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세 길이 만나는 곳
프로이트와 고대 예언가 ‘테이레시아스’의 대화를 다루고 있는 [세 길이 만나는 곳]은 소재가 독특한 만큼 풀어가는 방식도 매우 독특합니다. 요양원에 있는 ‘프로이트’를 예언가 ‘테이레시아스’가 방문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이디푸스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입니다. 사실 우리는 오이디푸스 신화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잖아요. 이미 오이디푸스 신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사람이 읽는다면 더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가 바로 [세 길이 만나는 곳]입니다.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방식의 소설이기에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그 이야기를 설명하지는 않으니까요. 대신 오이디푸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화형을 띄고 있기에 읽는 것이 그다지 부담스럽다거나 어렵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약간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가만히 읽다 보면 두 사람이 나름대로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이해하고 공명을 하는 순간도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오이디푸스 신화에 대한 것만을 놓고 이야기를 하는 까닭에 속도감이 느껴진다거나 특별한 매력을 더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살짝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기에 다소 심심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분명히 독특한 소재이고, 기발한 소설이기는 하지만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채로 지루하게 읽을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만남마다 다른 챕터로 되어 있는데 이것도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서 더욱 난해합니다. 환자인 프로이트와 그를 만나러 오는 테이레시아스의 이야기라서 이럴 텐데요. 앞에서 하고 있던 이야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면 좋을 텐데 묘하게 어긋나는 이야기를 하고 다시 처음부터 오이디푸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쉬는 시간마다 한 챕터 씩 읽는 사람이라면 앞에서 무슨 이야기가 있었던 거지? 하고 살짝 버벅일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쉽게 읽히기에 한 번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기는 하지만 한 번이라도 흐름을 놓친다면 확실히 부담스러운 글이 아닐까 싶습니다. 입에 맞지 않은 글이라서 그런 것도 분명히 있고요.
하지만 프로이트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가 분석한 오이디푸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만으로도 [세 길이 만나는 곳]이 지닌 의미는 분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해서 다들 알고 있잖아요. 그 근원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다들 입에 달고 살고요. [세 길이 만나는 곳]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을 한 글이니 만큼, 평소에 이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들어보고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매력적으로 읽을 수 있을 겁니다. 대신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그다지 편한 느낌의 글이 아니기에 쉬이 읽히지는 않습니다. 한 번 마음을 제대로 먹고 찬찬히 읽는다면 제대로 눈에 들어올 것 같은데요. 프로이트, 그리고 오이디푸스에 대한 독특한 이야기 [세 길이 만나는 곳]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행복한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방] 마틴과 존 (0) | 2015.06.15 |
---|---|
[행복한 책방] 공항의 품격 (0) | 2015.06.12 |
[행복한 책방] 레드셔츠 (0) | 2015.06.10 |
[행복한 책방] 데미안 (0) | 2015.06.09 |
[행복한 책방] 물의 무게 (0) | 2015.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