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
은희는 수상한 눈으로 상현과 은비를 바라봤다. 두 사람은 나갔다 온 이후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상하게 오늘 따라 손님이 너무 많았다. 일이 끝나고 나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조은비.”
“응?”
“너 무슨 일이야?”
“뭐가?”
“상현이랑 말이야.”
상현이 오후에 남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나가자 은희는 미간을 모으면서 은비를 바라봤다.
“두 사람 사이 왜 이래? 두 사람 서로에게 더 이상 미련 가지지 않기로 했다면서. 왜 이러는 거야?”
“아무 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니잖아.”
은희가 한 마디 더 하려는 순간 상현이 들어왔고 은희는 은비를 보더니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상현아 누나가 부탁을 하나만 하자.”
“네. 하세요.”
“누나가 오늘 친구들을 만나야 해서 말이야. 네가 은비 좀 데려다주지 않을래? 거기 어두운 골목이 있거든.”
“그건 안 어렵죠.”
“아니야.”
은비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안 그래도 상현과 있는 것이 불편한데 그렇게까지 상현에게 의지를 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갈 수 있어.”
“됐어. 내가 할 수 있는 걸.”
“네가 왜? 너희 집이랑 멀잖아.”
“아니야.”
상현은 가방을 메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약간 돌아가는 것이기는 했지만 집으로 갈 수 있는 길 중 하나였다.
“그럼 누나 먼저 들어가세요.”
“그래.”
은희가 가고 나서 은비는 아랫입술을 물었다. 상현과 이렇게 어색한 순간이 빠르게 올 줄 몰랐다.
“저기 누나.”
“응?”
“아까 류하라는 사람이 뭐라고 했어?”
“어?”
“두 사람 이야기를 했잖아.”
상현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보고 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눈에 저절로 보였다.
“사귀자고라도 한 거야?”
“아니.”
“그럼.”
은비는 망설이며 상현을 바라봤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상현은 아니었다.
“너랑 이런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어째서?”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두 사람 헤어진 사이잖아.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조금 우습지 않아?”
“뭐가 우스운 건데?”
상현은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은비를 바라봤다. 그런 상현을 보면서 은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잖아.”
“당연하지.”
“그러니까. 내가 류 팀장님하고 있었던 일을 이야기를 하면 네가 더욱 불편하게 생각을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도 나는 누나가 말을 해줬으면 하는데.”
상현은 엷게 웃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솔직히 누나랑 나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라서 누나에게 이런 것을 이야기를 해달라고는 말을 못 하겠어.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말이야. 내가 되게 불안하다는 거야. 그리고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그냥 데이트를 하자고 하더라.”
“어?”
“그냥 데이트.”
은비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현의 말처럼 그는 이것을 알고 싶어 할 거였다.
“그게 전부야?”
“응.”
“왜 사귀자는 이야기 같은 것은 하지 않은 거래?”
“아직 잘 모르니까.”
“그래서 처음부터 알아 가자?”
“응.”
상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매너가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일단 처음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는 거니까.
“그래서 누나는 뭐라고 했어?”
“상현아.”
“응?”
“우리 술 마실래?”
“술?”
상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은비를 바라봤다. 자신은 괜찮겠지만 은비가 이틀 연속 술을 마시는 것이 괜찮을까?
“누나 괜찮겠어?”
“왜?”
“어제도 많이 마셨잖아.”
“하여간. 김상현 너 이제 인간 조은비를 엄청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취급을 하는 구나? 이거 서운해.”
“그런 것이 아니라 걱정을 하는 거라고. 나라고 하더라도 이틀 연속으로 술을 마시는 것은 그렇게 편한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게 많이는 말고.”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간단하게 말이야. 어때?”
“뭐. 좋아.”
상현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와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고, 이상하게 지금 은비는 이야기를 할 사람이 필요해 보였다.
“근처로 갈까?”
“아니. 그냥 소주 한 병 사서 우리 집에 가자. 우리 언니 오늘 갈 곳이 있어서 간 거니까 말이야.”
“그럼 안 와?”
“와도 늦을 거야.”
“뭐. 알았어.”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은희와 은비가 사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소주 세 병과 간단한 안주를 산 다음 집으로 들어갔다. 여자 둘이 사는 방인데 그렇게 깔끔하지는 않았다.
“하여간 조은비. 여전히 집을 이러고 사는 거야?”
“네가 이상한 거야.”
은비는 대충 눈에 보이는 옷가지 같은 것을 발로 밀어내면서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녀는 맨 처음 보았단 상현의 깨끗한 오피스텔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자신과 언니는 절대로 그럴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대충 앉아.”
“나 손 좀 씻고.”
“하여간 깔끔해요.”
“화장실이 어디야? 여기 맞아?”
“응.”
상현이 화장실로 들어가자 은비는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아니었다.
“미쳤어 조은비. 그냥 술을 마시자고 하면 되는 거지. 뭐 하려고 우리 집에까지 오자고 한 거야.”
조금 돈이 많이 나오더라도 밖에서 마시자고 했어야 했다. 이것은 명백한 자신의 실수였다. 게다가 남자와 술을 마시면서 한 공간에 있자고 하자니. 상현이 그런 늑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이 녀석도 이전하고 다르잖아. 군대를 다녀와서 좀 다를 텐데. 아우, 조은비. 네가 굶어도 너무 굶었구나.”
상현의 매끈한 복근과 커다란 남근이 눈에 바로 보이자 은비는 황급히 고개를 저어서 그것을 지웠다.
“미쳤어. 조은비 너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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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너 미쳤어.”
상현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기를 따라온 것일까?
“아니 내가 미쳤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은희 누나랑 은비 누나가 사는 곳에 따라서 오냐고.”
게다가 술을 마시자고 했다. 은비가 술을 마시면 얼마나 인사불성이 되는데. 물론 처음 만났을 때는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지만, 이후 연애를 할 때는 은비는 술만 마시면 상현에게 다가왔다.
“오늘도 그러는 거 아니야?”
그러면서도 상현은 은근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래서 황급히 오늘 자신이 입은 속옷을 생각을 했다. 다행히 승현이 마트에서 사다 준 세 장에 만 원에 파는 스타일이 아니라 밴드까지 세련된 브랜드였다.
“이 정도면 괜찮을 거고.”
상현은 티셔츠 앞섬의 냄새를 맡았다. 오늘 조금 바쁘게 일을 해서 그런지 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아우, 싫은데.”
상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지갑을 꺼냈다. 지갑에는 늘 예비로 가지고 다니는 콘돔이 잘 들어 있었다.
“그래 혹시나. 그래 이런 일은 없겠지.”
상현은 심호흡을 하고 화장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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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우리 둘 사이 이상하지 않아?”
“왜?”
“너무 친하니까.”
상현은 씩 웃으면서 소주를 한 잔 더 들이켰다.
“솔직히 나는 누나한테 정말 제대로 뻥. 박지성이 축구를 하는 것처럼 그냥 뻥 하고 차인 거잖아.”
“그렇지.”
“그런데 나는 왜 누나가 이렇게 좋은 것일까? 누나가 생각을 해도 내가 조금 미친놈은 맞지?”
“어.”
은비는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 미친 거 맞아.”
“그러니까. 나는 미쳤어. 헤헤. 그런데 누나도 미친 거 아니야? 그렇게 찬 사람하고 어떻게 술을 마시냐?”
“그러니까 말이야. 푸하하. 나도 너랑 똑같이 미친 것이 분명해. 우리 어쩌면 이렇게 미쳤니?”
“누나.”
“응?”
“사랑해.”
“농담도.”
은비가 고개를 피하는 순간 상현은 갑자기 은비의 입술을 덮쳤다. 은비는 크게 눈을 뜨고 상현을 밀어냈다.
“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누나가 좋다고.”
“김상현.”
“누나는 내가 싫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왜?”
상현은 씩 웃으면서 은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은비는 당황스러우면서도 헤헤 거리면서 상현을 발로 찼다.
“아파. 또 차네.”
“그러게. 또 찼네. 푸하하.”
상현은 다시 자리에 앉아 술을 따랐다.
“나는 누나에게 되게 많이 서운했다?”
“뭐가?”
“나는 누나랑 나랑 되게 잘 어울리는 사이라고 생각을 했거든. 그래서 헤어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을 했어.”
“나도 처음에는 그랬어. 근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하잖아. 우리도 그런 거 아닐까?”
“그런가?”
상현은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 역시 그 기간 동안 은비에게 커다란 마음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나는 누나가 조금 더 나를 배려했으면 좋았을 뻔 했어. 그래서 나오자마자 누나에게 연락을 한 거고.”
“잘 했어.”
“잘 했어?”
“응.”
은비가 상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도 마음이 되게 불편 했거든. 우리 예쁜 상현이가 말을 한 것처럼 내가 일방적으로 상현이를 밀어낸 것이니까. 솔직히 이러면 안 되는 것인데. 그런데 나도 정말 많이 생각을 했어.”
“알아.”
상현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그렇게 많이 고민을 한 것을 내가 알아주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알아줄 거야. 안 그래?”
“그렇지.”
“그렇지. 그러니까 이제 누나가 나에 대해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야.”
“어?”
은비가 눈을 깜빡이며 상현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누나 때문에 아팠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누나가 이런 내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보상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해?”
“그런가?”
은비가 고개를 갸웃하며 소주를 한 잔 더 들이켰다. 은비가 잔을 내려놓기 무섭게 상현은 술을 따랐다.
“나는 말이야. 있잖아. 솔직히 네가 되게 좋았어. 그리고 여태까지 잔 사람 중에 네가 속궁합이 제일 좋았어.”
“정말?”
“응. 내가 전에도 말을 했잖아. 상현이 너 섹스를 하면 할수록 되게 많이 느는 스타일이었다니까?”
“헤헤.”
상현이 씩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되게 좋았어. 누나는 몰라도 나는 할 때 마다 오르가즘에 도달했다니까. 누나는 정말 최고야.”
“그런데 너 맨 처음에 되게 섹스를 못 했다.”
“어?”
상현이 미간을 모으면서 은비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맨 처음에 내 가슴을 막 열려고 했잖아. 막 이렇게 돌리고 말이야. 푸하하. 나 그 날 가슴 빠지는 줄 알았어.”
은비가 가슴 근처에서 손을 움직이자 상현도 박장대소를 하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은비도 웃으면서 그 위에 엎어졌다.
“김상현.”
“어?”
“너는 최고였어.”
“누나도 최고였어.”
상현은 씩 미소를 지으면서 은비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리고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맞추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순간 은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자 상현이 황급히 입을 떼고 은비의 얼굴을 바라봤다.
“누나 왜 그래?”
“너를 그런 식으로 아프게 하면 안 되는 거였어. 나도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았는데 말이야. 너도 아는 것처럼 내가 되게 이기적인 사람인 거 말이야.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그랬어.”
“내가 이기적이지.”
상현은 은비의 눈물을 닦아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은 군대에 가기 전에 다들 알아서 여자랑 헤어지고 가잖아. 그런데 나는 아니었잖아.”
“그건 네 잘못이 아니지. 솔직히 말을 해서. 내가 그런 말을 해야 할 입장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학교에서 내가 되게 문란하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너는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 힘을 썼잖아.”
“헤헤.”
상현이 코를 비비면서 고개를 저었다.
“뭘 그렇게 이야기를 해?”
“너는 솔직히 가만히 있어도 너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야. 너는 되게 멋있었어.”
“정말?”
“응.”
은비는 씩 웃으면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나는 네가 나랑 사귀어 줘서 되게 좋았어. 너 같은 남자가 우리 과에 있기나 했었니?”
“이제 그럼 큰일이네? 나 이제 복학을 하면 후배들이 나 좋다고 막 달려들고 그럴 거 아니야.”
“그건 아닐 걸?”
“왜?”
“그건 네가 아직 신입이니까 그랬던 거지. 복학생은 아무리 잘 나가도 아무도 보지도 않아.”
“푸하하. 그런 거야?”
상현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소주를 한 잔 더 마셨다. 은비도 술을 들이켜고 술을 따르려다가 빈 병인 걸 알고 울상을 지었다.
“벌써 다 마신 거야?”
“그래?”
상현은 빈 병을 세더니 씩 웃었다.
“그러게. 우리 두 사람이서 열 병도 넘게 마셨어.”
“그나저나 우리 예쁜 상현이 술이 줄어도 너무 줄었네. 겨우 이것밖에 못 마시는 것은 우습지 않아?”
“왜? 이 정도면 우리 되게 마신 거 아닌가?”
“나는 몰라도 상현이 너는 혼자서 일곱 병은 마시는 사람이잖아. 헤헤. 그런데 겨우 이게 뭐냐?”
“군대에서 나오고 술을 마시는 것이 단련이 안 되어서 그래. 그리고 어제도 마셨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김상현 너는 이제 아니야.”
“어?”
“내 남자로 말이야.”
“그게 뭐야?”
상현이 울상을 지으면서 입을 내밀었다. 은비가 씩 웃더니 내민 상현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아파.”
상현이 황급히 뒤로 물러나자 은비는 씩 웃었다.
“귀여워.”
“하여간 변태.”
“아무튼 너 이제 내 남자로는 아니라고.”
“내가 왜?”
“너도 이제 나이가 들었잖아. 어차피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나는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 좋아.”
“나는 누나 보다 어리잖아?”
“그런데?”
“그런데 라니? 솔직히 나 정도의 연하가 누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누나는 감지덕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왜?”
은비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명랑하게 웃었다. 그런 은비의 태도를 보면서 상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거.”
“왜? 나도 이제 되게 당당한 여자가 될 거라고. 솔직히 내가 그렇게 가치가 없는 여자는 아니잖아.”
“그런 것은 아니지. 그래도 솔직히 나만큼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류 팀장님.”
“어?”
상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은비를 바라봤다. 그러면서 머리를 뒤졌다. 그리고 류 팀장이 류하라는 것을 알았다.
“그 샌님?”
“응.”
은비가 헤실 거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그 샌님이 이제 결혼을 생각을 해야 하는 내 나이에는 제대로 된 남자 아니야? 너는 어떻게 생각을 해?”
“그렇지.”
상현도 씩 웃으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누나가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는 거지. 솔직히 이건 되게 우스운 거 아니야?”
“왜?”
은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상현을 바라봤다.
“나는 류 팀장이 좋은데 말이야.”
“그래도 그 사람이 나처럼 오랜 시간 누나를 좋아한 것은 아니잖아. 누나가 나를 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 사람도 나를 오래 좋아했다고 그러던데?”
“어?”
“되게 오래 좋아했다고 그러더라고.”
“그래?”
은비가 이렇게 말을 하자 상현이 목을 쭉 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은비는 씩 웃더니 상현의 머리를 안았다.
“숨 막혀.”
“너는 왜 그렇게 이해심이 깊니?”
“어?”
“너는 내가 그 사람이 좋다고 해도 괜찮아?”
“그런 건 아니지.”
은비를 밀어내며 상현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거잖아. 나는 누나에게 있어서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사람이니 말이야.”
“그건 아니지.”
은비는 바로 상현이 이마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아파.”
“너 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냐?”
“어?”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나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남자야. 그건 부정을 할 수 없는 거라고.”
“정말?”
“응.”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은비의 태도를 본 상현도 귀에 걸릴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좋다.”
“왜 좋아?”
“그래도 내가 한 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있어서 내가 제대로 된 남자라고 인정을 받은 거잖아.”
“그렇지.”
은비가 손가락을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제 너는 아니야.”
“그건 바뀔 수 없는 거야?”
“모르지.”
은비가 씩 웃으면서 상현에게 다가가서 상현을 그대로 눕혔다. 그리고 부드럽게 상현의 가슴을 쓸었다.
“아직도 탄탄한데?”
“그럼. 내가 군대에서 얼마나 운동을 했는데. 이 정도면 이제 누나에게 남자가 될 수 있는 거야?”
“일 단계 통과.”
상현은 씩 미소를 짓더니 은비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은비는 씩 미소를 지으면서 상현을 바라봤다.
“나는 어때?”
“어?”
“내 가슴 말이야.”
“이상해.”
“어?”
상현이 미간을 모으면서 말을 하자 은비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상현에게 그대로 엎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더 탱탱해졌어.”
“정말?”
“응.”
상현의 칭찬에 은비가 다시 밝게 웃으면서 상현을 바라봤다.
“너 거기도 튼실해?”
“어?”
“어머.”
순간 은비의 손이 바로 상현의 남성으로 다가갔다. 단단하지 않음에도 커다란 상현에 은비는 씩 미소를 지으면서 상현의 목을 핥았다. 은비의 그런 태도에 상현이 씩 미소를 지으면서 은비의 눈을 바라봤다.
“왜 이래?”
“김상현.”
“왜?”
“우리 그냥 한 번 할래?”
“싫어.”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은비를 밀었다.
“왜?”
“이제 더 내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며.”
“모르지.”
“어?”
“네가 남자인 것을 알면 말이야.”
은비의 말에 상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씩 웃고 은비의 위로 올라가서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내가 증명을 하면 되는 거야?”
“오브 코스.”
“오케이. 그럼 간다.”
상현은 씩 웃으면서 은비의 티셔츠를 재빨리 벗겼다. 그리고 자시 역시 모든 옷을 벗고 다시 한 번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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