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어, 언니 지금 뭐라고 했어?”
“제부라고.”
“제부?”
“그게 무슨 말이야?”
“너희 이제 그냥 잠만 잘 나이가 아니야. 그러고도 결혼을 안 한다고? 그러면 내가 가만히 둘 것 같았니? 이 바보야.”
“어, 언니.”
은비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은희가 그냥 넘어간다고 했을 때 이상하기는 했지만 이럴 줄은 몰랐다.
“언니 지금 농담이지?”
“내가 왜?”
“그럼 진짜 나랑 상현이랑 결혼을 하라고?”
“응.”
은희가 너무나도 쉽게 대답을 하자 은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잠을 자더라도 이것은 아니었다.
“언니. 솔직히 지금 내가 언니랑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야. 요즘에 캐주얼한 섹스를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상현이랑 나랑 사랑하지도 않는데 결혼을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 거야?”
“그런데 잤니?”
“어?”
“사랑도 하지 않았는데 자냐고.”
“그거야. 그럴 수도 있지.”
“하여간 맹추.”
은희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은비는 여전히 자신의 나이를 몇 년 전으로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조은비 너 생각을 똑바로 해. 너 이제 나이 서른이야. 대한민국에 너 좋다는 남자보다 너 늙었다는 남자가 많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너랑 같이 잠을 자주는 남자라고? 너 그런 거 호스트바 아니면 못 구해.”
“언니.”
은희의 적나라한 말에 은비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왜 그렇게 나를 치우지 못해서 난리야? 이건 분명히 나랑 상현이 사이의 일이란 말이야.”
“이미 그 가운데 너희가 나를 끼웠을 때는 그것이 이미 너희 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 것 아니야?”
“그거야 언니가 그렇게 일찍 들어올 줄 몰랐지. 완전히 순수한 사고일 뿐이란 말이야. 그러니까 그런 농담은 하지 마.”
“마음이 없는데 자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아? 너희 두 사람 지금 분명히 서로에게 마음이 있어.”
“미련이야.”
은희의 말이 끝이 나기가 무섭게 은비가 은희의 말을 받아 쳤다. 이것이 만일 사랑이라면 두려웠다.
“언니는 그 동안 살면서 늘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잠을 잤어? 언니도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었잖아.”
“나는 그랬어.”
“어?”
“나는 정말 이 사람하고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면 그때야 잠을 잤단 말이야. 너처럼 그런 사람으로 생각을 하지 마. 나는 잠을 잔다는 것을 되게 중요한 의미로 생각을 했단 말이야.”
“나는 아니야.”
은비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은희를 바라봤다. 물론 자신이 잘했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순히 상현과 잠을 잤다는 이유 하나로 이렇게 혼이 나는 것은 분명히 억울한 일이었다.
“내가 언니에게 피해를 준 것은 없잖아.”
“왜 없어?”
“어?”
“왜 없냐고.”
“무슨 피해?”
“무슨 피해?”
은희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은비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너 때문에 지금 내가 얼마나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아니? 그런데 나에게 피해가 없는 거라고?”
“언니가 나를 신경을 쓰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말이야. 솔직히 지금 언니가 하는 행동 오버야.”
“내가?”
“응.”
은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은희는 짧게 코웃음을 쳤다. 지금 은비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데 이런 소리를 들을 줄 몰랐다.
“네가 어떻게 이러니?”
“내가 뭘?”
“지금 사고를 친 것이 누구인데? 네가 이런 식으로 사고를 친 거 지금 내가 잘 수습을 하려고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알아서 수습을 한다니까? 이거 그냥 아무렇지 않게 그냥 넘기면 되는 거란 말이야.”
“어떻게?”
“어?”
“어떻게 그냥 넘기냐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은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은희는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고개를 저었다. 은비는 정말 철이 없었다.
“너 지금 나이가 서른하나야. 지금 남자랑 그냥 잠만 자고 그렇게 놀고 그럴 나이가 아니라고.”
“내 나이 지금 하나도 많은 것이 아니고. 그리고 언니의 말처럼 나는 나이가 많지만 상현이는 아니잖아.”
“그 녀석도 너랑 그렇게 잠을 잤을 때는 뭐라도 생각을 하고 잠을 잔 것 아니겠어? 상현이 그 녀석은 그래도 너랑은 다르게 생각이라는 것이 있는 녀석 같았으니까 말이야. 그 녀석도 설마 생각이 없이 그런 거라니?”
“언니.”
“나는 몰라.”
은희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면서 은비를 바라봤다. 그런 은희의 태도에 은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도대체 지금 언니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어. 내가 솔직히 잘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지금 언니처럼 반응을 하는 것은 솔직히 과민반응이라고 생각이 된단 말이야.”
“그럼 상현이에게 물어보자.”
“어?”
마침 상현이 밖으로 나왔다. 상현은 누가 보더라도 말다툼을 하고 있던 분위기인 은희와 은비를 보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상현아. 너 은비랑 결혼 안 할래?”
“네?”
상현이 눈을 크게 뜨고 은비를 바라봤다. 은비도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젓는 것을 보니 완벽히 은희의 뜻인 모양이었다.
“누, 누나 그게 무슨 뜻이세요?”
“솔직히 전에 너랑 은비랑 거의 동거를 하다시피 살 때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상현이 네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으니까 남자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해서 아니라고 생각을 했거든. 하지만 이제는 아니잖아? 이제 너희 두 사람 결혼을 해도 괜찮고 말이야. 군대도 다녀왔으니 다시 이전처럼 은비를 그냥 혼자 두거나 그러지도 않을 거고 말이야. 안 그래?”
“그거야 그렇지만.”
“그러니까 결혼을 해.”
은희는 아주 명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했다. 그런 은희에 상현은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상현이 너 표정이 왜 그래? 너는 그럼 은비랑 잠을 자고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 거야?”
“언니 그만해.”
“내가 뭘 그만해?”
은비가 말리자 은희는 은비를 노려봤다. 조금만 더 두었다가는 큰 싸움이 될 것 같아서 상현은 황급히 끼어들었다.
“일단 연애를 하겠습니다.”
“뭐?”
“뭐라고?”
상현의 대답에 은희와 은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은희는 곧 표정을 지우고 상현을 노려봤다.
“그게 최고의 대답이야?”
“네?”
“그게 지금 최선을 다 한 대답인 거냐고. 지금 상현이 너는 아직 시간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말이야. 지금 은비 나이에는 너랑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도 벌써 노산이라는 소리를 듣는단 말이지.”
“아니거든.”
은비가 눈을 크게 뜨며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나는 상현이 너한테 부담 같은 것을 주고 싶지 않아. 지금 우리 언니가 이상하게 행동을 하는 거야. 지금 언니 오버를 하고 있다는 거 언니도 알고 있지 않아? 우리 어른답지 않게 이러지 말자.”
“너희가 지금 어른다운 행동을 하는 거니? 술을 그렇게 마셔서 잠이나 자는 주제에 지금 무슨 말을 하자는 거야?”
“언니.”
“누나 그만해.”
은비가 한 마디 더 하려고 하자 황급히 상현이 은비를 막았다. 은비는 눈을 크게 뜨고 상현을 바라봤다.
“너 왜 이래?”
“솔직히 지금 은희 누나가 하는 말 중 틀린 것 있어? 그리고 내가 말을 했잖아. 나 아직 누나를 좋아한다고.”
“김상현.”
“아마 나는 그래서 누나랑 잘 수 있었을 거야. 남자가 아무리 동물이라고 하지만 아예 마음에 없는 사람하고 자는 거 그렇게 쉬운 거 아니야. 하지만 나는 누나랑 잤고, 이건 분명히 내가 누나를 좋아한다는 거라고.”
“그만해.”
은비는 뜨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상현이 고백을 했지만 은희 앞에서 다시 이럴 줄 몰랐다.
“나는 지금 너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고. 상현아. 우리 두 사람 누가 뭐라고 해도 실수를 한 거야. 겨우 실수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이 웃을 거라고.”
“나는 안 웃어.”
“언니.”
“알았어.”
은비가 단호히 부정을 하자 은희가 양손을 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그녀가 할 일은 없었다.
“나는 먼저 출근할게.”
“누나도 같이 가죠.”
“아니야.”
은희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 두 사람은 대화를 할 시간이 분명히 필요해 보였다.
“내가 없으면 너희 두 사람이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둘 다 출근하는 거야.”
“알았어.”
“네.”
은희가 가방을 들고 나서자 은비는 가스 불을 껐다. 그리고 그릇을 내려서 상현의 것과 자신의 것을 담았다.
“언니가 끓였어.”
“은희 누나 요리 잘 하잖아.”
“잘 하지.”
상현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은비의 앞에 앉았다. 은비는 자신의 앞의 상현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너 뭐니?”
“어?”
“거기에서 왜 나랑 사귀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김상현 네가 보기에 나라는 여자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는 거야?”
“아니야.”
상현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은비를 그렇게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왜 그렇게 말을 하는 거야?”
“그런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야? 우리 언니가 어떤 사람인데?”
“내가 못할 이야기를 한 거야?”
“그럼.”
“어째서?”
“어?”
“왜 내가 못할 이야기를 한 거냐고. 솔직히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어린 아이가 아닌 것은 맞는 말이잖아. 그리고 이제 우리 성인이야. 그리고 섹스라는 것 누나도 아는 것처럼 단순히 동물적인 이끌림만 있어서 가능한 것은 아니잖아. 누가 뭐라고 해도 누나도 그렇고, 나도 서로 끌린 거라고.”
“그게 끝이야.”
은비는 슬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더욱 깊은 사이가 되는 것은 막고 싶었다.
“우리 두 사람 말이야.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히 미련이 맞아. 너랑 나, 솔직히 그 동안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속의 이야기를 제대로 할 기회도 없었어. 지금 그래서 그러는 거라고.”
“누나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이 아니야?”
“어?”
“지금 누나는 나랑 사귀지 않을 이유를 어떻게 해서라도 찾고 있는, 그런 사람처럼 밖에 안 보여.”
“어떻게 그렇게 말을 해?”
“그럼 아니야?”
상현의 물음에 은비는 가만히 아랫입술을 물었다. 상현의 말이 무조건 아니라고 하기에는 사실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누나랑 앞으로 어떻게 될까를 걱정을 하기보다, 전에 우리 두 사람이 사이가 좋았던 그 시간을 생각을 해.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아주 이상적인 연인의 모습이었으니까 말이야. 안 그래?”
“그랬어.”
은비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렇고, 자신의 주위의 그 누구도 그런 연애를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두 사람이 사귄다는 것은 조금 우스운 것 같아. 우리가 지금 사랑을 하는 거니?”
“그럼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은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생각을 하기에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단순한 미련이었다.
“지금 우리를 말이야. 사랑이라고 이야기를 하기에는 되게 부족한 거라고. 우리는 그저 익숙한 것이 좋은 것 아닐까? 그냥 새로운 것을 시작을 하는 것이 겁이 나서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거라고.”
“그게 누나의 결론이야?”
“어?”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아.”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은비와 이야기를 할수록 생각이 정리가 되었다.
“솔직히 나는 지금 누나만 허락을 한다면 결혼을 전제로 연애라도 했으면 하는 마음이야. 그게 지금 내 생각이야.”
“김상현.”
은비가 놀란 눈으로 상현을 바라봤다.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결혼?”
“응. 솔직히 내가 여태까지 유일하게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 바로 누나니까 말이야.”
“그래도 이건 아니야.”
은비는 당혹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정도의 끌림으로 그런 깊은 관계는 확실히 무리라고 생각이 되었다.
“네 말 대로 우리 두 사람이 아직 미련이 남은 거라면 그저 연애로 그치면 되는 일이야. 더 이상 하지 말자.”
“누나의 나이도 이제 더 이상 연애 같은 것으로 허비를 할 수 있는 나이는 아니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야? 나는 누나만 괜찮다고 한다면 뭐라도 할 수 있다고.”
“그런 것은 싫어.”
은비는 슬픈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봐도 지금 상현은 자신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정말로 나를 사랑을 하는 사람을 원해.”
“그럼 누나는 류하라는 사람이 누나를 좋아한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을 잡았어야지. 그 사람의 표정을 못 본 거야?”
“그 사람의 표정?”
“그래.”
상현의 물음에 은비는 가만히 류하의 표정을 살폈다. 그 사람 분명히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애나 그 이상의 것을 생각을 한 사람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 사람의 표정이 어때서?”
“누나는 되게 둔해.”
“내가?”
“응.”
은비는 한 마디 더 하려다가 겨우 참았다. 연애를 할 적 상현이 눈치가 없음에 얼마나 속이 쓰렸는데.
“솔직히 지금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에게 하나도 유리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이야. 그 사람이 너무 불쌍해서 이야기를 해야겠어. 류하라는 사람 누나 분명히 좋아하고 있어.”
“네가 어떻게 알아?”
“나도 누나를 좋아하니까.”
“어?”
“나도 누나를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 사람의 표정이 누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인 거라고.”
“그래?”
“그런 거니까 누나가 그렇게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누나를 두 사람이나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야.”
상현의 말에 은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은비의 한숨에 상현은 가만히 미간을 모았다.
“지금 그건 고민을 하는 거구나?”
“어?”
“지금 누나는 나랑 류하라는 사람을 가지고 고민을 하고 있는 거였어. 그래서 지금 망설이는 거지.”
“그런 것이 아니야.”
“내가 바보야?”
상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이런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상처가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 먼저 갈게.”
“그러지 마.”
“뭘?”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누나 나쁜 사람 아니야.”
은비의 말에 상현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은비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모자라서 나쁜 거였다.
“내가 류하라는 사람 못지않게 조건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누나는 이렇게 고민을 하지 않았을 거야.”
“응.”
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라고 말을 해야 했지만, 이것이 속마음이라서 부정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을 해서 이제 내 나이가 그저 연애만 할 수 있는, 그런 나이는 아닌 거니까 말이야.”
“그런데 누나가 그 사람을 바로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나에게도 기회는 있다는 거 아니야?”
“너랑 있는 것이 싫다는 것은 아니야. 누가 뭐라고 해도 너랑 있으면 마음이 저절로 편해져.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거야. 이런 마음은 가족 사이에도 어려운 거니까.”
은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상현을 바라봤다.
“그렇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그런 친밀함과 편안함을 상현이 너에게서 느껴. 하지만 이것이 끝이야.”
“그래?”
“응.”
은비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를 해줄 수가 없었다.
“너랑 함께 있으면 네 말처럼 이전에 우리 두 사람이 정말로 좋았던 그 시절이 생각이 나. 하지만 그 시절만 생각을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우리 두 사람 절대로 그럴 수는 없는 거잖아.”
“그렇지.”
상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상황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은 여덟 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사이였다.
“그렇지만 나는 누나가 나를 무조건 지우고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 것은 아프니까.”
“너를 지우지 않아.”
은비가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상현의 자리는 커다란 자리였다.
“아직까지도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사람은 너일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하니까.”
“그래도 지금 확답은 못 하는 거고?”
“응.”
“누나.”
“어?”
“우리 데이트 하자.”
“데이트?”
“응.”
상현의 제안에 은비는 잠시 머뭇거렸다. 제대로 마음도 정리를 하지 않고 데이트를 해도 괜찮은 것일까?
“우리 그렇게까지 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우리의 마음을 우리도 잘 모르고 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데이트를 해야 하는 거지. 그러면 우리의 마음이 확실히 어느 쪽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럴까?”
“응.”
상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은비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이 정말로 유일한 방법인 것일까?
“그리고 나는 누나에게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아주 작은 부분에서도 말이야. 정말로 많이 달라졌으니까.”
“달라졌다고?”
“응.”
상현이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은비가 엷게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상현이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이 그에게 아무런 기회를 주지 않는 것도 어쩌면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나는 솔직히 말을 하자면, 상현이 너랑 데이트를 하는 것이 되게 즐거운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해.”
“그러면 그만인 거 아니야?”
“하지만 우리 계속 일을 해야 하잖아.”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맹세를 할게.”
상현이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은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지금 잘 하는 것일까?”
“솔직히 지금 우리 두 사람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잘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아니야?”
“그래도 이건 심한 것 같아.”
“나는 괜찮다고 생각을 해.”
상현이 너무나도 힘을 주어서 말을 하자 은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데이틀 정도는 괜찮을지 몰랐다.
“하지만 언니에게는 말을 하지 말자.”
“왜?”
“우리 언니 우리 한 번 잠을 잔 것을 가지고도 이렇게 오버를 하잖아. 데이트라면 더욱 난리가 날지도 몰라.”
“나중에 알게 되면 은희 누나가 더욱 서운하게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래도 누나를 걱정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
“우리 언니가 너무 심하게 걱정을 하고 있는 거 상현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나는 이런 걱정은 사절이라고.”
“하여간 철이 없어요.”
“뭐라고?”
상현이 구박을 하자 은비가 귀엽게 아랫입술을 물고 눈을 흘겼다. 그런 은비를 보며 상현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지금 무서운 표정이야?”
“어. 안 무서워?”
“하나도.”
상현의 말에 은비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럼 그렇지. 나는 왜 이런 것일까? 조금 더 멋있는 표정을 지어보고 싶은 것이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내 눈에는 가장 예쁜 사람이 바로 조은비라는 사람이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괜찮아.”
“너무 그러지 마.”
은비가 일부러 몸을 부르르 떨면서 미소를 지었다. 마음의 확실하기 전에는 상현을 밀어내야 옳았다.
“아직 우리 아무 것도 모르는 사이니까 말이야. 이렇게 성급하게 생각을 하는 것은 절대로 싫다고.”
“알겠습니다.”
상현도 씩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에게 부담을 주고 싶은 것은 아니야.”
“알아.”
상현의 말에 은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현이 지금 자신을 걱정을 한다는 것이 너무 잘 느껴져서 오히려 미안했다. 자신은 상현에게 이렇게 걱정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상현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네 감정에 미안해.”
“뭐가 미안해?”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지금 너를 가지고 노는 거랑 다를 것이 없는 거니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절대로 그런 거 아니야.”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은비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정말로 싫었다.
“누나는 오히려 내게 기회를 주는 거야.”
“이게 기회가 되는 것일까?”
“응. 누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큰 힘이니까 말이야.”
“그럼 다행이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
상현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고민을 할 것이 없는 일에 은비가 마음을 쓰지 않았으면 했다.
“그럼 우리 언제 데이트를 할까?”
“이번 일요일에 우리 쉬는데.”
“그럼 그날 나가자.”
“응.”
은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럼 이제 밥 먹자.”
“그러자.”
“우와 되게 시원하네.”
일부러 더욱 밝게 행동을 하는 상현을 보면서 은비는 미안했다. 자신은 상현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왜 못 먹어?”
“아, 아니 먹어.”
상현의 말에 은비는 미소를 지으면서 열심히 밥을 먹었다. 괜히 상현을 더욱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았다.
“되게 맛있다.”
“미안해하지 마.”
“어?”
“내가 원하는 것이니까.”
“상현아.”
상현은 씩 미소를 짓더니 국에 밥을 말았다. 그리고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상현은 황태를 먹지 못했다.
“너 어떻게 먹어?”
“어?”
“이거 황태인데.”
“이게 내 달라진 점 하나네.”
상현이 씩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 이제 편식을 안 하거든.”
“정말로?”
“응.”
상현과 데이트를 할 때는 상현이 너무 많이 편식을 해서 갈 수 있는 음식점이 한계가 있었고, 맛이 있다고 하는 곳도 정말 세밀하게 주문을 하거나, 나오면 파나 마늘 등을 골라내야만 했다.
“이제 조금은 편하겠다.”
“그럼.”
상현이 자랑스럽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며 은비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상현은 그녀를 즐겁게 하고 있었다.
“김상현.”
“응?”
“고마워.”
“뭐가?”
“다. 그냥 고마워.”
“싱겁기는.”
은비는 밥을 먹는 상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이것이 단순한 미련이 아닐 지도 몰랐다. 정말 이제 상현과 다시 시작을 하면 이전과 다르게 행복한 결론을 맺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자신도 어른이 되고 상현도 조금 어른이 되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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