 크게 웃으면서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아니 전희를 하는 것은 좋아. 상현이 쟤는 전희를 한 시간을 넘게 하더라니까? 대단해.”
“그거 좋은 거 아니야?”
“이랬다니까.”
은희의 물음에 은비는 다시 가슴 부위에서 손으로 손잡이를 돌리는 시늉을 했다. 은희는 그런 은비를 보며 크게 웃었다.
“미치겠다. 정말?”
“응. 나중에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너 쟤 좋아하나 보다.”
“어?”
갑작스러운 은희의 물음에 은비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지금 거울 있어?”
“거울은 왜?”
“네 표정을 봐.”
“내 표정이 어떤데?”
“웃고 있잖아.”
은희는 가만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여동생이 상현과 헤어지고 나서 이렇게 밝게 웃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동안 그저 취업을 하지 못하고 일을 하는 상황에 대해서 힘이 들어서 그런 것인지 알았는데 지금 상현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웃는 은비를 보니 많은 생각이 되었다.
“은비 너 어떻게 할래?”
“내가 뭘?”
“너 상현이 좋아하잖아.”
“아니거든.”
은희의 물음에 은비가 펄쩍 뛰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미간을 모으면서 소주를 한 잔 더 들이켰다.
“내가 우리 조은희 씨가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해도 말이야. 나랑 상현이를 두고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 나랑 상현이가 어떻게 헤어졌는지 언니도 알잖아.”
“아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지. 너 상현이가 싫어서 헤어진 것이 아니니까 더욱 걱정이고.”
“세상에서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지는 커플이 어디에 있어? 다들 아주 조금씩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헤어짐을 결심을 하는 거라고. 마음이 다 떨어지면 헤어지지도 못 하니까.”
“그건 또 무슨 개똥철학이야?”
은희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맥주잔에 소주를 따랐다. 그리고 한숨을 내쉰 뒤 한 모금을 마셨다.
“우리 사랑하는 동생. 네가 언제나 그렇게 똑똑한 척 행동을 하려고 해도. 너는 안 똑똑하거든?”
“이거 갑자기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거야? 조은희 씨 그런 거 아니니까 신경을 끄셔도 좋습니다.”
“네가 지금 네 얼굴을 보지 못해서 그러는 거야. 네 얼굴이 상현이 이야기를 할 때 얼마나 반짝거리는데?”
“그거야 지금 우리 삼겹살을 먹고 있으니까 얼굴에 기름이 튀어서 그렇겠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조은비.”
은희가 한 번 더 미간을 모으자 은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자신도 상현에 대해서 확실히 어떠한 입장이라고 말을 할 수 있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전히 심장이 뛰었다.
“어쩌면 미련이 있을 지도 몰라.”
“너 미쳤어.”
“내가 뭘?”
“그렇게 미련이 있는 애랑 너랑 같이 일을 하면? 두 사람 사이 어색해지는 것이 하루에 끝날 것 같아?”
“안 그럴 거야.”
“네가 어떻게 확신을 해?”
“상현이는 몰랐으니까.”
“너 상현이에게 이야기를 한 거야?”
“아니.”
은희의 물음에 은비는 펄쩍 뛰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현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자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미쳤어?”
“너 미친 거 맞아. 미친 것이 아니고서야 상현이랑 같이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니? 여태까지 미련이 남아 있는 것은 뒤로 하고서라도 네가 상현이를 그렇게 차버린 거면서 말이야.”
“나도 고민이 많았어.”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은희는 못 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추를 입에 넣고 와그작 씹었다. 그런 은희를 보면서 은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언니 미안해.”
“나에게 미안할 것이 뭐가 있어?”
“언니 지금 카페 형편이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상현이를 취업을 시켜달라고 해서 말이야. 미안해.”
“됐어. 그냥 아르바이트인데. 그리고 너랑 나랑 오픈부터 클로즈까지 일을 하기에는 버거웠잖아.”
“그래도 미안해.”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은희가 카페 일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냥 상현에게 미안한 마음. 그리고 어쩌면 미련일 지도 모르는 마음에 부탁을 했었다.
“그래도 나는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지. 너는 나 없으면 큰일이지.”
“그나저나 언니 말대로 나 아직도 상현이에게 미련이 있어서 어떻게 하지? 이거 잘못된 거지?”
“그럼.”
은희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소주를 모두 들이켰다. 그녀도 은비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 식으로 헤어지더라도 마음에 미련이 있는 것이 당연하니까. 그리고 너랑 상현이 사귄 기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정말로 좋아하는 사이였으니까. 그런 마음 당연한 거야.”
“상현이는 몰랐으면 좋겠어.”
은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현이 이런 자신의 마음을 아는 것은 너무 괴로웠다.
“언니도 아는 것처럼 그 녀석이 원래 책임감이 되게 강한 녀석이잖아. 혹시나 이런 내 마음에 대해서 알게 된다면 나를 어떻게라도 달래기 위해서 바보 같은 일을 할지도 몰라. 알았지?”
“내가 걱정이 아니라 네가 걱정이야.”
“내가 왜?”
은비는 눈을 깜빡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뭐 어떤데?”
“너 되게 바보 같잖아. 상현이가 지금은 눈치가 없어서 네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겠지만 말이야. 네 얼굴이 상현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렇게 반짝이는 것을 알면 금방 알지도 몰라.”
“아니야.”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알고 있는 상현은 그렇게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었다.
“그 녀석이 얼마나 둔한데.”
“너 남자들 둔하다고 무시를 하면 안 돼.”
“왜?”
“걔네들 둔한 척 하면서도 은근히 똑똑하다?”
“말도 안 돼.”
은비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미간을 모았다. 상현이 여자에 대해서 배려심이 많기는 하더라도 눈치가 빠르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기념일 같은 것도 어떤 선물을 가지고 싶다고 콕 집어서 말을 하지 않으면 그것에 대해서 받지 못했고, 키스 같은 스킨십의 타이밍도 잘 잡지 못했다.
“그 녀석 엄청 둔해.”
“그래도 남자도 은근히 촉이 좋아. 남자들이 여자들이 화가 난 것 같은 것은 제대로 파악을 하잖아.”
“그런 것 하고는 달라.”
은비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나는 또 언니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 내가 모르는 남자의 다른 모습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
“조은비 너 그렇게 쉽게 생각을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상현이 쟤 은근히 똑똑한 아이잖아. 안 그래?”
“똑똑해도.”
은비의 태도를 보는 은희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봐도 상현이 보다 이쪽이 더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아니 바보 같은 것이 아니라 바보가 맞았다. 아무리 봐도 은비가 허당인 쪽일 텐데.
“너 그렇게 낙관을 하고 있다가 나중에 네 마음이라도 들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러면 얼마나 창피할 텐데.”
“그거?”
은비가 어색한 표정을 짓자 은희는 놀란 눈으로 은비를 바라봤다. 얘가 무슨 사고라도 친 건가?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그게.”
은비가 머리를 긁적였다.
=======================
“그래서 지금 회식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아들 불편하지 않겠어? 은비 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은비 양의 언니까지 있다면 말이야.
“괜찮아요.”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자신도 어색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두 사람과 잠시 있어보니 이전과 같은 느낌에 그렇게 어색한 것도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편안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잘 해주는데요?”
‘두 사람이 아무리 잘 해주더라도. 너랑 은비 양은 일이 있는 사이니까. 아무튼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알았어요.”
‘언제 들어올 거야?’
“글쎄요?”
상현은 슬쩍 고개를 돌려서 은비와 은희가 술을 마시는 곳을 바라봤다. 자매는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금방 가게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제대 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몸이 축나게.’
“노는 건데 왜 축이 나?”
‘그래도 엄마는 걱정이 되네.’
“걱정을 할 것이 뭐가 있어요?”
‘너 술도 잘 못 마시잖아.’
상현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승현은 자신이 술을 얼마나 잘 마시는지 모르고 있었다. 주량이 소주 7병이라는 사실은 굳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모친에게느 아직 어린 아들이고 싶었으니까.
“조심해서 들어갈게요.”
‘그래.’
전화를 끊고 짧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다가 은비를 보니 가만히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메롯 맛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누나 분명히 찾을 텐데.”
은비는 술에 취하면 늘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말을 했었다. 그것도 아무 아이스크림이나 안 되고 메론 맛 아이스크림만 괜찮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 메론 맛 아이스크림이 은근히 파는 곳이 적었다. 오늘도 술을 적지 않게 마셨으니 분명히 찾을 텐데. 상현은 뒷주머니를 만졌다. 다행히 지갑을 들고 왔다.
“아이스크림이나 사가지고 와야겠네.”
상현은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그러다가 또 자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생각이 되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이제 더 이상 은비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면서 이러한 사소한 부분에서 은비를 신경을 쓰는 자신이 우스웠다.
“그래도 어떻게 하냐.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데.”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
“그리고 너 상현이랑 섹스가 그렇게 또렷할 정도면 아직까지 상현이가 네 마음에서 크다는 거 아니야?”
“아우, 언니랑 이런 이야기 할 정도로 나 쿨하지 못 해요.”
“그냥 너 하는 거 보면 한심해서 그래.”
은희는 마지막 남은 소주를 탈탈 털더니 소주를 한 병 더 시켰다. 은비는 재빨리 은희를 말렸지만 들을 은희가 아니었다.
“어차피 마시러 나온 날이잖아.”
“그래도 내일 일해야 하잖아.”
“상현이 있잖아?”
“상현이는 뭐 강철이야?”
“마음이 간다고 챙기는 거야?”
“그런 거 아니거든.”
은비는 입을 내밀면서 시선을 피했다. 그런 은비의 모습을 보면서 은희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너 지금은 네가 그렇게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런 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말이야.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그 마음이 그렇게 아무런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거야.”
“됐어.”
은비는 애써 웃으면서 가슴 부위에서 다시 잼 뚜껑을 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런 은비를 보면서 은희가 큰 소리로 웃었다.
“상현이가 정말로 그래?”
“내가 뭘?”
마침 들어온 상현에 은비는 황급히 손을 내렸다.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상현은 입을 내밀고 은비와 은희의 얼굴을 살폈다. 아무리 봐도 두 사람이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무슨 이야기야?”
“그게.”
“언니!”
은희가 입을 열려고 하자 은비가 황급히 그녀를 막았다. 은희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입을 다물었다.
“아무 것도 아니야.”
“두 사람 다 수상해.”
“뭐가 수상해?”
“됐어. 이거나 먹어. 누나도 드세요.”
상현이 메론 맛 아이스크림을 건네주자 은비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그런 은비를 본 은희가 살짝 그녀를 찼다.
“은비야 나 휴지 좀.”
“어? 어.”
은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휴지를 건넸다. 그리고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뜯어 한 입 먹었다.
“맛있다.”
“다행이다. 누나가 아직도 메론 맛 아이스크림을 먹을까 은근히 고민을 했거든. 그런데 아직도 먹네?”
“그럼. 술 마시면 이게 최고지.”
밝게 웃는 은비를 보며 상현도 밝게 웃었다.
“그나저나 우리 이제 슬슬 일어나는 것이 어때요? 내일 일도 해야 하고 말이에요. 그리고 저 막 제대를 해서 아직 술에 대해서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고요. 지금은 빠르게 취할 지도 몰라요.”
“알았다.”
은희는 입을 내밀면서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새로 남자 직원도 들어와서 정말 제대로 회식을 하나 했더니 이런 식으로 맥을 끊어요.”
“죄송해요.”
“네가 뭐가 죄송해.”
은비가 대신 은희를 노려봤다. 은희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하여간 언니는 술고래야. 그러면서 또 다이어트를 한다고 집에 가서 헬스 바이크를 엄청 타겠지.”
“운동을 하면 그만이지.”
“알겠어요. 두 사람 또 싸우네.”
은희는 고개를 저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은비 너는 안 가도 돼?”
“응. 다녀와.”
은희가 사라지자 은비는 남은 소주를 자신의 잔과 상현의 잔에 따랐다. 상현이 고개를 젓자 씩 웃으면서 등을 때렸다.
“아깝잖아.”
“술이 아깝기는 뭐가 아까워? 겨우 두 잔인데.”
“아우 김상현 많이 컸네.”
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너 먹기 싫으면 이리 줘.”
“됐어.”
은비가 더 마시는 모습이 싫은 상현은 은비가 잡으려던 잔을 빼앗아서 단숨에 들이켰다. 상현이 미간을 모으자 은비는 불쑥 자신이 먹던 메론 맛 아이스크림을 상현의 입에 집어넣었다. 상현은 당황하면서도 아이스크림을 한 입 깨물고 빼냈다. 은비는 자신의 행동이 많이 당혹스러운 모양이었다.
“미안.”
“아니야.”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저기 누나.”
“응?”
“우리 두 사람 사이가 뭘까?”
갑작스러운 상현의 물음에 은비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냥 우리 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먼저 누나에게 우리 두 사람 어색하지 말자고 이야기를 하기는 했는데, 내가 더 어색해 하는 것 같아.”
“너 안 그래.”
“정말로?”
“응.”
은비는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히려 지금 상현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더욱 큰 문제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지금 자신이 상현에게 말도 안 되는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마음이 들더라도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잖아. 우리 두 사람이 정말로 서로를 좋아했으니까. 그 마음이 아직 남아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라고 생각을 하면 되잖아.”
“그렇지.”
상현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그나저나 우리 어색하지 않기로 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되게 어색한 것 같아. 그렇지?”
“응.”
“아무래도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냥 평범하게 행동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 누나도 그렇지?”
“나도 그래. 되게 힘들고 어색해. 편안하게 대하려 하는데 확실히 마음하고 행동이 다르네.”
은비의 말에 상현은 미간을 모았다. 아직도 지금 자신이 이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잘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나 일을 그만 둘까?”
“어?”
“어차피 둘이 하던 곳이잖아. 그러니까 내가 없는 것이 은희 누나도 그렇고, 누나도 그렇고 편하지 않을까?”
“아니야. 나는 괜찮아.”
“그래도 정말로 괜찮겠어?”
“응.”
상현이 조심스러운 어조로 묻자 은비는 더욱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색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현이 나갈 것 정도로 어색한 것도 아니었고, 이것을 이겨야 맞는 거였다.
“아무튼 다행이다.”
“뭐가?”
“나만 어색한 줄 알았거든.”
은비는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현이 네가 워낙 얼굴에 표정이 안 보이는 스타일이잖아. 그래서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내가 미안하네.”
“미안할 것은 아니지.”
은비는 씩 웃으며 상현의 어깨를 살짝 때렸다가 황급히 손을 뗐다. 상현의 근육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 내일부터 정말 열심히 일을 하자. 그 커피숍 되게 허름해 보여도 우리 언니가 정말 열심히 만든 거야.”
“알아.”
상현이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학교 다닐 적부터 은희 누나는 카페를 차리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잖아. 그때는 말렸었는데 이제 생각을 하니까 누나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되게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었구나 생각이 드네.”
“부러워?”
“응.”
상현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카페를 차리고 싶어?”
“그런 건 아니고.”
은비의 물음에 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은희 누나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제대로 생각을 한 사람이잖아.”
“너도 그러면 되잖아.”
“어려울 것 같아.”
“어렵긴.”
은비는 고개를 저으면서 상현의 손을 잡았다. 상현이 당혹스러운 눈으로 은비를 보았지만 은비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너는 잘 할 거야.”
“누나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너를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그 말 믿어도 되는 거지?”
“응.”
은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제대로라니까?”
“그 말 그대로면 좋겠네.”
상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병장 말이 되면서 많이 생각을 했던 부분이 나중에 무엇을 해야 하나였다. 그래도 이렇게 은비가 이야기해주니 힘이 되었다.
“누나는 은근히 사람의 염장을 지르는 것 같으면서도 편이 되어주는 순간이 있다니까.”
“그거 칭찬 맞아?”
“응.”
상현이 밝게 웃어 보이자 은비도 밝게 웃었다.
'☆ 소설 창고 > 남잔다늑대2[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6장] (0) | 2015.01.31 |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5장] (0) | 2015.01.30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3장] (0) | 2015.01.28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2장] (0) | 2015.01.27 |
[로맨스 소설] 남잔 다 늑대 2 [1장] (0) | 2015.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