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나의 산티아고, 당신의 길은 어디로 향하나요?
Good – 위로가 되는 영화가 필요한 사람
Bad – 극적인 재미를 찾는 사람
평점 - ★★★★ (8점)
무더위를 피해서 극장으로 피난을 온 덕에 만난 [나의 산티아고]는 참 기분 좋은 영화였습니다. 책을 원작으로 하는 [나의 산티아고]는 정말 산티아고를 걷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선사하는 영화였습니다. 산티아고에 대해서는 모두 다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곳인지까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잖아요. 그냥 막연한 느낌? 그런 것만을 가지고 있는데 [나의 산티아고]는 그곳에 대해서 묵묵히 걷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주인공 ‘하페’의 여정을 묵묵히 따라가는 [나의 산티아고]는 그의 생각의 변화를 통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미지를 더해가는 영화입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굉장히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와중에 뭔가 새로운 것이 생기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나의 산티아고]는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한 남자의 삶이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그려지고 그 안에서 그의 이야기가 그려지면서 관객들에게도 어떤 상상을 할 여지를 선물하거든요. 당신의 삶은 어떤 방향을 향해 있는 건지, 당신은 이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 건지 묻는 느낌이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무조건 낭만적이고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는 것이 [나의 산티아고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긴 거리를 묵묵히 걷는데 모든 순간이 아름답기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때로는 그 길이 너무 힘들 수도 있고 내가 도대체 이 길을 왜 걷고 있는 거지?라고 화가 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에 대해서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그냥 덤덤하게 이야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너는 이 길을 걷는 것을 힘들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길에서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라고 말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어떤 거창한 깨달음 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뭔가 대단한 깨달음. 성인의 반열에 오르는 그런 종류의 깨달음이 아니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그런 단편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더욱 좋았습니다. 그냥 지금 내가 이 길을 걷는다는 것. 그리고 내가 화가 나고 짜증을 내던 이 모든 것들이 그렇게까지 내가 감정을 소모하면서 힘들어 할 이유가 없다는 것 등이 [나의 산티아고]를 통해서 이야기가 되는 모든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아는 모든 길의 질문을 다 내려주는 것 같다? 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길을 걷는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나의 한계를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나의 산티아고]의 무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삶의 무언가를 발견하기 원하는 ‘하페 케르켈링’은 ‘데비드 스트리에소브’가 연기했습니다. 뭔가 굉장히 짜증이 많은 타입의 남성이기는 하지만 유쾌한 남성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연예인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대단한 연예인이라는 것을 그다지 밝히지 않으면서 길을 걷기 희망하는데요. 그의 바람과는 다르게 사람들이 그를 알아갑니다.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면 뭔가 대단한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별다른 것을 깨닫지 못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그 길을 왜 걷는 것인지. 그리고 뭘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하죠. 길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하는 그는 결국 혼자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혼자서 걷는다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거라는 거. 그래서 다른 사람과는 다른 자신만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비밀이 많은 그러면서 이미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은 ‘스텔라’는 ‘마리타나 게덱’이 연기했는데요. 그녀는 꽤나 많은 비밀을 갖고 있는 것 같은 인물입니다. ‘하페’ 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는 그 모든 것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게라거나 그런 고민 같은 것을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저 다른 사람에게 한 마디 던지곤 하는데요. 그녀가 왜 이전에 순례길을 모두 걷지 않고 중간에 멈추게 된 것인지. 그리고 왜 다시 이 길을 걷기 위해서 나선 것인지 알게 되면서 그녀의 캐릭터가 그저 단순히 긍정적이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모습이 보이기에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캐릭터였습니다.
까칠한 기자인 것 같으면서도 사랑스러운 ‘레나’는 ‘카롤리네 슈허’가 연기했습니다. 뭔가 굉장히 툴툴거리는 캐릭터라서 미울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캐릭터입니다. 상사의 명령으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야 하기에 그 길의 의미에 대해서 ‘하페’보다도 모르고 있지만 그녀 역시 길을 걸으면서 자신만의 어떤 의미 같은 것을 알게 됩니다. 그 길을 걷는다는 것이 뭔가 어마어마한 것을 깨닫개 해주지 않지만, 적어도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을 마주하는 그 순간에 어떤 종류의 신을 만날 수 있게 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조금씩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방식을 알아가는 그녀의 모습이 참 사랑스럽습니다.
정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는 [나의 산티아고]는 참 묘한 느낌의 영화였습니다. 로드 무비를 보다 보면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나의 산티아고]는 다른 영화에 비해서 이 느낌이 더욱 크게 느껴졌거든요. 게다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서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을 한다는 것. 그 길의 모든 특별한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길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왜 그 길을 걷는 것인지. 각자 그 길을 통해서 무엇을 보게 되는 것인지를 말해주는 것 역시 좋았습니다. 우리 모두 죄를 씻기 위해서 그 길을 걷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모든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다르잖아요. 길을 걸으면서 누군가와 싸우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을 용서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며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등.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또 다른 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론 등을 통해서 그 길의 여정을 그린 것 같은데, 길의 모습도 너무나도 아름답고,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도 너무나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사람들이 길을 걷는 거구나. 그리고 이 사람들이 모두 길에서 무언가를 깨닫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영화 [나의 산티아고]였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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