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데몰리션, 상실을 받아들이기까지.
Good –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불필요한 감정 소모시키는 영화가 싫은 사람
평점 - ★★★★ (8점)
파괴 혹은 폐허라는 뜻으로 쓰였을 거라 짐작되는 [데몰리션]은 제목 그대로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아내를 잃은 이후 상처를 입은 ‘데이비스’는 자신의 감정이 보통 사람의 감정과 다르다는 사실에 난감해합니다. 당연히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픔을 느껴야 하는 아내의 부재에도 자신은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데이비스’는 아내의 부재에는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지만 병원의 자판기가 망가진 데에는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해서 항의 서한을 보내고, 서비스 담당자 ‘캐런’과 서서히 관계를 맺게 되죠. 자신의 상처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는 자신이 아내를 사랑하지 않았음에 대해서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관계에 대해서. 자신이 그 동안 쌓아올리던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거죠. [데몰리션]은 굉장히 감성을 섬세하게 다루는 느낌의 영화입니다. 아내를 잃은 이후의 남성의 감정을 고스란히 따라가면서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섬세하게 다가서는 영화죠. 상실 이후의 순간을 다루면서 [데몰리션]은 관객에게도 그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도와줍니다.
영화는 뭔가 파괴적인 상황. 그리고 그 이후의 감정은 꽤나 세밀하게 그려지는 느낌입니다. 음악과 함께 묘한 불안함 같은 것이 함께 그려지는 것도 독특합니다. ‘데이비스’는 자신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 역시 모든 감정을 느끼고 있고 그것을 제대로 표출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천천히 다른 사람은 미쳤다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그 분노와 상실 같은 것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들. 그래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알아차리면서 그것들을 의식하기 시작합니다. 모든 것을 분해하던 ‘데이비스’는 이후 파괴하면서 그 어떤 상실 같은 것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캐런’을 만나면서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게 됩니다. 자신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상실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아내에 대해서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아내와 자신이 도대체 어떤 관계인지 같은 것을 모두 다 바라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려집니다. 이 과정은 굉장히 천천히. 그리고 친절하게 그려집니다. ‘데이비스’가 지금 이 순간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의 아픔이 어느 방향으로 뻗어가는 것인지 관객은 그대로 따라갈 수 있게 영화는 모든 것을 그려놓습니다.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데이비스’는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했습니다. 이토록 섬세한 연기는 오직 ‘제이크 질렌할’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는 완벽하게 ‘데이비스’를 연기합니다. 아내를 잃은 이후 모든 것이 다 망가진 남자. 그래서 모든 것을 다 기이하게 느끼면서도 그 감정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매일 같은 일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어떤 무서움 같은 것도 느껴지는데요. 다른 사람들이 바라볼 때는 그 누구보다도 완벽한 사람이지만 사실은 많은 상실을 지니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내면이 비어있는 어떤 사람을 연기합니다. 아내를 잃은 이후의 그 공허함. 상실감 같은 것이 섬세하게 그려지는데요. ‘데이비스’라는 인물이 분노를 터뜨리는 순간. 그리고 그 분노를 다시 치유하는 순간 같은 것 등이 고스란히 그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픔 같은 것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그 어떤 슬픔 같은 것을 ‘제이크 질렌할’은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상처를 입은 남자를 바라보며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는 ‘캐런’은 ‘나오미 왓츠’가 연기했는데요. 그녀 역시 많은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인물입니다. 아들을 지키고자 하지만 아들을 어떤 방식으로 지켜야 하는지 모르는 연약한 엄마입니다. ‘데이비스’의 상처를 바라보면서 그에게 공감하고 그를 치유하고자 하는데요.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상처에 대해서 들여다보게 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까지 되는 인물입니다. 굉장히 약한 사람이지만 겉으로 보기에 강한 척 하는 인물. 그러면서도 그 상처와 아픔이 고스란히 그려지는 인물입니다. 모든 것이 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다가 한 순간 감정이 무너지는 순간 툭 터지는 캐릭터인데 큰 울림을 가진 캐릭터였습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관객의 입장에서 감정 소모가 큰 편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내를 잃은 남성의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그것을 터뜨리다 말다를 반복하게 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터뜨리는 ‘데이비스’는 굉장히 아슬아슬한 일들을 해냅니다. 그리고 그 힘을 억누르는 것이 굉장히 강한 편입니다. 감정을 터뜨릴 것 같으면서도 터뜨리지 않는. 그리고 자신을 학대하고 아프게 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대신하는 그를 보다 보면 굉장히 힘들고 아픕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같이 감정 소모가 이루어지는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천천히 쌓아가다가 한 순간 터뜨리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굉장히 아슬아슬하게 쌓이기에 보는 내내 불안함 같은 것이 느껴지게 됩니다. 어느 한 순간 이 모든 감정이 무너지게 될 텐데. 이 모든 감정이 한 순간 터지게 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긴장하면서 보게 되는 거죠. 그리고 후반에 숨겨진 어떤 비밀이 모두 공개가 되는 순간 관객들은 ‘데이비스’ 부부의 또 다른 비밀. 그들의 단란한 가족에 숨겨진 것에 대해서 알아차리게 되고 다시 감정은 폭발합니다.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감정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영화 [데몰리션]이었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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