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호러를 좋아하시나요?
민규동. 좋아하지는 않는다. 드라마 장르를 더 좋아하고, 헐리우드 고전 영화. 토요명화 세대라서. 방송으로 어린 시절. 만들어진 시대라. 공포 영화를 잘 접하지 못하고, 영화를 공부하고 나서. 나중에 장르 공부를 함녀서. 나중에 이성적으로 접근한 거라. 여고괴담 두 번째로 데부했을 대. 절 알던 사람들이. 어떻게 민규동이 저 공포 영화를 만들었지. 진짜 안 무섭게 만든다. 굉장히 상업적인 기획을 이렇게 안 상업적으로 할 수 있다니. 시작할 때도 공포에 관심이 없었어요. 진짜 공포는 한 여자애가 죽었어. 책임이 없다. 숨는 집단적인 무의식이 저는 진짜 무서웠고. 그거야 말로 엄청난 폭력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식으로 개념적인 공포에 관심이 많아서. 공포 영화를 만들면 만들 때 행복해요.
내 아내에 모든 것은 정말 힘들었어요. 마음이 지옥도 같은. 너무너무 집중해야 하고 긴장하고. 뭔가 내 안에 있는 행복한 내용을 영화에 다 넣어서 공허해지는 것처럼 힘들었는데. 이번 영화는 공포 영화의 영역이 많이 있잖아요. 머리를 부수잫아요. 팬텀이라는 카메라로. 처음 프레임을 찍으니까 50배속으로 찍는 건데, 머리가 깨지는 걸 막 찍으면 스태프들이 막 웃어요. 그게 되게 묘해요. 찍을 때. 오히려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을 느끼고. 가짜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하니까. 상상의 범주가 사람마다 워낙 다르니까. 진지한, 묘한 지점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 영화도 혹독한 장면을 찍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약간 묘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무서운 이야기에 대한 근원적인 호감은 아닌 것 같고. 오히려 저에게는 과정이 행복하고 엔터테이닝한. 명백한 장르 영화를 할 때 오는 행복감.
나중에 여고괴담 탄생 스토리를 말할 수 있는데 기적적인 영화고, 만들어질 수 없는 경로로 기이하게 흘러서 정말 기이하게 탄생했던 영화죠.
여고괴담은 DVD가 처음 나오던 시기라, 프랑스에 갔더니 DVD 3개 짜리로 너무, 삭제된 모든 버전까지 다 복원해서, 프랑스 배급할 때 나왔고. 5천장인가? 기록적으로 팔렸어요. 아시아 영화치고는. 한국에서 그걸 보더니 자존심이 상해서 6장 짜리로 만들어서. 순식간에 팔리고. 거기에 저의 부끄러운 모습 등 많은 게 담겨 있죠. 워낙 무서운 영화를 보다가 안 무서운 걸 봐서 신선했을까?
Q. 연산이 영화에서보다 더 포악했다던데, 그 수위 조절은?
민규동. 처음 시나리오는 15세 이야기였고. 연산군 자체가 저에게 흥미롭지 않아서, 연산군이 이렇게 많이 다뤄졌지만 어떻게 채홍사 이야기가 다뤄지지 않았을까? 보니까 배경이, 천하의 간흉이었던 임산홍 임숭재 부자를 봤고. 연산이 너무 강해서 조연에 불과했던 거죠. 사화에 대한 기록이 엄청나요. 권력을 가진 자는 피해자로 높은 지위에 있고, 민초들. 끌려온 여자들은 기록에서도 제대로 가치가 없고, 그 정도 희생은 있을 수 있는 거지 하고 넘어가고. 후대로 가면 점점 희미하게 사라지는데. 그 느낌이 흥청망청이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일상적으로 있지만 우리는 유래를 모르잖아요.
500년 후에 이안부라는 홀로코스트가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 중에 유명한 사람이 없고, 위안부라는 종체적인 지점은 있지만 유관순 같은 상대적인 인물이 없잖아요. 유태인 홀로코스터 영화는 20만 편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거기에 무슨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연산군 자체도 워낙 드라마틱하고 연산군은 16부작 드라마가 아직도 나올 게 있더라고요. 이 지점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탈색될까? 채홍사. 여자들이 조금 더 들어오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고. 어떤 폭력 안에 놓여서. 힘들어 했으며,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간 여자가 왕의 턱 밑에 칼을 들이댈 때 힘이 있지 않을까? 적절히 익숙한 이미지로 보여지는, 끌려온 이미지를 통해서. 적절한 여자들로 통해서 넘어가면. 이 본원적인 채홍사. 행간의 의미가 다시 또 사람들에게 각인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고. 그래서 19금이라는, 영역들을 제가 선택해봤고. 노출의 영역을 19세로 가는 건.
제가 기존 사극에서 노출로 갔을 때 저에게는 흥미가 없고 재미가 없었어요. 제 기준은 왕이 광기에 지점들이. 어디까지일까? 그 스팩트럼을 넓혀볼까? 그 부분이 19세일 것 같다. 왕에 대한 분노로, 이 영화가 에너지가 모여질려면은, 기존에 보여주었던 연산군에 대한 적절한 폭군의 이미지를 넘어서야겠다. 원칙적인 지점은 있었죠. 왕이 직접 취해서 정사를 나누는 장면은 없애야겠다. 기본적인 노선이 있었고. 왜냐면? 결국 그렇게 되었지만 노출로 마케팅이 되어서 많이 보세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노출로 마케팅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도 했고. 배우들도 거기에 떨고 있으니까. 전 영화에서 너무 파격적인 영화를 찍은 배우들이라. 훨씬 더 적나라하고. 이 배우들이, 육체밖에 가진 게 없어서 소모되는 방식으로 오해가 될까봐 노심초사 할까봐. 다른 정감 가는 이유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을 했고.
독특한 게. 그 수위라는 지점이. 폭력에서는 타협하고 싶지 않았고, 기존과 다른 방식을 찾고 싶었고. 노출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은데 재밌는 건. 제 영화 치눅들이나, 제가 아는 평론가나. 너무 야하지 않아서 실망했다는 일감이 있어요. 야한 영화처럼. 사실은 야하지 않은 것이 제 영화의 본질이죠. 통상적인 에로티시즘을 취하지 않아서. 야하려면 눈에 욕망을 담고 정서에 결합된 육체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눈에서 욕망을 지우고, 힘겹게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물론 너무 일방적인 희생자로 박제가 될까봐. 설중매가 살아남기 위해서, 늘 눈물만 짓는 모습만 보이지 않으려고 조화를 맞췄는데. 하여튼, 그런 지점에서 수위에 대한 고민이 방향을 잡은 것 같아요.
처음에 어떻게 해야겠다. 목표를 정한 것이 아니라. 연산군이 강해지고, 단희에게 메시지를 많이 담았는데, 유일하게 권력욕이 없어서 유일하게 간신에게 컨트롤이 안 되어서. 가장 큰 굴욕을 맛보고 중요한 것을 살렸다. 그 위에 올라타다 보니 수위들이 찾아졌던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이런 욕망. 지옥 같은 마음의 풍경을 어떻게 살아왔냐?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소원을 풀었느냐 하기도 하고.
그냥 매번 그랬던 것처럼 내 아내의 모든 것도 그랬지만 소젖짜면서 여자 귓속에 바람 넣는 남자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로망은 있지도 않고. 강릉이라는 공간에서 상처받은 남자가 익숙치 않은 유혹을 한다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그게 떠올랐는데.
지금 영화도. 그 시대에, 흥청망청 파국의 이야기에 올라 타는 순간 그냥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아직도 역시, 영화가 저에게 딱 맞는 영화일까? 시간 지나면 알 수 있을 것 같고. 첫 영화에서부터 저는 계속 오디세이인 것 같아요. 이런 관문을 통과하니 다음 관문이 보이고, 삼장법사처럼.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계속 어딘가에 있을, 깨달음을 향해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간신도 그 여정 중에, 중요한 지점인 것 같고. 성공과 실패를 떠나 많은 것을 남길 것 같고.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예산의 두 배인데 소품만만 찍다가 사극으로 초 저예산이지만 제 영화보다 크기에 자본에게 책임을 지고 싶기도 하고.
처음으로 모니터도 하고 귀도 많이 기울이고. 예전에는 모니터 점수가 너무 좋아서, 거기에 나오는 긍정 부정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원래 의도를 많이 관철하지 않고. 점수에서 호불호도 많이 갈렸고. 너무 편차가 많이 갈리니까. 야하다랑 안 야하다. 그 정체가 뭘까? 내가 만약 만나고 싶으면 그 사람이 어느 표본일까? 도저히 알 수 없는. 약간 리트머스 같은 영화구나. 항상 여성 중심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고. 만들면서도 여성 조감독 여배우들과, 얼마나 잘못된 선을 넘는지. 불쾌한 지점은 없는지. 혹시 이미지가 착취당하는 건지. 끝없이 질문을 하면서 찾아갔는데. 실제 편집에 만났을 때 나이, 경험, 취향에 따라 다 다르니까. 남녀의 문제가 아니구나. 이걸 가지고 호불호를 가릴 때. 그냥, 정말 본인들 안에 있는 어떤 사람들이 좋다 싫다를. 표현할 수밖에 없는 어떤 지점들이, 그런 게 있구나. 그게 뭘까? 그게 막 드러나겠지만. 그게, 흥미로운 지점인 것 같아요.
예고편의 카피 등을 보고 관객이 준비하게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마케팅이. 앤티크는 카피가 케잌과 남자는 맛을 봐야 안다. 그게 성폭행 당해서 기억을 망각한 아이가 겪는 성장 스릴러인데. 베를린 카피는, 케잌을 한 웅큼 베어물면 숨겨진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인생을 이야기하느냐? 후레쉬한 꽃미남들을 보러오세요가 완전히 다른데. 남자 세 명 있는 거예요. 430석. 여자친구에게 끌려와서. 그런 것처럼
사실 이 영화도 만약 제가 무서운 건. 굉장히 어떤 감상평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고. 사극은 이래야 한다는. 매일 펼쳐지니까 선명하게 서있는 굉장히 독특한 지형이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관객 분들이 그냥 받아들이고 그냥 호불호가 형성되기 전에 예상치 못한 게 있지 않을까 걱정이 있어요.
여고괴담 2도 안 무섭게 만들었는데 전편을 능가하는 공포라는 카피라서. 이브가 개봉이었는데 커플들이 와서 안 무서워서 안 보고, 무서워서 안 보는 두 부류가 있어서 아무도 안 봐.
그러니까 사실, 이번 영화는 많이 소통하려고 애썼고. 열심히 마케팅하시는 거 같은데. 그래서 GV도 많이 하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저는 개봉 전 GV가 처음이에요. 시사회에 참석해서 사람들과 인사하고 그런 것도 처음이고. 많이 감독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더 막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더라고요. 기존 롯데 영화랑 스타일도 많이 다르고. 상업적인 시선에 우려도 있지만, 예전 영역에서 더 나아간 신선한 지점. 그 지점은 부딪쳐서 관객과 만나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어깨도 무거운데요.
Q. 예고편과 포스터로 이 영화 너무 아니겠다 싶었는데. 감독님이라 봤는데. 요즘 한국 영화는 뒤에 뭐가 나올지 예상이 가능한데. [간신]은 뒤통수가 좀 많던데
민규동. 사실 제가 액션 느와르를 2년 준비를 했었는데. 프로젝트가 장기화되면서, 간신이라는 조금 러프하게 굴러다니던 아이디어가 팝업이 되었는데. 6개월 정도, 깊이 고민하고, 촬영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다른 여타 프로젝트보다 숙성 기간이 짧았어요. 이 영화의 클리셰와 클리세를 극복하기 위해서 놓여진 다른 지점들의 선택에 있어서, 연기나 다른 맥락이나 순위나, 새로운 이미지나. 끝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서 많이 방황을 했는데. 궁극적으로 이 주인공이, 어떤 요인으로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예쁜 여자 만나서 그러면 안 되는데, 결국 사랑 예찬으로 끝나서는 안 되고, 아버지가 버선발을 빠는 개 같은 모습이나, 설중매의 경멸어린 시선이나, 육체의 움직임 없이, 단호하게 혁명의 의지를 밝히는 여자한테 죄의식의 원천이 느껴지거나, 왕이 괴물처럼 변해서 도저히 컨트롤되지 않는 순간에, 어떻게 해도 치유가 되지 않을 거라는 막막함. 이게 종합적으로 인간을 변화시키고, 사회와도 각성하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구나. 생각을 했는데.
남자랑 여자가 숲속에 있으면 스킨십이 있을 것 같은데. 저건 클리셰인데 클리셰로 가야해. 라고 강박적으로 그런 게 있더라고요. 정사는 제가 넣다 뺐다를 반복하고. 감독판에 없어요. 거기서 하고 싶은 것은 정사도 노출도 없고. 굉장히 느려서, 저게 실질적인 정사 느낌이 들지 않아야 한다. 눈에 정사. 눈길이 계속 이야기하는. 단희가 뉘우치기 전에는 안 된다고 하는 게. 실제는 도망치자가 아니라 그만 둬라. 멈춰라. 무모하게 너까지 죽는 것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다시 태어나도 간신배를 향할 마음도 없고. 그 단희의 메시지에 고민하다가, 그게 숭재의 정치적 자결로. 천하의 간신으로 남을 걸 각오하고 자신이 떠안으려고 하는, 죽기 전에 용서할 수도 없고. 쉽게 죽어도 안 된다. 이야기하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 때문에. 지금, 그 맥락 때문에 정사씬이 들어오면서, 원래 에필로그가 없었다가 그 사람이 이름이 없어진 죽은 존재로. 흉물이 되어 웃음을 팔고 구원의 가능성이 있는. 그 순간이 된다. 다 같은 이어진 맥락이라. 빠지면 다 같이 빠지는.
시나리오부터 있던 고민이 관객들도 똑같이 문제 제기를 하더라고요. 그 점이 이번 영화에서 배운. 저에게 큰 지점인 것 같아요. 제 고민과 관객의 고민이 맞닿아 있어요. 어떻게 이게 아니라. 아직 관객의 중심에 내가 살아있고. 그들이 느끼는 고민이나 불편함. 아쉬움이. 제작 과정에 녹아드는 매순간 일치한다. 그 순간에 궁극적으로 풀고 해결해내고, 더, 제대로 된 해결을 하고 하는 지점들이, 반드시 있어야 되는구나. 그걸 묘하게 안고 다른 것으로도 감싸거나 채우거나 가져간다고 못 보는 것도 아니고. 녹아드는 것이 아닌 거구나. 약간 묘한 지점이 있어요. 그런 고민이 없던 영화는, 사람들이 뭐라고 이야기하던 전혀 흔들림 없이. 너는 이해도가 낮아. 깊이 들여다 보지 못했어.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가 돼. 감독 특유의 오만함과 자신감으로 버텨나가고. 흥행과 상관없이 나가는데. 저는 아직도 관객의 의문부호와 마침부호로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첫 경험이라, 긴장한 적이 없는데 긴장되고.
여고괴담 때 여중생이 공포 영화의 ㄱ도 모르는 민규동은 자폭하라. 그때는 홈페이지가 없고 인터넷이 처음이라서. 화장실에서 몰래 엿듣는 게 개봉날 임무에요. 예매가 없어서. 매표소부터 몇 미터냐? 미터로 쟀어요. 영화 아카데미 해체하라. 제가 캡쳐해서 아직도 갖고 있어요. 이 영화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관객에게 바로 반응을 끌어내고 감독에게 전하지 못하면 못 견디고. 영화를 50번 봤다는 네티즌부터 죽어라 고함치는 네티즌까지. 여고생의 키스씬에서 나간 아저씨. 자리에서 못 일어난 사람까지. 이번 영화도 조금. 통상적인 노멀한 드라마가 아니라서. 격렬한 반응이 있을 것 같고. 영화 안에 클리셰와 영화사 전후를 포함해서 있을 수 없는 장면. 동시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이게 어떤 영화인지 아직도 궁금한 것 같아요. 특히 여성 관객들. 여성들이 피해자로 나오고. 폭행당하는. 폭력에 놓인 여자들의 이미지가. 이렇게까지 수위를 넘나든 적이 없으니까.
그게 모니터하면서 본 것은. 20대 여성 관객이 많이 영화를 봐요. 많이 힘들어하지 않고. 30대 초반은 굉장히 이입해서. 저 폭력에 직접적으로 노출당해서. 굉장히 이입하고. 40대로 가면 또 편하게. 한국에서 여성들이 20대. 30대를 거치면서 아직 억압적으로 살아가잖아요. 그래서 영화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대상으로 보기도 하는데, 독특한 지점이구나.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까. 뒤로 갈수록 중종반정이라는 연산군의 몰락의 사실적 배경을 따라가서. 드라마가 자유로울 수 없었고. 그 와중에 간신이. 임숭재는 죽은 사람이었어요. 왕에게 더 많이 여자를 바치지 못해서. 뒷부분은 원래 임산홍이 했는데. 영화적으로 죽은 사람을 부활해서 풀다 보니까. 그런 고민이 많았고. 사람들이 만일 기대하는 게. 간신이니까. 왕을 속여서, 정적들을 제거하고 산다. 간신의 기본 세태를 두 시간으로 푸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나머지 다섯 유형의 간신이. 장녹수까지 간신이 되어서. 야당처럼 주눅들어 말도 못하는 말만 정의인 사람과, 여자를 이용해서도 결국 자신의 권력을 얻고 싶은. 또 유자광처럼 주인을 잘 옮기는. 임산홍처럼 무조건 엎드리고, 임숭재처럼 권력을 탐하고 위에 올라타고. 장녹수처럼. 측근, 결핍을 파고 들면서. 그 중 한 명은. 돌 맞고 죽고 단죄하는 건 너무 쉬워서. 이 영화 속에서 제가 간신으로 삶을 산다면. 탈출구가 있을까? 되돌릴 수 있을까? 그럼 임숭재라는 인물이. 단희를 통해서. 진심으로 왕에게 나도 미쳐 살고 너도 미쳐 살고. 끊고 싶다라는. 너는 죽고 싶어하지? 나는 단희를 살리고 싶어라는 맥락으로 버티다가 마지막에, 너가 사람 죽여서 돼지 먹이로 먹였는데. 그렇게 피를 뿌렸는데 피를 뒤집어 써봐. 너에게 어울리는 흥청은 돼지야. 돼지가 너에게 어울려. 너의 악령을 치유하는 거야. 너를 죽이는 건 쉽지만. 더 나쁜 사람으로 남겠지만. 진심으로 너를 치유하고 싶어. 그 점이 제가 생각한 앤딩에서의 예정대로 가야 하는 것과 좀 다른 지점. 왕의 각성하지 못하고 결국 끝나죠. 돼지와 간음하는. 왕으로 남게 되는데. 제가 연산군에게 주고 싶은 벌은. 도저히 용서하고 싶지 않은. 나쁜 이유가 간신과의 권력 놀음이라는 점에 연민이 가지만, 그래도 그 지점이. 저에게는 새로운 지점이었는데 사람들에게 어땠을지 모르겠어요.
Q. 영화 속에 현대. 정치인들이 자신의 욕망으로 권력을 사용하는 모습과 닮았는데
민규동. 굉장히 직접적이죠.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 해줄 때 나쁜 짓을 하면 벌 받는단다. 할 때도. 이 영화는 훨씬 더 정치적이고. 모종의 이미지들이 많죠. 다만 표현이 낯설어서 그런 게 가려지는 느낌이네. 박원종이 그냥 정의로운 사람으로 나왔으면 굉장히 박제화된 간신과 충신 이런 개념이었을 텐데. 제가 봤을 때는 누이가 겁탈 당하고 임신 당하고 죽는데 권력을 위해서 그 밑에 있고. 민란에 쟤네들이 먼저 칠까 먼저 반정을 해요. 단희의 쿠테타에 성공을 하면 내가 단희를 죽이고 하려는. 실패하자마자 전하. 하는. 그 모습이. 무력하게. 입만 살아있는 정의로운 우리들 모습도 많이 닮겨 있고. 그런 지점이 많이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단순한 권선징악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 때문에 애둘러 간 지점이 있긴 하지만. 부끄러운 것은 보고 싶어하지 않는 공범자인 지점은 만나고 싶지 않죠. 타인을 향해 발끈하는 게 가면이고. 상대에 먹히지 않는.
프롤로그가 실제 실록에 있었지만, 중종실록 반정의 공신들이 워낙 과장해서 나쁜 사람으로 몰아갔다. 모든 기록이 그랬지만 승자의 기록이잖아요. 나쁜 왕으로 정리된 패배의 역사 속으로 후대의 간신으로 정리된 것이 아닐까? 임숭재가 세상에 간신이라는 게 어딨냐? 영웅이 살육자인 것처럼. 지금 왕을 죽이면 우리가 또 충신이 되는 거다. 이분법이 아니라, 언제든 갈아끼우는 단어라는 느낌이. 간신이 정치적이지만 우리에게 일상적인 언어라. 사장에게 잘 보이는 재. 쟤는 간신이고. 사장님이 나쁘면 충신이 간신이고.
Q. 왜 악한 주지훈과 선한 김강우를 바꿔서 썼는지?
시나리오는 텍스트인데. 배우도 택스트에요. 배우가 운명을 결정하는데. 기존 이미지 연장보다. 배우도 자신이 몰랐던 이미지를 찾는 것. 그것을 즐기고 강렬히 즐기는 게 재미있는 것 같아요.
류승룡도 스태프들이 난리가 났어요. 그 전 영화가 악당으로 나오고, 마초며 짐승이며보는데 전혀 매력이 없는데 시나리오는 원빈이고. 투자사들도. 오달수로 바꾸자고 했어요. 전형적인 코미디로. 전형적인 건 또 싫고. 임수정이 보고 반해야 하는데. 오달수가 귀에 바람을 넣으면. 웃기겠지만. 진심으로 움직이고 싶은데. 다른 스릴러를 류승룡과 했는데 아직 조연이라. 엎어지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못 보던 특성을 봤었고.
그렇게 사람들이 진짜라고 믿게 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리얼리티가 사실이 아니라 사실로 믿겨지는 개연성이 있는 것을 리얼리티. 리얼이 아니라. 사실로 믿게 하는 방식 여러 가지 중에. 저 사람이 연기를 한다고 느끼지 않게 하는. 매소드. 기존에 해오던 것과 다른 걸 할 때. 이 사람의 진짜구나. 느끼게 하는 지점이 생기는데요. 그 지점에서 주지훈은 기본 간신과 다르게. 훤칠한 간신이. 안 어울려서 이미지적으로 새로운 지점. 잘 보면 비열해요. 워낙 성실하고. 김강우. 국민 형부 이미지가. 저는 배우로는 좋은 이미지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봐도 이미. 컷 하자마자. 촬영 끝나자마자 아이들에게 문자 보낼 것 같은. 부인을 너무 사랑할 것 같은. 전혀 다른. 국민 광기의 이미지. 저런 걸 보면 얼마나 신선할까? 이 영화가 이야기적으로 익숙하다면 그 외의 모든 영역을 신선함으로 가득 채워서. 그런 열망이 많았던 것 같아요. 김강우가 변화에 대한 욕망이 컸고. 잘 뛰어 놀았어요. 주지훈은 앤티끄. 김강우는 끝과시작.
김강우는 사전 준비를 엄청해요. 별명이 1mm에요. 와이셔츠 길이까지. 자기 캐릭터에 맞는 의상 분장과 모든 세팅이. 거의 완벽주의. 이 영화도 연산군을 위해서 책도 엄청나게 읽고. 끝없이 고민하고. 흉터도. 흉터 종류. 엄청 많은 종류를 같이 고민하면서. 강우가 피부병과 종기. 등장 분량이 임숭재의 전반이라. 전사를 찾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다 찾고. 오히려 현장에서는 김강우 연기는 막 놔뒀어요. 편하게 막 해보라고 하고. 결승전 할 때. 김강우 먼저 찍었어요. 김강우 먼저. 상상으로 자. 그림 그리기 시작하고. 좋아하다가 소리 지르다가 울다가 넘어지다가. 방방 뛰다가 던지고. 롱테이크를. 상상으로 오히려. 그런. 감독도 굉장히 희열을 느끼고. 본인도 그런 놀이터가 없어서 미친 듯 표출하는 것도 느끼고.
주지훈은 오히려 리딩 때도 그렇고. 현장 가면 더 잘 해요. 현장의 공기가 자기를 바꿔서 지금 보고 싶어. 더 미리 확인하고 싶고. 더 불안해. 예전 영화보다 더 진전된 연기를 보고 싶으니 보여줘. 그러면 잘 못하고 밍기적거리다가 현장에서 더 폭발적으로. 오히려 현장에서는 컨트롤 하고. 어미하나까지 바꾸고. 이렇게하라 저렇게하라. 굉장히 계산들을 많이 해서. 맞춰가는 방식으로 다르게 만났죠. 배우의 특성에 따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방식의 소통을 취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이선균은 내 아내에 모든 것에서 기존의 연기가 너무 좋아. 그 스타일로 해줘. 홍상수 감독과 했던 스타일도 좋고. 너가 늘 잘 하는 걸 하면 좋겠어. 나머지 두 배우에게는 기존에 전혀 보지 못했던. 기존의 느낌이 비슷한 게 있으면 아니다. 새로운 것과 익숙한 것이 화학적으로 막 융합되고. 예상치못한 에너지가 나오는 거.
Q. 간신은 지난해 사극들과 다르게 황량하다? 촬영을 하는데 키워드나 핵심 요소는?
민규동. 이 영화가 명랑보다 100억이 적어요. 100만원만 더 있었으면 하는데. 사극이 워낙 의상 무술 굉장히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19금이라 너무 예산이 적어서 찍으면서 줄였어요. 현장에 카피가 열두 명의 보조로 330명을 연출하라. 외적 스케일을.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했고. 주어진 작은 조건에서 어떻게 하면 밀도가 높은 이미지로 차용할 수 있을까? 콘티를 세 번 미리 완성했어요. 완성하고, 실제 공간에 하고, 다시 하고. 현장에서 순간에 의존하기 보다는 세공된 이미지를. 잘 구현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전 스탭들이 완전히 공유하고 완전히 자각하고. 감독이 뭘 찍으려고 하면 우왕좌왕하지 않게. 다 알고 찍다. 배우들과 다 공유하다. 이미지들을 굉장히 많이 공유하고. 이미지 서칭을 엄청 하거든요. 수십 기가 이미지를 사진과 동영상과. 굉장히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는데. 이번 영화도 굉장히 이걸 많이 찾았고.
다시 보시면 하늘이 다 나가요. 하늘의 감정을 담자. 구름이, 컨트롤 할 수 없는 영역에 CG로도 들어가있는데. 밝은 날이 별로 없어요. 구름이 씬의 감정을 많이 담고. 사극이라 빈 하늘이 많이 나오는데 현대적인 건물. 다 지우고. 그래서. 여백들을 감정을 담자는 지점이 있었고. 붉은 색. 색과 조명에 대한 영화를 준비하면서. 마지막 황제 같은 경우에 빛으로 감정을 표하는. 색으로 인물들을 표현하는 지점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있었고. 촬영이라는 게. 여러 가지가 있어요. 조명을 통한, 색을. 기본적으로 프레임이 커요. 이 장면을 찍을 때 다 보여주는 것과. 과자만 보여주는 거랑 의미가 다른 것처럼.
사극을 해보니까. 촬영할 수 있는 공간이 몇 개 안 되요. 문경, 부안, 민속촌, 수원 드라마 세트. 경복궁. 연산은 창덕궁에 살아서 섭외했지만 거절당해서 못 찍었어요. 가서 공간을 보면. 앞에 영화들이 다 찍었어요. 새로운 앵글이 없어. 드라마 찍고 있어. 줄 서서 찍어요. 드라마 문경에서 3,4일 허락해줘요. 관객이 너무 많거나 비가 오거나 그러면 못 찍어서. 다른 본능이 살아나는데 이 공간을 어떻게 새롭게 보여준다는 것은 인물을 새롭게 보여준다는 의미고.
공간이 오직 인물을 위한 건데 늘 보이던 것과 다르게. 강박적인 본능으로. 어떻게든 새롭게 보이려고 했었어요. 근정전을 보여주면 왕의 권위라 무릎을 꿇어야 한다. 안개에 쌓이면 실제 스모그가 가득한. 정말 암울하고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그런 느낌들이 가득 차 있는. 그런 공간들을 설정해서. 촬영을 하고. 저희가 지금. 내영원. 관상에서 이정재가 나타나는 유명한 공간이에요. 완전히 새롭게 찍을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보이고.
제가 잘 쓰는 게. 망원경을 현미경을 교체해서 쓰는 건데요. 굉장히 먼. 보통의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굉장히 먼 샷과 굉장히 농밀한. 현미경. 적절한 초점거리가 맞을 거 같은. 넘어서 들어서는. 그런 다른 연출적인 요소로 촬영을. 접근해서 촬영 감독 스스로도 빛을 통한 느낌을 찾긴 하지만. 제가 말로 주문해서 확인할 수 없는 영역이라. 계속 저는 그런. 연출적인 요소를 주문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원래 시나리오가 연회가 있었는데. 선상 연회로 바뀌었어요. 다 배위에서 하자. 한강에 떠있는. 그걸 했더니 예산이 너무 비싸서 수상연회로 바뀌었어요.. 제가 왕이라면 ㅁ매일 연회하는데 그 자리에서 또 하고 싶을까? 내가 간신이라면. 연출하는 걸로 왕의 눈을 가려서 어떤 공간이 될까? 어떤 비주얼을 보여주게 될까? 그 인물 속에 들어가서 고민하다 보니까. 그 익숙하고 뻔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현대물처럼 너무 많은 선택의 여지들이 있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헌팅하거든요. 사극처럼. 사극 경험 많은 스태프가 와서. 몇 군데 안 돼요. 관상 광해 보세요. 몇 개 없어요. 한 번 해보면 어디서 찍었는지. 저는 전혀 구분을 못 했는데 완벽하게 알아요. 지금도. 줄 서서 재활용 하고 있을 텐데. 그렇게 약간 서바이벌 게임처럼. 열약한 공간에서 눈이 띄어졌다고 할까? 이야기가 영상 자체에 파묻혀서는 안 되겠지만. 쏟아지는 사극 안에서, 드라마 같은 사극 안에서 순수한 것이 어떤 걸까? 고민했던 것 같아요. 촬영이나 조명도 경험이 많진 않아요.
Q. 힘들기를 전작과 비교한다면?
민규동. 여고괴담. 간신은. 조건과 싸워서 적이 되서 가는 영화가 있고. 조건과 한 몸이 되어서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내용에 영향을 끼칠 영화가 있는데. 이준익 감독님은 너무 쉽게 왼손으로 찍었을 것 같아. 온 몸을 받쳐서 에너지로 내용이 유실되지 않게. 날씨가 계속 바뀌어요. 촬영이 길어지면 예산이 더 들어서. 찍었어야 했어요. 비 오는 장면은 비 오는 날 찍는 조건이 되는 감독도 있지만. 아 이 여자들이 지금.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처형을 자기 손으로 하고 있는데. 비가 올 수도 있겠다. 저 먹구름이. 어울리기도 한다. 제가 조건과 한 몸이 되어서. 지금은 묘하게 한 몸이 되어서 찍은 영화 같아요.
왜 여고괴담이 떠오르냐면. 내 아내에 모든 것은 화면에 많이 안 나와요. 이 영화는 기본 50명. 200명. 왕 나오니까. 굉장히 인물 집중적인 순간으로 밀도를 확 몰아갈 수 없는. 항상 동시에 나오면서 한 상황을 수 없이 많은 리액션으로 편집해야 하고. 동시에 누구도 잊혀지면 안 되기에. 리드미컬하게. 누구에게도 집중되지 않으면서도. 그런 집단적인 출연을 하면서 배우들과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경험. 애정도 동시에 두고. 이야기도 동시에 줘야되고. 한 사람에게 집중하면 집중도가 높아지는데 분산 시키면서 산만하지 않은 게 그런 지점에서 첫 영화만큼.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확실한 건. 현대극은 안 쌓여요. 다음 새 영화를 만들 때. 완전 새로운 영화에요. 전작 흥행한다고 완전히 흥행하지 않고. 왠지 사극은 제가 또 찍으면 되게 잘 찍을 것 같아요. 노하우가. 왠지. 시나리오 쓰자마자 어디서 써야 할지 알 거 같기도 하고. 시간이나 힘든 거. 독특한 장르 같아요. 관객이 사극은 이래야 해. 이런 감상법이 있는 것처럼. 사극은 좀 문법이 있다는 느낌? 그 문법에 너무 맞으면 너무 맞다고 싫어하고. 너무 안 맞으면 또 그래서 싫어하고. 여러 가지로 재미있는 장르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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