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제목만으로도 독특한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는 딸이 예술가가 되기 바라는 괴짜 부모님 밑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살아가는 딸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매우 부러운 일입니다. 10대 시절에 예술가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모두들 자유로운 영혼을 누리며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자녀들이 그렇게 자신들의 마음대로 자유로이 사는 것을 바라지 않죠. 물론 그런 식으로 살면 먹고 사는 것이 많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돈도 잘 못 벌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그다지 긍정적이지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모부터 말릴 건 없잖아요. 그런데 이 소설 속 부모는 다릅니다. 딸이 바라지도 않는데 예술가가 되라고 강요를 하니 정말 이상하죠?
사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를 읽다 보면 정말 예술가는 딸이 아니라 부모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괴짜라고 하더라도 정육점에서 살다니 말이죠. 소설 속에 짧게 고기 냄새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실제로 책으로도 나와서 그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독특한 느낌의 가족 안에서 소녀는 지극히 평범합니다. 적어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은데, 뭔가 일부러 반대로 구는 것처럼 더 정상적?인 아이처럼 행동을 하는 거죠. 친구에게 자신의 집안 환경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부모와 맞서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영리한 소녀는 전면적으로 부모와 부딪치지 않습니다. 그럴 경우 자신만 다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거죠. 부모가 먼저 포기하기까지 참는 소녀가 사랑스럽습니다.
소녀의 입장에서 쓰인 글이니 만큼 섬세한 감정 묘사가 돋보인다는 것이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의 장점입니다. 일기처럼 쓰였기에 그녀의 심리 묘사가 더욱 돋보입니다. 어디 하나 쉽게 튀는 부분 없이 사랑스럽게 읽히는데요. 자신의 부모에 대해서 말하는 소녀의 태도. 그리고 학교 생활 같은 것의 적나라한 묘사가 오직 10대 소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 나이의 순수한 눈. 그것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죠.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작정 부딪치지 않고 현명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 마냥 아이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투정을 부린다거나 하는 모습에서는 이렇게 귀엽고 어린 소녀가 또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랑스럽습니다.
소설은 굉장히 짧은 분량이고 문장도 쉽기에 주말에 시간이 날 적에 다 읽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쉽게 쓰인 데다가 에피소드도 그리 어렵지 않거든요. 그저 소녀의 감정을 따라가면 전부입니다. 소녀가 어떤 식으로 느끼는지를 알아가고, 그것을 말해주는 매우 간단한 방식이거든요. 사랑스럽고 수다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소녀의 일기장을 엿보는 느낌이 드니 확실히 쉽게 읽히고 빠르게 읽힙니다. 평소에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도 큰 부담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다지 어렵지 않고 정말 쉽게 읽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게다가 소녀의 마음이 공감이 가고, 사용하는 단어도 그리 어려운 편이 아닙니다. 다만 이야기가 모두 이어지니 한 번에 읽는 게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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