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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권정선재 2016. 6. 3. 20:35

[행복한 책방]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장애를 가진 소녀와 대학생 친구. 서로에 대한 마음이 없다가 천천히 생기기까지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참 따뜻한 소설입니다. 물론 소설은 단편집으로 이 소설을 제외한 수많은 소설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동명의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이 좋아서 책을 읽은 거였는데 생각보다 그 비중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 비중이 적다고 해서 아쉬움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소설에 담겨 있는 모든 단편의 톤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렇게 닮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여성의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참 묘한 느낌이 듭니다. 분명히 사랑 소설인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 같은 것이 묻어납니다.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도 사실 쓸쓸함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이 보통일지 모릅니다. 누군가와 같은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거죠. 또 나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다가 상대방이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같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나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고 사랑을 해보지만, 그런 관계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상대방도 나에 대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내 모든 것을 먼저 보여줄 수도 없죠. 그랬다가는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런 묘한 감정 같은 것이 소설에 잘 담겨 있기에 더욱 특별합니다. 이 모든 쓸쓸함. 어떤 것들에 대한 것이기에 소설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의 단편인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 좋아서 읽었기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장애인을 주요 인물로 다루는 편이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불편한 것에 대해서는 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문화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저상 버스를 타면서 누군가는 이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겠구나. 하면서도 정작 그들을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런 사람의 사랑. 사실 누구 하나 미워하고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관계가 소설 속에 그려집니다. 장애인의 삶이라는 것이 한국이나 일본이나 얼마나 버거운지 알기에 무조건 책임을 지라고 할 수가 없으니 말이죠. 이런 쓸쓸함 같은 것이 소설에 짙게 묻어납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아름다운 어떤 감정으로 변화합니다.

 

단편들이 모여 있는 데다가 일본 소설 특유의 감성적인 분위기 덕에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단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약간 차이 같은 것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분명히 비슷한 분위기인 것 같기는 한데, 그 분위기가 담고 있는 이야기의 결 같은 것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여성의 시선에서 쓰여져서 그들의 감정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이렇게 여성의 이야기. 그들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은 아름다운 느낌이 듭니다. 사랑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이 너무나도 서툰 사람들의 이야기.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사랑에 대한 이야기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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