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아주 사적인 시간
진짜 사랑을 찾고자 하는 한 여자. 삐뚤어진 사랑을 믿는 한 남자. 이들의 망가질 것 같은 결혼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 [아주 사적인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독특한 느낌의 소설이었는데, 여기에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그들이 망가질 거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위태로운 사람들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이들의 어떤 쓸쓸함 같은 것이 소설에서는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서로 사랑을 원하는 방향이 다르면서도 왜 같이 사는 건지 모를 사람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 살고 있다고 말을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에게 잘 살고 있다고 말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들은 못 살고 있으니 말이죠.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른데 같이 산다는 거슨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죠.
다른 모습을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만큼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우리들도 연애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변화를 겪잖아요. 내가 A라고 생각을 했던 사람이 막상 오랜 시간 만나보니까 B가 되어버리는 순간. 그런데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을 만난 이후라서 그 모든 것을 정리하기 어려운 순간들. 이 모든 것들이 [아주 사적인 시간]에서는 덤덤하게 담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억지로 과장 같은 것을 하지도 않습니다. 정말로 그냥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는 그런 일들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특벼하게. 서로 다른 것을 바라는 만큼 서서히 서로에 대한 마음이 변하게 되는 커플의 못브을 소설은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억지로 예쁘게 보여주려고 하지 않죠.
일본 소설이다 보니까 문체가 그리 어렵지도 않고 진지한 이야기가 아니다 보니 읽는데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굉장히 빠르게 책장이 넘어가는 편이었는데요. 아무래도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와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살짝 남의 이야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서도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이런 식으로 사랑을 할 수도 있는 거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소설을 읽게 되거든요. 물론 그러면서도 그 안에 어떤 평범함이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요. 이렇게 다른 모습의 사랑이기는 하지만 결국 서로를 바라보고, 다시 자신에게 오기를 바라는 거구나.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더 행복하기를 바라는 거구나. 뭐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되면서 말이죠.
마치 연극처럼 유지하던 관계가 한 사람의 마음의 변화로 이어지고 깨지는 과정은 우리 모두의 연애나 결혼과도 닮아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연극을 하는 거잖아요. 조금 더 좋은 사람이고 싶고, 조금 더 상대방에게 이해를 받고 싶은 그런 과정 말이죠. 물론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극적으로 변화를 꿈꾸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냥 대충 이렇게 지내는 것도 크게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말이죠. 이런 나른함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사적인 시간을 다시 갖기 위해서 노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사실 무섭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부럽기도 합니다. 한 번 아니라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우길 수 있는 힘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지거든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행복한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방] 이대로도 괜찮아 (0) | 2016.06.07 |
---|---|
[행복한 책방]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0) | 2016.06.06 |
[행복한 책방] 추억의 시간을 수리합니다 (0) | 2016.06.04 |
[행복한 책방]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0) | 2016.06.03 |
[행복한 책방] 보노보의 집 (0) | 2016.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